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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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을 넘어서자 자동차의 창문으로 집의 담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개월 동안이면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에 첸은 입술을 비틀며 냉소를 지었다.

    집안에 들어서니 집의 고용인들이 모두 나와서 인사를 하고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역시 어머니의 모습.. 들은 보이지 않았다. 

    " 아무도 내방에 오지 말아라." 라고 씁쓸히 내뱉으며

    그는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면서 천천히 기억이 세세하게 돌아오기 시작함을 느끼자.. 점점 머리가 망치로 때려지는 것처럼 아파지기 시작했다.. 

    왜이리 머리가 아픈걸까라며 멍하니 생각하면서 무심히 고용인들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져버렸다. 

    아까까지 아펐던 팔과 가슴은 더 이상 아파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

    눈부신 빛과 함께 어머니는 조용히 정원의 차양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고 계셨다. 

    그 앞에는 방금 구운듯한 스콘과 함께 향기가 좋은 차가 놓여져 있었다. 

    언제나 아침에 그 홍차의 내음으로 눈이 떠졌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어머니를 부르면 어머니는 내쪽으로 고개를 들어 눈가에 살짝 고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부르셨다.

    '첸. 이리온' 이라고  그리곤 맛있는 따뜻한 스콘을 하나 쥐어주시면서 '조금만 이리 앉아 기다리렴. 아침밥을 챙겨줄께' 하곤 주위의 메이드를 부르는 그때 . 

    그리고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면서 열심히 스콘을 먹는 나를 쓰다듬어 주시던 얼굴을 바라보자 어머니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셨었다. 

    【아아 가장 아름다웠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면 바로  이 때다. 】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자 구름이 서서히 우리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물끄러미 어머니와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자 어머니는 빙그래 웃으시면서 ‘비가 오겠구나, 바람이 피냄새가 난다. 오늘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세상이 물들거같구나. 후훗’ 하고  입술끝을 씨익 쪼갰다. 

    멍하니 어린 나는 어머니를 보고 있다. 

    【....... 피...냄새? 빨게? 쪼개? 】

    사방이 갑자기 검게 변하더니 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어머니의 희디흰 얼굴에 붉은 물방울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진다고 생각하자마자 주르륵 어머니의 온몸에 끈적한 피색이 물든다.

    뿌직뿌직

    온통 어두워진 정원에 땅에 갑자기 짙은 고동색의 거대한 가시로 뒤덮힌 나무의 끝이 땅을 부스는 소리와 함께 불쑥불쑥 커나가면서 어머니와 나를 둘러싼다. 마치 재크와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말도 안돼는 속도로 자라고 있다. 

    【 어머니....위험... 가시....그건 무슨나무? 왜....우리..정원에서...】

    갑자기 내가 서있던 땅이 크게 흔들렸다. 잠시 갈라지기 시작한 첸은 자신의 발아래를 보았다가 다시 어머니에게 고개를 들었다. 고요히 서 있던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점차 풀려가면서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우아하고 가지런한 가슴 끝으로 뾰족한 나무 끝이 보여지며 점점 높이가 높아지면서 어머니의 몸이 허공으로 떠간다. 가슴에 줄기를 꼿은 채로 .... 피가..하얀 드레스에 .... 피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으아아악---ㄱ!"

    너무 끔찍해서 첸은... 비명을 지르며 나무르 공격했다. 

    하지만 이 나무.... 저런 광경은..... 본적이 있다. 아니 기억에 있다. 쥬시 ..... 저 나무는 쥬시이다. 갑자기 발아하는 거대한 나무. 쥬시 나무의 숲에는 생물이 들어가면 안된다. 피를 흡수하는 저 나무는 포?식?성 의 육?식?이다. 발아 할 때 동물의 냄새를 맡으면 곳바로 동물을 꿰뚫어 버리며 잡아먹는다. 

    이런 기억? 아니 지식?

    갑자기 가슴이 타는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인두로 지져지는 느낌.. 칼로 베어진  어깨에서부터 배꼽부분까지 너무 아퍼왔다.  아니 너무 뜨거웠다.

    『쳰이라고 불러줄까 아가슈라로 불러줄까....』

    난(難)의 목소리.

    "나..ㄴ..ㄴ.....님..."

    그는 온몸이 너무 척척하고 무거움을 느꼈지만 난(難)의 서늘한 어조에 이상한 기이감을 느꼈다. 

    【 첸?? 아가슈라?  나는.........누구??? ................기억이........그...... 지옥의 뜨거움과  난(難)님이 내린 고통이 생각...............누구야!!!】

    마치 그것은 두 명의 온몸을 산채로 조각조각 잘린 후 다시 한사람으로 조립하는 과정이었다.

    모든 감각이 더욱 민감한 채로 몸과, 정신이 뜨거움에 녹아 분해 된 후 억지로 융합시켜졌다.

    첸과 아가슈라 그들은 철(鐵)이 었다. 난(難)이 예전에 첸에 대해 가볍게 지나가듯이 평가했었던 말처럼 만들기 까다롭게도 철의 성분이 균질하지 않았던 사철(砂鐵)이었던것이다. 도검(刀劍)을 만들 때 1400℃이상의 상상 못할 온도로 물처럼 녹아버려 누가누구인지 모르게 섞였다. 더욱이 상급의 철이 아니어 더욱 강한 화력으로 필요한 성분만 남기고 모두 태워졌다. 

    "난(難)...님  죽을것 같아요... 타..버릴 것 같아..죽..ㄱ..싫...어..."

    아직도 그 지옥은 끝나지 않았다. 

    첸은 머리를 감싸 안고 뒹굴고 있다.

    『아직 과정이 남아있다.』

    머리를 울리는 이명(耳鳴)과도 같은 고통과 함께 난(難)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 익지(熟)  익을 숙(熟) . 숙철(熟鐵)상태. 다른 말로 시우쇠라고불린다. 호미나 낫 등의  농기구를 만드는 철덩어리. 철광석을 쇠부리가마[製鍊爐]에서 1,200도 이상 1,300도 이하로 장시간 가열하면 묵철덩어리, 혹은 잡쇠덩이가 바닥에 생기는데 이 잡쇠덩이를 다시 강엿쇠둑[精鍊爐]과 판장쇠둑[鍛造爐]에서 분쇄 가열하여 만든 저탄소강이 곧 시우쇠이다.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성(鍊成: 담금질) 작업을 거쳐야 한다. 강철부터 무기로 사용된다. 

    않았다. 』

    도검이 돼는 철은 분명히 끔찍한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산채로 용광로에 부워져 녹여지고 다시 녹여 원하지도 않게 자신의 많은 부분을 잃고 그리고서도 부족해.... 찢어지는 뜨거움과 차거움,  타격의 고통속에 비명이 돼지 않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태어난다. 

    『좀더 밀도가 높아야......』

    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픔이 언제 끝날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다음 단계는 강력한 타격. 너희들을 두드려 줄 존재를 준비했다.』

    고조가 없는 난(難)의 음성에 약간의 즐거운 듯한 감정이 비춰진다.

    『아가슈라여 너가 바라 마지않는 신(神)으로의 한발자국 일 것이다. 즐거운가? 아니면 괴로운가?』

    시작되었다. 강력한 폭력이!

    아------아아----악!!!!!!!!!!!!!!!!!!!!!!!!!!!!!!!!!!!!!!!!!!

    ***

    갑자기 첸의 눈이 번쩍 떠졌다.

    몸은 나른하지만 더 이상은 잘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떠보니 그의 방의 침대 천개가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집안의 가장 어린 메이드인 친친(淸淸)이 꾸벅꾸벅 졸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눈을 돌려 베란다 밖의 풍경은 어두운 밤의 풍경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밝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었지만 첸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보름달이겠지라는 확신을 가지며  짱푸첸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나른하다고 생각한 몸을 일으키고 보니 이상하리 만치 온몸이 가볍다.  하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에 방에 딸린 샤워실으로 몸을 향했다. 

    【참 환자가 부스럭거리면서 움직이는데도 잘도 조는 군.......】

    첸은 일어서서 친친(淸淸)을 뒤돌아보고선 다시 몸을 돌려 샤워실의 문을 닫았다. 

    샤워실의 전신 거울에는 약간 수염이 자라고 살이 빠진 모습으로 파자마 차림의 그가 부스스한 모습을 하고 서 있다.

    【분명히 많이 아팠었다는데 생각보다 살이 많이 안빠졌군.】

    옷의 단추를 푸르면서 가슴근육이 보였는데 살위에 이상한 게 있다. 첸은 거울을 다시 봤더니 예전에는 없었던 표식이 어깨부터 시작해 가슴전부를 덮고 있었다.

    게다가 반나절 전 까지 잔혹하리만치 아팠었던 전신의 상처가 없다.

    “이게...뭐지?”

    성급히 바지를 벗어 던져버렸다.

    그의 온몸에는 주작(朱雀)이 문신으로 새겨져있었다. 

    불사조라 일컬어지는 주홍빛의 새. 그 화려한 불꽃색의 세퍼레이션이 그의 왼쪽 어깨에서 머리를 향하고 부리는 첸의 심장위를 덮고, 힘차게 펴진 날개는 몸 앞쪽을 지나 팔을 둘러쌓으며 등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었다. 왼쪽 무릎까지는 주작(朱雀)의 다리가 쭉 뻗어있다. 

    있을 리 없는 문신이었다. 첸의 집안은 흑사회이지만 가문의 일원이라고해서 문신을 새기지는 않았다. 게다가 집안의 문장은 연화(연꽃)무늬였다. 마피아라고 하기에는 차분한 가풍도 그에 기인한 듯 그런 가풍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짱푸첸」이었다. 

    그리고 현재 또다른 그인 「아가슈라」 또한 주작과는 전혀 관계없던 인물이며 그의 힘의 속성상 불의 힘은 상극이다. 

    갑자기 고통스러웠던 순간의 난(難)의 말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다음 단계는 강력한 타격. 너를 두드려 줄 존재를 준비했다.』

    【 타격....두드림, 담금질, 격렬함........ 주작(朱雀)...... 설마......?!!  분명히 다음 말은 『아가슈라여 너가 바라 마지않는 신(神)으로의 한발자국 일 것이다. 즐거운가? 아니면 괴로운가?』이였다. 그건 주작을 우리들의 만드는데....사용했다는?????..마치 강철만드는....】

    그의 심장표면에는 난(難)의 표식이 새겨져있다. 스스로는 볼 수 없었지만 그곳에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나 느끼고 있다. 

    맨처음으로 한 난(難)과의 정사이후부터 생겼었다. 난(難)의 설명에 의하면 소용돌이 문양이라 했다. 언령에 의한 계약의 표식. 

    이 표식을 받은 13인은 모두 같은 표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표식은 그들이 모두 난(難)의 것이라는 뜻이며 표식에 의해 모두의 마음, 의지 또한 난(難)에게 모두 읽혀진다. 게다가 표식의 지배력은 성욕에 아주 강력히 관련한다. 난(難)과 함께 있지않으면 스스로 세우지도 못하는 물건은 그냥 달려있기만 한 살덩어리일뿐이다. 어떤 누구하고도 있어도 어떤 상황이건 성감은 작동을 안한다. 또한 생물의 3대욕구 중 하나를 잃어버린 지인(知人)들은 뭔가에 홀린듯이 맹렬히 자신의 일에 파묻혀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계약의 대가로 받은 인간의 힘을 넘어선 초능력, 운명조차 바꿀 수 있는 행운, 상상할 수 없는 육체 재생력, 비상하리만치 높아진 지력등은 당시의 절망적인 개인적인 사정을 수복하고서도 남을만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만한 큰 힘이였다. 그래도 모두들 자신의 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생활이었다. 마치 일외에는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첸은 왜 난(難)이 13명의 사람과 동시에 계약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난(難)은 첸에게 ‘ 계승한다. ’ 라고 말했던 것을 생각해냈다. 난(難)이 아무 이유없이 예전처럼 『계약(契約)』이 아닌 『계승(繼承)』이라는 말을 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첸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난(難)의 피를 받았다. 지금 첸의 모든 피는 난(難)의 피로 이루어져있다. 그 피의 힘, 배덕(背德)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지니고있던 첸의 힘, 아가슈라의 마의 힘, 가슴에 드러난 주작의 힘 그 모든 거대한 힘이 모두 합쳐져 지금 그의 몸에 흐르고있었고 그것이 어느 정도의 한계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아 버린 자신의 힘의 크기가 두려웠고 미래를 한치 앞도 예상할 없는 자신의 운명이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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