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록 거짓된 운명이라 할지라도 Ⅰ(6) (6/11)
  • 비록 거짓된 운명이라 할지라도 Ⅰ(6)

    “나쁜 짓을 한 아이한테는 벌을 줘야겠지?”

    알렉의 귓가에 레너드의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무엇이 ‘나쁜 짓’인지 알렉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미즈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던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

    하지만 어째서? 알렉은 레너드가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레너드는 알렉의 손에서 수화기를 빼앗아 가더니 경직된 자세로 서 있는 알렉을 안아 들었다.

    “레, 레너드…!”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제비꽃 색 눈동자는 레너드의 감정을 나타내듯 보라색이 섞인 남색으로 변해 있었다.

    ―무서워….

    알렉을 성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

    알렉은 겁에 질렸다.

    다른 사람이 화를 내면 늘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이건 그런 공포와는 달랐다.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머리 나쁘고 못생긴 데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알렉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화나게 만들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공포였다.

    레너드가 없어지면 이제 아무도 없다.

    구제불능인 알렉을 좋아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레너드뿐이었다.

    그런 사람을 이렇게 화나게 하다니….

    알렉을 안아 든 레너드는 침실로 향했다.

    아직 어두운 침실로 들어가 굳어 있는 알렉을 침대 위로 던지듯 내려놓았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겁먹은 알렉의 겉옷을 레너드가 말없이 벗기기 시작했다.

    “미안해… 미안해…. 레너드….”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다는 두려움에 알렉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눈물은 순식간에 커다란 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떨어졌다.

    레너드가 어째서 화를 내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지만 레너드가 화를 낸다면 알렉은 이제 ‘나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안 할 거니까, 화내지 마.

    “미안…해…. 화, 화내지 마…. 화내지 말아줘… 레너드….”

    “화난 거 아니야, 알렉. 나의 귀여운 알렉한테 화낼 리 없지. 그냥 조금, 벌을 주려는 것뿐이야. 나쁜 짓을 한 아이한테는 벌을 줘야 하는 거잖아?”

    레너드는 알렉이 좋아하는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손바닥으로 알렉의 뺨을 감쌌다. 따뜻한 손바닥이 애무하듯 쓰다듬자 알렉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레너드는 웃고 있는데도 웃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무서웠다.

    ―분명히 화가 나 있어….

    알렉은 훌쩍거리면서 미소를 지은 레너드를 올려다보았다.

    용서를 구하듯 팔을 뻗었지만, 레너드는 그 손목을 잡아 침대 위로 눌러버렸다.

    “벌을 줄 거라고 했지?”

    알렉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레너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레너드가 하는 것은 알렉에 대한 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화나게 만들어버린 것은 틀림없었다.

    레너드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

    나쁜 아이라며 버림받고 싶지 않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알렉은 몸의 힘을 풀었다.

    ―벌… 그러니까….

    눈물을 흘리면서 묶인 것처럼 양팔을 침대 위에 붙이고 알렉은 레너드에게 매달리기를 포기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니까. 이것은, 벌이니까.

    코를 훌쩍거리면서 알렉은 알몸이 되어가는 동안 얌전히 누워 있었다.

    “착한 아이네.”

    레너드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다정하게 알렉을 쓰다듬었다.

    이걸로 된 거야, 하고 알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착한 일을 하면 레너드가 상냥하게 대해준다.

    다음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레너드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채 알렉은 그저 단 한 사람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천천히 자신을 어루만지는 레너드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읏… 으응!”

    벌써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삽입에 알렉은 신음을 흘렸다. 연거푸 밀려드는 쾌락 때문에 머릿속이 멍했다.

    그러나 아직 레너드는 알렉이 매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인형처럼 침대에 누워 레너드의 욕망만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자신이 레너드의 인형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정도 뭣도 없는 그저 욕망의 배설구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런 비참한 기분으로 가득 찬 알렉은 신음하며 눈물을 흘렸다.

    ―레너드를 좋아해. 레너드만 좋아해….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한 주문을 마음속으로 열심히 되뇌었다.

    알렉에게는 레너드밖에 없었다.

    부모님에게까지 무시당해 온 알렉을 사랑하고 귀여워해 준 사람은 레너드뿐이었다.

    레너드에게 버림받으면 알렉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미즈키나 윌도 소중했다.

    그러나 절대로 레너드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왜냐면 분명…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

    그렇게 지독한 짓을 한 알렉이지만 미즈키는 무척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알렉은 그 다정함을 믿고 싶었지만 아직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었다면 틀림없이 용서할 수 없었을 테니까….

    알렉 자신도 본인을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알렉을 누가 좋아해 줄까? 친구가 되어 줄까?

    마지막 순간에, 그런 의심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레너드는 달랐다.

    레너드는 어떤 알렉이든 사랑해주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어릴 때부터 레너드뿐이었다. 부모도 주지 않았던 조건 없는 애정을 레너드만이 아낌없이 주었던 것이다.

    알렉을 좋아해 준 사람은 그 외에 아무도 없었다.

    만일 그 단 한 명의 사람에게 미움받는다면 알렉은 살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레너드가 없으면 숨조차 쉴 수가 없을 것이다.

    “미안…해… 아앗.”

    쾌락에 넋이 나간 채 알렉은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사과의 말을 흘렸다.

    허리를 움찔움찔 떨면서 몇 번이나 사과했다.

    알렉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깊은 곳에서 레너드의 수컷이 알렉의 부드러운 주름을 쓸어내렸다.

    “하윽… 앗.”

    오싹한 쾌감이 기어 올라오자 알렉은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레너드는 알렉을 용서할 마음이 아직 없는 듯 보였다.

    “어떻게 할까.”

    조금 딱딱한 말투에 알렉은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레너드가 흥건하게 젖어서 꿈틀거리는 알렉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성기에 직접 자극이 가해지자 날카로운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알렉은 비명을 질렀다.

    “앗… 아아앗!”

    알렉의 입에서 경련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성기를 감싸 쥔 순간, 부르르 떨린 내벽이 레너드의 수컷을 꽉 조였다.

    그와 동시에 짜릿한 전율이 알렉의 온몸으로 퍼져갔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곳은 단순한 배설 기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레너드의 단단한 것으로 가득 채워져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벽이 한계까지 벌어져 뿌리 끝까지 레너드를 삼키는 것이 너무나 기분 좋았다.

    뒤쪽이 온통 찌릿찌릿 떨렸다.

    “아, 아, 아… 싫어….”

    지나친 쾌락으로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알렉의 허리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음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자신을, 레너드가 냉정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집어삼킬 듯이 조여든 내벽에서 레너드의 맥동이 전해져 왔다. 두근두근 튀어 오르는 뜨거운 맥박은 레너드도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직 알렉의 몸속이 기분 좋은 것이다.

    욕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심한 알렉. 멍청한 알렉.

    그런 알렉에게 전해지는 레너드의 욕정―.

    알렉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추한 자신을 안고 있는 레너드를 바라보려고 했다.

    사랑스럽고, 안타깝고, 괴로웠다.

    그렇지만 안경이 벗겨진 시야에는 레너드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칠 뿐이었다.

    “용서해줘… 레너드….”

    알렉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만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잘 보이도록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레너드를 사랑하고 있다.

    레너드가 싫다고 생각하는 일은 이제 두 번 다시,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흐릿한 시야 속에서 레너드가 허리를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알렉을 몰아붙이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아, 아, 아…아앗, 흐읏.”

    알렉의 성기를 훑으며 뒤쪽도 강하게 쳐올렸다.

    그러자 레너드의 정액을 몇 번이나 받아낸 안쪽 입구는 부끄러울 정도로 젖어서 음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음탕하고 천박한 소리였다.

    이것이 벌이라고 한다면 안타깝고 괴롭지만 너무나 감미로운 형벌이었다.

    “아, 아응… 앗, 흐으…읏.”

    레너드가 격하게 내벽을 파고들수록 도달할 지경에 이른 알렉의 성기를 레너드가 강하게 움켜쥐었다.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었다.

    달콤한 고통에 흐느끼는 알렉의 내벽을 레너드의 수컷이 더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치댔다.

    “싫어… 아, 앗… 아, 아흑… 레너…드… 싫어….”

    출구가 막혀버린 성기.

    다른 한 손이 알렉의 뺨을 감싼다.

    알렉은 온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레너드가 처음에 명령한 대로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인형처럼 레너드에게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절대로 매달리지 않았다.

    그런 형태의 행위는 사랑이 아니라, 욕망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달콤한 고통 너머에서 레너드의 사랑을 느꼈다.

    사랑받고 있으니까 감미로운 벌인 것이다.

    “읏, 아앗….”

    뿌리를 움켜쥔 손이 성기 끝을 슬슬 어루만지자 새된 비명을 지르며 알렉의 허리가 크게 튀어 올랐다.

    그대로 허리의 움직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음란한 춤을 추는 알렉을 바라보는 레너드의 눈빛은 뜨거웠다.

    ―창피…해….

    음란한 자신은 얼마나 보기 흉할까.

    하지만 그만둘 수가 없다. 지나친 쾌락이 알렉에게서 이성을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아…아… 흐윽… 읏, 하앗… 아아.”

    알렉은 울면서 꼴사납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꼴사납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알렉의 허리 놀림에 따라 뒤쪽에 담고 있는 뜨거운 것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몸 안을 가득 채운 레너드의 것을 알렉의 음란한 내벽이 꽉 물고 조여댔다.

    그 움직임을 레너드도 느끼고―.

    창피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으읏…!”

    어느새 움직이지 않고 있는 수컷이 알렉의 음란한 허리 놀림에 맞춰 천천히 커지는 것을 알렉은 황홀하게 느끼고 있었다.

    ―내 안에서… 느끼고 있어….

    숨을 몰아쉬면서 열심히 몸을 꿈틀거리자, 레너드가 알렉을 몇 번이나 쓰다듬어 주었다.

    “레너드… 레너…드, 아, 아…아앗.”

    “착하지 알렉. 기분 좋아?”

    레너드가 빤히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느낀 몸이 다시 달아올랐다.

    레너드의 손이 성기 끝을 스윽 어루만지자 이슬이 맺히더니 기둥을 타고 흘러내렸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말이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기분… 좋아….”

    알렉에게는 레너드뿐. 레너드가 없어지면 알렉은 죽어버린다.

    “레너드… 좋아해….”

    알렉의 초록색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레너드 외에 아무도 필요 없었다.

    “좋아해. 내 안에서… 더 느껴줘… 레너드… 아, 앗, 흐읏!”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금까지 멈춰 있던 레너드가 힘차게 내벽을 가르고 들어왔다.

    그 순간, 허리가 부르르 떨렸다.

    녹아내릴 듯한 쾌감이 레너드를 삼키고 있는 허리에 퍼졌다.

    두 눈이 벌어지며 알렉의 온몸이 떨렸다.

    사정한 것은 아니었다.

    알렉의 앞쪽은 여전히 레너드의 손에 잡혀 있었다.

    사정과는 다른 쾌락이 뇌수까지 닿아 알렉은 천천히 길게 몸을 흔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알렉은 레너드가 명령한 대로 두 팔을 침대에 붙인 채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매달리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도달했을 때처럼 뻐금거리는 뒤쪽 입구를 레너드가 천천히 찔러 올렸다.

    머리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착하구나, 알렉. 만약 내가 앞으로 평생 나를 만지지 말라고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 거야?”

    “참을… 거야…, 으읏….”

    “내가 이렇게 잡고 있지 않고 스스로 막고 있으라고 해도?”

    “할… 거야…, 흣.”

    알렉은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성기를 잡았다.

    녹아내릴 것만 같고 당장에라도 이슬이 줄줄 흘러내릴 것 같았지만 그래도 참았다.

    그것이 레너드가 바라는 일인 것이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스스로 자신의 성기를 쥔 모습은 얼마나 추해 보일까.

    자신도 미즈키나 에릭처럼 아름다운 소년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윤기 없는 푸석푸석한 머리칼도, 주근깨로 가득한 얼굴도 추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꼴사납게 보인다고 해도 레너드가 명령한다면 알렉은 어떤 부끄러운 짓이든 할 것이다.

    레너드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용서받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이다.

    천천히 내벽을 가르고 들어오는 달콤한 고통을 알렉은 흐느끼면서 자신의 성기를 잡아 누르고 견뎠다.

    가고 싶다. 가버리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전부 레너드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한다.

    레너드가 알렉의 전부였다. 그 이상의 것 따위, 없었다.

    끊길 듯 말 듯, 알렉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소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레너드가… 원하는 만큼… 해…. 난… 레너드가 참으라고 하면… 언제까지든… 참을 거야.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용서해줘…, 흑… 화내지… 말아줘… 읏, 으응.”

    두 손으로 앞을 꽉 움켜쥐고 알렉은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아무리 애원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화내지 마…, 으읏.”

    레너드가 허리를 짧게 밀어붙이자 도달해버릴 것 같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가면 안 돼…. 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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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알렉은 경련이 일어난 목으로 간신히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래도 레너드가 명령한 대로 성기를 움켜쥔 손의 힘을 늦추지는 않았다. 점점 몸의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죽을 거야, 죽어버리고 말 거야.

    ―아아,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렇게나 깊이 레너드를 느끼면서 죽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제대로 숨도 쉴 수 없는 쾌감 속에서 알렉은 결국 의식을 놓쳐 버렸다.

    정신을 잃기 직전, 겨우 레너드가 말을 걸었다.

    “…바보구나.”

    “아….”

    레너드의 중얼거림에 다시 눈물이 넘쳤다.

    다정하고 애정이 담긴 따스한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눈물로 흐려진 눈으로 알렉은 레너드를 올려다보았다.

    안경이 없는 데다 눈물이 가득한 탓도 있어서 그 모습은 부옇게 번져 있었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알렉은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너드가 성기를 움켜쥔 손가락을 살며시 떼어냈다.

    “레너…드….”

    용서해 주는 걸까?

    속삭임은 굉장히 달콤했다.

    “화난 거 아니야.”

    “…아.”

    쪽, 하고 입을 맞춘다.

    ―키스… 레너드의….

    그대로 입술이 서로 스칠 만한 거리에서 레너드가 알렉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잘생긴 그 얼굴이 보여서 알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너드는 어딘가 아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화나지 않았어. 그냥….”

    “그냥? …앗, 아앗.”

    이제야 이유를 가르쳐주는 것이 기뻐서 알렉은 레너드의 뒷말을 가볍게 졸랐다.

    그러나 레너드가 몸을 쓰다듬으면서 허리를 천천히 돌리는 바람에 교성이 터져 나왔다.

    마개가 사라진 성기에서는 끊임없이 이슬이 흘러내렸다.

    손대지 않았는데 이대로 도달해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전에 레너드가 꽉 끌어안았다.

    애절한 고백에 알렉은 숨을 삼켰다.

    “―처음 생긴 친구에게 너를 빼앗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어. …부탁이야, 알렉. 나한테 말도 없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거나 하지 말아줘. 너에게 친구가 생긴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인데도 널 빼앗길 것만 같아서 두려워. …이대로 쭉, 나만의 알렉으로 있어 주면 좋을 텐데.”

    “레너드… 아앗.”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레너드의 허리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날 꼭 안아줘, 알렉.”

    “아, 아…응, 으읏.”

    허락이 떨어지자 알렉은 레너드의 등을 팔로 감았다.

    몸 안 깊숙한 곳을 휘젓는 쾌감에 섞여 당혹감이 솟아올랐다.

    ―레너드가 불안해? 그런 바보 같은…!

    그렇지만 놀라움은 점차 환희로 바뀌었다.

    그 레너드가 알렉에게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니!

    “약속해줘.”

    허리를 거칠게 밀어붙이면서 레너드가 속삭이자 알렉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몰래 누구와도 연락을 취하지 않겠다고. 전화도, 편지도. 전부 나한테 얘기하고 나서 하겠다고.”

    “약속…할게. 레너드에게만… 전부… 읏, 아아앗.”

    격렬한 율동에 흔들리며 알렉은 레너드에게 매달렸다.

    ―그런 약속이라면 얼마든지…!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레너드가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흠뻑 젖은 성기에서 더욱 뜨거운 이슬이 떨어졌다.

    “알렉… 하아앗!”

    알렉의 이름을 부르며 레너드의 것이 가장 깊은 곳을 찌른 순간, 알렉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결국 도달했다.

    몸 안쪽에 레너드의 뜨거운 정액이 쏟아졌다.

    “읏, 아…―읏!”

    머릿속에서 불꽃이 터졌다.

    온몸이 쾌락의 덩어리가 되어 레너드와 하나가 되고 있었다.

    전에 없던 격렬한 일체감이었다.

    “크읏… 알렉…!”

    “하으… 하…아….”

    알렉은 등을 한껏 젖히고 물어뜯을 듯한 레너드의 입맞춤을 받으면서 의식을 잃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감이 알렉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여보세요, 미즈키? …응, 여러 가지로 일이 좀 있어서…. 딱히 꼭 전화하겠다고 약속한 건 아니었잖아…. 지금은 친한 형 집에 있어…. 뭐? 런던이야. 그러니까 방학 중에는 너희 집에 놀러 못 가…. 응…응… 어쩔 수 없잖아. 나한테도 사정이라는 게…. …응. 그럼.”

    퉁명스럽게 내뱉고 알렉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거실 소파 옆에는 레너드가 앉아있었다.

    시선을 들자 레너드가 웃음을 참는 것처럼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내 앞에선 그렇게 어리광 피우면서 친구한테는 아주 남자다운걸.”

    놀려대는 말에 알렉의 뺨이 새빨개졌다.

    “그렇지만….”

    레너드는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미즈키는 다르다.

    시작이 시작이었던 만큼 레너드처럼 대할 수는 없었다.

    자꾸만 오기를 부리게 된다.

    수줍어하며 알렉은 살짝 레너드의 옷자락을 잡았다.

    “레너드는… 특별하니까.”

    “특별? 뭐가?”

    레너드가 다정하게 뺨을 꼬집었다.

    알렉은 눈을 들어 올려 레너드를 올려다보았다.

    애정이 듬뿍 담긴 레너드의 눈빛에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제 절대로, 화나게 하고 싶지 않다.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무서운 경험은 이제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알렉은 소중한 연인에게 말했다.

    “특별히…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야. 레너드만.”

    그러니까, 화내지 말아줘.

    알렉은 매달리듯이 레너드에게 안겼다.

    쓴웃음 짓는 기척이 들리고 레너드가 알렉을 감싸 안은 채 살며시 등을 쓰다듬었다.

    “나도 그래. 너만이, 나한테 ‘특별’해.”

    머리카락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애정이 가득 담긴 다정한 키스였다.

    얼굴을 들자, 이번에는 입술에 키스를 받았다.

    어릴 때처럼 스치기만 하는 가벼운 키스가 아니었다.

    혀로 혀를 휘감는 어른의 키스였다.

    달콤하고, 조금은 음란한 그 입맞춤을 레너드가 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계속 키스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으음… 후.”

    “알렉.”

    키스 사이사이 몇 번이나 레너드가 이름을 부르자, 알렉의 머릿속이 점점 몽롱해졌다.

    사랑스러운 듯이 속삭이는 목소리.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끝없이 이어지는 입맞춤에 알렉은 레너드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분이었다.

    “음음… 으음, …아.”

    마지막으로 쪽, 하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키스가 끝났다.

    입술이 떨어지자 알렉은 넋을 잃고 너무나 좋아하는 연인을 올려보았다.

    가족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자신을 어릴 때부터 사랑해준 사람이 지금은 연인이 되었다.

    자신은 얼마나 행복한 인간일까.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것은 너무나 멋진 운명이다.

    레너드와 이렇게 된 것을 알렉은 운명이라고 느꼈다.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숙명인 것이다.

    “―레너드, 너무 좋아.”

    “나도. 사랑해, 귀여운 알렉.”

    쪽, 쪽, 하고 온 얼굴에 키스의 비가 쏟아졌다.

    레너드가 그대로 알렉을 소파에 눕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내 거야.”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속삭였다.

    “응, 전부 레너드 거야.”

    알렉이 그렇게 대답하자 순간 레너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 알렉. 분명 그렇게 될 거야.”

    “분명?”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은 전부 레너드의 것인데.

    뇌리에 떠오른 의문은 레너드의 애무에 눈 녹듯 녹아내렸다.

    그것이, 빈틈없이 펼쳐진 거미줄이라는 것도 모른 채―.

    * * *

    눈을 감고 달콤한 숨을 내쉬는 알렉을 보고 레너드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다음에는 시간을 들여서 더 신중하게 독을 주입해야겠다.

    ―너를 좋아하게 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친구든 뭐든, 레너드 이외의 그 누구도 알렉의 옆에 있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

    갓난아기였던 알렉이 처음으로 레너드에게 웃어 준 그때부터, 알렉은 레너드의 것이었다.

    알렉의 마음속에 설령 아주 조금이라 할지라도, 레너드 이외에는 아무도 머물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도 형제도 용납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친구 따위에게 허락할 수 있을까.

    ‘너는 내 것이 되기 위해 태어난 거야.’

    그 말에 털끝만큼의 거짓도 없었다.

    세인트 올즈리 후작 부부와 형제들을 멀어지게 만든 것처럼 ‘친구’라는 인간들도 전부 떼어낼 것이다.

    ―왜냐면 너는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랑스러운 반려이니까.

    ‘친구’의 거짓을 그 귀에 속삭이면 알렉은 또 얼마나 울게 될까? 귀여운 알렉의 우는 얼굴을 상상하자 레너드의 욕정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살짝 솟아오른 허리의 열기를 밀어붙이자 달콤한 신음을 흘리는 알렉을 레너드는 황홀하게 내려다보았다.

    “…올해 여름은 계속, 나와 함께 있을 거지?”

    “응…. 아무도 안 만날 거야, 아, 읏.”

    “그렇구나, 그렇게 하는 게 낫겠어. 미즈키가 정말로 알렉을 용서해 준 건지, 모르는 일이니까.”

    “…응?”

    불안한 표정이 된 알렉을 레너드는 사랑스러운 듯 끌어안았다.

    “알렉이 걱정되는 것뿐이야.”

    한층 더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레너드의 가슴에 뺨을 묻으면서 알렉이 중얼거렸다.

    “미즈키는 역시 나한테 화가 났겠지…. 내가… 심한 짓도 잔뜩 했는데….”

    “어쩔 수 없어, 알렉.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한 일이잖아. 미즈키도 분명 이해해 줄 거야. 하지만 나도 조금은 걱정이 돼….”

    염려스러운 듯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알렉이 풀이 죽어서 올려다보자 레너드는 알렉을 지키려는 것처럼 팔을 둘러 감싸 안았다.

    “괜찮아, 알렉. 내가 있잖아.”

    “…응.”

    어리광을 부리며 가슴에 매달리는 알렉의 머리칼에 레너드는 만족스러운 듯 입을 맞췄다.

    “괜찮아, 미즈키는 화나지 않았을 거야.”

    말을 하면 할수록 알렉이 불안해진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해서 속삭였다. 겁을 먹고 다가오는 새끼 고양이에게서 교묘하게 옷을 벗겨내고 마음보다 육체에 깊은 기쁨을 가르친다.

    그래,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알렉은 레너드의 것이었다.

    레너드 이외에 다른 누구에게도 알렉의 마음이 기울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다정한 애무에 달콤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 알렉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레너드는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이건 운명이야, 알렉.

    비록 그것이 거짓된 운명이라 할지라도, 레너드의 손으로 거짓을 진짜로 만들어갈 것이다.

    누구도 방해하지 못한다. 품 안에 있는 못생기고 사랑스러운 소년에게 레너드는 키스와 애무로 소유의 증거를 남겼다.

    입술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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