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31)

***

탁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냄새가 코로 스며든다. 사정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아니 너무 좋아서 기절해버렸다. 눈을 떠보니 침대였다. 앤디가 옮겨준 것 같다. 

옆에서 길게 몸을 뻗고 누워있는 앤디가 깨어나서 눈을 뜬 첸을 보더니 한대 피우련 하고 몸짓을 했다. 

손을 흔들어서 별로라고 표현했다.

【아.. 목이 아파... 싫다. ...얼마나 소리를 지른거야. ...】

역시 나츠나 앤디들과 하면 상당히 속궁합이 잘 맞는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역시 이런놈이 취향이다. 

【음.......정말....급할 때 써야 겠어....이것 참...좋은데...】

"엄청 좋아하던데. 기분 째지더군.."

"아.. 나도.."

"역시 좀 쉬었군. 그렇게 소리를 지르더니.... 여간해서 소리 안내던 놈이 그렇게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니 좀 놀랐어. 어디 잘못 된것은 아닌지 걱정했다구..."

"괜찮아. 물 좀 주라. "

"어 그래. 여기"

앤디가 몸을 일으켜 침대 테이블 옆의 물컵에 물을 따라 주었다. 

【물을 먹었더니 좀 났군.】

다시 앤디가 준 컵을 받아 주욱  마신 다음 잔을 돌려주고 아까의 화제를 물어보았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대답해. 이미 그 답의 값은 한 것 같은데."

"아.. 뭐.. 참.. 비밀인데....칫..상당히 좋은 섹스였으니..물를수도 없고...쳇."

앤디가 입에 담배를 꼬나문다.

"궁시렁은 그만하고 뭔데. 꾸미는게."

"이..음.. 그러니깐..듣고 놀라지마....무기 생산이야."

"어..무기.. 엇? 무기생산? 중국에서???"

"그래. 무기. 중국에서 무기를 비공식적으로 만드는거야. 일단 인건비가 싸서 이쪽으로 옮겨서 중요하지 않는 부품을 만들어 미국에서 중요 부품과 조립하는 거지. 그 사업에 바이 리콴(白立泉)이 필요했어. 그래서 일단 접선끝에 홍콩에서 타결을 보자는 연락이 왔지. 그래서 홍콩으로 왔어."

"아까는 유통사업이라며?"

"뭐..속일생각은 아니었는데..일단 생산과 유통의 길을 만드는 거니깐.. 게다가 중계무역의 거점인 홍콩에서 유통이라고 하면 좀 들 견제받잖아."

"뭐...너도나도 유통사업을 하고 먹고사니까...그래고 용캐 백가(白家)의 영감탱이가 허락 했군."

"음. 뭐. 우리도 이 사업을 그와 같이 하고 싶어서 투자한 바가 없진 않아. 역시 중국인이더군. 계산에 능해."

"뭘 내놨는데? "

"돈될꺼...."

"뭐?"

"이번에 우리기업에서 개발된 신소재연구법을 넘겼어. 물론 무기에 사용돼지만.."

"으응........꽤 비싼것 넘겼군."

"히힛.. 그래 좀 비싸긴 했지만 아무리 바이 리콴(白立泉)도 그 연구법을 복기해서 만들려면 좀 걸릴껄.."

"니가 그렇게 손해보는 장사는 안하는 줄은 이미 알고 있어.. "

"후후 그럼 이번엔 질문이다. 넌 갑자기 왜 남자를 먹기시작한거야. 난(難)님은 잘 안 넣어주시는데.. 이유가 뭐야?"

"어...아..."

말문이 막혔다.

"....음... 좀 설명을 하자면 긴데.."

"아 괘안아. 난 이번주초에 이 협상 타결하고 휴가라고 다짐받아놓고 온거야. 히히 난(難)님께 갈꺼야."

"그래?? 좋겠다. 갈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음.. 난 요즘 좀 바빠....전쟁중이거든....."

"어. 뭔일 있구나. 무슨일이 있었는데???"

앤디에게 그간 있던 일을 긴시간을 들여 이야기 했다. 물론 난(難)의 기억을 받을때의 정보는 살짝 배제하면서 말하는 것이 좀 힘들긴 했지만..뭐 말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그거 이야기 하면 몇년이 지나도 다 못말할..엄청난 양이었다.

"오호라 결국 이 지구의 생물과는 섹스하기 힘들겠네.."

"그렇지. 다른 차원의 마족들이나 요마들과 하는 방법밖엔 없는데..그 놈들과 하면 정신공명 때문에 머리가 아파....할때는 기분 좋지만..."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난(難)님과 자주하기엔.. 너무 바쁘시지.."

"음.. 그래서 요즘..정말..몸은 허기져서 보채지......물론...일이 일이니 만큼 사람을 죽이는 게 힘들지는 않아도...그건 일이지.....무고한 사람 마구잡이로 살해하는 살인자도 아니고.....그러자니 우리 조직 놈 건들이는 것은 인신공양같고..음..심란한 매일이지.."

"그렇군.....정말 큰일이네....우리보다 능력은 늘어났지만.....성욕 때문에 고통받는 나날이라....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들은 편한거군..일년의 한번정도만....하는거니까.....응..아!!! ..좋은 생각이 났다."

"뭔데?"

"죽일놈과 하는 거야!"

"뭐 죽일놈?"

"그래 업무로 죽여야 하는 있을거 아니냐.... 뭐 어차피 홍콩 마피아로 살텐데 살다보면 꼭 죽여야 할놈 많을거 아냐."

"홍콩 마피아가 아니고 흑사회다. 그리고 본거지는 마카오야"

"어떻든. 일단 조폭으로 살아가는데.. 적이 없을 순 없고..당장에..너 네 원수를 아직 못죽였다면서..그놈..죽이기 전에 먹어버려."

"에......생각해보니..그런방법이....."

".......뭐 두목급이겠지. 그런 녀석들이 네 취향이 아니라 상관없는 야리야리하게 약할까? 설마..두목인데...그 취향이라던 근육맨일꺼아냐. 거의 대부분....."

"아마도..그렇겠지...몸을 단련하지 않으면.....금새 살해당하니까...."

"그런놈들은 또 대물(大物)일꺼 아니야??? 일본 야쿠자 만화보니까 그러던데...동서양이 다 그런놈들이 마피아가 돼더군.......암흑가사람들이란 모두 비슷하니까...그런놈들 죽이기 직전에 가둬놓고 몸 좀 한바탕 풀고 죽여버려. 어차피 죽을 놈인데. 뭐. 죽기전에 산사람 한테 공양 하나 하고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게다가 하고나서 살아있다면 계속 가둬놓고 꼴릴때마다 가서 하면 돼잖아. 일석 삼조네..게다가 능력 많이 받았다며...그런 초능력 뒀다 어디다 쓸려고...하고싶은거 하고 살아야지"

“하지만. 그건.... 꼭...내..개인적...사정을.. 이용.......사람.......”

“켁...... 그럼 네가 그렇지!! 그 대단한 자존심이라니.. 배고파 뒤지겠는데 음식 가려 먹냐!! 오냐. 너 잘났다. 제대로 된 이유 찾다 평생 굶다가 미쳐라 .. 미쳐서 무차별적으로 아무나 잡아먹는 식귀나 돼겠지.......동정도 안한다. 세상에 없는 머저리같은놈... 똑똑하고 독한 척은 무지 해더더니..세상에 다시없는 꼴통이잖아...그꼴로 나가죽어!!! 흥!!!”

앤디가 피고있던 담배를 자기 손으로 부서뜨려 불을 끄더니 첸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팽 하며 이불을 잡아 첸의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누워버렸다. 가만히 침묵하는 첸에게 앤디가 이를 빡빡가는 소리가 들렸다. 

첸은 앤디의 분통을 받고 천천히 자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 유수의 흑사회 가분에서 나고 자랐다. 물론 암흑가의 일원으로서 게다가 한 방파의 후계자로서 그에 합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장자로 태어난 것 뿐만아니라 조직을 물려받을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타고났다. 하지만 수십대에 이르는 그의 가문은 그 가분의 일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역사깊은 전통과 함께 가혹한 후계자 교육또한 유명했던 것이다. 첸도 잠정 후계자라 해서 고이자란것이 아니었다. 수명에 이르는 남,녀 동생들과 같이 수많은 고행을 했던 것이다. 기억도 제대로 못하는 어릴때부터 피나는 무술수련이 있었고 방대한 양의 지적수행도 해야했다. 할아버님과 아버지는 언제나 그들을 쓰러질때까지 몰아댔었다. 물론 그 수련에는 직접 사람을 죽이는 살인기술 훈련도 포함되어있었고 자신도 어릴때부터 사람을 안죽여 본것은 아니었다. 암흑가의 어두운 삶을 살아가기에는 꼭 필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이것을 모르는 앤디가 아니었다. 앤디도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만만치 안은 암흑가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앤디가 알지못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었다. 그의 가문의 교육에는 자녀 납치사건 방조 등의 특별한 자녀교육 방법이 있는 것이다. 평생 단 한번 납치된 아이들은 어쩌면 살해당하기도 하고 재수가 좋으면 숨만 쉴 상태로 살아나기도 했다. 그리고 능력이 출중하다면 자신의 기술로 탈출하기도 했다. 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이 단 한번 납치된 상태를 만들어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하라는 생각을 심기 위함이었다. 어릴때부터 죽음, 살인과 가까운 아이들이 미치광이 살인자로 자라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른 월등한 교육으로 집안의 아이들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괴물로 자라는 결과가 역사깊은 그의 집안에서는 몇차례 있었다. 그래서 가장 잔인하게 목숨의 위협을 아이들이 직접 격게 하는 방법들이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강력한 교육으로 그의 집안 유아 사망률이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파급된 결과로 가주(家主)는 아이를 많이 낳아야 했다. 아이를 많이 가지기 위한 일로 가주는 수많은 첩실을 두는 방법과 직계자녀뿐만 아니라 방계의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직계와 같이 후계자 교육을 받게한다. 수십명의 아이들중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아이들은  10명이 채 안돼었고 아이들은 자신과 동고동락하던 아이들의 죽음으로서 생명의 중요함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아 가게 된다. 게다가 필시 발생하는 살인의 쾌락에 잠식된 아이들은 성년이 되기전에  집안의 장로들이 아이를 주살한다. 그러면 남은 아이들만이 어른이 되고 성년식이 지날 때 쯔음이면 아이들은 절대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살인은 하지 않는다. 꼭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발생하면 가차없이 살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살해당하더라도 죽이지 않는 인간으로 자라야만 했다. 그 중에서 이번대에 그 고행을 이겨내고 후계자로 낙점받은 첸이었다.

단지 나중에 집으로 인지 받아 집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4번째 이복동생 짱리통(張立同)은 잔혹하고 야심만은 성격으로 성인이 돼어 버려 집안을 흔들며 첸에게 도전했다. 그 첸에 대항할만한 타고난 능력과 잔인함으로 집안을 힘으로 눌러버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첸은 동생인 리통의 도전을 물리치고 자신의 위치를 찾았다. 첸은 자신은 살인자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살인에서 쾌락을 구하면 그건 미치광이 살해범일뿐이다. 하지만 앤디의 말이 살인자가 돼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는 있다. 단지 첸에게 타협을 하라는 말이었다. 첸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같은 생각에 깊이 빠졌다. 

이미 해답은 제시되어 있지만 자신의 마음이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 몸이 변할때처럼 너무나 지독한 고통을 지나야 인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첸은 이미 알고있었다. 자신은 변했다는 것을 그것을 첸은 아주 뼈저리게 알고있었다. 

다음날  난(難)이 머물고 있는 프랑스로 떠나기 위해 행복해하며 어쩔 줄을 모르는 앤디를 첸은 직접 공항으로 나가 배웅해 주었다. 

첸의 머리 위 화창한 하늘에 거대한 비행기가 이륙했다.

***

그 날은 비가 오기 직전의 흐릿한 아침이었다.

사무실에서  간부들과  이번에 새로운 분기의  사업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는 도중.

고위급 경호업 쪽의 사업을 주로 맡은 쥬다오벤(朱道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쥬다오벤은 관계업종외에도 조직의 병력을 움직이는 책임자였다.

전화벨에 얼굴을 찌푸리는 첸을 보고선 기겁을 하고 전화를 받는 쥬다오벤(朱道本)은 전화내용을 듣고 안색을 싹 바꾸며 어조를 낯추며 말을 했다.

"보스. 기다리던 놈이 미끼에 걸린 것 같습니다......"

짐작했던 보고가 날라오자 첸의 입술 한쪽이 살짝 올라갔다.

"호오....... 드디어 물었나.....오래기다렸군..."

좌중에 고요히 침묵이 가라앉고 있었다.

"시젠핑(奚正平)!!!!“

행동대장으로  빠른 건각의 다리를 가진 팔극권의 대가였다. 첸이 호명하자 바로 응답한다. 

"옛!!!!!"

"준비한대로 맞아 줘라."

"하명하신대로"

재빨리 일어선 시젠핑(奚正平)은 나가면서 문앞에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시젠핑(奚正平)이 방을 벗어나자 회의실의 간부들도 주섬주섬 자리를 챙기고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있자 황노사가 살짝 꾸벅이며 알겠다는 표시를 하고 마지막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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