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31)

***

정말 이상한 사원이었다. 잠자리에 누워 인기척을 느껴보려 했지만 분명히 식당에 있었던 그 스님들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히 피곤할텐데 잠이 오지 않았다.

하도 잠이 안와서 밖으로 나가 사원을 거닐었다. 

분명히 이 사원안에  바이 리콴(白立泉) 영감이 원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를 안내한 스님을 떠봐도 뭔가 숨기는 것은 없어 보였고 식당에서 돌아오면서 견습스님인듯한 젊은 스님들을 떠봐도 별 소득이 없었다.

맑은 날이어서 하늘은 짙은 감색에 수많은 별이 떠있었고 마침 만월이 하늘에 떠있었다.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달이 더 커보였다. 마당인듯한 근처의 바위에 앉아 달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어떻게 이일을 해결하나를 고심하며 앉아있었다.

타박타박

아까부터 이상하게 여긴 날벌레소리나 새소리들이 들리지 않고 매우 고요한 밤에는 작은 발걸음 소리가 잘 들렸다.

매우 조심스런 걸음소리.

바위에 앉아 소리가 난쪽을 보았더니 작고 어린 동자승이 책을 가지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어디로 가는걸까?】

좀 안절부절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불안해보였다.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으나 잠시 흐르던 구름이 걷히고 내 모습이 보였나 보다. 앉아 있는 날 보자마자 얼어버렸다. 굳어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슬슬 다가갔다. 

"괜찮니?"

"아........"

"나는 오늘부터 몇일간 여기서 묵을 첸이라는 사람이란다. 아까 식당에서 보지않았니? 너는 누구니?"

소개를 하자 굳었던 몸이 풀어지는 듯 한다. 

"아..저..는..."

"그냥 사람이란다. 뭐 때문에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

"저..미랸..이라고...합니다."

"미랸? 그래 법명이 미랸이구나 . 밤이 깊었는데 어딜가고 있니? "

"아..노스님께 ...배우러.."

"노스님? 노스님이 계시니? 아까 식당에서는 노스님이라는 분은 못뵌 것 같은데?"

"노..스님은 거동이.. 힘드셔서.. 기거하시는..데에서 직접.. 식사를.."

"그래? 그런데.. 왜 그리놀래니?"

"...."

"대답할 수 없나보구나... 음.. 그럼 날 노스님 계시는 데 데려다 줄 수 있니?"

"...네..이쪽으로.."

약간 떨면서 안내를 하는 미랸을 따라 사원의 깊은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사원은 큰 것 같았다. 한 10여분을 걸은것 같은데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인듯 긴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앞에 가는 미랸은 서둘러서 걷고있었다.

"별로 빨리 가지 않아도 된단다."

화들짝 놀라는 등이 보였다.

"아...아니..예요.. 좀..무서워서.."

【응? 뭐가 무섭다는 거지?】

어두운 복도 끝에 석문이 보였다. 문이 보이자 미랸은 더 걸음을 빨리해서 문을 열고 첸을 바라보았다. 서둘러서 들어오라는 눈빛인 듯 했다.

요구하는 데로 따르며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서둘러 닫고 휴우하고 안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바로 옷가지를 정리하고 돌아서서 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열기 전에 미랸은 안에 있는 사람에게 왔다고 고하고 있었다.

"노스님. 미랸입니다. 오늘 공부를 하려 왔는데 이번에 외부에서 오신 손님을 같이 모시고 왔습니다. 같이 들어가도 될까요?"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가늘고 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서오너라 미랸.. 그리고 손님도 같이 들어오십시오."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방이었지만 단아한 이미지의 방이었다. 의자에 앉아 책상위에는 촛불과 함께 책이 놓여있었다.

"오랜만의 손님이 오셨다더니 저희 투제체사원에 잘 오셨습니다."

"아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일단은 차를 드셔야겠지요. 미랸 야크티를 대접해주겠니?"

갑자기 두 사람의 시선이 모이자 미랸은 좀 쑥스러워하더니 네하고 대답을 하고 한쪽에 놓여진 차 도구를 만지기 시작했다. 노스님은 첸에게 의자에 앉으라는 신호를 하였고 그에따라 의자에 앉아 노스님을 바라보았다. 

"음.. 여기까지 오셨다는 것은 하실말씀이 있으신거겠지요? 뭘 바라십니까?"

"아..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실례가 안될까요?"

"알고있는것은 모두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르는 것과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대답은 해드릴 수 없겠습니다."

"처음 질문은...아까 식당에서 뵌 주지스님이 제일 높으신 스님 아니십니까?"

"부처님을 모시는 승들에게 직급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지자리는 제가 한 3여년 전에 그에게 물려준 것 입니다."

"아 그렇습니까..그리고 아까 저는 마당의 바위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미랸이 저를 보더니 많이 놀라더군요.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

"좀..이야기를 하자면 긴 이야긴데 괜찮으신지요.."

"네.. 어차피 잠이 안와서.."

괜찮다고 하자 천천히 노스님은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몇 여년간 이 근방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필두로 여러 사원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해주었다. 아마도 근처에 사는 육식동물의 습격인 것 같은 사체가 발견돼어서 다들 무서워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이상한 점은 배가 고픈 동물의 습격이 아닌점이 문제가 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떻게 동물이 이유없이 습격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냐고 묻자 육식동물의 이빨에 당한 사체가 있었고 중요한 점은 살을 먹은 흔적이 없다는 점과 출혈과다로 죽어있는 모양이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걸리는 인간만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하는 동물때문에  근방의 마을이나 주위의 사원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상식적으로 야생동물이 인간만을 노려 살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노스님도 알고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럼 그 동물을 잡아야하지 않냐고 하자 사람들이 여러해동안  덫이나 미끼 등으로 유인하고 잡을려고 노력했지만 잡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뒤로 사람들은 3-4명씩 몰려서 야외에서 일을 하러 다니곤 했고 덩달아 외지로 나가는 여행 등도 생각하기 힘든일이 돼었다고 했다. 그렇게 무서운 환경이면 이사를 많이 하지않냐고 했지만 마음대로 이사가 힘든 이 지방의 특색 때문에 많이 이주를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밖에앉아 있는 나를 보고 놀란거였군..】

다행히 이 사원의 사람중에는 살해당한 사람이 없어서 주위의 민가의 주민들이 아이들을 이 사원에 많이 맡길려고 하고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다. 다른사원은 살해당하냐고 묻자 적어도 한두명은 살해당했지만 이 사원만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전해? 이상하군.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듯 한데...... 】

이 노승은 장담하면서 이야기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안전함에 대해서는 장담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의아함을 느끼며 노스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곳만이 안전할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주시던 노스님이 말을 멈추셨다.

"이유가.."

"대답할 수 없습니다."

"네?"

"저희 사원이 생긴 원인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그 내용은 이 사원의 후계자만이 아는 것입니다."

피해갈려는 노스님의 대답을 잡아 다시 여러가지를 물어보려했으나 대답해주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이 사람에게는 협박으로는 답을 얻어내기 힘든 타입이라는 것을 눈치챈 나는 첸은 솔직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대뜸 바이 리콴(白立泉)을 아냐고 물어보자 놀란눈으로 몸을 바로세우며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첸에게 말을 했다.

"자네는 누군가?"

"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인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로군. "

"솔직히 말하기 싫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원하는 말씀을 듣기 어려울 것 같아 말씀드리지요. 원류는 마카오의 흑사회의 일원입니다."

"역시. 그 사람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그럴 수 밖에 없지.."

"하지만 이 일은 공식적인 수출 때문에 온것입니다. 바이 리콴(白立泉)의 요구를 들어주어야만 제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가.. 그 사람이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한거군.."

"혹시 바이 리콴(白立泉)가 여기에 온적이 있습니까?"

"...................온적이 있지.."

"무슨일을 하셨습니까?"

"나에게 물어볼 이유가 있나? 이미 다 알고 온 게 아닌가."

"아니요. 저는 아무런 언질을 받지 않았습니다. 단지 바이 리콴(白立泉)은 장소만을 알려주었을뿐입니다."

"클클.. 그 사람 답군. 그럼. 자네는 그 놈에게 시험을 받고 있다는 거군."

"아마도..... 그렇겠지요..."

"그때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건가..하지만 우리도 그것을 맘대로 줄 수는 없는 노릇.. 클.."

"그분의 다리에 이상이 있는것을 말씀하시는 지요?"

"그렇다네.. 그때 우리 사원의 비밀을 무단으로 알아채 금지(禁地)로 들어가버렸고 결국 그에 따른 벌을 받은 거지. 거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역시 그 다리는 살리지 못했지. 아마 그 놈의 다리엔 문신이 있을거다. 저주의 문신을 받았으니.."

"저주의 문신?"

"그래 저주의 문신이지. 그 곳을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돼는 우리 사원의 비밀스런 장소지. 일반승은 들어가면 죽어버리던가 그놈처럼 다쳐서 나온다네. 오직 이 사원의 후계자만이 그 장소에 무사히 들어갔다 그분의 뜻을 받들고 나올 수 있지.."

"그분?"

"....그.. 존재..이지.."

"존재? 누굴 말하는 겁니까?"

"흐음. 이것을 들으면 자네는 죽을지도 모른다네. 그래도 듣고 싶나? 예전에 자네와 같이 바이 리콴(白立泉)의 수청을 받은 사람이 몇 왔었지 한 두어명 쯤. 그 사람들도 이와 똑같은 말을 했더니 한 놈은 안 듣고 가벼렸고 한 사람은 들었지."

"그래서 들은 사람은 어떻게 돼었습니까?"

"다음날 금지(禁地) 안에서 까맣게 타죽었네......그 사람도 몰래 들어갔지."

"저는 몰래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말해 주십시오."

"몰래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상관없을 거네. 어차피 거의 대부분이 죽지.."

"그럼 지금 옆에서 듣는 미랸도 듣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옆에서 차시중을 들고있던 미랸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미랸은 차기의 후계자라네. 그래서 내가 교육을 직접 시키고 있지."

"그렇군요. 말씀해주십시오."

노스님은 천천히 야크버터티를 마시고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원의 창립에서부터 지금의 역사를 천천히 읇듯이...

처음 사원이 세워지게 된 이유는 먼 옛날 이 곳에 큰 유성이 떨어진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유성이 떨어진 이후 근처에는 요괴라던가 유령들이 많이 나타나고 아무도 접근못하는 숲이 급격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위의 주민들은 곧잘있는 습격을 받고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중 용기있는 사람이 그 숲 중앙인 이곳에 들어와 아마도 떨어진 유성의 잔해물을 함에 모시자 숲이 사라지고 습격하던 요괴가 없어졌다라는 전설과 함께 그 함을 모시는 사원을 주위 주민들이 지었고 그 후 도입된 불교와 라마교가 그 민간신앙과 합쳐진 형태로 사원이 유지돼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유성이 모셔진 함은 아직도 사원의 깊숙한 금지에 모셔져있고 처음에 그것을 모신 용기있는 자의 후손이 대대로 스님이 돼 이 사원의 주지가 된다고 한다. 지금의 주지는 노스님과 한 8촌 조카쯤의 후손이며 미랸도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스님이 된 후손은 아이를 가질 수 없지만 자신의 형제자매들의 자손을 어릴 때 사원으로 입양시키며 대를 이은다고 했다. 그래서 그 집안은 피의 분화를 세세히 기록해 혈연의 아이 중 가장 어울리는 후계자를 찾아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존재는 이 사원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과 함께 이 지역을 성지로 만든 이유도 된다고. 보통 사람들은 자연경관에 취해 깊은 일을 알지못하고 수행을 하지만 이 사원의 주지일가의 후계자는 모든 것을 알고 그 존재가 사람들을 보호를 유지하도록 하고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첸은 유성은 단지 돌덩이일뿐인데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이해가 안 갔지만 자신도 그렇고 난(難)의 경우가 있으니  이 세상이 아닌것이 없으리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유성처럼 보이는 요괴일지도 몰랐다. 

노스님은 바이 리콴(白立泉)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60년전에 바이 리콴(白立泉)이 이곳에 왔을 때 누구도 몰랐던 이 사원의 비밀을 알고 찾아왔다고 그리고 그 유성이 모셔진 함을 가져가려 했지만 저주를 받았다라는 말을 했다. 그 함을 가져가면 불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억지로 그 함을 강탈하려고 했다고한다 . 그러나 노스님은 그 존재가 머무는 공간은 그 스스로가 정하지 인간이 하고싶은데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럼 바이 리콴(白立泉)은 나에게 목숨을 걸고 그 유성의 잔해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했다는 건가. 】

조용히 생각을 하고있자 노스님은  할말을 다 한것 같다고 조용히 첸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더 이상  머물수도 없어서 인사를 하고 방을 빠져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성이라는 게 무슨 존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문제있다던 인간을 습격하는 동물 또한 골칫거리다. 그 유성이라는 게 있어서 동물이 사원에 오지 못하는 것일 수 도 있다. 

어쩌면 일단은 습격한다는 동물이라는 것부터 해결해야 그 노스님이 금지(禁地)라는 곳에 들여보내 줄 의사가 생길 것 같다. 그럴 의도로 노 스님이 이야기를 꺼낸 것일거다. 

과연 그 잔혹하다던 동물은 일반적인 생물일지가 걱정된다. 이계의 생물일지도 모른다. 첸은 알지못하는 생물로 대항이 가능할지 고민을 했다. 차라리 총으로 잡을수 있다면 편할텐데  과연 그렇게 쉽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첸은 누워서 백가(白家)의 늙은 너구리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밤을 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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