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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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조식시간에 맞춰 루이가 나를 깨우러 왔다.  밤을 샜는데 새벽에 잠시 잠이 들었나보다.

    【.......아직 해도 뜨지않았는데 벌써 깨우러 오다니...】

    "...벌써 아침인가.."

    "예 보스.  조식이랍니다. 일어나세요."

    "으.. 아직 밤이잖아."

    "곧 해가 뜬답니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시면 바로 일출을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읏.."

    채근하는 루이의 손에 일어나 세수물을 받쳐오기에 세수를 간단히 하고 식당으로 향하였다. 하품을 하면서 뒤를 따라갔더니 옆에서 오던 동자승들이 킥킥거리는 소리에 약간 머슥해졌다. 눈으로 둘레둘레 휘둘러보니 어젯밤의 미랸이 졸린 얼굴로 슬슬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미랸에게 슬슬 다가가 아침인사를 건넷더니 놀라서 첸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어색하나마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같이 식당에 들어서니 식사준비를 마치고 우리가 들어오기를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좌중의 시선이 모여져서 얼굴이 좀 붉어짐을 느끼고 가장 가장자리의 자리에 미랸과 나란히 앉자 간단히 감사의 인사같은 것을 모두 복창하고 식사를 시작하였다.

    식사를 끝내고 정리를 하는 스님들을 약간 돕고 있자 주지스님 조용히 첸이 자신의 사실로 와주길 바란다는 전갈을 받았다. 안내하는 동자승을 따라 사실로 들어갔더니 앉아서 차를 주길래 마셨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주지스님이 말문을 먼저 연다.

    "어젯밤에 노스님을 만나셨습니까?"

    "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음.. 저희 사원의 비밀을 물어보셨다고하시더군요..그럼 이미 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이 리콴(白立泉)씨와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바이 씨와는 만난 적이 없지만 그 후에 다른분들의 경우는 본적이 있습니다. 일단은 노스님과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사원의 보물은 그 존재가 허락을 하면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그 존재가 이 사원에 머무는 것도 그리고 저희 집안이 존재를 모시는 것도 그 존재가 결정한 것이지 인간이 정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희는 존재를 받들기는 하나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제가 금지(禁地)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신다는 이야기로군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 존재에게 인정받는다면 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저희는 사면초가에 빠질것이라서요. 그 존재가 사라지면 당장에 이 지역은 누구도 빠짐없이 살해당할수도 있습니다."

    "아 ..인간만을 해친다는 동물 때문이신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도 그 동물에 대해서 여러해동안 많이 주위지역의 소식을 받아보았습니다. 알아보니 그 동물은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높은 고원 지대등의 산을 타면서 천천히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더군요. "

    "그럼 이곳도 몇년만 지나면 더이상 그 동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씀이군요."

    "견디기만 한다면요."

    "견디다니요..?"

    "그 동물이 지난 흔적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동물이 지나간 곳 근방의 인간은 모두 절멸당했으니까요. 제일 큰 몰살은 터키중부에있는 산맥의 크샤나마을이 있는데 한 150여명이 살던 마을이라합니다. 어느날 그곳에 다른지방사람이 여행을 갔더니 모두 몰살당해 사람들이 썩어가고 있더랍니다. 바로 신고를 하여서 조사를 해본결과 날카로운 짐승의 이빨자국에 의한 사망. 그것도 한마리였다고 합니다. 사람들 주위에 총이나 칼등 무기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멸이라는 것은 그 짐승에게는 어떠한 무기도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일뿐이지요. 그후에도 계속 인간마을만을 중점적으로 노려 전멸당하는 마을들이 늘어나고 있고 지금은 그 짐승이 이 지방의 마을들을 노리고 있지만 어떻게든 우리를 지켜주는 우리 사원덕택에 좀 피해자가 적은 편입니다."

    "이 지방에 이 사원만 있는것은 아니지않습니까?"

    "네 이곳만 있는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서로 연관이 돼어있고 이 곳은 이 지역 사원중 가장 오래된 사원이어서 지역주민들이 이 사원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 직, 간접적으로 그  금지(禁地)의 존재가 지켜준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대가 원하는 데로 금지(禁地)로 들어가는 것을 쉽게 허락할 수 없습니다. 저희 사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결론입니다."

    "그럼. 제가 그 짐승을 잡아오면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주지스님은 얼굴을 굳히면서 크게 놀랬다.

    ".....많..은 사람들이 ..그놈을 잡으려..노력했습니만..아무도...어디있는지.. 혹은 만난 이후는 살해당했습니다.."

    "네. 알고있습니다. 어차피 바이 리콴(白立泉)이 원하는 물건을 가져가지 못하면 파산으로 살해당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바이 리콴(白立泉)에게 당할지 모르는 일이니 그게 그거일것 같네요."

    "....결국..목숨을 쉽게 버리겠다는 것 같습니다만.."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인생입니다만 더한일이 생겨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나무아미.. 부처님의 뜻.."

    "허락하신걸로 알겠습니다."

    "어쩔수 없는것 자신의 의지가 그러하다면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 노스님께 같이 가시지요."

    "에? 노스님께요?"

    "네.. 드릴것이 있습니다."

    "......."

    일어서는 주지스님과 함께 노스님의 방으로 가자 노스님은 창밖을 내다보시고 있었다. 들어가자 의자를 주지스님이 내주셔서 앉았다.

    "스승님. 짱푸첸 씨가 그 짐승을 잡으러 가신다고 합니다."

    "............"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저는 사원의 보검을 받기 위해 이분과 같이 왔습니다."

    "그렇구나....... 목숨은 매우 중요한 것이네.. 가서 여력이 없다면 바로 도망치게 ...우리가 해줄것은 대대로 내려오는 검을 주는 것밖엔 없는 것 같네.."

    "무기라도 지원해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심하게나..유징 가져오게나.."

    "네. 스승님."

    노스님의 명령에 주지스님은 방안쪽의 문을 여시고 긴 함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나무괘짝의 함은 길이는 좀 길었지만 폭은 20센치정도였고  특이하게 번호 자물쇄가 안에 박혀있었다. 

    번호를 맞추고 뚜껑을 열자 붉은 비단에 쌓인 검이 나타났다. 보물이라고 하기에 화려할 줄 알았더니 베이지색의  우둘투둘한 모양의 검이었다. 제련이 안돼어있는 듯한 검의 손잡이는 아무런 문 양도 없었고 단지 잡기 위한 모양일뿐이었다. 비단을 펼치자 검날도 제련이 안돼있을 거라 생각한거에 비해서는 약간 날이 서있는 검신이 보였다. 잘 벼려진 검이 아니고 검은 철색이 아닌 점이 이상했지만 물어보기엔 침잔한 분위기에서는 물어보기 힘들었다.

    들어보라고 해서 들어보았더니 돌칼인줄 알았더니 금속의 차거운 감촉이 느껴졌다.

    【철은..아니고..이게 뭐지..?】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야말로.."

    칼을 받아들고 주지스님은 하얀천을 가져와서 칼을 싸주셨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노스님의 방을 빠져나왔다.

    배정받은 그의 방으로 돌아와 작은 가방에 간단한 등산용품을 챙기고 있자 루이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말을 했다.

    "보스 어디 가십니까?"

    "음.......산에 간다."

    "무슨일로 등산을 하신다는 거지요? 저희도 가야돼지 않나요?"

    "음.. 설명하자면 하루가 지나가니. 일단 해결하고 와서 이야기해주마. 그리고 너희는 사원에서 쉬거나 노는게 좋을것 같군."

    "그럴수는....저희는..."

    "솔직히 말하면 너희는 걸리적거린다. 혼자가는게 나아."

    단호하게 루이의 말을 짤랐다. 같이 가보았자 결국은 인간뿐인 루이였다. 아무리 인간세계에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야생동물에게는 힘들다. 게다가 그 동물은 이계의 생물일 가능성도 높다. 루이가 심각한 첸의 눈치를 보다가 조물거리며 말을 했다.

    ".... 조심하세요."

    "그래. 다녀오마."

    루이의 배웅을 받고 사원을 나왔다. 계단을 한참을 내려가고 있자니 올라올 때보다는 확실히 금방 내려왔다. 

    "어디로 가야하나....?"

    첸은 일단 사원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갔다. 투시 능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의 눈에 띄는 자리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길도 나있지 않는 숲속으로 한참을 들어가자 약간 너른 공터가 있었다. 주위는 나무로 둘러싸여 빽빽한데 그쪽만 해가 비치고 있었다. 

    첸은 그 공터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주위부터 투시를 하기 시작한다. 근처의 풍경이 속속 투명해지며 넓어진다. 투시가 숲을 넘어 강의 넘어 산을 넘는다. 

    이윽고 첸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호수를 건너 어두운 동굴에  뭉쳐진 칙칙한 기가 방출되고 있었다.  주위에 다른 동물은 아무도 그런 기를 뿜지 않는다. 

    첸은 눈을 뜨고 몸을 순간 이동시켰다. 아까 보인 장소는 상당히 가팔러 보이는 바위산이었다. 서있기도 힘든 깍아지는 바위산의 한 귀퉁이에는 큰 동굴이 있었다. 이 동굴이었다. 그 놈은 이곳에서 사는 모양이었다. 새들이 사는 곳 같아 보이기도 한 동굴의 입구의 허공에 떠있는 첸은  날라 다니는 동물인가라는 생각이 했다. 그 정도로 바위산은 험하고 올라오기 힘든곳이었다. 

    【이빨이 있다고 했었는데...이상하다.】

    동굴입구로 들어가자 안쪽 길을 편편한 평지같은 느낌이었다. 꽤나 큰 동굴이었다. 마치 인위적으로 뚫어 놓은 듯 바닥은 아주 편편했다.

    첸은 소름이 끼칠 정도의 살기에 긴장했다. 동굴 입구에 발을 딛자마자 강렬한 기가 몸에 부딪힌다. 마치 전기가 한발한발 딛을 때마다 오르는 것 같다. 

    가져온 칼을 뽑아 들고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점차로 익숙해지자 앞쪽의 모양이 보여왔다.

    아무것도 없는가라고 생각한 순간 뭔가가 첸의 앞쪽을 향해 덮쳐드는 것이 보였다. 살기다.

    바로 공격이 시작돼었다.

    본능적으로 칼을 휘두르자 공격한 뭔가가 잘리며 툭 하고 떨어졌다.

    자세히 살피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뭔가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칼은 잘드는 편이었다. 쉭 하면서 아마 살들을 무리없이 갈라내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동안 계속된 공격에 상당히 격렬한 호흡을 하면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상하게 상대의 호흡은 들리지 않았다.

    【이놈들.. 이 세계의 생물이 아니다..】

    바로 결심을 하였다.

    잠시 전투를 멈추고 손에서 밝은 라이트로 쓸 수 있는 구체를 뽑아내었다. 갑자기 밝은 빛이 빛나자 공격이 잠시 주춤하는 것이 보였다. 눈을 감고있었기에 눈이 부시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라이트를 머리위에 띄우고 앞을 바라보니 모양이 부정확한 원령같은 놈들이 떼로 모여 공격할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빛을 싫어하는 듯 어둠속으로 점차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앞으로 재빨리 다가가자 빛에 쬐여진 한놈이 괴로워하며 부르르 떨며 슬슬 투명해지는 것이 보인다. 공격을 하였다. 밝은 빛을 비추며 얼마간을 싸웠는지 놈들도 달려드는 우리들을 어쩌지 못하고 공격해왔다. 마치 팔이 몸에서 튀어나오듯이 뾰족한 팔같은 것이 공격을 하고있던 것이다. 그래서 뼈 갈라지는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이놈들은 원혼이다. 】

    그것도 물질적 능력을 가진 원혼 이놈들은 지능은 거의 없지만 단순하고 공격적이다.

    한참을 싸우자 놈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계속 전진을 하고있다. 계속 들어감에 따라 무엇인지 모를 많은 놈들이 계속 공격을 해댔고 힘이 빠져나간다고 느낄 즈음에 놈들의 공격이 거의 없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계속 힘을 써대서 그런지 더욱 체력이 딸림을 느꼈다.

    별별 놈들이 다 나왔었다. 고양이과의 대형 육식동물도 있었고 박쥐같은 놈들도 공격을 해대었고 괴상하게 큰 곤충들이 달려들기도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석상들이 공격하기도 하였다. 이쯤돼면 장난이 아니다라고 느꼈다. 칼로 싸우는 것만으로는 부쳐서 염동력이나 불을 질르는것과 같은 능력을 계속 써 댔다. 

    【하아.. 힘드네..인제 두목급놈 만. 남은건가...】

    첸은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전진을 하였다.

    어두운 복도 끝에 밝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가 끝일라나....】

    점점 다가가자 그곳은 넓은 홀 같은 곳이었다. 

    바위만으로 이루어진 아주 넓은 공간이었고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있어서 태양 빛이 바로 그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그곳은 많은 식물이 심어져서 꽃밭군락을 이루고있었다.

    갑자기 펼쳐진 천국 같은 평화로운 광경에 놀라 잠시 서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첸을 막아주는 검은 막이 그의 앞부분을 막자마자 양단으로 쪼개졌다. 첸은 곧 다음 공격이 올 것을 예상했지만 재차 공격은 오지않았다. 앞에는 분명히 어느것도 없었는데 한 20미터 앞쪽에 높은 단상처럼 있는 바위위에 눈처럼 하얀 집채만한 동물이 서있었다. 

    긴털을 가진 까만눈을 가진 짐승은 뚫어지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화가 난다는 듯이 그르릉거리며 날 주시하고있었다. 그리고 첸은 그 짐승의 눈에 사로잡혀 버려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무기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이 짐승에게 아무런 상해도 입히지 못하고 전멸 당하고 만 것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그 짐승에게서 막대한 사념이 첸에게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머리가 아파지며 견디지 못할 정도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분노의 사념이었다. 아파오는 눈과 머리를 부여잡고 환각이 보이는 듯 놈의 주위에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막대한 검은 오라가 휘몰아치며 첸에게 쏟아부어지고 있었다.

    그놈에게서 힘이 분출됨에 따라 바위로 된 공간이 부서지고 있었다.

    힘이 첸에게 집중됨에 따라 그는 점점 공중으로 뜨이기 시작했다. 첸이 뜨고싶어서 뜨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목덜미를 잡아끄는 느낌으로 끌려올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온몸이 고통으로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이 아파하는 가운데 더 이상은 견딜 수 없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몸속에서 거대한 힘이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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