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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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짓이야?”

“............”

“대답을 해보라고?”

“......... ”

“결혼식 내일 모래라며? 누구랑 하는거지?”

커다란 호랑이 크기의 킨(KIN)이 몸을 웅크리고 첸의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었다.

잘못한 것은 알고 있는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첸은 분기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침대에 누워 얼음 팩을 머리에 대고선 씩씩거리며 킨(KIN)에게 따지고 있었다. 

“잘못했어...미안....”

“잘못한게 문제가 아니잖아.. 도대체...”

한참을 쏘아대니 불퉁한 입으로 킨(KIN)이 말하기 시작했다.

“바뻐서 이야기도 못하고 매일 잠들어 버렸잖아...”

“잠들어 버려도 이런 문제는 서로 상의해서 진행해야 하는거 아니야???? ”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무슨시간?”

“올해에 열리는 차원의 문 개방일이 기간이 얼마 안남았다고.”

“차원의 문?”

“그래 차원의 문... 문이 열리는 예정일이 얼마 안남았어. 그때가 아니면 초대받은 다른 차원의 놈들이 쉽게 물질계로 들어오지 못한다말이야..”

“그래서 꼭 그 날이여야 하는거야? 결혼식은 너 혼자하냐!!!!!”

“그래도 그 날이 아니면 공표도 힘들고....”

“무슨 결혼식에 공표야. 그냥 둘이 하면 돼는거지. ”

“아니야. 너와의 결혼식은 절차에 따라.........

“절차는 개뿔이..... 그냥 살면 돼는거지 결혼식이고 절차고 공표라는 거야!!!!”

“다 이유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 ”

“으그... 그래서 나한테 이야기도 안하고 그냥 진행했다고??? 그게 말이돼!!!!!”

“그... 그래서 나랑 결혼하기 싫다는 거야???”

계속 쏘아 붙이자 참던 킨(KIN)이 적반하장 격으로 대들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첸의 집에 왔던 날 킨(KIN)은 대(大) 고백과 함께 프로포즈를 했던 것이다. 그때는 너무 당황한 첸이 대답을 미처 못하고 시간이 훌렁훌렁 지나버렸다. 매일이 너무 바빠 지쳐 잠들기만 해서 이야기는커녕 프로포즈를 받아줄 말도 하지 못했다. 싫은 것은 아닌데 절차가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일에는 따라 갈수가 없는것이다.

“........참...나.... 지금 말하는 거는 그게 요지가 아니라구. 요지는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 결혼식에 ... 날짜에... 으휴.........”

얼렁뚱땅 허락하는 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하나도 없다. 아까 꼬마 귀신들을 보니 결혼식에는 참석인원이 장난이 아닐것이라는 자명한 일이다.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지만 준비는 필요하다. 

“그건.... 잘못했다고 아까 말했잖아.................. ”

휙 하고 째려 보았다.

“.......그래서......”

엄청나게 간지러웠던  부끄러운 고백의 대답을 조심스래 분위기 있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 엉망이 돼가고 있자 첸은 더욱 분노를 담아 눈빛을 빛냈다. 

킨(KIN)이 첸의 눈빛에 움찔 하며 고개를 돌린다.

“..................”

크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 다 좋다고.. 그래 한번 말해봐. 계획은?”

*************

킨(KIN)과 나의 결혼식에 대한 개요 설명을 듣자마자 첸이 한 일은 바로 온 집안의 고용인들에게 특별휴가를 주는 것이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못 볼 소지가 다분한 귀신, 유령, 혹은 마물들의 초대이긴 하지만 내일모래 집안으로 그 것들이 우글우글 할거라는 이야기에 바로 사람들을 집에서 내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밖에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마주쳐 봤자 하등의 도움이 되질않는다. 

첸의 사생활을 관리하는 집사조차도 일주일의 휴가를 주고 내보내 버렸다. 

완강히 저항하던 집사는(이름은 후이다.) 첸의 강한 결심에 조금은 삐진 것 같았지만 좀처럼 없는 휴가를 어떻게든 보내기로 결정하고 내일 바로 짐을 챙겨 여행을 간다고 했다. 

대신 첸이 일주일동안 혼자 지낸다고 바로 부산히 준비를 시작했다. 첸도 일단 휴가를 냈다. 출장의 여파가 아직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지만 일생일대의 결혼식일 것이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초대객이 괴물들이니 무슨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첸의 집사는 사정을 모르기에 혼자서 지낼거라고 생각하고 첸이 다 못먹을 정도의 엄청난 먹거리와 옷등을 챙겨두고 여러 가지를 대강 설명해주었다. 그것도 모잘라 여기저기에 쪽지를 붙이고도 걱정을 하고있었다. 첸이 태어난후 한번도 휴가를 가보지 않았던 집사인만큼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여행차편 시간에 맞추어 자동차에 태워 보냈다. 

첸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고생을 하긴 했지만 역시 유능한 비서인 루이는 억지스런 지시에도 따라와 급한 일을 대강 해치우고 일주일을 비워주었다. 

그래도 차마 결혼식이라고는 말못하고 관광 겸 휴식이라고 둘러대었다.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게 있다....

입으로 직접 말하기도 힘든.. 결혼식에 대해. 

그래도 알리기는  해야겠지.

하지만 벌써 하루밖에 안남았다. 

...........................................................................젠...장......

첸은 식신을 만드는 종이를 준비하고 한시간이나 종이만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

인상을 빡빡 쓰면서 종이만 노려보자 킨(KIN)의 조심스런 기척이 느껴졌다.

요 며칠간 계속 화를 내는 첸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기죽어서 보내고 있는 킨(KIN)이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 결혼...휴...하겠다고했으니 ..】

전령을 빨리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 별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적어도 난(難) 님에게는 정식으로 알려야  해.】

결심을 하고 난(難)과 동료들에게 이번 결혼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령 식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13개의 식신이 파르스름하게 빛을 내며 작은 용모양으로 방안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동의 주문을 외우자 식신들이 스르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  내일은 드디어 대망의 하루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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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글우글 .....이라는 표현에 딱 맞는  사람 아니 마물들이 첸의 저택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인간과 이 많은 마물들이 차원을 달리한다 해도 섞여있게 돼면 거의 확실히 인간은 피해를 입게 될거다. 정신적으로 든 육체적으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하군.】

끊임없이 많은 마물들이 이 저택으로 홍수 난 듯이 유입되고 있다.

모양도 가지각색, 내뿜는 기도 너무 다양해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 한기까지 들 정도의 음의 기운들에 그의 신경이 따끔따끔 반응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마물들이 초대된다고 해서 이것 저것 처리하느라 바빴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의 결혼식(...)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서 결국 이브닝드레스(일반적으로 턱시도라고 불리는것)만을 걸치고 있다가 작고 귀여운(?) 마물들...의 습격을 받아 이상한 옷을 걸치고 있다.

주렁주렁 걸쳐진 장신구들도 불편하지만 뭔가 하늘하늘한 천대기를 여러겹 둘둘말은듯한 치렁치렁한 옷을 걸치게 했다. 그 녀석들의 고귀한 사람의 의상이라나. 그들의 차원에 있는 산에서 채취한 희귀한 재료로 만든 천이라고 하지만 첸에겐 그냥 반투명한 실크같은 느낌이었다. 부드럽긴했지만 취향의 소재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너무나 치렁치렁한 옷차림은 걸어다니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첸은 확실히 인간세계의 디자인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언밸런스한 옷-이라고 할 수 있을지-를 걸치고 있었다. 게다가 반쯤 몸이 들여다 보인다. 

잠시 거울을 보고 경악해 있는 방심한 상태인 첸을 옷시중을 들던 마물들이 첸을 손위에다가 바치며 훌렁 들고 연회장으로 지정한 장소로 들어날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곁에 킨(KIN)이 자신의 옷처럼 치렁한 옷을 걸치고 서 있었다. 오늘은 인간형이다. 

“키리네가 잘어울리네.”

“뭐? 키리네?”

“어 지금 걸치고 있는게 키리네라는 옷이야. 정신계에서 결혼식 때 입는 옷.”

“이게 혼례의상이라고? 이게 무슨 옷이라는 거야. 그냥 천때기 걸친 것 뿐이잖아. ”

“그래도 식물같은게 잘 자라지 않는 정신계의 27번 지역에서 특수하게 자생하는 생물로 만든 천이야. 이 키리네를 힘들게 만든 차르치르키족에게도 하례를 해야겠어. 주문한대로 훌륭한 품질이야. 예쁘다.”

“주문? 이걸?”

킨(KIN)의 말에 얼굴이 벌게진다.

“당연하지.. 이건 전 차원에서도 몇 벌 없어, 하지만 누가 입던 옷을 너에게 입힐수는 없으니까. 이번에 새로 만들라 명령을 했지. 저기 칭찬해 달라는 얼굴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잖아. 저기 중간에 있는 놈에게 손을 내밀어봐. 칭찬해주면 굉장히 좋아할걸?”

킨(KIN)이 바라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옷시중을 들었던 작은 마물들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이 작은 마물 집단이 아까 말한 차치..뭐 라는 종족이고 아 천조각들은 만들고 입히는 디자이너...라는 이야긴가? 하지만 이 디자인 센스는...좀...】

첸과 킨(KIN)을 바라보는 여러 눈들이 첸이 그들을 돌아보자 더욱 반짝반짝 빛나게 눈들이 각각움직였다.

【웃... 기대의 눈들...부담스럽다...】

속으로 잠시 식은땀을 흘리며 머뭇거리자 킨(KIN)이 살짝 손을 치며 채근을 했다.

【칭찬하고 싶으면  니가 하라고...나는 영 아니올씨다라니까.】

라고 속으로 이야기 한들 킨(KIN)이 알아들을리 만무하다.

티나게 거부할수도 없어서 할 수 없이 킨(KIN)이 시키는 대로 그들 중 대장인 듯 한 놈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모두의 얼굴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손을 내민쪽의 마물이 찍은대로 족장인 듯  첸의 손이 닿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첸은 마물에게 손을 내민다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첸이 손을 내밀자 그때까지 웅성거리던 엄청난 수의 모든 마물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첸과 킨(KIN)을  경직된 표정으로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치....뭐라는 종족의 족장이 첸에게 다가오기 위해 움직이자 알아챘다. 

첸의 뒤에 바짝 서있던 킨(KIN)에게 고개를 돌리자 킨(KIN)은 뭔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민 손은 미처 수습할새도 없는 찰나의 순간에 손끝에서 따끔한 느낌이 올라왔다.

내민 첸의 손가락끝에서는 작은 핏방울이 맺히더니 앞으로 다가온 마물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고개를 숙인 정수리부분에 그의 핏방울이 한방울 떨어졌다.

그 순간.

마물에게 닿은 핏방울에서 확 하는 빛이 솟아나온다.

갑작스런 빛에 눈이 부셔 시야가 새하얗게 흰색으로 물들어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잠속으로 빠져드는 감각에 휩쓸리면서도 아스라이 아픔이 올라오는 손가락이 어떻게 상처가 난거지라는 딴 생각을 하며 잠이 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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