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25/25)

<< 에필로그. 첫 번째 >>

“아직까지 돌아가지 않으셨습니까, 쥴리엣 공주님.”

“...흥! 겨우 알스의 왕자주제에 내게 간섭하지 말아요.”

콧대 높여 대답하는 공주에게 사리엘은 쌀쌀히 대답했다.

“언젠간 내 간섭에 감사할 일이 올 겁니다.”

“무슨소리! 폐하께서 돌아오시면...돌아오시기만 하면...”

“돌아오시면요?”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이 무례에 대해 보상받을 것이다, 꼭! 

폐하의 그 말도 안돼는 청혼취소에 대한 것도, 

이 건방진 알스의 왕자에 대한 벌도 

다 확실히 받아낼거야! 

분노가 가득 찬 공주를 바라보며 사리엘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루시아국의 공주쯤 되신다면 현 황제이신 

후안·루비젝트·알 폐하께서 

얼마나 냉정하고 비정한 정치를 하시는 분인지 아실 텐데요-.”

“알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분이 한순간의 감정 때문에 

저질러 버린 일을 후회하지 않을 리 없어. 

곧 제국으로 돌아와 내게 사과할거야. 

결코 나를 놓치지 않을거야.

아직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에 휩싸인 공주의 얼굴에 

딱함을 느끼며 사리엘은 말은 이었다.

“그럼 그 분이 그 냉정하고 비정함을 갖고 사랑에 빠지신다면?”

“...?!”

“자신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요인을 그냥 두실 분이 십니까, 

공주가 보는 황제폐하는?”

“!!!”

녹색의 눈동자가 너무도 차갑고 냉정해

공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그 순간 온 성에 커다란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제폐하와 알스의 반려님께서 귀환하셨습니다!”

마중나간 사리엘과 쥴리엣의 눈앞에 보인 건 네 사람이었다. 

후안과 슈엘, 로빈 그리고...

“오, 리엘! 혼자 고생이 많았겠구나, 녀석!”

-쥬엘이었다. 

비교적 가벼운 옷을 입은 그는 감기에 걸렸는지 코를 훌쩍이며 

사리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큰 형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하며 

사리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슈엘이었다. 

후안의 옆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슈엘을 향해 달려간 사리엘은 

꼬옥- 자신의 동생을 껴안았다. 

따뜻한 온기와 심장소리에 사리엘은 모든 걸 알아차렸다. 

그럴 줄 알았어. 

나의 슈가- 사랑을 이루지 못할 리 없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나의 동생이. 

자신을 반겨주는 형의 온기에 

미소 짓던 슈엘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앞에 있는 차가운 표정의 

대신들과 쥴리엣 공주 때문이었다. 

까만 눈동자가 불안함을 가득 내비취자 

후안이 슈엘의 옆으로 다가섰다. 

슈엘의 손을 꼬옥 잡으며 후안은 말했다.

“지금 황제는 누구요.”

“당연히! 후안·루비젝트·알님이십니다.”

가장 높은 관직의 대신이 한 발작 나서며 말했다.

“나는 분명 황제의 모든 권한을 포기한다 말했을 텐데.”

“폐하!! 폐하가 계시지 않으면 제국엔 큰 혼란이 옵니다. 

부디 말씀을 거둬주십시오!”

“좋다, 경들의 말을 받아들이겠다. 대신-”

“?!”

대신의 손에 들린 왕관을 받아들며 후안은 말했다.

“나의반려는 앞으로 하나뿐이다.”

후안의 눈짓만으로, 

아니 꼬옥 붙어있는 두 사람의 손만 봐도 그가 말하는 반려가 

누구인지 모를 사람은 없었다. 

경악된 표정으로 폐하!!를 외치는 대신을 향해 후안은 단호히 말했다.

“황제의 자리 때문에 그것이 반대되는 거라면 

이 왕관은 언제든 내려놓겠다.”

-그의 그 말에 반대할 자는 없었다. 

그는 후안·루비젝트·알. 

현재 제국엔 없어선 안 될 힘과 능력을 가진 황제였다. 

그리고 그가 한번 결심한 일은 

도로 굽히는 일이 없다는 걸 대신들은 알고 있었다.

- 타국의 공주까지도. 

그녀는 지금껏 하고자 했던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강대한 제국의 황제로 돌아온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일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오늘 후안과 슈엘의 저녁식사엔 

꽤 화려한 멤버가 함께 하게 되었다. 

로빈. 쥴리엣 공주...그리고 알스의 두 왕자인 쥬엘과 사리엘까지. 

일단은 귀빈들이 제국에 모인 기념으로 

대접하는 것이기도 했고 

후안 나름대로 쥴리엣 공주에 대한 사과식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 공주의 표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술수에 능한 그녀는 가식을 담아 미소를 띄긴 했지만 

그건 누가 봐도 억지스런 미소였다. 

그녀를 보며 쥬엘은 슈엘과 한참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니까- 이 계집애가 

너를 괴롭힌 콧대 높은 공주란 말이지?’

‘그...그게 아니라... 혀엉. 제발 아무 짓도 하지마.’

코를 훌쩍이며 쥬엘은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내가 이 먼 곳까지 온건! 

저 황제자식이 우리 슈를 잘 지키나를 

보기위해서기도 하지만 

바로 널 혼내주기 위해서였다. 이 건방진 여자야.

마침(사실은 쥬엘의 의도로) 쥴리엣 공주는

쥬엘의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 어색한 식사가 중간쯤 이어질 때 

쥬엘의 눈동자가 번뜩 빛났다. 

이때다! 

신호가 왔다!!!

“저, 그런데 쥴리엣 공주!”

“예?”

쥴리엣이 쥬엘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커다란- 소리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우에에~~~에이취~~~~!!!!!!!!!!!!!!!!”

“꺄아아아아아!!!!”

쥴리엣의 비명소리가 조용한 홀 가득 울려 퍼졌다. 

쥬엘의 입안에 있던 음식물과 함께 터져 나온 이물질들이 

쥴리엣의 얼굴과 몸에 질척히 뭍었다. 

로빈이 놀란 얼굴로, 그리고 사리엘과 슈엘이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이는 가운데 쥬엘은 씨익 웃었다.

“캬하하하,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이...이! 무례한!!!”

찰싹- 

그녀의 손이 쥬엘의 뺨을 가차 없이 향했다.

“그 여자는 마녀다, 슈!”

“형이 잘못한거잖아-.”

뜨거운 수건을 부어오른 얼굴에 대주며 

슈엘은 쥬엘을 흘낏 바라보았다. 

분해 죽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형의 얼굴은 

흡사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와 같았다. 

까만 눈 가득 투쟁심을 불태운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절대 굴복시키고 말겠어!!”

말릴 틈도 없이 방을 나가버리는 쥬엘을 보며

슈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뭘 굴복시키겠다는 거야.. 

하지만 슈엘로서는 오히려 쥬엘의 저 행동이 다행이었다. 

그녀에 대한 형의 유치한 복수 덕에 

쥴리엣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일은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신경 쓰지 않도록 저런 행동을 해주는 걸까...

“-절대 그럴 리 없어.”

옆에서 슈엘과 쥬엘을 빤히 바라보며 사리엘이었다.

“형은 결코 두 발작 앞을 보고 행동하진 않아.”

-천하의 바보 왕자니까. 

그 말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슈엘에게 사리엘은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잊었니, 슈?”

“응?”

“옛날부터 형은 성격 나쁘고... 예쁜 여자를 좋아했지.”

“... ....에에?”

“-그리고. 언제나 굴복시키기보단 

굴복 당하는 쪽이었고 말이야.”

벌어진 입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을 향해 

사리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 에필로그.두번째.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폐하께서 알스에서온 반려님께 푹 빠져서 

다른 반려는 들이지 않겠다고 선포하셨지!”

“흐음-.”

“뭐, 나쁘진 않아. 

여자에 빠져 나라를 망치는 것보단 

남자하나에 코꿰인 현명한 폐하가 훨~ 나으니까 말야.”

넉넉한 몸매의 그녀의 앞에 앉아있던 남자는 히죽 웃었다. 

이거이거, 로빈녀석만 운이 트인줄 알았더니 

형님께도 운이 트였구만. 

애도 못 낳는 남자를 유일한 반려로 정한다는데 

오히려 인심은 더 좋아졌단 말이지. 

꿀꺽- 하고 맥주를 틀이키며 남자는 말을 이었다.

“그럼, 마담. 하나만 더 물어볼게.”

흘낏- 남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톡-쏘며 말했다.

“손님, 한쪽 귀에 달랑 걸린 그 빨간 귀고리가 탐나는데. 

그거 주면 뭐든지 답해주지.”

“에이~ 이건 안돼! 소중한 거라서. 대신...”

찡긋- 하고 윙크를 하며 남자는 싱긋이 웃었다. 

“대답해주면, 마담을 행복하게 해 줄게.”

“헹?”

진짜로~ 라며 애교를 떠는 그의 모습에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두어 번의 헛기침을 날렸다. 

눈치 빠르게 그녀의 대답을 눈치 채며 남자는 물었다.

“혹시 근래에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아름다운 남자를 본적 있어?”

“남자?”

“응. 금빛 머리카락과 파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남자야.”

“... ....”

여주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글쎄. 근래에 그런 남자는 본적이 없는데. 다만...”

“다만?!!!”

확- 하고 순식간에 그녀의 바로 앞에 얼굴을 가까이 댄 

남자의 행동에 놀라며 그녀는 말했다.

“얼핏 들어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아. 

어떤 노인이 다 죽어가는 시체를 주어왔는데 

그게 무지막지하게 아름다운 남자라고 하던데... 

금발머리와 파란 눈동자인건 모르겠지만...”

“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얻었네!”

호쾌하게 웃으며 남자는 마담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두 눈이 커지는 그녀를 향해 그는 은화 한 닢을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어때, 이정도면- 행복해졌지?”

갑작스런 청년의-그것도 잘생긴-의 뽀뽀와 

맥주 한 컵의 가치라기엔 너무나 많은 은화 한 닢에 

어안이 벙벙해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린 건 남자가 사라진 후였다.

술집을 나온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봄의 햇빛에 왼쪽 귀에 걸린 붉은 루비의 귀고리가 반짝거렸다. 

아직은 쌀쌀한 봄바람에 붉은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럼 어디한번 찾아가 볼까?”

어디에 있던 당장 찾아내주지. 

그리고 꼭 말해주고야 말겠어.

[너, 나 좋아하지?! 이, 빌어먹을 멜 자식아!]

<< 에필로그.세번째 >>

달칵.

대저택의 주인인 로빈·레이크가 밤늦게 

문을 여는 것은 ‘당연한’일이었다.

아름다운 집안의 안주인이 생기기전까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올라오는데 

작지만 귓가에 쏘옥- 들어오는 목소리가 로빈의 귀에 들려왔다.

“어딜 그렇게 다녀오시나요, 로빈.”

“!!!!”

두 눈을 번쩍- 뜨고는 금세 

차렷 자세로 경직되 버린 로빈은

넓은 홀 중앙에 앉아 촛불하나를 켜두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반려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말투 속에 가시가 박혀있다는 걸 로빈은 알고 있었다.

지, 진정해. 로빈.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두 주먹을 꾸욱 쥐며 로빈은 사리엘에게 다가갔다.

“그, 그으게~! 말이지! 쥬엘형님께서 기운이 필요하시다고 하셔서!”

“그래서요?”

“헤헷, 그래서 잘 아는 술집에서 같이 한잔을 좀 ...”

“그래서요?”

“... ....”

녹색 눈동자가 로빈을 올려다보는 순간 로빈은 공포를 느꼈다.

이건...공포다!!!!

세상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천사 같은 이 아름다운 얼굴이 감정을 담아 쏘아보는 순간

지나가던 곰도 때려잡을 듯 기운 넘치는 나 로빈이

한순간 콩알만 하게 작아진다는 걸.

술기운이 싹~ 달아나는걸 느끼며 로빈은 사리엘을 바라보았다.

“자 잘못했어. 이젠... 늦지 않을게.”

“그리고요?”

“엥?”

그의 말에 로빈은 다시 한번 머리를 데구구구 굴려야만 했다.

엣...또 뭐가 있지?!

아... 에에... 설마 그건가.

눈썹을 찡그리며 로빈은 소심하게 말했다.

“아침도 꼭... 챙겨먹을게.”

-오늘 아침도 연락을 받자마자 서둘러 저택을 나왔던 것인다.

그 일은 로빈의 손이 꼭 닿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건 

로빈과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하는 로빈을 향해 

사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럼... ”

“용서해주는거야?”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지요. 어서 잠자리에 들지요.”

“리...리에에에에엘!!!”

용서해줘. 이콜 오늘밤만은 해야겠어!! 라고 두 눈을 번뜩이는

자신의 젊은 주인을 바라보며 기둥 뒤에 숨어있던

알프레도는 싱긋이 미소 지었다고 한다.

‘아주~제대로 된 안주인님이 들어오셨다니까.’

<< 에필로그. 네 번째 >>

달그락-달그락- 

늦은 새벽 들려오는 소리에 후안은 잠이 깼다. 

게슴르체 눈을 떠보니 슈엘이 의자에 앉아 무언가 하는 것이 보였다.

“뭘 하는 거지?”

“아... 저...”

헤헤- 하고 웃으며 슈엘은 몸을 돌렸다. 

후안을 향한 슈엘의 손엔 빨간 주머니가 들려있었다.

“지금껏 후안님께 드린 보석들을 좀 보느냐고...”

후안이 슈엘의 곁으로 다가왔다.

책상엔 수십 개의 빨간 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혹시 화가 나셨나..하고 조심스레 후안을 바라보자 후안이 슈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잘못한거 없어. 내 모든 것은 반려와 같이 소유하니까.”

또다시 감동한 눈동자. 

네에! 하고 대답하는 슈엘을 얼굴에 작게 미소 지으며 후안은 주머니 한 개를 뒤척였다. 

주머니를 털털 털어내자 나온 건 귀고리 한 짝. 

짝을 잊어버린 귀고리가 하나 튀어나오자 슈엘의 얼굴이 금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당황해서 귀고리를 뺏으려 하지만 절대 뺏길 후안이 아니었다. 

후안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대체 나머지 한 짝은 어디있을까?”

“하...하하, 글쎄요.”

슈엘이 더듬거리며 딴청을 피워봤자 헛사다. 

루비가 박힌 귀고리의 한 짝은 현재 이곳에 없다.

알스를 떠나던 아침. 짐정리까지 모두 끝내고 모인 일행 앞에서 이안이 말했다.

[전 성으로 가지 않습니다.]

이안은 후안을 바라보았다.

[아시죠, 형님? 성에 처박혀 있는 건 저한텐 고문이라고요.]

자유롭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안 왕자니까. 

그리고 그가 무언가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왼쪽 귀에 달았다. 

반짝- 하고 빛나는 건 분명 붉은 루비의 귀고리. 

후안과 슈엘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고 슈엘이 저건 제가 만든... 라고 외치는 순간 

이안이 슈엘의 앞에 나가갔다.

놀란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는 슈엘의 입에 이안의 입술이 맞닿은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쪽-.

[이아아아안!!!!!]

분노하는 형님을 향해 이안은 뻔뻔한 미소를 지었다.

[-위로의 키스겸 선물.]

[이 녀석!!!!!!!]

금방이라도 검을 휘두르고 달려올 것 같은 형님을 보며 이안은 서둘러 말에 올랐다.

[언제고 쉬고 싶으면 들리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시길.]

이를 빠득빠득 갈며 오지마!! 라며 자신을 

노려보는 후안에게 가볍게 목례하며 이안은 일행에게 멀어졌다.

“...위로의 ... 선물이였잖아요.”

키스는 슬쩍 빼고 말하니 후안의 미간은 점점 심하게 찌푸려졌다. 

헤헤 웃는 슈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후안이 말했다.

“그것 말고. 그때 이안이 뭐라고 속삭인 거지?”

“엣?”

“너에게 입 맞췄을 때 분명. 녀석이 뭐라고 속삭였잖아.”

“에...음... ... 비밀 이예요!!”

하고 단호히 말하며 슈엘은 후안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빨갛게 달아오른 후안이 애써 표정을 정돈하며 슈엘의 손을 잡았다.

“... 한번만 더 하자.”

“예엣?!!!”

비명을 질렀지만 슈엘의 입과 눈은 웃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후안에게 안기는 슈엘의 귀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안님과는 다른 의미로 너무도 소중한 붉은 머리카락. 갈색의 눈동자. 

작은 입맞춤과 함께 그는 속삭였다.

[형님의 옆엔 네가. 딱이야-. 반려님.]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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