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학기 동안 나와 그 애는 학교 곳곳에서 마주칠 일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 애를 발견한 것이다. 그 애가 같이 다니는 친구들과 얘기하며 지나가는 것을 내가 몰래 보고 있었으니까. 그날 급식소 줄을 섰던 날처럼, 도서관의 서가 너머 너머로 확연히 들리는 그 이질적인 언어, 정원의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그 애의 웃음소리. 미술실 창문 너머로 스치는 그 애의 파란 눈……. 불행하게도 그 순간에 어디 한 번 제대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와중에 나는 그 애가 내심 나를 찾아주기를 바라면서도, 끝에 가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에 서운함이 있었다.
사실 그 애의 주변에 있는 애들이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하는 나인데.
내 초라한 등급을 말해 줄까 겁이 나서 비겁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인데.
그럼에도 나는 그 열길 우물보다도 깊고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에 몸서리치면서, 가을 낙엽을 보내버렸다.
그날은 유난히 추웠고, 애들은 모두들 천장에 설치된 히터의 바람에 취해서 꾸벅꾸벅 졸곤 했다. 나는 그 시끌벅적한 반보다 다수의 침묵이 서린 고요함이 오히려 신경 쓰여서, 바람 좀 쐴 겸 교실을 나섰다. 기름칠이 잘 먹힌 교실의 미닫이문은 미끄러지도록 열리면서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입고 왔던 교복 코트를 우리 반 구석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 둔 채로 나와서 그런가 바깥은 좀 쌀쌀했다. 내가 부는 입김을 따라서 투명한 솜사탕이 부풀어 오르다가 바로 녹아버리고를 반복했다. 지나가다가 보면 나를 보면 미친 애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앙상한 나무의 가지들 틈바구니로 흐린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발걸음 소리가 났다. 내가 그 소리에 고개를 다시 내리자,
“——!”
그 애가 있었다.
그 애와 눈이 마주쳤고, 그 애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게 나는 조금 반가웠고 내심 기대되었다.
왠지, 그 애의 반응이, 나를 아는 것 같아서.
나만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자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가만히 서 있는 내 입에서는 입김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그 애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 다가오는 것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미 그 애와 마주친 것만으로도 내 신발에 감싸인 발가락은, 그때와 같은 오묘한 간질거림으로 오므라들고 있었다.
“가하, 가하.”
나는 내 얼굴이 어떤 표정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애가 나를 마주보면서 웃고. 내게로 다가와서 팔을 뻗으며 나를 꼭 안았으니까.
“——? 가하?”
하나도, 그 무엇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하나도 상관없었다. 그저, 우리 엄마도 잘 해 주지 않는 그 포옹이 따뜻했을 뿐.
계속, 계속 안겨 있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우리 둘 위로 그 해 눈이 처음 내렸다. 흩날리는 눈은 작고 작아서 우리가 입은 감색의 교복 위로 잠시 하얀색을 뽐내다가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졌다. 나는 안겨 있는 채로 그 애의 이름을 되뇌어 보였다.
그것만이 나와 그 애가 알고 있는 공통적인 단어였다.
‘주현.’
“주현.”
그러자 나를 안고 있던 팔이 조금 더 죄어들었다. 내 코끝에 바짝 다가오는 그 애의 교복에서는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있었다.
‘주현. 주현이 냄새.’
그것 또한 좋았다고 하면 조금 이상할까.
아무래도 좋았다. 추운 겨울, 나를 알아 준 그 애가 더없이 반갑고 따뜻했다.
우리는 그렇게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던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며,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게 다른 애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는 나쁜 쪽으로, 그 애는 좋은 쪽으로 눈에 띄었으니까.
“야, 유가하.”
결국 올게 왔다. 그게 참을 수 없게 못마땅한 애들이 우리가 누워서 책을 보던 정원 근처에 설치된 나무 테이블에 왔다. 우선 반장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응.”
나는 책을 보다 말고 몸을 일으켜서 반장을 바라보았다. 내 옆에 있던 그 애도 보던 책을 덮었다. 그러자 반장은 조금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손가락질 했다.
“너, D인 주제에 감히 누구랑 어울리는 거야?”
“그래. 넌 쓸모도 없는 에스퍼잖아.”
“맞아, 맞아.”
“…….”
그게 영 틀린 말은 아니라서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조금 울컥했다.
‘내가 쓸모없다고 해서 너네에게 피해 준 것은 없잖아.’
그 와중에 갑자기 대호가 끼어들었다. 놀랍게도, 험악한 애들 중에 유일하게 나와 친한 대호도 있었다.
“야, 반장. 무슨 말을 그딴 식으로 해, 너?”
“대호, 너도……. 이씨.”
반장은 조금 억울한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대호는 반장의 말을 듣지도 않고 내 팔을 잡았다.
“가하야, 거기 있지 말고 우리 반 애들이랑 같이 놀아.”
“싫은데…….”
“왜? 넌 우리 반이잖아.”
그건 대호만의 생각이다. 실제로 대호 뒤에 있는 애들의 눈은 전혀 나를 반기지 않고 있었다. 첫날 이 학교를 왔던 날처럼…….
나는, 근본 없는 졸부 집 아들에 거짓말쟁이 엄마를 둔 최하 등급의 에스퍼니까.
그러니 나와 어울려 봤자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득이 될게 없었다. 반 애들의 말에 의하면. 혹은 애들에게 말해 준 부모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 우리 둘을 보고 주현이가 대호가 잡지 않은 내 팔을 잡고 이끌었다.
바깥에 있어서 서늘함이 깃든 내 팔을 잡은 그 애의 손은 나랑 같이 밖에 있었는데도 여전히 따끈했다.
“——,——.”
“——,———.”
“——!”
“———,——!”
대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주현이에게 대꾸했다. 별로 좋은 내용은 아닌 거 같았다. 내 사이로 점점 둘의 목소리가 커졌으니까. 나는 그게 조금 꺼려졌다. 나야 어차피, 그리고 진짜로 이곳에 속하는 애가 아니니까 어떤 소리를 들어도 딱히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 애는 아니었다.
아니,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했다. 괜히 내가 그들이 수군대는 소문의 애라는 것을 알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혹시라도 다른 애들이 그 애에게 말할까 봐 대호에게 걸어갔다.
“대호야, 알았어. 미안해. 내가 반으로 갈게. 그러니까 걔한테……. 걔한테 말, 하지 마.”
그러지마.
나는 못내 아쉬워서 그 말만은 아주 작게 말했다. 내 부탁이 끝나자마자 대호는 보란 듯이 그 애에게 말했다.
“———.”
그러자 그 애가 잡았던 내 팔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 대신 대호가 내 팔을 강하게 잡고 가느라 나는 그 애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보지 못했다. 아니, 내가 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심, 실망한 표정을 본다면 그게 더 속상하게 남을 것 같아서. 그랬다.
나는 그냥, 그 애에게 가하로 남고 싶었다. D가 아니라.
그 후로 나는 감시의 눈을 부라리는 반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정답게 말하는 사람 하나 없이 창문을 보면서 남은 학기를 보냈다.
창문가로 내리는 눈은 추워질수록 크기를 더해 가며 하얗게 세상을 덮어 버렸다. 마치 내가 그 애를 마음 한 구석에 묻어 버린 것처럼.
‘주현이 보고 싶다.’
길고 긴 겨울 방학은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빠는 회사 송년회와 더불어 이어지는 신년회로 집을 비우기 바빴고, 배가 남산 만하게 부른 엄마도 몸이 불편한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약속이 수두룩해서 얼굴 맞대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엄마는 등급이 높은 SS급 가이드였기 때문에 참석하는 모임이 많다고 들었다.
집에서도 혼자 남은 나는 아줌마와 끼니마다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고, 아주머니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TV에서 해 주는 만화영화를 보고, 그러다 심심해지면 오늘 먹고 본 것으로 방학숙제인 그림일기를 그렸다.
달력의 날짜는 하루하루 넘어가고 아주머니가 사 온 조촐한 생크림 케이크를 사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자 새해가 다가와 있었다. 그래 봤자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줌마가 거실 TV에서 보는 ‘제야의 종소리’ 때 커진 볼륨 소리에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았을 뿐이다.
시시한 마무리이자 시작이었다.
그렇게 또 지루한 나날은 반복되고 설날이 왔다. 아주머니는 고향에 잠시 내려가겠다며 무척 미안한 얼굴로 곰탕을 끓여 놓고 갔다. 식사 때 마다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된다고 알려 주면서 잔뜩 지은 밥도 냉장고에 얼려 두고 갔다. 집에서 유일한 말동무였던 아줌마마저도 자리를 비운 집은 조용했다. 부엌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기름진 냄새만이 아줌마가 있었다는 흔적을 알려 주었다.
나는 저녁식사 시간이 가기 전에 아줌마가 챙겨 준 밥을 먹었다. 하얗게 우러나온 곰탕의 뽀얀 국물을 넘길 때마다 몸 안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한 내리 3일을 곰탕과 밥, 냉장고 안의 반찬으로 끼니를 때웠다. 마지막 남은 곰탕 국물을 먹을 때에는 곰탕이 데우고 데워서 꽤 진하게 변해 있었다. 국물 한 술을 뜨니 진한 기름 냄새에 위장이 요동쳤다.
“욱,”
나는 화장실로 가서 그동안 먹은 것들을 다 게워냈다. 희뿌연 국물 사이로 퉁퉁 불은 밥알이 마치 벌레의 알처럼 징그럽기가 짝이 없었다.
빈자리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허했다. 밥 먹을 기운도, 식욕도 빠져 소파에 누워 있는 동안에 아주머니가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도어 록을 누르며 집에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반갑게 나를 부르다가 이윽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보고 손에 든 짐을 내팽개치며 헐레벌떡 다가왔다.
“가하야, 아줌마……. 에그! 왜 그러고 있어? 어디 아파?”
“속이 안 좋아서요…….”
“가하 손이 차네…….”
신물이 물씬 나는 목구멍 사이로 나오는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슬픈 표정을 했다. 조금은 미안한 듯, 불쌍하다는 듯, 나를 어루만지는 손길은 마치 할머니나, 동화에나 볼 법한 어미 새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뻐꾸기 새끼를 대신 키워 주는, 그런 착한 어미 새.
그날 이후로 아주머니는 하루 이상 집을 비우지 않았고, 나는 집에 있으면 온종일 그녀의 손길을 독점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가끔씩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리운 눈빛을 하곤 했다.
그 애와는 조금 다르게, 따뜻한 빛을 내는 다갈색의 눈.
내가 가만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 그녀는 쓸쓸하게 읊조렸다.
“닮았네……. 우리 가하.”
“누구요?”
“으응, 아줌마 자식이랑.”
그 말에 나는 은근히, 헛된 상상을 했다. 사실은 아줌마가 내 진짜 엄마고, 지금의 내 엄마는 나를 어디선가 데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허무맹랑한 상상.
어쩌면 그걸 나는 은연중에 바랐던 것일 수도 있다. 그녀가 주는 손길이 좋아서, 나를 바라보는 눈이 따뜻해서. 어느 날 내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이야기를 고백하고 나를 이 낯선 집에서 데려가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바람.
그렇지만 나중에야 아줌마가 말하길, 나는 폐렴으로 죽은 당신의 어린 딸을 닮았다고 했다. 나는 남자이니, 폐렴으로 죽은 줄 알았던, 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오갈 데 없는 나를 지금의 부모님이 입양시킨 것은 아니냐는 상상의 여지도 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줌마의 자식이 되고픈 마음을 접었다.
* * *
녹지 않을 것 같던 눈은 녹고, 파릇한 봄 새싹이 빠끔 나왔다.
나는 키가 조금 자라서 발목이 살짝 시린 춘추복을 입고 아빠의 차를 나섰다.
바야흐로 3학년이 되는 날이었다.
나는 배정받은 [3-3]으로 갔다. 반 쯤 차 있는 교실 안에는 익숙한 얼굴도 몇몇 보였고, 모르는 얼굴도 제법 보였다. 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책상들 중에서 비어 있던 맨 끝의 창가 쪽에 앉았다. 그나마 말을 걸어 주던 대호도 다른 반으로 가 버린 이상 나에게 다가올 사람은 없다. 그런 나의 심심함을 채워 주는 것은 창밖의 나무와 하늘을 보기 좋은 자리었다. 아직은 휑한 모습을 지닌 바깥 정원과 지나다니는 애들을 보고 있는 와중에 내 옆에 책걸상이 끼익 대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작년에 같이 2학년을 다닌 아이라면, 내가 기피 대상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아니면 나처럼 드물게 전학을 온 아이인가, 하고 나는 창문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직 찾아오지 않은 푸른 하늘을 머금은 눈이 있었다.
“가하,”
그 애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더 몸집이 커진 그 애.
나는 예기치 못한 만남에 멍청하니 그 눈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애의 눈꼬리가 접혀지며 조금 더 명확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가하, 안녕.”
반가움이 역력한 그 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버버거렸다.
“너……. 왜 여기 있어?”
아차, 주현이는 한국어를 못하는데. 나는 짧아진 춘추복 마이의 소매에 달린 금색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아는 영어를 총 동원해 보려 했다.
“와이……와이……. 유?”
그런 내 노력을 알아 주는 것인지, 주현이의 입에서는 더듬더듬, 어눌한 말이 나왔다.
“가하. 나, 한국어 배워. 오늘.”
“오늘?”
“응.”
그 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일 때마다 접힌 눈꼬리 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이 언뜻언뜻 보이다 사라지고 그랬다. 그렇구나. 거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반가운 얼굴이 반갑게 나를 보고 있어서. 붉은 입술이 내 이름을 불러서……. 그냥, 기분이 좋았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이미 한국어 잘하는 것 같다고, 아니면 내가 가르쳐 준다고 할까. 그렇지만 나는 받아쓰기 잘 못하는데. 들뜬 마음과 다르게 자신이 없어진 내가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동안 선생님이 교실 앞문을 밀어서 열고 들어왔다.
“여러분, 오늘부터 3학년 3반의 담임선생님을 맡은…….”
2학년 담임이었던 중년의 여자 교사보다 젊어 보이는 남자 교사는 또박또박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래서 우리 반 모두가 서로 잘 어울리고 한 해를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포부를 반을 둘러보며 말한 그는 이윽고 나와 그 애가 있는 맨 끝 창가 자리로 시선을 멈췄다.
“아, 그리고 우리 반에는 이번에 새로운 친구가 들어왔어요. 아마 오다가다 봤을 수도 있는데, 귀국 자녀반 친구예요. 이름은 송주현. 스웨덴에서 살다 와서 모르는 것도 많고 서툰 것도 많을 테지만 우리 3반 친구들은…….”
담임의 말에 나는 그제야 그 애의 이름을 완벽히 알 수 있었다.
주현, 송주현.
어딘가 나긋한 느낌의 이름은 그 애와 잘 어울렸다. 나는 이미 녹아 버리고 없어진 이름의 맛을 다시 기억하며 입 안에서 계속 굴려 보았다.
‘주현, 송주현…….’
담임은 그 애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프린트 된 시간표를 나눠 주고 반을 나갔다. 담임이 나가자마자 당연하게도 애들은 그 애의 주변에 와르르 몰려들었다. 극성맞은 반응이었지만 그게 이해가 됐다. 당장에 나 같아도, 가만히 앉아 있지만 온 몸의 신경이 그 애를 향해서 있었으니까.
“주현아, 나 너 운동장에서 본 적 있는데. 반가워.”
“나 너 대호네 생일 파티에서 봤어.”
“나도.”
“송주현, 근데 너 왜 스웨덴에서 살았어? 거긴 어디 있어?”
“나 스웨덴 가 본 적 없는데.”
“난 가 봤는데.”
애들이 그렇게 말하다가 옆자리에 있는 내가 영 거슬렸는지 한 마디씩 더했다.
“주현아, 내가 자리 바꿔 줄까? 여기는 별로야.”
“맞아.”
“가하는 거짓말쟁이야. 같이 놀면 안 돼.”
“가하 D야. 같이 있으면 너도…….”
그때, 어눌하지만 또렷한 대답이 더 이상 웃음기가 없어진 입술에서 나왔다.
“싫어.”
그러자 애들이 당황한 듯 말을 멈췄다. 그 애는 내 손을 잡았다.
“나, 가하. 함께.”
“…….”
“나, 가이드. 가하, 에스퍼. 카르마. 같이.”
잡고 있는 그 손은 유난히 따뜻했다.
‘가이드?’
나는 생소한 단어에 그 애를 바라보았다. 그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지 애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
“주현아, 너 가이드야?”
“나, 가이드.”
그 애는 가이드인 모양이었다.
“SSS.”
그것도 아주, 높은 등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