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형은 너무 쉽게 저를 쥐고 흔드는 것 같아요…….”
달큰한 맛이 남은 입술을 혀로 핥자 제현의 끈적한 눈이 내 혀를 진득하게 보다가 다시 내 눈으로 올라왔다. 내가 가만히 내려다보자 그 눈이 흔들렸다. 고민하는가 본데.
“형, 졸려 하셨잖아요.”
“내가 진짜 졸려서 그랬다고 생각해? 가만히 두었으면 붙잡고 두 시고 세 시까지 떠들며 놀 사람들을 물리고 그 아낀 시간에 뭘 하려고 그랬을까?”
“…….”
제현도 이쯤 되었으면 내가 그렇게 피곤하기만 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민이 서려 있었다. 여기서는 내가 도움을 좀 줘야 했다. 얼굴을 귀에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바싹 붙이고 작게 속삭였다.
“나 좀 안아 줘.”
“안고 있잖아요…….”
제현이 입술을 꾹 깨물더니 번뇌에 찬 표정으로 겨우 말했다.
“이번엔 그런 의미로 안아 달라는 건데…… 내 생일인데…….”
결국 이런 별것도 아닌 조름에 제현의 이성이 졌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굶주린 사람처럼 내 입술을 탐하던 제현이 자기 옷을 찢어발길 듯 벗겨 내더니 바로 내 위로 몸을 겹쳤다. 밀려 올라간 티셔츠 때문에 맨살이 서로 부딪히자 저절로 몸에 열이 돌았다.
“흐으…….”
“뭘 기대하고 있길래 벌써 젖었어요.”
이미 속옷이 젖어 축축했다. 제현이 속옷을 내리자 젖어 번들거리는 것이 튀어 올랐다. 이렇게 흥분에 약한 사람이 아닌데 매번 미약에라도 취한 것처럼 이 모양이니 부끄러웠다. 팔로 얼굴을 가리자 여린 살을 가볍게 깨물며 핥기 시작했다.
“자꾸 가리면 팔에 잇자국 잔뜩 남겨 버릴 거예요.”
못이기는 척 내리자 제현은 언제 으르렁거렸냐는 듯 세상에서 제일 환하게 웃으며 젤을 입구에 발랐다. 쾌락을 원하는 몸은 손가락이 들어오기도 전에 움찔거리며 난리였다. 제현이 제 것에 콘돔을 씌우다 말고 구멍에 비볐다. 이미 젤로 흥건한 입구에 철퍽거리는 음탕한 소리를 내며 비벼졌다.
“아아, 흐으으…….”
“후우…….”
몸을 비틀자 제현이 거친 숨을 뱉으며 내 허리를 잡아 눌렀다. 잠시 또 생각에 잠기나 했더니 내 다리를 모으더니 어깨 위로 올렸다. 흥분에 절인 것 같은 머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잠, 잠깐만.
“시, 싫어……!”
내 허벅지에 박아 넣으려던 제현이 마치 자기가 무슨 파렴치한 짓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모든 동작을 멈췄다. 제현의 힘이 빠진 틈을 타 다리 한쪽을 반대편 어깨에 둘러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에 제현의 것을 밀착시켰다.
“제대로 넣어 줘…….”
말로 뱉으려니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제현은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마른세수를 연거푸 했다.
“형, 형…… 제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
“아는데…… 아는데 싫어…….”
잔뜩 달아오른 몸 때문에 울먹임이 섞여 나가자 제현은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두드리다가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 그 덕분에 내 몸이 폴더 접히듯 접혔다. 입술을 쪽쪽 소리가 나게 빨다가 놓아주었다.
“형은 제가 매일 얼마나 도를 닦는 기분인지도 모르시면서 왜 자꾸 저를 시험에 들게 하세요.”
“흐응…….”
뭉근하게 문지르다가 몸을 일으켜 콘돔을 마저 씌웠다. 아까 콘돔을 씌우다 만 이유가 삽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 흣, 누구는 마냥 읏, 태평한 줄 알아……?”
제현의 길쭉한 손가락이 파고들었고 찌걱거리며 드나들었다. 손가락을 조이는 내벽에 제현도 흠칫거리며 깊은숨을 뱉었다.
“손가락 녹을 것 같아요…….”
“하, 하으…… 아, 으응 거기, 안, 안 돼……!”
빠르게 세 개로 늘어난 손가락이 안쪽 깊은 곳을 누르자 몸이 튕겼다. 금방이라도 절정에 다다를 것 같은 느낌에 몸을 바르르 떨고 있자 안쪽을 잔뜩 지분거리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이번엔 내가 깊은숨을 뱉어야 했다. 잔뜩 흥분한 제현의 것을 흥분 반, 두려움 반의 기묘한 심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제현이 픽 웃었다.
“지금이라도 무를래요?”
“아, 아니…….”
물러 달라고 하면 정말 물러줄 생각이 있긴 했는지 의심될 정도로 강하게 안으로 밀어 들어왔다.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매번 할 때마다 힘들어하면서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조르세요.”
“읏, 흐으…….”
팔을 제현의 목에 감자 제현이 내 다리를 조금 더 벌려서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다 넣고 나면 내가 익숙해질 틈을 주는데 이 시간은 나나 제현이나 죽을 맛이었다. 둘 다 마음 같아서는 서로를 뒤흔들고 잡아먹고 싶어서 난리였다.
“죽겠네…….”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건지. 따지기도 전에 시작된 움직임에 그저 신음만 새어 나갔다.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다못해 얼굴을 묻고 있는 어깨를 힘껏 깨물자 제현이 웃었다.
“엉망으로 만들어도 되니까 마음껏 물고 뜯어 보세요.”
제현의 말에 입을 떼자 타액이 흘렀다. 내 생각보다 강하게 물어서 아팠을 것 같은데 제현은 허리를 놀리는 데 집중하느라 별 느낌이 없어 보였다. 지난번 허벅지에 진한 잇자국을 남긴 뒤로는 매번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무는 제현이었으니 이제는 정말 재갈을 물려야 하는 사람은 나인가 보다.
“아, 아앗, 하응…… 응……!”
“지난, 번처럼…… 한 번 하고 나면 얌전히 주무시는 거예요. 하, 더 조르면 진짜 제가 못 참아요.”
맞부딪히는 엉덩이에서 얻어맞는 것처럼 철썩철썩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하게 쳐올리며 하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응응, 알겠다고 대답했다. 사실 지금 내 상태는 정말 퓨즈 끊기기 직전의 전구와 같아서 제현이 그러지 않아도 조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아, 아흑…… 아……!”
타이밍 좋게 제현이 내 허리를 한껏 들어 올렸다. 빈틈없이 꽉 조여든 내벽에 제현이 몸을 떨며 참았던 숨을 뱉었다.
“하아, 흐, 하…….”
“생일 축하해요. 바빠서 생일 제대로 못 챙겨 드리는 건 아쉽지만.”
내 생일 시기에 바쁘지 않다면 서머 시즌을 죽 쒔고 월드 시리즈도 희망이 없단 소리니까 그건 당분간 바라지도 않았다. 어차피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사람도 아니고 바쁜 게 좋았다.
“하…… 벌써 인생 최고의 생일이라고 하면…… 믿을래?”
“그렇게까지 좋았다고요?”
사정감을 즐기던 제현이 웃으며 느릿하게 허리를 다시 움직이자 더 이상의 쾌락을 버틸 수 없는 몸이 툭 하고 끊어지듯 잠이 쏟아졌다. 땀으로 축축한 몸이 마음에 걸렸지만, 제현이 알아서 해 주겠거니 믿고 수마에 몸을 맡겼다.
***
내 생일이라고 일정이 줄거나 하지는 않았다. 우승하고 거의 바로 맞는 생일이다 보니 평소보다 많은 곳에서 축하와 선물을 받아서 얼떨떨했다. 촬영 사이에 근육통과 피로로 골골거리고 있는 내게 제현이 4단 도시락과 미역국이 담긴 보온 통을 꺼내 들었을 때는 정말 기함했다. 심지어 새벽같이 일어나 직접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이 자식 사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각종 촬영과 인터뷰가 끝났다. 이제는 정말 월드 시리즈 준비를 제대로 해야 했다. 다들 연습실에 모여앉아 노닥거리며 감독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우승자들 안녕하신가.”
“지운이 형!”
새하얀 탈색 머리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안겼다. 지운이 고생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눈물이 다 나오려 했다. 지운과 함께했을 때 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나 하필 결승전에 장염 걸려서 경기장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중계 방송이나 했네. 5세트 동안 내가 화장실을 열세 번 갔대.”
“못 본 사이 좀 마른 것 같기도 하고?”
“얼씨구 뼈에 살가죽 겨우 두른 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내 코를 잡아 흔들더니 내 의자에 냉큼 앉았다.
“내가 오늘 이렇게 숙소에 방문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부러워서다.”
의미심장하게 말해 놓고는 의자를 거의 수평으로 펴더니 드러누웠다.
“아, 나도 못 해 본 KKL 우승을 나 없이 하면 어떻게 해. 하물며 직관도 못 갔잖아!!! 아이고 억울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지운을 보며 옛 생각이 나는지 동진이 코를 한번 쓸고서 그대로 쌀가마 메듯 지운을 어깨 위로 올렸다.
“형은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투정을 부려요. 애들 다 보는데.”
“하…… 너희 월드 시리즈도 우승해. 트라이앵글 우승하는 거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으니까. 나 벌써 파리행 티켓 알아보고 있다. 이코노미석 없으면 비즈니스 클래스든 퍼스트 클래스든 빚을 내더라도 갈 거라고! 야, 연습 안 하고 뭐 해!! 지금 월드 시리즈 누구누구 올라온 줄은 알아? 이번 중국 서머 시즌 결승전은 꼭 봐라. 완전 와일드캣 문즈 상위 호환이더라.”
눈을 잔뜩 부라리며 힘주어 말하는데 동진의 어깨에 얹어진 상태라 위엄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어, 지운이 왔냐?”
“감독님이 부르셔 놓고 불청객처럼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아, 맞지. 지운이 너 코치 생각은 아직도 없어?”
“에이, 제가 무슨 코치입니까. 저는 그냥 광대할게요.”
지운이 은퇴할 때부터 꾸준하게 코치 영입을 노렸던 감독님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지운의 셔츠를 잡아당기자 나를 바라보았다.
“엉?”
“왜 안 해?”
“거봐, 찬희도 오라고 하잖아. 선수 경력 있겠다 애들 케어도 잘하고 해외 리그 정보도 빠삭하니 딱 맞는데.”
지운이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고민하는 모습에 지금 밀어붙여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찬 감독님이 눈을 번뜩이며 지운의 손을 꼭 잡았다.
“정 그러면 월드 시리즈 동안만은 안 되겠냐? 트릭스 게이밍 쪽도 너만 오케이하면 좋대. 우리 아직 월드 시리즈 명단 픽스 안 됐거든?”
“백 코치님! 백 코치님!”
지운을 좋아하는 준이 만세를 하면서 연신 외치자 지운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은근히 포물선을 그렸다.
“아, 그럼 어쩔 수 없나…….”
“오케이! 계약서 준비되어 있으니까 따라와.”
“계약서를 벌써, 지금 당장이요?”
“너 또 집에 가면 다시 생각해 보니까 역시 안 될 것 같아요, 그럴 거잖아. 도장 찍고, 집에도 가지 마. 숙소 방도 비워 뒀어.”
“아, 저 방송…….”
“우리 이번에 3층에 스트리밍 실 만들어 놨는데 봤어? 가자, 가자.”
감독님이 지운을 반강제로 끌고 나가자 시끌시끌하던 연습실에 폭풍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순간 정적이 돌았다.
“대박이다.”
“어쩐지 감독님이 서프라이즈 예고를 하신다 했지.”
“언제?”
“형이 차에서 반쯤 기절해 있을 때요. 기대하라고 하시던데요.”
각종 해외 리그들을 모두 섭렵하고 있는 지운이라 시청자들은 월드 시리즈 특별해설위원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우리 팀의 코치로 온다면야 우리에겐 이득이었다.
“저도 예전에 NKL 같이 보기 콘텐츠 하시는 거 봤는데 설명 되게 잘해 주시더라고요.”
“NKL을 봤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