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31)

***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싶은데 눈꺼풀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눈.. ..눈이 안....떠..】

한참을 떠지지 않던 눈이 갑자기 팍하고 떠졌다.

벌써 밤인지 눈에 보이는 하늘은 짙푸른 검은색이었다. 첸은 공터의 가운데에 누워있던 것이다. 야외에서 밤이 되어 정말 깜깜해야 했지만 이상한 느낌에 첸은 자신의 손을 들어 보았다. 손이 보인다. 알고보니 그의 머리위에는 빛나는 구체가 떠 있던 것이다. 

첸은 기절해있던 것이었다. 이런 전구대용의 물체는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 주위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식은땀으로 등뒤가 조금씩 척척해진다. 

첸은 천천히 허리를 일으켜서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를 밝혀주던 불빛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첸이 있던 곳은 산꼭대기 였다. 첸의 발밑으로는 넓은 산과 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어두운 음영만이 보이긴 했지만 거대한 대지가 첸의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던 것이다. 자신이 있는 곳이 산꼭대기의 불쑥 나온 바위 위라는 것을 발견한 첸은 허망히 눈앞에 펼쳐진 땅을 보았다. 바위 위의 편편한 공간이 작은 공터를 만들고 있었지만 뒤는 깎아지는 절벽과 삐쭉이며 솟아 나온 기둥들이 즐비했다. 

왜 자신이 이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자신은 거대한 짐승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어떠한 상처도 없이 누워있었다. 게다가 첸은 자신이 앉아 있는 곳에 일부러 꺾은 듯한 풀잎들이 깔려있는 것을 알아버렸다. 풀숲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개의 돌로 된 바위 위였던 것이다. 근처에는 풀이나 잡목등은 일체 자라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의 자리에만 풀이 쌓여있다.

풀리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심각하게 생각을 한참 하던 중이었다. 첸은 갑자기 뒷머리가 찌릿하며 아파옴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보고있던 것이다.

빠르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첸의 뒤에는 막힌 공간으로 절벽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피부는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계속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아 첸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때였다. 작은 톡 하는 소리가 첸의 귀에 들렸다. 너무나 작은 물소리였다. 그 소리의 발원지를 쳐다보았지만 어둠에 가려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첸은 그 장소의 위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위에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날카로운 짐승의 눈 한 쌍이 첸을 바라보며 떠있었다. 

첸은 번쩍 놀라 일어나서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바로 머리가 띵 해지면서 다리가 흔들려 풀썩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앞에 맹수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대항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고개를 들었다.

절벽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짐승은 첸이 있는 공터에 아무소리없이 내려와 있었다.

첸과는 약 2미터 정도 떨어진 자리였지만 한번의 도약으로 공격이 가능한 거리였다. 거대한 몸과 긴 털, 빛나는 눈동자, 그 짐승의 입에는 목이 물린 작은 사슴이 들어있었다. 아직도 피가 물린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게 보인다. 

첸은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 짐승과 직접 마주친 기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처럼 몸이 결박된것같은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몸이 그 기억으로 움츠러들어있을 뿐이었다.

“.......................”

"그르릉......일어났나.........."

짐승이 입에 물려있던 사슴을 쿵하고 떨어트리고선 말을 했다.

명확한 인간의 말이었다. 중후하고 깊은 성량의  남성다운 중국어가 짐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첸은 눈을 크게 뜨고선 놀라버렸다.

“너...넌... 누구냐......??”

"킨(KIN)  "

짧은 대답을 하고 첸에게 다가왔다. 

"짐승이...? 인간의 말을?"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된다. 너는 잡아 먹지 않아.”

첸에게 다가온 짐승이 가까워 지자 짐승의 눈이 보인다. 고양이 눈 같은 눈알은 알 수 없는 지적인 깊이를 가지고 있었다.

“너...의 이름은 ....?”

첸의 이름을 물어보고 짐승은 길고 축축한 혀로 그의 얼굴을 쓸어올렸다. 첸은 마치 고양이 혀로 핥아지는 느낌이 마치 애완동물의 친애의 행동같아 너무나 어색했다. 

애정이 들어있다고 생각이 드는 친밀한 동물의 행위는 첸을 샅샅이 더듬거나 살펴보며 그의 모든 것을 알아내려는 듯 질리지도 않으며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킨(KIN)이라는 이름의 짐승은 아주 명석한 짐승이었다. 한참동안 굳어있었던 첸이 정신을 챙기고 짐승에 대해 탐색작업을 한 결과 첸은 아마도 눈 앞의 짐승은 다른 차원의 고위의 힘을 가진 정신체가 소환된 것으로 짐작했다. 난(難)의 힘을 받은 첸이 어이없이 당한 것으로 유추하자면 이 짐승은 난(難)에게 필적한 힘을 가진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첸은 앞에 있는 짐승의 힘의 크기를 느낄 수 없었다. 지금은 완벽히 눌러죽인 듯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원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몇 시간이 지나도록 벽에 등을 대고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 짐승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나 짐승이 편안하게 잡은 고기를 먹는 동안이나 쉬는 동안에도 허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사실 킨(KIN)은 자신의 앞에서 몸을 도사리며 탐색을 하는 첸이라는 인간을 아주 관대한 관점으로 봐주고 있었다. 물어보는 것은 최대한 대답해 주었고 허점을 노리면서 공격할 찬스를 잡을려고 하는 인간이 우습기도 하면서도 봐주고있었다. 출출한 배를 채우고 발아래 굽이쳐진 대지를 엎드린 채 바라보았다.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첸이라는 인간덕분에 본래의 자아가 깨어난 것은 좋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계속 아득할 시간동안 스스로 봉인해왔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의식이 깬 것이다. 이유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물질계의 지구라고 하는 별의 광활한 대지의 냄새와 바람의 냄새는 킨(KIN)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첸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것이다. 자신의 의지가 깨어있지 않고 짐승의 마음이었을때도 가장 좋아하던 장소였던 것이다. 기분이 차분히 가라않으며 정신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정리해간다. 

첸은 킨(KIN)이라는 짐승의 갑작스런 폭탄 제안을 어떤 의도로 들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첸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있긴 했다. 이유도 대강 짐작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떻게 그런 제안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의 시체를 주겠다고 했다. 첸의 목적인 듯 하니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대신 자신을 키워달라고 했다. 절대 버리지 말고 애완동물로 키워 달라는 제안을 한것이다. 

첸이 파악하기에는 그 짐승은 정말 영리했고 짐승답지 않게 고고한 품위도 가지고 있었다. 자신같은 인간을 얕보며 무시하면 무시했지 자신을 키워 달라고 부탁할 놈은 아니었다. 그럴 필요도 없는 짐승이었다. 홀로 무리를 짓지 않고서도 풍요롭게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놈이 첸의 애완동물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영원히 버리지 않고 키워 달라는 제안이라니 어처구니없다.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그런 제안을 하는지 자신이 얻는 것과는 계산이 맞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짐승의 손해였다. 하지만 확실히 이득을 보는 장사라 해도 뭔가 껄끄럽다. 첸의 감이 삐죽삐죽 툴툴거리며 불평하는 것 같다. 

첸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어쩐다냐......】

결국 첸이 굴복했다. 아니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었다. 

거절이냐 승낙이냐 의 여부는 짐승이 첸에게 맡긴 것이다.

첸은 킨(KIN)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말했다.

첸은 짐승을 죽였다는 증거인 시체를 받을 것이고,  킨(KIN)은 첸의 곁에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받을 것이다.

승낙의 말이 떨어지자 주언(呪言)의 계약이 발동된다. 첸과 킨(KIN)을 고대 언어의 문자가 허공에서 떠오르더니 둘을 회오리처럼 둘러싸며 늘어난다. 첸은 옛날 난(難)과의 계약하던 때와 비슷한 광경에 약간 의아했다. 이렇게 까지 중요한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난(難)은 첸들에게 계약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었었다. 이런 언령(言靈)의 계약은 혼에 새겨져서 환생을 하더라도 이어지는 것이다. 주술이 지정하는 몸의 부위에 계약의 증표가 보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혼에 박혀 몸으로 투영되는 것이라고 했다. 첸은 뭔가 선택을 잘못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발동되어 진행되는 주술은 이미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지금은 물를수도 없는 것이다.

계약의 절차가 거의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허공에 떠있는 문자가 오렌지 색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진한 빛은 마지막으로 둘에게 마치 진득한 액체처럼 떨어지면서 몸을 적셔간다. 줄줄 적셔진 액체는 바로 몸속으로 흡수되어버려 점차 흐르는 양이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여졌다.

첸은 왼쪽 귓불에 따끔하는 감촉에 손을 들어 귓불을 만졌다. 첸의 귓불이 갑자기 손이 데일 것 같이 뜨거워 졌다가 다시 굉장히 차가워 졌다. 주술의 인(印)이 새겨진 것일 것이다. 난(難)의 주술과는 다르게 이번 계약은 몸의 표면에 나타나는 것 같다. 많고 몸의 부위에서 귓불에 새겨지는 것은 신기했지만 작은 표식이니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첸은 바로 표식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거울이 없는 관계로 조금 참기로 했다. 계약의 상대인 킨(KIN)에게도 같은 장소에 표식이 있을터이지만 짐승이어서 모두 털로 덮혀있어 볼 수가 없었다.

계약의 절차가 모두 완료되어 회오리를 치던 주위의 바람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첸은 할말이 없어 잠시 기다렸다. 몇분간 침묵의 시간이 지나자 거대한 짐승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이 부르르 떨면서 괴로워 하고있었다. 참기 힘든 고통이 조금 떨어져있는 첸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첸은 왜 갑자기 짐승이 고통스러워 하는지 알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짐승의 몸에서 푸르딩딩한 희미한 빛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신비한 광경이었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반쯤 투명한 푸른 덩어리가 몸 위에서  불쑥 나왔다가 들어가버렸다. 안간힘을 쓰면서 거대한 몸에서 나올려고 꿈틀거리는 투명해 보이는 머리가 점차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과는 다른 작은 고양이 크기의 동물이었다. 아주 천천히 몸에서 분리되는 행동이 계속된다. 몇 시간에 걸쳐서 떨어지지 않는 몸을 털어내 듯 외부로 나오고있었다. 첸은 그 과정을 뚫어지게 보고있다가 그만 앉은채로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잠에서 깨서 눈을 떠보니 눈 앞에는 거대한 짐승의 몸이 쓰러져 있었고 짐승의 몸에서 분리되고 있었던 작은 털이 긴 고양이가 완전히 몸밖으로 빠져나와서 자신의 허리를 벽에 대고 앉아 뻗은 다리를 깔고 자고있었다. 일단은 털의 타입이 일반 고양이와는 좀 달랐지만 기본모양은 고양이과 동물처럼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시 날이 지고있었다. 이미 계약이 이루어진 이상 이 작은 고양이처럼 생긴  알 수 없는 생물과 함께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뒤의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하였다. 첸은 아무 상처가 없는 짐승의 거대한 몸에 킨(KIN)의 제안대로 심장에 칼을 찔렀다. 신기하게도 킨(KIN)의 큰 몸은 아직도 심장이 뛰는지 피가 튀었다.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뇌사상태의 생물 같았다. 그 뒤로 첸은 옷속에 챙겨온 위성휴대 전화를 이용해 헬기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도록 대지급으로 명령했다. 급하게 오라는 소리에 전화를 받은 부하는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4시간은 걸릴 것 같다라는 말을 해서 첸을 분노하게 했다. 닦달해서 2시간 이내로 시간을 단축시켰다. 

시간이 지나자 헬기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들리자 졸던 짐승은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한번 크게 하고 탁 튀어 내 팔 안쪽으로 올라와 야양을 떨듯이 눈을 치켜뜬다. 첸이 그 극심한 변화에 아연해서 보고만 있자 킨(KIN)은 조용히 말을 하였다.

"쓰다듬어 줘. 이 모습으로 있을거니까 함께 다닐테니 이 모습에 익숙해져야 할거다...."

"음..... 저기 킨(KIN)이라고 불러도 돼나?"

"....... 맘대로 해."

"그럼. 나도 첸이라고 불러줘...하지만 이 모습엔 좀 적응하기가 힘들군.... "

"...할 수 없지...나도 익숙하지는 않다....서로..노력해보자고....첸."

첸이 양손에 고양이를 받쳐들고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쉬자 첸의 머리위에 헬기가 나타났다. 

역시 위성시스템은 바로 위치를 찾아준다. 첨단기술이란 놀랍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까오싱지엔(高行健)이였는데 헬기로 첸을 데리러 온 사람은 예전에 접수한 태을방에서 연예 프로모션업을 주로하는 놈이었다. 놈에게 시체를 사원으로 이동시키라는 명령을 하고 헬기에 밧줄을 달아서 사원으로 곧장 날랐다.

사원의 마당에 헬기를 착륙시키고 내려가자 사원의 모든 사람이 모여있다. 소리 때문에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루이와 리자앙바오(李建保)가 첸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스!!!"

"어....이.... 루이 잘 있었어?"

"보스!! 걱정했어요."

"응? 왜? 다친곳 없어..."

"하지만...피가....게다가 ...너무 오래 걸리셨다고요!!"

"어.....이틀정도가 긴가..?..이건 내 피가 아니야..."

"떠나신지 4일이나 지났다구요..내일을 직접 찾아볼려고 했었습니다.“ 

"아.. 그렇군.. 그런데 배는 별로 안고픈데.. 난 그래서 며칠 안지난지 알았어.."

"다치신데도 없고..다행이예요. 그런데 그 고양이는 뭔가요.....정말 특이하게 생겼네요..무슨 종이지요? 처음 봐요...."

"아.....어...산에서...주웠어..키울려고.....종은 모르고..."

“네....에...??”

루이가 수긍하다가 첸의 얼굴을 번쩍 올려다 보았다. 첸은 뻘쭘하긴 했지만 데려가겠다고 했으니 데려가야 한다. 야생동물이라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루이들이 알아서 움직여야 할 부분이다. 

루이와 이야기 하고있는 도중에 헬기에탄 부하들은 부지런히 킨(KIN)의 거대한 몸을 마당에 내려놓았다. 우리를 바라보는 승려들이 시체에 모여들어 자세히 검사하기 시작했다. 이미 차거워진 몸체를 주지스님과 직위가 있는 듯한 옷이 보통 중들과는 다른 중들이 중점적으로 몇시간에 걸쳐 관찰하였다. 그리고 배정된 방에서 몸을 씻고 쉬고있던 첸을 중앙법당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첸은 떨어질려고 생각을 안하는 킨(KIN)을 데리고 올라갔다. 어차피 설명을 위해 말을 끼워넣을 짐승이니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엉겨붙는 킨(KIN)이 부담스럽기는 했다. 지금은 귀여운 작은 고양이의 모양이지만 놈의 본질은 괴물고양이 인 것이다. 

이미 한밤중이 된 사원의 중앙법당에는 작은 호롱불로 실내를 밝히고 주지와 여러 스님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있었다. 첸은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선 중앙의 준비된 방석에 앉았다. 아마도 회의를 한 것 같다. 

첸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자 눈을 감고 있던 주지스님이 입을 벌렸다.

"짐승을 모두 검사하였습니다. 이빨과 발톱모양이 사망한 사체들에 남겨진 상처와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던 발모양, 크기등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데려온 짐승이 지역사람들을 살해한 놈인것 같군요...짱푸첸님 다치신곳은 없으신지요..."

"약간의 찰과상외에는 별 큰 상처는 없습니다."

“놀라운 일이군요....어떻게 이 짐승을 발견하셨습니까?..이 지역 사람들은 종적도 알 수 없었는데.."

"지도를 보고 짐승이 숨을 만한곳을 좀 뒤졌습니다. 제가 사냥에 취미가 있어 지형으로 야생동물을 쫓는 일을 종종 해보았습니다. 게다가 이 고양이를 만났는데...이 고양이가  놈에게 길을 안내해주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아..그리고 주신 칼 돌려드리겠습니다. 보기보다 명검이어서 많은 덕을 보았습니다."

칼을 다시 받은 주지스님과 많은 스님들은 모두 신기하다는 눈으로 고양이를 자세히 쳐다보자 킨(KIN)은 곤혹스러운지 야옹하고 품속에서 첸의 어깨로 올라가 그의 목뒤로 머리를 파묻고 고개를 숨겨버렸다.

"허허. 거참 영묘한 동물을 찾으셨군요.. 짐승이 상당히 강력했을텐데 그래도 큰 상처 안입고 무사히 무찌르셨군요....대단한 무도실력이시군요.....이로써 지역의 평화가 찾아온 셈이군요.. 오늘은 크게 기뻐해야할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축제를 벌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지역 사람들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할예정입니다..."

“아 그렇습니까..축하드립니다. ”

“축하는요..저희들이 첸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겠지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

자리에 있던 스님들이 모두 주시의 인사에 맞추어 극진한 절을 했다. 

“아닙니다.....”

첸도 당황하며 맞절을 했다. 

축제준비를 하려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스님들과 함께 나가려는 첸을 주지스님이 잡았다.

주지스님은 첸을 노스님에게로 인도했다.

고양이와 함께 주지스님과 노스님의 방에 들어가니 노스님은 첸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조용히 둘을 응대하였다. 주지스님은 바로  결과를 노스님에게 자세히 말했다. 주지스님의 말을 모두 들은 노스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첸에게 조근히 입을 여셨다.

"결국.. 성공하셨군요.."

"네.."

"그럼.. 내일은 유징(주지스님)의 말대로 축제를 즐기시고 모래 아침에 일찍 금지에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모래 아침에요? 내일은 힘들까요..."

"내일 들어가시겠습니까...그러나...행사준비에......음...할 수 없지요..뜻이 그러시다면..... 더 이상 시간을 끈다는 것은 의미없는 행동이고 미련일 뿐이겠지요."

"아 그리고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저에게 빌려주셨던 그 칼은 무슨 칼입니까. 보통 철로 만든 칼은 아닌 듯 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좋은 칼이여서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칼은.. 그 분께서 직접 내려주신 검입니다."

"그분이라하면.. "

"저희도 그 분의 모습을 직접 본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처음 시조(始祖) 때 칼을 내려주시면서 저희 집안이 자신을 모실것을 명령하셨습니다. 그 증표로써 우리 사원에서 보검으로 간직하는 것입니다."

"아아.."

"그럼 쉬시고 내일의 축제도 즐겨주십시오... "

"네.."

첸은 곧장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다. 손을 머리뒤에 끼고 누워있는 첸의 겨드랑이에 킨(KIN)이 파고들며 자리를 잡았다. 

"킨(KIN)....피곤해..잘건데.....어쩌면 뒤척이다가 깔릴지도 몰라.....난 책임 못진다고...."

"....상관없으니..피곤하면 자라.."

"그래..맘대.....해.."

엄청 피곤해서 제대로 말도 못 끝내고 첸은 바로 깊은 수마로  빠져들어 갔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위장에서 꼬르륵하고 소리가 난다.

아 배가 고프다...

너무 배가 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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