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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은 장시간 출장이라는 형태이긴 했지만 보통 출장과는 달리 연락이나 기타 업무를 출장지에서 하지 못한 관계로 엄청난 양의 미결제 서류가 출근한 첸의 사무실 책상에 산처럼 쌓여있었다. 분명히 비서인 루이가 많은 서류를 첸보다 앞서 출근해서 해치웠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첸이 아무리 속으로 울부짖어도 깡촌에 박혀있던 몇 일동안 연락조차 안 돼 실종되었었던 첸에게 분노란 통하지 않다는 것도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첸뿐만이 아니라 측근들에게도 분명히 지옥같은 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혼자만 괴롭지 않다는 것으로라도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얼마간 정신없이 일했을까? 몇 시간동안 첸은 그야말로 서명기계(Sign Machine)였다.
배고픔도 모른 채 결재서류 사인에만 열중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네온사인과 조명이 형형한 마카오(澳門)의 밤거리가 내다보였다.
꼬르륵.....
갑자기 공복감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하고 첸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야옹~~”
“어?”
난데없이 왠 고양이 울음소리가 사무실에서 나 첸은 사무실 안쪽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무실 안에 있던 소파의 팔걸이에서 고개를 쑥 내미는 고양이 얼굴이 보였다. 푸른기가 섞인 흰색의 긴털.. 킨(KIN).... 이다.
“냥~~냥~~”
능청스럽게 작은 고양이의 모습을 한 킨(KIN)은 첸의 발치곁으로 다가와 작은 머리를 발목부근에서 비비면서 애교스런 고양이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뭔 하는거야? 여긴 언제 왔어? 분명히 아침에 출근할 때는 같이 안왔는데.....”
고양이 모습의 킨(KIN)에게 물어보면서 그의 어깻죽지를 들어올렸다.
똑 똑!
“냥~~~”
첸의 팔안에 안겨진 킨(KIN)은 역시나 고양이 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첸의 가슴에 비볐다. 영락없는 애교만점의 고양이 흉내다.
문이 열리며 비서인 루이의 호리호리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루이의 얼굴도 하루만에 헬쓱해져서 괜시리 첸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루이의 한팔에는 서류철을 들고있었다. 히겁해서 놀라 루이를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보았다.
【아....아직도 남은게 있어????】
“아. 사장님 결재하시던 것은 끝나셨습니까? 오늘은 다른 스케쥴이 잡혀있지 않은데 저녁식사 하시겠습니까?”
다행이게도 더가지고 오는 서류가 아니라 스케쥴 체크인 모양이다.
“지금 몇시지?”
물어보던 대답이 아니여서 약간 갸웃했던 루이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8시입니다 라고 대답하고선 다소곳이 첸의 명령을 기다렸다.
꼬르륵......
갑자기 당황스럽게 흘러나온 위장에서의 칭얼거림에 둘 다 깜짝놀라버렸다.
야옹~~~냥~~~~냥~~
킨(KIN)의 울음소리에 퍼떡 정신을 먼저 차린건 다행이 첸이였다.
“쿨럭...일단 저녁을 먹고 싶군.. 결재가 좀 남아있긴 했지만.. 내일 일찍 하지. 그리고 자네도 같이 식사를 하지? 못했지?”
“...아..예... 그럼 어떤 요리집으로 할까요?”
첸은 약간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숨기지 못한 루이의 모습에 피식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짐짓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좋아하는 요리를 고르게. 음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는 요리가 좋을 듯 해. 아무래도 이 고양이를 데리고 갈 수 있게 귀뜸을 해주게. 예약이 끝나면 호출하고...”
“아 그 고양이 말입니다. 오후 2시쯤에 사장님 방문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가만히 기다리면서 저를 보더군요. 어디서 왔는지....안열어 줄려고 했더니 2-3시간 줄창 기다리면서 밖에 서 일하는 저를 쏘아보더군요... 할 수 없어서 열어주긴 했는데 그 고양이를 직접 기르시게요?”
당황스런 시간이 지나자 명랑한 본성대로 루이는 첸의 책상위의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하자첸도 루이의 정리를 도와주고 간단히 세안과 요의를 해결했다. 사무실에 딸린 화장실을 다녀오자 그 사이에 루이는 예약을 마친 것 같다.
둘이 같이 , 고양이를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출장기간 동안의 조직의 여러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루이가 데려간 곳은 일식풍 요리집이였다.
다소곳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일본풍의 화로 시설에 올려진 전골냄비에 불이 지펴져있었다.
“무슨 요리지?”
“일식풍 수타 국수집입니다.
“수타?”
“네 여기의 수타국수가 참 맛있어서요. 전골로 샤브샤브형식으로 먹는 요리라고 합니다.”
앉아서 자리를 잡고선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자 바로 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첸은 배가 고파서 서둘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기 위해 첸의 앉아 양반다리의 첸의 허벅다리에 킨(KIN)이 고개를 비비더니 머리를 대고 눈을 감는다. 첸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선 다시 음식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맛있는 음식에 감탄을 하면서 약간의 반주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직행해 뻗어버렸다.
그후로도 일주일은 정신없는 매일!! 이였다. 여러 가지 의결사항 회의, 결재, 여러 요인들과의 대담, 파티.
평소에도 좋아하지 않는 일인 파티등은 어쩔수 없이 마카오(澳門)를 비운기간동안의 반동이다. 마카오의 짱푸첸은 건재하다등의 보여주기식의 쓰잘데기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한번쯤은 과시하는 움직임을 보여야하는 사회인 것이다. 위험이 산재해있는 마피아의 생활인 것이다.
매일 밤 피곤한 몸을 침대에 풀썩 던지며 쓰러지자 오늘도 충실한 첸의 집사는 비몽사몽하는 첸의 옷을 챙긴 후 방을 나갔다.
조용해진 방에서 정신없이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수근...........수근........ㅇ......ㄷ.........
...............
조용했던 침실에서 점차 말소리가 수다스럽게 커지고 있었다.
“이 사람?”
“그래. 이분이야. 함부로 부르면 안된다고.”
“인간이잖아. 힘도 얼마 느껴지지 않는다고.”
“고위의 마족이지는 않아도 그 분께서 선택하신 분이라고”
“잠든 모습은 볼만한데?”
“만져보고 싶다......”
“안돼. 큰일나”
“헤헤 그래도 힘들게 보러왔으니까....”
“..................”
수군수군....... 한두명이 아니다.
“.....시.....끄...........어......”
“헉!!!”× 10
“엇!”.......
“핫”................
잠시 조용해졌다.
다시 깊이 잠들려고하는데.......
왠지 얼굴이 간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이상하다.
눈을 번쩍 뜨자 시야 가득한 작은 뭉치들이 보인다. 별별모습의 작은 생물이라기엔 귀신들의 모임 같은 눈 여러개 달린 아메바 같은거에서부터 삐쭉삐쭉한 여러돌기가 온몸에 퍼져있는 성게같은것도 두꺼비 모양의 놈부터 흔히들 말하는 달걀귀신 같은놈도 여럿 있었다.
【도대체 이게 다 뭐야.】
놀란 듯 눈의 크게 뜨고 원모양으로 나를 둘러싸고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는 작은 마물들은 모두들 갑자기 씩하고 웃더니, 넙죽 절을 했다.
“경하드리옵니다.”..“......다”..“......다”..“......다”..“......다”
합창하듯이 같이 똑같이 말을 하곤 업드린채로 고개만 빼꼼히 들고있었다.
“뭐....냐?? 너희들은....?”
“.................”
“....................”
아무도 입을 열지않고 바라만보자 답답해져온다.
모두들 입을 다물고 침묵에 잠겨있는데 모여있는 한중간에서 ‘어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곳에서 조그만 것들이 비켜주며 길이 생겨 한 난쟁이 같은 사람모양의 작은 인간이 걸어 나다.
“에.. 저는 휸 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70살입니다.... 그리고..”
“자기 소개는 그만하지... 뭣하는 거냐?”
말을 잡아채 딱 잘라 반문하였다.
“아..저.... 그러니까 저희들은......”
“..................”
“저기... 앗! 네.. 저희의 주군이시며 암흑의 주인이신 분의 반려님을 뵈고 싶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잠시 뜸들이며 고민하던 난장이 요괴는 손바닥을 탁 치며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암흑의 군주님이 저희 어둠에 사는 모든이들에게 청첩장을 보내주셔서 저희 같은 작고 약한 놈들도 초대를 받아 이 부근에 모였는데... 그것이....저희들은 너무 기쁜지라 참지 못하고 반려님의 모습을 직접 뵈고 싶어서 이리 모였습니다. 저희는 약하기 때문에 성혼의 날에는 반려님을 직접보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 많은 마족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힘이 강력한 마족만 아마 반려님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저희는 아마 한참 뒤쪽에 있어야 할거라서... 그래서...”
“...뭐... 성혼의 날??? 청첩장???”
“네.. 반려님과 주군의 성혼식이요.”
“뭐라고????? 언제?? 어디서???”
첸의 다급한 질문에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빙긋빙긋 웃으면서 작은 난쟁이는 조잘조잘 읊어댔다.
“예이 .. 반려님이 그것도 모르세요? 참. 이번달 윤일이잖아요. 올해의 백귀야행(百鬼夜行)일이요.”
“이번달 윤일? 그게 언제야...”
“아하... 인간이시라서 정확한 날짜를 가늠을 못하셨군요.. 그러니까... 인간의 날로 치면...아 내일 모래 18일이네요. ”
“뭐???!!!!!! 낼 모래????”
“네/// 부끄러워 하시긴.....”
첸의 울그락푸르락하는 얼굴을 보고 난쟁이 요괴는 얼굴을 붉히는 거라 생각한 듯 몸을 베베꼬며 말어미를 줄였다.
그 모습에 고개를 푹 숙인 첸은 점차 떨려오는 몸을 가누기 힘들다고 생각하자마자 큰 소리를 질렀다.
“킨(KIN)!!!!!!!!!!!!!!!!!!!! 이 새끼야!!!!!!!!!!!!!!!!!!!!!!!!!!!!!!!!!!!!!!”
분명히 킨(KIN)은 근처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