* * *
나는 그녀가 남긴 충격적인 말에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생각에 잠긴 채로 한참 동안 침대 위에서 눈을 멀뚱거리며 누워 있었다. 누워 있는 채로 보이는 천장은 어디 거미줄 쳐진 사소한 틈새도 없을 만큼 잘 짜여 있어서, 나를 가두어 둔 것 마냥 내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상태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열어둔 채로 나가 버리는 바람에 휑하니 열린 미닫이 문 사이로 들려오는 차분한 걸음 소리가 멈춰 버린 내 시간을 깨트렸다.
‘누구지.’
걸음 소리로 보아, 주현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 애는……. 늘 걸음이 빠르고 급했으니까. 낡은 바닥과 함께 삐걱대는 발걸음 소리가 잠시 멎은 순간, 낮은 바리톤의 목소리는 엷은 바람이 부는 방으로 들어왔다.
“……가하야.”
고된 삶의 주름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반듯한 감색의 양복을 입은 대호가 열린 방문 앞에 서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난데없는 손님의 방문으로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어, 대호……구나……. 여기는 어쩐 일로. 아.”
“괜찮아. 누워 있어, 다리도 편치 않은데.”
‘그러고 보니, 전화로 오늘 온다고 그랬지…….’
대호가 내게 천천히 다가와서 일어나는 나를 만류했다. 그는 엄마가 앉아 있었던 의자에 앉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정장 윗도리의 단추를 가볍게 풀었다. 나는 경황이 부족한 상황에 그저 더듬더듬, 변명했다.
‘왜, 대호하고는 이럴 때만 마주치는 걸까.’
참 우연이지만, 늘 내가 나쁜 상황에만 마주쳤다.
“……미안하네. 다리 때문에,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아픈 애가 별걸 다 신경 쓴다.”
그는 나를 보던 시선을 부드럽게 돌려서 깁스에 쌓여 천장의 고정기에 걸쳐진 왼다리를 보고 심각한 얼굴을 만들었다.
“음……. 가연 씨에게 들었어. 송주현이 그랬다고.”
“아……. 응.”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요즘, 좀 운이 없나 봐.”
나는 실없는 소리를 꺼내면서 자칫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환기 시켜 보려 했다.
“난, 로또 같은 건 절대 사면 안 될 거 같아.”
전에 대호가 말한 재미없는 농담을 가지고 자조적으로 말하자 대호가 말없이 제 커다란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마음 같아선, 먼지 나게 패고 싶네.”
저번과 이때 보았던 자상했던 얼굴이 잠시 험악한 기세를 드러내는 것을 본 나는 잠시 몸이 움츠러들었다.
“……누구?”
‘설마……. 주현이를 말하는 건가?’
내 말에 대호는 구겼던 얼굴을 거짓말처럼 펴 보이며 편안하게 웃었다.
“있어. 멍청한 새끼.”
“……그냥 사고였어.”
누군지 말은 하지 않지만 명확해 보이는 대상에 나는 쓰게 웃었다. 그렇지만 분기로 열띤 대호의 말은 웃기게도 좀, 위로가 되었다.
“너도……. 화내는구나.”
차분하게 생긴 게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처리할 것 같은데, 좀 의외라고, 생각하던 참에 대호는 살짝 헛기침을 했다.
“……난 네가 힘든 거 싫어.”
“……그냥, 내가 부족해서 그래.”
능력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운이 없어서…….
그것들이 쌓이며 충돌하고 만들어내는 이 불행의 합주에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런 내게 대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가이드는……. 에스퍼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존재라고 하더라.”
대호는 아직 정원을 반짝이는 햇살을 담뿍 담은 채로 그렇게 속삭였다. 그는 무릎에 올려 둔 손끝으로 양복바지의 자락을 집었다 뜯었다 반복했다. 그 사소한 행동과 덤덤한 말투, 뒤이어 나오는 말들이 내 깨진 마음 사이로 잠시 오는 소나기 마냥 스르륵 스며들어 갔다.
“이럴 때는……. 에스퍼인 게 좀, 속상하네. 난 너 좀 부족해도 얼마든지 끌어안고 살 수 있는데.”
“…….”
무슨 일이 있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본 것도 아닌데, 그 말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동생과 엄마, 그리고 주현이가 내게 알게 모르게 넘겨 준 짐들이, 그 애의 위로 같은데 같지 않은 말에 가벼워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래서 굳게 잠겨 있던 말이 툭, 풀렸다.
“나 때문이래.”
“…….”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 말이야. 아버지가 그랬거든. 내가 조금만 다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우리 다 편해질 수 있다고.”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 마음과 기억 속 깊이깊이 숨겨 둔 얘기를 꺼냈다.
“근데 난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 너무 어려서 그랬을까?”
그냥, 내 옆에 이렇게 앉아 있는 대호는 왠지 가만히 들어줄 것만 같았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던, 내 마음을.
“그래서……. 누군가 구해 주기를 바랐어.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그냥 그 상황이 없으면 좋겠다고…….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그리고, 이 모든 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 줄 것만 같았다.
“폭발이 일어나고 아버지가 내 눈앞에서 막, 살려 달라고 매달렸지만 그게 난 무서워서 도망쳤어. 날 잡고 다시 죽이려 할 것 같았거든. 그냥 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
“…….”
“그냥, 살고 싶었어.”
대호는 그저 나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할까.
“주현이, 그때 내가 마음속으로 부른 것 때문에 감응해서 폭주한 거라고 그러더라. 당시에는 한창 비행 중이어서 어떻게 처치도 못하고. 그렇게, 된 거래.”
“…….”
“……넌……. 알았어?”
대호는 말이 없었다. 그 침묵에 도리어 나는 후회가 되었다. 괜히 얘기 했나, 연관도 없고 그냥 안부나 물어보러 온 애에게 괜스레 부담을 준 거 같아 미안해졌다. 대호가 제 양복 바짓단을 뜯던 손짓을 멈추고 다시 내게 말했다.
“아니.”
“…….”
“그랬구나.”
그게 다야? 담백하기 짝이 없는 대호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런 내게 대호는 씩 웃었다.
“주현이가. 운이 안 좋았네.”
“…….”
그는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운이 좋지 않았다고. 내 다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 단순한 말은…….
“…….”
묘했다. 내가 모르고 저지른 잘못에 대해 잘잘못도 무엇도 물어보지 않고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기는 그 말이. 우습지만 내겐 좀 위로가 되었다. 대호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그랬다. 그렇다고 내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카펫 바닥의 현란한 무늬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모님이, 내가 주현이 옆에 있으면 좋겠대. 이렇게 된 거……. 옆에서 좀 돌봐 주면 좋겠다고 하더라.”
엄마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잠시 망설임이 있었다.
이런 게,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혈육의 연이라는 걸까.
“뭐,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지만……. 사실, 너한테 연락했던 것도. 들어 보니 동생이 하는 알바 좀 이상해 보여서 그만두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전화했어. 근데 정작 내 몸 상하고 돈 나올 데 없으니까……. 사람이 간사한 게, 그러겠다고 말이 나오더라고.”
“…….”
“가연이 생각해서라도 그러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 나름대로 고생은 하더라도 남들만큼은 해 준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것도 다 착각이고…….”
내 한탄에 그는 다시 눈가를 찡그리며 잘생긴 얼굴에 굴곡을 더했다.
“……너.”
“좀, 부족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을 너무 쉽게 봤나 봐.”
“정말, 그렇게……. 여기서 살고 싶어?”
대호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카펫 바닥을 보던 시선을 올려서 대호를 바라보자 그 까만 눈은 복잡한 심정을 담은 사람마냥 일렁였다. 비굴해 보이겠지. 애 알바 그만두면 좋겠다고 꼿꼿하게 말했던 나는 어디로 가고 준다는 돈에 쪽도 못 쓰는 이딴 태도라니. 나는 이제 억지웃음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메마른 입으로 누구도 알지 못할 비밀을 털었다. 상자에 남은 희망 하나도 없는 채로.
“있잖아. 여기 사모님, 내 친엄마야.”
입에서 엄마, 라는 말이 어색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혀끝에서 똑 떨어지지 못하고 그저 어른 어른거렸다. 그러자 대호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가하, 너희 친, 엄마라고?”
“그때, 막 힘들 때……. 나 버리고 갔으면서, 새 남편한테 잃어버린 자기 자식 찾았다고 막……. 그랬다는 거야. 그래서 같이 살자고 하더라.”
그녀의 새로운 남편에게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미리 선수를 친 건, 행동력 하나는 참 빠르다고 해야 할지. 나는 말하면 말할수록 눈이 젖어드는 것만 같았다. 대호는 양복자락을 사륵사륵 뒤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너도 그걸 원하는 건 아니잖아.”
“근데……. 동생에겐 그게 더 나을 거 같다.”
그저 작은 죄책감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엄마가 말하고 간 현실적인 말들이 내 머리를 콕콕 쪼아대었다.
돈, 미래. 어차피 나는 큰 미래도 희망도 없이 그저, 그저 이렇게 살아갈 것을 알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고 싶었다. 뺨이 뜨거운 눈물로 젖어가기 시작했다.
“가연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난 괜찮아.”
어차피 운이 없는 인생이라면, 동생 몫의 불행이라도 막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주현이도…….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면, 내가……. 책임 져야지.”
그 애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몰라도, 내 엄마 밑에서 그렇게 울고, 떨던 애의 잔상이 눈 녹듯이 사라지지 못했다. 오히려,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내 다리가 좀 멀쩡했더라면 어떻게든 그걸 막아 봤을까?’
그걸 보니, 엄마의,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더 어려웠다. 손으로 눈물을 훑고 있는 참에 내 손에 마른 천이 쥐어졌다. 대호가 입은 양복처럼 비슷한 감색의 색을 가진 부드러운 손수건이었다.
“그러다 피부 벗겨진다.”
그는 가만히 있는 내 뺨을 그 손수건으로 살살, 쓸었다. 그 다정한 손길에 못내 참은 눈물이 다시 터졌다. 그가 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눈물을 닦아 주었다.
“가족들 때문에 네가 다시……. 괴로워하는 거, 나는 보기 싫어.”
대호의 부드러운 말에는 작은 괴로움이 묻어 있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애가, 가연이가 바라는 모든 것을 다 충족 시켜 줄 수 있냐고 물어보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현이를 괴롭히는 엄마를 두고, 갈 수도 없었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손수건이 닦아 주는 손길을 피해서 물먹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이번엔…….”
대호와 마주쳤던 시선도 돌렸다.
“운이……. 좋기를 바라야지.”
그는 살짝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말했다.
“있지……. 아니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마는 듯 머리에 올려둔 손으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머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후회가 되었다. 나 힘들다고, 친구에게 괜한 말 꺼낸 셈이다. 내가 뒤늦은 후회로 멍청한 스스로를 탓하는 동안 그는 내 손에 손수건을 쥐어 주고 손목의 시계를 보더니 의자에서 일어섰다. 대호가 도로 가져가지 않은 손수건을 나는 다시 대호에게 건넸다.
“이거……. 가져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나를 향해 슬슬 다가왔다.
“나보다는……. 네가 더 필요한 거 같다. 울고 싶을 때 써.”
“…….”
그 조용한 마음 씀씀이에 미안하기도 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가려는 듯 일어난 그가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가려고?”
내 말에 대호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 해서.”
“바쁜데, 괜히 걱정시켰나 보다.”
“아니. 내가 오고 싶었어.”
“……고맙다, 대호야.”
그는 우뚝 서서 나를 바라보다가 내게 손을 뻗었다. 잘 손질된 손톱을 가진 커다란 손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 손이 작게 떨렸다.
“가하야.”
“……응.”
“만약에……. 아주 만약에.”
대호는 무언가 말하지 못한 미련을 잔뜩 묻은 얼굴로 그는 눈을 껌뻑였다.
“동생이고, 엄마고, 그 새끼고, 다 상관없고. 그냥…….”
내 뺨을 쥔 그 따뜻한 손을 내가 잡자 그가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이 집에서 나가고 싶으면. 내가, 너 데리러 올게.”
“…….”
“……저번에 말한 내 소원, 지금 쓸게.”
“……대호야.”
내 말에 그는 천천히 몸을 굽혔다. 그림자가 지는 얼굴 앞으로,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에 살짝 닿고 떨어졌다. 누가 봐도, 애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중한 몸짓에 나는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 애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
“너 괴롭히는 거, 아무것도 없게 해 줄게.”
그 애와의 키스는, 짧았지만 장고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씁쓸한 맛이 났다.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내심 바라고 있어서 씁쓸한. 내 손이 쥐고 있는 손수건 위로 작고 뜨거운 물기가 툭, 젖었다.
내 것은 아니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키스에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미닫이 문 쪽에서 툭,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나도, 그리고 내 곁에 왔던 대호도 고개가 돌아갔다.
“……주현아.”
실내용 슬리퍼는 어디다 두었는지 맨발 차림의 주현이가 반쯤 열린 방문 앞에 서 있었다. 햇빛 하나 보지 못한 게 분명해 보이는 하얀 발등 위로 푸른 정원의 붉은 흙이 언뜻언뜻 물들어 있는 게 시선을 유난히 잡았다. 급하게 달려온 게 역력한 그 지저분한 발치에 하얗고 노란 색으로 곱게 만개한, 들꽃의 다발이 처참하게 우수수 흩어져 있었다. 주현이는 떨어뜨린 꽃 무더기를 줍지 않고 그저 그 시퍼런 눈빛으로 나와 대호를 바라보았다.
“…….”
그 꽃의 잔해 사이에서 가만히 서서 아무 말도 없이, 배신을 당한 사람처럼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요란스럽게 뒤집었다. 나와, 대호가…….
“……대호야.”
입을 맞추는 것을, 보았겠지.
“응.”
대호 또한 갑자기 들이 닥친 주현이의 행동에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애써 주현이의 시선을 피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야트막한 열기를 띤 눈빛을 바로는 마주보지 못하고 그 애의 발간 귓가만 바라보며 애꿎은 침대의 시트만 꼭꼭 잡았다.
“……이제 가는 게 좋겠다. 고마웠어, 오늘.”
나는 그렇게 말하고, 대호는 침대 맡에서 서서 나를 아픈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는 내 거절에 개의치 않는지 작게 후, 웃었다. 아니, 오히려 예상했다는 눈치를 보여서 나를 더 당황하게 했다.
“놀랐다면……. 미안해.”
그 담담한 사과가 그 애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내 입술이 열에 덴 것 마냥 아파 왔다. 마치, 그 애의 마음이 그런 것 마냥.
“어…… 응. 그…….”
나는 그의 행동과 주현이의 시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당황스러움을 뒤로하고 내 은밀한 시선이 그가 꼭 쥐고 있는 주먹부터 해서 그 입술까지 올라갈 무렵, 그는 한숨처럼 마지막 말을 뱉었다.
“또 올게.”
“……대호야.”
내 부름에 그는 작게 웃었다.
“홍삼, 박 비서한테 전했으니까 잘 챙겨 먹고.”
그 애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섰다. 나는 그저 손으로 입에 오른 열을 가라앉혀 보려고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바깥 복도에서 점점 멀어지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과 함께 내 귓가에는 고동소리가 같이 쿵쿵 울리면서 내 뇌를 사정없이 쳐 내리고 있었다. 그게 피부 아래로, 내 혈관 아래로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조용한 방안에는 커다랗게 두근 두근대는 내 심장 소리만 가득하게 들렸다. 뜨뜻한 얼굴은 굳이 거울로 확인하지 않아도 빨개져 있을 게 분명했다.
오랜만에 만났던 친구가 말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그 고백 같은 행동으로 물에 색깔을 풀어 넣듯이 사르륵 떠올랐다.
그 투박한 손마디로 내 뺨을 소중하게 쓸어 주던 것, 나를 그 까만 눈으로 곧게 바라보던 것, 젖은 숨결로 내 피부를…….
나는 몸을 마비시키는 그 기억에 눈을 꾹 감았다. 그런 침묵 속의 소음도 잠시 날카로운 말이 방을 두드렸다.
“……좋았어?”
시린 파란 눈의 아이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가 주현이에게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 애의 흙 묻은 발이 결 좋게 짜인 카펫 위로 빠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안 그래도 커다란 덩치의 애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아래, 카펫 위로 흙먼지와 발밑에 들러붙어 있었던 들꽃들이 더욱 짓밟힌 채로 자욱을 남겼다.
“주현아. 그,”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려는 틈에, 그 애가 내 위로 가볍게 올라타더니 내 정수리를 뜯을 기세로 그 솥뚜껑 같은 손으로 확 쥐어잡았다. 순식간이었다. 그 애의 하얀 얼굴이 눈앞에 닿을 듯이 가까워지고 입술이 터질 듯이 짓뭉개지도록 부딪혀 오는 게.
그 행위가 키스라는 것도, 그 애의 혀가 내 입 안을 잡아먹을 듯이 야만스럽게 뜯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뒤늦게 알았다. 마치 내가 가진 숨을 다 앗아가겠다는 듯이 꼼짝도 못하게 어깨를 침대 위에 고정시키고 집요하게 입술을 씹어대는 탓에 입안이 터졌는지 혀뿌리에서 짭짤한 쇠 맛이 났다.
“헉, 헉……. 왜, 왜 그래. 그러지 마. 응?”
내가 갑작스러운 주현이의 행동에 당황하며 뒤늦게 그 애의 어깨를 손으로 밀어내자, 주현이는 순순히 밀리면서 거칠게 부닥치던 입을 물렸다. 두피가 얼얼하도록 붙잡힌 머리가 풀리고, 나는 그 사이에 주현이가 삼켜 버려서 미처 쉬지 못한 숨을 급하게 몰아쉬었다.
“왜?”
나지막하게 대답하는 주현이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어눌하고 포근하지 않았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인 것 마냥 시리고 날이 벼려져 있었다. 주현이는 내 배 위에 가볍게 앉아서 몸을 겹쳐오듯이 기대 왔고, 슬며시 닿아 오는 배 위로 묵직하고도 뜨거운 무게가 느껴졌다. 불편하게 배를 쿡쿡 찔러 오는 주현이의 바지 앞섬은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내가 왜?”
“그……. 야, 우린 남자고…….”
누가 봐도 흥분한 기색에 나는 시트를 움켜쥔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이게…….’
이러는 게 옳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주현이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그 새끼는 여자라서 키스해도 되나 보지?”
“……뭐?”
유창하게 욕설을 하는 주현이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낄 무렵, 그 애는 수그렸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여전히 내 배 위에서 앉은 채로, 팔을 교차하여 니트를 한 번에 벗어 올리고 카펫 위로 휙 던졌다. 잘 짜인 근육은 그 애의 거침없는 움직임을 따라 같이 맥동했다. 순식간에 여실히 드러난 상체에 나는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건 마치…….’
주현이는 한쪽 입 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제가 입고 있는 면바지의 버클을 툭툭, 풀었다. 그 아래에 있는 내 배 위로도 그 움직임을 잔잔히 느낄 수 있었다. 짤랑이는 금속 소리와 함께 잔뜩 부풀은 앞섬이 선연하게 드러나는 모습에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주현이는 그런 나를 보고 웃었다.
“……왜, 겁나? 그러게 감당도 못할 거, 왜 받아주고 그래. 나 열 받게.”
주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버클을 풀다 말고 잔뜩 흐트러진 제 곱슬진 머리를 시원스레 쓸어 올렸다. 푸른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불만이 가득한 얼굴은 지독하게…….
“아껴 두었다가 먹으려고 했지만, 뭐. 됐어. 길들이면서 차차 예뻐해 줄게.”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 자락을 슬슬 끌어올리는 손짓에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가 여자 친구도, 뭣도 없었다지만 지금은 이 상황은 누가 봐도…….
“하, 하지마. 주현아.”
내가 몸을 거칠게 비틀어대자 천장 위에 매달려 있는 깁스 고정기가 요란하게 쾅쾅 부딪혔다. 그만큼, 나는 이 상황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런 요란한 소리도 이 커다란 집을 공허하게 울릴 뿐이였다. 급격하게 변해 버린 분위기의 온도가 그제야 실감이 된 나는 주현이가 말한 것처럼 덜컥 겁이 났다.
“내려와 응? 우리 말 좀, 해. 말 좀 하자.”
“안 해.”
내가 팔로 주현이의 팔을 잡고서 말려 보는데도, 그는 여전히 내 배 위에서 묵직하게 앉은 채로, 뜨거운 샅을 내 배 위에 얹은 채로 가만히 내 복부를 쓰다듬으며 여유롭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안 해. 말로 해도 못 알아듣는 우리 가하는. 몸으로 알려 줄게.”
“…….”
“그게 가이드의 역할이야. 우리 귀여운 에스퍼가 다른 새끼랑 붙어먹지 않도록 하는 거.”
당연하게, 당당하게 말하는 그 태도에 도리어 내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주현이라고?’
나는 평소 모습과 다른 주현이의 모습에 괴리감이 점점 더 커져 갔다. 충격에 젖은 나를 두고 주현이는 내 티셔츠 자락을 올리다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거칠게 올려서 죽, 찢어 버렸다. 투드득 하고 천이 찢는 소리가 내 귀를 아프게 찢어 발겼다. 안 그래도 저물어가는 날로 휑한 방 안의 공기와 마주한 맨 살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걸 내려다보던 주현이가 큭큭 웃으며 내 배 위를 그 커다란 손으로 천천히 쓸어 올렸다.
“예뻐……. 병신 흉내 내면서 20년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어.”
“윽!”
가슴의 정점을 희롱하듯이 집요하게 어루만지는 손길에 나는 몸이 파득파득 떨렸다.
“우리 가하가 내 마음도 모르고 도망치는 바람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몸이 달아올랐는지 모를 거야.”
그 생경한 감각에 내가 몸을 웅크리자 주현이가 제 붉은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나는 여전히 이상한 소리를 하는 주현의 손길을 쳐내었다.
“그만, 그만 해. 장난이 심해, 주현아.”
그러자 주현이가 내 유두를 툭툭 건드리다 말고 뼈마디가 볼록 튀어나온 쇄골을 살살 쓸어 올리면서 차례로 내 목을, 턱을 찬찬히 쓸었다. 마치,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듯이.
“응, 알았어. 우리 여보야. 그래서 이제 장난 그만 하려고.”
씩 웃는 웃음과 함께, 입술이 다시 부딪히면서, 뜨겁고 커다란 열기를 가진 무언가가 우리 사이의 간격을 메워 주었다.
“그, 그게 무슨……. 윽!”
찡그린 눈 사이로 붉은 빛을 띠는 무언가가 우리 주위를 감돌았다. 그 불안한 빛 무리에 내가 피해 보려 얼굴을 돌리려고 해도, 내 뒷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주현이의 손에 결국 나는 그 열기를 속절없이 삼키고 말았다. 마치 독한 술을 삼킨 것처럼 목구멍부터 시작해서 가슴에 도달한 열기는 사방으로 천천히 퍼져 가며 나를 삼켰다. 침식해 가는 신경 사이로 번져 가는 이 열기는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열기였다.
그건 꺼지지도 않고, 지워지지도 않는 불이 남긴 화상같이 내 몸을 들뜨게 했다.
“하흐, 주, 주현아…….”
주현이는 호흡이 가빠지다 못해 온 몸에 퍼진 열기로 노곤하게 점점 힘이 풀려 가는 나를 두고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더 없이 사랑스럽다는 목소리로 내 볼에 입을 자잘하게 맞췄다.
“응. 나 여기 있어, 괜찮아. 이상한 거 아냐. 첫날밤이 너무 아프면, 할 때마다 우리 여보가 겁먹을 거 같아서 그래.”
그렇게 말하자마자 은근하게 퍼져 가던 열기가 아랫배부터 해서 하체를 정신없이 삼켜 갔다. 마치 무슨, 흥분제 같은 거라도 먹은 것 마냥 사타구니가 발씬거리며 다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나는 깁스 속 발가락마저도 오그라들게 하는 이 흥분을 어찌하지도 못하고 그나마 멀쩡한 발을 푹신한 침대 위로 문지르면서 떨쳐 보려 했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멈추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질투 작전 쓰는 건 좀 귀여운데, 다른 새끼랑 구르는 건 안 돼. 요즘은 내가, 인내심이 없거든.”
주현이는 내 턱 끝에 쪽쪽 입을 맞추면서 그 옆의 귓바퀴를 잘근잘근 물었다. 열로 홧홧하게 달은 살결에 자국이 남겨지는 중에, 내가 입고 있던 추리닝 바지 안으로 손이 침범해 들어왔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흥분으로 반쯤 서 있는 내 물건을 콱, 하고 움켜쥐는 강한 손길에 절로 헉 하는 숨이 토해졌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
그런 내게 주현이가 큭큭 웃으면서 기둥을 빠르게 훑었다. 그러자 이미 흐르고 있는 쿠퍼액이 마찰되며 쿨쩍쿨쩍 대는 특유의 소리와 함께 은근히 비린 내음이 더운 숨을 타고 흘렀다.
“벌써 이렇게 젖었네. 자주 안 해?”
방금까지만 해도 잔뜩 씹힌 얼얼한 귓가를 타고 주현이의 달콤한 목소리가 흐르며 내 자극을 더했다. 기둥을 감싸 쥐고 있는 주현이의 손이 예민한 선단 위를 엄지로 바득바득 쓸어내리는 자극에 나는 신음 말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 하윽, 으읏…….”
점점 축축해지는 손길의 감촉과 함께 빨라지는 소리는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타고 나를 순식간에 몰아세웠다. 주현이가, 내 선단 사이의 구멍을 꾹, 누를 때 쯤. 모여 있던 열기가 답답하게 막히면서 나를 안달나게 했다.
“아, 아, 아아…….”
“싸고 싶어?”
나는 달아오른 눈으로 주현이를 바라보며, 내 성기를 쥐고 있는 주현이의 손을 밀어 냈지만 그 큰 덩치만큼이나 힘이 센 터라, 쉬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저 느른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쉽게 가는데……. 처음이라 긴장했어? 괜찮아. 나도 처음이거든.”
응당 나가야 할 열기가 잔뜩 발기한 선단에 몰려서 아파 올 때에, 요도를 막고 있던 손마디가 사르르 비켰다. 그러자 잔뜩 모아진 열기가 가늘게 툭, 툭 위로 빠지면서 나오지 못해서 참고 있던 숨이 같이 터졌다. 반쯤 벗겨진 추리닝 바지 위로 끈적한 정액이 튀면서 짙게 젖어 갔다.
“하아, 하아…….”
사정의 탈력감으로 눈앞이 번쩍거리며 미처 고르지 못한 숨을 뒤늦게나마 쉬고 있는 동안, 주현이의 잠시 멈춘 손이 힘이 풀린 내 성기를 잡고 다시 은근하게 움직였다. 끈적하게 젖은 손길로 허벅지 사이의 연한 살 위를 쓸어 내던 손은 그 사이의 여린 틈을 덧그렸다. 어느 누구도, 만지지 않을 곳에 손끝으로 비비적대는 손길에 힘이 빠졌던 내 등이 다시 곧추섰다.
“우리 여보 구멍에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넣어줄게. 힘 빼.”
귓가에 닿는 속살거림은 여전히 푸른 열기를 띤 채였고, 젖은 눈 사이로 보이는 방 문 앞에는 땅거미가 젖어들고 있었다. 초저녁의 어슷함이 깔린 방 안은 어두침침했다. 그렇지만 내 위에 올라타서 바라보는 하얀 얼굴은 선명했다. 나는 비부 사이로 무언가가 들어오는 생경한 통증에 몸서리를 쳤다. 아까 내가 사정한 정액을 정성껏 치덕치덕 묻혀 둔 탓인지 젖은 손가락은 미끄러지듯이 그 좁은 틈을 파고들었다.
“아윽…….”
그런 내게 주현이가 다시 입을 맞췄다.
“괜찮아. 손가락 하나가지고 엄살은. 더 큰 것도 들어갈 건데.”
내 몸에 들어온 무언가는 주현이의 손가락인 모양이었다. 주현이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비부 안에 넣은 손가락을 이리 저리 놀리면서 안쪽을 꾹꾹 눌러대며 꼭 다물린 안쪽의 부피감을 늘려 갔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나는 그 이물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저린 손을 겨우 겨우 들어서 내 턱을 감싸 쥐고 있는 주현이의 손을 간신히 잡았다. 그러자 내 하체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내 얼굴을 향해서 뒤따라 왔다.
“왜. 더 넣어 줘?”
“……나, 나한테 왜…….”
왜 이러는 걸까.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주현이의 행동과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뒤쪽에서 찔러 오는 이물감과 이 방안을 울리는 찌걱대는 소리가 깨어날 수 없는 현실로 나를 다시 되돌리고 있었다.
“하아……. 우리 가하는, 너무 바보 같아서 걱정이야. 그래서 좋지만.”
내 말에 주현이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누가 보았더라면, 무슨 큰 고민이 있는 것처럼. 그 자연스러운 얼굴 움직임과 대답에 내가 눈도 깜빡이지 못하는 동안, 조금은 익숙해진 뒤쪽의 감각에 푹, 하고 무언가가 더욱 굵게 찔러 왔다.
“아, 아윽…….”
내가 늘어난 손가락 수에 통증을 느낄 무렵에 주현이가 내 몸을 제 품안에 껴안고 조곤조곤 속삭였다.
“우리 어른 되면 각인하기로 했잖아. 약속, 기억 안 나?”
습하게 젖은 목소리처럼, 내 엉덩이 사이로 몇 개인지도 모를 굵은 손가락들이 비벼지면서 척척 대는 자극적인 소리를 내었다. 어린애 장난과 같은 빈말을 두고 진지하게 말하는 주현이의 얼굴에 나는 열에 들뜬 신음을 내뱉었다.
“그으, 흐…….”
좁은 틈 사이로, 비벼지는 손가락이 안쪽의 무언가를 건드리자마자 둔부 위쪽 신경에 짜릿한 자극을 더했다.
“하윽!”
“아, 여긴가.”
주현이는 조금 안심한 어투와 편안한 얼굴과 달리 내 뒤에 넣은 손가락은 움직임을 급하게 놀렸다. 몸에 퍼져 있던 열기와 끈적한 액으로 젖는 감각에 오싹하던 살결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냐하면, 그 애의 손가락이 찌르는 그 안쪽의 부분이…….
“아, 아응, 으응……. 시, 싫어.”
내 아랫배 언저리를 사정없이 당겨대며 눈앞을 하얗게 번지게 했다. 그런 나를 두고 주현이가 작게 웃었다.
“아, 귀여워. 또 갔어. 봐봐.”
주현이는 질척하게 젖은 손가락들을 배 안쪽에서 꺼내면서 내 배 위에 흩뿌려진 하얀 정액을 그 기다란 손가락으로 훔쳤다. 손마디 사이사이로 정액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손가락을 나 보란 듯이 쪽 빨았다. 전에, 내 목덜미를 물고서 묻은 피를 핥던 것처럼. 붉은 혀끝이 손마디 끝에 진득한 침을 매달며 뱉었다.
“아직도 꽤 진하네.”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태도는 당기는 아랫배를 더욱이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내가 눈꼬리에 점점 고이는 눈물로 뿌옇게 변한 시야를 껌뻑거리며 애써 치우고 있는 동안 그 젖은 손길이 살짝 힘 빠진 내 성기를 또 가볍게 쥐었다.
“아으,”
“그 동안 많이 쌓였지? 미안해. 이제부터 밀린 거, 잔뜩 하자.”
애들이 마치 같이 놀자, 하고 말하는 것처럼 주현이는 풀어헤친 제 앞섬에 내 힘 빠진 손을 쥐어서 집어넣었다. 내가 뒤늦게나마 빼려고 해 봤으나 이미 그 애 손바닥 안이었다. 억지로 쥐어진 주현이의 성기는 반쯤 걸친 속옷 위로 흉흉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고운 분홍빛의 선단은, 색깔은 둘째 치고 무척 컸다. 그 흉기 같은 크기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내 시선에 따라 꺼떡거렸다. 마치 내 시선을 즐기는 듯, 내 손 안에서 살아있는 것 마냥 움찔 움찔거렸다.
“그거 알아? 가이딩 하면, 에스퍼 아픈 거 다 낫는다? 가하 발목. 내가 부러뜨렸으니까, 내가 치료해 줄게.”
푸른 안광이 초저녁 공기를 머금고 나를 향해 눈부시게 웃었다. 그 애는 등을 살짝 비틀어 천장에 걸린 내 깁스한 다리를 툭, 잡았다. 그러고는 내 두 다리를 상체 쪽으로 굽혔다. 그러자 허리가 접히면서 아까 전 희롱으로 젖은 다리 사이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앞선 손길로 발기한 내 성기만이 내 배 위를 쿡쿡 찔러대며 배 위에 액을 적셨다. 젖은 사타구니에 훅 들이차는 낯선 공기에 나는 차오르는 열기를 헤치고 마지막으로 주현이에게 애원했다.
“그만……. 그만해. 이러지 마. 응?”
주현이는 내 손에 다 쥐어지지도 않는 성기를 제 속옷에서 꺼내다 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 마냥 피식 웃었다.
“전처럼 실수할까 봐 겁나? 괜찮아. 이번에는 실수 안 할게. 그래도, 처음이니까……. 조금만 이해해 줘.”
그러고는 접힌 내 허벅지를 붙잡고, 내가 막아 보기도 전에 손으로도 움켜쥘 수 없던 물건을 푹, 찔러 넣었다.
“아흑!”
아까 전 손가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두께와 둘레가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틈 사이로 쑤셔졌다.
“안, 돼. 그, 그만해.”
그런 게. 어떻게 들어가. 나는 아까 보았던 크기를 생각하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그게 무색하도록 투둑, 하고 질긴 살이 찢어지며 내뱉는 내 비명에 주현이가 혀를 찼다.
“아……. 찢어졌네. 그래도, 하다 보면 나을 거야. 어차피 가이딩이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제 허리를 내 다리 사이로 훅 밀었다. 갑자기 차오르는 아랫배 사이의 묵직함과 생살이 찢기는 통증은 내 힘 빠진 다리를 버둥거리게 했다. 그러자 주현이가 제 성기를 억지로 밀어 넣던 것을 잠시 멈추고 내 다리를 꽉 붙잡았다.
“가만히 좀 있어. 움직이면 더 찢어져. 두 다리 다 꺾이고 싶어?”
“…….”
“신혼을 침대 위에서만 보내고 싶은 건 아니잖아.”
농담 같지 않은 그 섬뜩한 말에 내 몸이 굳었다. 그런 내게 주현이가 등을 굽히고 그 낯선 파란 눈을 닿을 듯이 가까이서 마주보았다.
“또, 또 겁먹었어. 우리 여보는 너무 겁이 많아서 탈이야. 무슨 말을 못하겠어.”
“아, 아으윽……. 제, 제발.”
그러고는 계속해서 제 물건을 내게 끊임없이 밀어 넣었다. 까슬한 음모가 홧홧한 엉덩이 살에 닿고, 목구멍까지 치솟을 것 같은 이물감이 내 안에 가득차고서야 그 삽입은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압박감에 토기가 치밀었다.
“흐, 흐흑, 흐……. 빼, 줘.”
내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폐부에 숨을 엇박으로 들이쉬고 있자 주현이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또, 또 운다. 그렇게 좋아?”
“흐으, 으……. 주, 현아. 부탁, 해.”
“너무 울지 마. 나 흥분되면 너만 힘들어.”
그 애가 말하며 덧붙인 해맑은 미소는, 전에 보던 순수한 시절과 닮아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과 행동은……. 전혀,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마따나 배 안쪽에 품은 이 흉기와 같은 성기는 움찔 움찔거리더니, 안 그래도 커다란 부피가 슬금슬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말, 더 흥분이 되는 사람 마냥…….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그, 감각에 내 울음은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러자 가까이 있었던 주현이의 입술이 내 젖은 눈꼬리를 핥았다. 말캉한 혀가 쓰라린 눈물을 훔쳐갔다.
“나도 잘 조절이 안 되네. 이해하지?”
“아, 아파. 윽. 빼, 줘 응? 너무 커. 흐윽, 으.”
“……일부러 그러는 거야, 가하?”
그러면서 내 허벅지를 벌리더니 허리를 살짝 뒤로 빼다가 빠르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퍽퍽 소리가 나게 부딪히면서. 가만히 눕혀져 있던 몸은 거친 허리 짓과 함께 침대 시트를 마구 구기며 사정없이 밀려나갔다. 성인 여럿이 누워도 남을 침대 위는 곧장 끝을 보이며 나를 어디 가지도 못하게 고정시켰다.
“아으, 그. 그만. 흐으. 주현, 아.”
아까 손가락이 들어올 때만 해도 이질감에 잔뜩 경직되어 있던 내벽은, 가이딩 이후로 주현이의 성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는 것 마냥 같이 따라서 울렁거렸다. 둘 사이에 이어진 틈으로 새어나오는 찐득찐득한 점액이 우리 샅에 철썩철썩 부딪힐 때마다 고통 가운데 기묘한 열기가 내 배 안쪽을 푹푹 찔러대었다. 이거, 이상해.
“시흐, 싫흐으, 어. 하으…….”
“윽, 후으…….”
그는 내 얼굴 위로 더운 숨을 뱉으며 빠르게 치대던 것을 멈추고 갑자기 뿌리를 넘어서 넣을 것처럼, 천천히 허리를 뭉그러뜨리듯이 진득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아까 주현이의 손가락이 건드렸던 묘한 지점을 단번에 건드렸다. 그 자극에 나는 참고 있던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 응. 이, 이상해. 기분, 하읏, 하아…….”
“하아, 여기구나.”
주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부분만을 거칠게 내리 쳐올렸다. 그 지점을 딱딱한 선단이 스칠 때마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 목 뒤로 싸한 쾌감이 넘실거렸다. 정말,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그 이상, 더 했다가는 배가, 터질 것…….
“아응, 하아으, 그, 그으…….만…….으응.”
“흐으, 처음이라 그런가 너무 조이는데.”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현이는 더욱 제 몸을 수그려서 나를 그 뜨거운 품 안에 가두고 허리를 바짝 대고서 쉴 새도 없이 쳐올렸다. 그 팔과 가슴팍이 만드는 감옥에 갇힌 내 몸은 더 이상 위쪽으로 밀리지도, 옆으로 도망치지도 못하고 구겨진 시트 위에서 가두어진 채로 그 묵직한 쾌감의 향연을 받아들였다. 신음을 내뱉는 입이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마냥 숨을 원했다. 주현이가 입으로 막으며 내 숨을 불어 넣었다. 잔뜩 얽혀서 쩝쩝대는 그 잇새로 차마 삼키지 못한 침과 신음이 새었다. 이건, 이상한데. 이상하게 기분이.
“응, 응. 안, 에……. 너무, 깊, 아응.”
“네 안, 내 좆 모양대로 만들어 가는 거, 느껴져?.”
그 선명한 쾌감을 따라 내 배 안쪽이 같이 요동쳤다. 주현이는 수그린 몸을, 땀이 젖은 상판을 내게 바짝 대고서 헉헉대는 숨을 귓바퀴에 쪼듯이 입 맞추며 속삭였다.
“조아, 아, 거기. 좋아, 응……. 흐으…… 읏!”
“그런데 어떻게 그만해. 이렇게 좋아 죽는데.”
그가 즐겁게 웃을수록 그 진동이 내 배 안쪽으로 전달되어 왔다. 그러다 흥분에 겨운지 내 귀를 깨물었다. 신음을 연신 터뜨리는 나를 가두고 있는 탄탄한 가슴 근육은 단단히 나를 고정시켰고, 주현이가 쳐올리는 움직임에 따라 발기한 상태의 내 성기가 이따금씩 꺼떡일 뿐이었다.
얼마나 그랬을까. 찢긴 살에서 오는 따끔한 통증도 멎어갈 무렵, 끝이 오는 것인지 배 안쪽에 쳐올려지는 주현이의 성기가 점점 부피가 더해가며 내 배를 헤집으며 더 파고들었다. 안 그래도 부피감이 더해져 숨이 막혔다.
“히이, 깊어. 하으, 너무으, 응.”
그러면서도 내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쾌감에 묻혀서, 그 애의 품 안에서 신음을 내뱉는 수밖에 없었다. 주현이가 땀이 배여 있는 커다란 손으로 내 아랫배를 슥 쓸었다. 그러자 잔뜩 흥분해서 부풀어 오르는 성기가 뱃가죽을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꽉 찬 내벽을 찔렀다.
“……이걸 기다렸어.”
“아흑!”
“이제 내 곁에 있어.”
주현이는 아직 분명히 딱지가 달라붙어 있을 목덜미를 콱, 물었다. 그 통증과 동시에 배 안쪽으로 뜨뜻한 무언가가, 후드득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애의 성기만으로도 빠듯했던, 내벽을 감당도 못할 만큼 터뜨릴 것처럼…….
“영원히.”
내가 아직도 나오지 못하는 쾌감의 파도 아래서 허우적대는 동안, 주현이는 내 안에서 성기를 빼지 않고 내 등 뒤에 누워서 나를 꼭 안았다. 방금 물어 버리는 바람에 딱지가 터져 버렸을 그 목덜미 상처를 자잘하게 입 맞추는 주현이가 어딘가 신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즘은 속도위반 결혼이 유행이래. 반지는 다음 주에 맞추러 갈까?”
“……흐, 으, 으응. 싫…….”
나는 이제 그 애의 이상한 말에 대꾸할 힘도 없었다. 고통과 쾌감으로 쉴 새 없이 나온 눈물이 말라붙은 뺨이 쓰라릴 뿐이었다.
‘이런 게, 각인……. 이라고?’
그저, 손만 잡고, 가벼운 입맞춤 같은 것으로만 배웠던 각인. 그 각인이 내 몸 구석구석에 빈 곳 하나 없이 빼곡하게 채워 가는 것을 보던 주현이가 제 얼굴을 내 뺨에 비볐다. 기분 좋은, 무언가가 있을 때마다 하는 행동이 이제는 소름끼쳤다.
“아직은 우리 애기 없이 우리 둘만 오붓하게 지내고 싶어. 우리 너무 길게 떨어져 있었잖아. 그래도 애기 만드는 연습은 해 볼까?”
그 애는 곧장 내 등 뒤에서 몸을 살짝 일으키면서 다시 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힘없이 누워 있는 내 양 겨드랑이 사이에 제 두 손을 넣고서 나를 안아 올렸다.
“지금은 좀 말랐지만 애기 가져서 살짝, 커지면 예쁠 것 같아.”
그는 어린 시절에나 말하던, 그 말도 안 되는 부부 놀이에 심취한 것인지 내 가슴팍을 싱그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따뜻한 숨결이 닿으면서 가슴팍의 정점이 예민하게 뭉쳤다.
“바짝 섰네. 맛있어 보여.”
나를 억지로 일으킨 그는 제 허벅지 위로 나를 앉히고 내 가슴에 그 붉은 입술을 대었다. 앞선 흥분들로 딱딱해진 유두가 뜨겁고 말랑한 혓바닥에 감싸이자마자 힘이 풀린 허벅지가 파득, 떨렸다. 그런 내 반응에 그는 내 등을 쓸어내리면서 물고 있는 젖꼭지를 쪽쪽 소리가 나도록 빨아대었다. 부드럽게 감싸 올리기도 하고, 살짝 깨물어 보기도 하면서.
“흐으, 그만, 해. 하읏.”
그 와중에 다른 유두를 그 커다란 손으로 잔뜩 주무르며, 양쪽 가슴에 야릇한 감각을 더했다. 연속된 사정으로 인해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제대로 서지 못하는 몸을 그 애의 품에 기대서, 속절없이 그 쾌감에 당하고만 있었다.
“아읏, 아파. 흐아, 깨물지 마아…….”
내 신음을 듣던 그가 빨고 있던 유두에서 입을 떼고 푸흐, 웃었다. 붉은 혀가 반질반질한 입술을 핥아 올렸다.
“쩝, 손도 안 탔는데 왜 이렇게 예민할까. 아, 근데 계속 만져 주면 젖이 커진대. 그건 좀 기대되네.”
“시, 싫어. 흐으. 커지는 거.”
“가하는 거짓말이 서툴러. 안쪽은 좋다고 조이는데.”
“아으, 흐응. 주혀, 아. 하으. 하지, 마. 으응.”
주현이는 내 허리를 제 한쪽 팔로 들어서 나를 안은 자세를 살짝 고치더니 손으로 만지고 있던 반대쪽 젖꼭지를 사정없이 빨아대면서 허릿짓을 시작했다. 따뜻했던 입안에서 나와서 침에 젖은 유두는 실내의 공기를 마주하며 아랫배에 긴장을 더했다. 앞선 사정으로 달아오른 비부와 안쪽에 고인 정액이 비벼지며 찔꺽대는 소리와 함께 쾌감이 내 허리를 떨리게 했다. 받고 싶지 싫어도 느낄 수밖에 없는 감각이었다.
“좀 참아봐. 우리 애기가 젖 빨아도 이렇게 세울 거야?”
“배, 에 으응, 읏, 커. 그마, 해애. 흐.”
“예쁜 말만 골라 하네.”
주현이가 입에 유두를 머금은 채로 웃었다. 그 웃음이 만들어내는 작은 진동마저 참을 수 없는 쾌감을 만들어 내었다. 열기에 잠식되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할 때 그가 다시 한 번 사정했다.
“하아.”
계속 넣고 있을 것 같던 그가 성기를 빼자 그 크기만큼 벌려진 비부 사이로 축축한 흔적이 허벅지 뒤로 흘러내리다 시트 위로 스르륵, 고였다. 그가 그걸 손으로 훔쳐서 내 입에 넣었다. 비릿한 맛이 혓바닥에 풍겼다. 구역질이 나는데, 구역질을 할 힘도 없었다.
“꼭 차게 넣어 줬는데 칠칠맞게 흘리기는. 더 먹고 싶어? 더 줄까?”
그는 작게 큭큭 대며 제 성기 위에 내 손을 턱, 얹었다. 방금 사정했던 커다란 성기는 내 손이 오자마자 움찔거리면서 크기를 꼿꼿하게 발기했다. 그게, 괴물 같았다.
“손, 움직여 봐.”
나는 거기에다 대고, 뭐라 할 힘도 없었다. 그렇다고 움직이기도 싫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것을 두고, 주현이가 내 손목을 잡고 알아서 슥슥 움직였다. 손 안에서 주현이의 젖은 살결이 잔뜩 비벼졌다. 손바닥 아래로 그의 성기 주변에 흥분으로 인해서 흉측하게 잔뜩 도드라진 핏줄이 느껴졌다. 그에 비해 고운 분홍빛을 띠는 성기에 거친 내 손끝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 상황만큼이나.
“우리 가하는, 이렇게 알려 줘야 아나?”
그는 내 유두를 계속해서, 갈증이 해갈되지 못한 사람처럼 빨아대었다. 바짝 뭉친 가슴은 그가 핥아내는 침으로 번들대다 못해 껍질이 벗겨져서 쓰라렸다. 그걸 게걸스럽게 쩝쩝대는 소리, 뜨거운 성기를 억지로 문지르는 내 손, 어디 가지도 못하고 맞대고 있는 알몸의 살결,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비린 내음…….
다, 이상했다. 그는 이제 좀 만족이 되는지, 내 가슴을 목덜미를 물었던 것처럼, 콱, 물었다. 고통으로 벌떡 뛰는 심장 위로 잇자국이 새겨졌다.
“흐…….”
“난 원래 제일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거든. 근데, 이렇게 먼저 먹는 것도 나쁘진 않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다시 구겨진 침대 시트 위로 찬찬히 눕혔다. 억지로 범한 것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친절이었다. 그는 찢기다 못해 체액들로 엉망진창이 되었을 내 아래쪽을 보며 관계하는 내내 환하게 웃던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처음이라서 너무 무리했나. 잘 다물어지지가 않네. 다 샜다. 다시 새지 않게 채워 줄게.”
“하윽, 아니. 으응, 아니. 빼. 그만. 그만해. 부탁이야…….”
몇 번인지도 까먹을 정도로 내 뒤에 잔뜩 사정하는 바람에 더욱 진득하게 느껴지는 그의 정액이 뚝뚝 새어나오는 내 구멍에, 다시 넣어도 적응이 되지 않을 그 커다란 성기가 푹, 들어왔다.
“부끄러워서 그래? 내 앞에서는 괜찮아. 가하 배부르도록 넣어 줄게.”
잠시, 편안했던 배 안이 다시 터질 듯이 가득 찼다. 오히려……. 아까전보다 더 큰 것도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내 목구멍으로 나올 것 같은 그 커다란 성기의 부피감에 토기가 치밀었다. 그는 눈물이 줄줄 흐르는 내 눈에 입을 맞추고 다시 부풀어 오른 내 배 위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가하 너 때문에 첫날부터 애 배겠어.”
“아읏, 히으. 응. 아, 읏! 안…… 돼.”
그렇게 긴 밤은 다시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