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31)

***

어둠의 공간.

다섯개의 수정안에서  아주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 외에는 .. 보이지 않는 끈적한 어둠의 공간. 매우 습한 공기가 가득 찬 방안.

"쳰....깨어나고 있겠지....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냥 듣길 바란다. "

방의 가운데에는 돌로 만든 침대가 있었고 침대위에는 짱푸첸이 누워있었다. 벌거벗은 몸으로.

그리고 난(難)은 그의 옆에 서서 침찬한 어투로 담담히 말을 계속한다.

"그렇게 싫었던 매일이 더 싫은 나날이 될거다. 너에게 내려진 형벌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소멸을 원할때까지는.. 이제부터 너는 죄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조용히 읍조리듯이 작은 목소리였으나 너무나 잘 들렸다. 몸은 까딱도 할 수 없고 하물며 눈꺼풀조차 너무 무겁지만 음성만은 너무나 잘 들린다.

【...싫어..... 싫어!!!!】

"나의 피를 줄 것이다. 예전처럼 힘을 전달하는 것과는 다른 일일것이다. 지금 너의 몸에는 피가 하나도 없는 상태. 너의 피는 모두 내 피로 가득 찰 것이다. 계승자여....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차 알게되겠지. "

하얀 난(難)님의 팔목에서 한줄기 금이 가더니 주르륵 끈적한 요사스러운 피가 내 몸 위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머릿속에서 최대 볼륨으로 틀어진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안돼!! 몸...몸이...아파...아아아악!!! 】

짱푸첸의 몸이 퍼떡이기 시작했다. 의식없는 쇼크, 경련의 잔떨림에서부터 시작으로 몸의 모든 근육이 제각기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가슈라, 첸,  너희 둘은 지옥의 용광로에 들어간 것 같은 뜨거운 고통을 받는다. 그 고통속에서 너희들의 정신은 녹아버릴 것이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될 것이다. 또한 너희들은 너희 둘 중 누구도 아니게 될 것이다. ”

극렬의 고통속에 놓여진 첸의 영혼은 이미 난(難)의 말이 제대로 인식돼지 않고 있었으나 그 몸은 분명히 난(難)이 내린 격렬한 고통에 반응하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에 짱푸첸의 퍼덕이는 소리와 질척한 액체의 소리만이 들리는 혼연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조용히 휘청거리지도 않으며 한참을 자신의 피를 쏟아내던 난(難)은 이미 들리지 않게 정신이 나가버린 첸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혼자말을 하듯이 측은한 기색을 품은 말을.

“하지만.... 첸...너는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내가 너를 익애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기 바란다............”

***

웅웅웅

【읏.. 시끄러.. 젠장.. 아프다. 안아픈데가 없어...아파죽겠는데... 누구냐.. 시끄럽게 굴지말고 꺼져버려.】

웅성웅성

하지만 첸의 불퉁거리는 불평에도 점점 소리는 커진다.

시끌시끌

"다  꺼져버려.!!!!"

"앗 도련님!!!!!"

"보....보스!!!!!"

"보스!!!!!"

"여기 도련님이 깨어나셨다."

"의사!!"

"간호사!!"

너무나 눈이 부셨지만 게다가 안아픈데가 없었지만. 편안한 잠의 시간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눈을 뜨니 둥그런 까만것들이 눈 앞에 잔뜩 모여있다. 아직은 윤곽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제대로 볼려고 노렸했다.

【이것들은 다 뭐야!!】

"흐흑.. 도련님..."

"저 기억하십니까?  보스?"

【어서 많이 들어본 목소릴세.. 】

흐리게 보이는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황노사(黃老士)와 우리조직의 간부들이 열 댓명 모여있는 것 같다.

"어...황노사인가... 무슨일로 우리 집에 왔지 이 시간에. "

【이른 아침인데....】

"도----련님!!!! 아....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행입니다."

첸은 원체 대쪽같은 태도로 바짝 날이 선 것 같은 인상의 황노사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지만 갑자기 오른쪽 머리에서 찌르는 고통이 와서 오른손을 머리위로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뭔가 주렁주렁했다. 

"읏. 뭐가 이리 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거지? 응 바늘? 링겔? 어 왜 손에는 붕대가??억.. 아프다.."

"조...조심하십시오 온몸에 큰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아프다. 이게 죽을 것 같은 고통인거야?? 】

"왜 이리 아프지?"

"기억이 안나십니까? 도련님.."

"뭐?"

첸은 상처가 너무 아파 몸을 구부리고 있었는데.. 쫌 참을만 해서 머리를 들었더니..  떼로 몰려있는 열댓명의 사람들이 모두 울고있었다. 건장한 모습의 거한들이 얼굴을 모두 구긴채로 울고있는 모습은 과히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게중에 가장 몸이 왜소한 황노사가 그저그렇게 어울리게 울고 있었다. 그리고 첸의 인생 29년 만에 처음으로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황노사가 신기해서 잠깐이나마 상처의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황노사는 첸의 교육담당이기도 한 조직의 오래된 가신이다. 어릴때부터 너무 엄해서 울면 첸이 울었지 황노사는 눈물을 보인적이 없었었다.

"뭐야? 무슨일이냐?"

“..............”

“.........”

"습격당했습니다. 도련님...태을방(太乙幇)에게"

"?"

"큰마님.... 숙부님들....작은 도련님들.... 아가씨들.. 거의 대부분이....너무나 큰 피해입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황노사는 말하고 있었다.

"저희가 그때 이변을 눈치채자마자 무기를 준비하고 도착하니 거의 대부분 분들이 살해당하신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도련님은 거의 빈사로 피를 많이 흘리신 상태였지만 그래도 숨이 붙어있으셔서 급히 저희 쪽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

"그리고 대 수술 후 반달만에 도련님이 겨우 깨어나신겁니다..."

"......."

"의사는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수술 후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했다』라고 하지만 생사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지만. .. 도련님은 안정되어 가셨습니다. 단지 깨어나시질 않으셨습니다. 반달동안 도련님은 의사조차도 해명할 수 없는 속도로 회복되셨습니다. "

"그런데도 이렇게 아픈가?"

첸은 오른쪽 얼굴을 찡그리면서 물었다.

"의사가 운신이 가능할정도로 회복되는 것은 2년은 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련님은 지금 반개월만에..."

“..........”

“정말 다행입니다. 수술에는 뇌수술도 있었습니다. 의사가.. 의사가 깨어나시고도 기억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온몸에... 내부 신체기관들도 엄청난 내상을 입으셨고 살아나신것만으로도 대단하신겁니다.”

".......반개월동안 자고있었으니.. 빨리 나았을수도 있는거다."

"도련님..."

"보스..."

"보스!!!!!!!"

웅성웅성 시끌시끌

"그만!!!!!! 시끄러워!!!!!!!!  그럼... 내가 잠자고 있는동안 조직은 무사한가?"

원래 좀처럼 큰소리를 안내는 타입이었던 첸이 누워있는 가운데에서도 버럭소리를 지르자 모두들 깜짝 놀라 눈물로 범벅된 눈을 휘둥그레 뜨는게 보였다.

"그건..."

첸의 물음에 모두들 갑자기 고개를 숙여버렸다.

"황노사...."

첸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던 황노사는 호명을 하자 흠짓 몸을 긴장시킨것을 그만이 눈치챈듯 했다. 

"조직은 건사 했습니다. 일단은 가족의 교통사고로 표명하고 도련님은 무사하다는 것으로 주위에 소문을 냈습니다. 주인님과 그외의 분들은 아직 안돌아 가신 것으로 무마시켰습니다."

"조직이 울렁울렁했겠구만. 그래 몇이나 토꼈나 우리 조직 놈들은?"

평소에 쓰던 말투가 아닌 거친 말투를 쓰는 첸의 목소리에 모두들 깜짝 놀라 의아한 듯 첸을 향해 고개를 들었지만 물음을 이해하자마자 다시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한다.

【이놈들이 ..... 뭐하는 짓꺼리야....】

짜증이 확 솟아버린 첸이 왼손에 꽉 쥐고 있던  병원 침상의 철제 봉이 우직하며 우그러지자 그 자리에 있던 시람들이 더욱 놀라버렸다.

"헛"

"읏"

주위의 인원들이 바짝 긴장해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팽팽한 공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주로 조직원들의 무술교육담당이었던 격투가 출신의 우락부락한 근육의 중년간부인 까오싱지엔(高行健)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주인(主人)의 호위를 담당했던 따이허우잉(戴厚英)을 포함해 직접호위가 17명 사망했고. 조직에서 탈주한 인원은 41명입니다. "

【역시...예상했던 그대로의...답변이로군..】

"흐..분명히 태을방(太乙幇)의 개새끼들이 우리와는 반대되는 소문을 퍼트렸겠지.. 물론 진짜사실을...."

"죄...죄송합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1"

열댓명의 남자들이 모두 고개를 못들고 있었다.

"죄의식 가질 필요 없다. 습격당할 정도로 틈이있던 나의 잘못이니. 나가라. 의사선생님이 오신것 같다."

아까부터 문앞에서 들어오질못하던 의사를 부르자 쭈빗거리며 간호사와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자 열댓명의 시선이 들어오던 의사에게 쏟아졌다. 

들어오다 의사는 험악한 눈초리를 받더니 따딱하면서 발을 움직이지 못한다

"들어오십시오. 궈(郭-곽) 선생님."

원래 첸의 집안 주치의인 궈모뤄(郭沫若-곽말야) 선생이 이런 분위기를 경험하지 못한것은 아닐텐데..사안이 사안인인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어...어디 크게 아프신곳이 있으신가요. 짱푸첸 님."

"아닙니다. 수술을 잘해주신 것 같습니다. 좀 아프긴해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하긴요. 엄청난 회복을 하신 짱푸첸 님이 대단하신거죠."

궈 선생은 첸의 말을 맞추면서 그의 상의를 들추고 검진을 하면서 말했다. 

같이 들어온 간호사는 팔에 꼿힌 링겔을 확인 하며 떨리는 손으로 차트를 적고  체온을 재고 체온계를 조정하고 있었다.

"....곧 퇴원할 예정입니다."

"도련님!!"

"보스!!"

"주인(主人)!!"

화들짝 놀랜 얼굴로 궈 선생은 나를 바라봤다.

"저....아직 조금 더 회복되셔야 퇴원이 가능할 듯 합니다만...."

"아무래도 집안일이 걱정돼서..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요."

"도련님 저희가..."

"괜찮습니다..보스."

주위의 사람들이 우루루루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첸은 갑자기 굉장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시끄럽다!!!"

첸이 큰소리로  일갈하자 모두 굳어버리면서 좌중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궈 선생. 일단은 깨어났으니 퇴원하게 해주시오."

"그..그런.."

"난 집으로 돌아간다."

누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 독백하듯이 그렇게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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