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영혼까지 빨리는 것처럼 그저 무력하게 얼마간 제현에게 희롱당하고 있었을까 이대로 제현의 페이스에 넘어가면 답도 없어서 제현의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렸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제현이 입을 떼어 냈다.

“왜요?”

자극에 민감해진 몸이 덜덜 떨렸다. 숨을 헐떡이며 겨우 침대 밑으로 내려오자 제현이 몸을 일으켜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요?”

“너, 가만히…… 가만히 있어. 제발.”

다급하게 말하며 제현의 다리를 침대 밖으로 끄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현이 내 애쓰는 꼴이 불쌍했는지 웃으며 다리를 내가 끄는 대로 내려 주었다.

“형, 오늘따라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조용히 해 봐.”

제현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심기일전하는 기분으로 깊게 심호흡했다. 손으로 주무르면서 눈치를 보자 제현이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잠깐만 있어 봐.”

혀를 내밀어 천천히 핥다가 가볍게 숨을 뱉고 끝부터 입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물건이 점점 입 안 가득 들어찼다. 잔뜩 벌어진 턱이 다 뻐근했다. 앞으로든 뒤로든 받아들이기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 맺혀 시야가 흐려졌다가 흘러내리고서야 다시 밝아졌다. 이를 세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혀를 좀 써 봐.’ 언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나 혀를 굴렸다.

거의 다 삼켜졌을 때 만족감에 위를 올려다보자 제현이 인상을 쓰고 있었다. 의문이 다 스치지도 전에 제현이 손으로 내 머리를 밀어내 빼냈다. 미처 다물지 못한 입에서부터 타액이 길게 선을 이뤘다.

“왜……?”

그렇게 별로였나 싶어서 입술을 짓씹는데 제현이 내 볼을 쭉 잡아당겼다.

“진짜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 신경을 긁으시지.”

“애아?”

내가 신경을 긁어?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한 건데?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제현을 보자 옆구리에 팔을 집어넣어 번쩍 들더니 다시 침대에 눕혔다.

“제가 침대에 다른 남자 데려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내가 언제.”

“다른 남자 생각하면서 말 안 하면 제가 모를 줄 알아요?”

혀를 차며 아직도 팽팽하게 서 있는 내 것을 강하게 움켜쥐어 신음을 터트렸다.

“윽……!”

“이렇게 저를 모르신다니까. 저는 펠라에 죽고 못 사는 타입도 아니고 형 힘들어하는 거 뻔히 보이는데 저 혼자 좋다고 즐길 사람도 못 되거든요?”

내 것을 잡은 제현의 팔을 두드리자 경고의 의미처럼 들어갔던 힘을 빼고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놓아주더니 어느새 침대 위에 나뒹굴고 있던 젤을 손에 죽죽 짰다.

“누구는 좋아했나 본데 괜히 애쓰지 마세요. 제 공략 포인트는 딱 하나인데 형한테는 그렇게 힘들지 않으실 거예요. 저는 형이 정신 나갈 것같이 좋아죽는 얼굴에 미쳐서 살거든요?”

“아니, 아니야…….”

씩 웃는 얼굴이 갑자기 어딘가 무섭게 느껴졌다. 잠깐 두려움에 떠는 사이 제현의 손가락이 바로 쑥 들어왔다. 평소에는 젤이 차게 느껴졌는데 오늘따라 미지근해서 뜨거운 손가락이 더 잘 느껴졌다.

“하으으…….”

젤 덕분에 수월하게 진입하자 제현이 빠르게 손가락 수를 늘렸고 세 개쯤부터는 빠듯함이 느껴졌다. 시트를 한 움큼 쥐며 포인트에 닿을 듯 말 듯 애타게 하는 제현의 손가락 움직임에 허리를 비틀었다.

“으응…… 잠깐만.”

“더 깊숙하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응, 응……!”

울먹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제현이 눈가에 입을 맞췄다.

“하, 좀 더 괴롭히려 해도 괴롭힐 수가 없게 하시네.”

제현의 긴 손가락이 좀 더 깊숙이 파고들자 내 허리가 잔뜩 들렸다.

“하읏……!”

“지금 누구 손인지 알겠어요?”

“너, 너 진짜…….”

“아, 죄송해요. 노려보지 마세요. 이거 은근히 재밌어서.”

제현이 손가락을 조금 더 움직이자 쿨쩍거리는 소리가 야릇하게 들렸다. 몸을 동그랗게 말아 제현의 손목을 잡았다. 제현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변했다.

“하, 하으…… 이거 말고…….”

어차피 펠라로 한 발 빼겠다는 1차 작전은 처음 섹스할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빨리 넣는 것이 내 신상에 이로울 것 같았다. 제현이 끝으로 갈수록 열기에 흐려지는 내 말을 듣자 피식 웃었다.

“알았어요. 이제 말 잘 들을게요.”

꽉 들어차 있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마자 곧바로 젤로 흥건한 입구에 제현의 물건이 비벼졌다. 손가락으로 풀어 두었으나 평소처럼 오래 풀지 않아 앞부분만 조금 진입했는데도 이물감이 대단했다.

숨을 끊어 쉬면서도 제현을 재촉하자 곤란하다는 얼굴로 조금씩 밀고 들어왔다. 그래도 확실히 입으로 받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견딜 만했다.

내벽이 제현의 물건을 촘촘하게 조여 대자 제현이 낮은 신음을 뱉었다. 조금은 더 거칠어도 되는데 제현의 행동은 나를 무슨 더 힘을 주면 깨질 공예품을 다루는 것처럼 항상 조심스러웠다. 결국 언제나 안달 내는 쪽은 내 쪽이었다.

“흑, 더, 더…….”

“하, 잠깐 기다려요…….”

당장이라도 허리를 흔들고 싶은 열망이 눈에 뚝뚝 묻어나는데도 내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며 참는 모습에 내가 더 열이 올라 제현의 목에 팔을 감아 몸을 밀착했다.

“하, 하아…… 아무 생각 못 하게 해 줘. 정신 나가게 해 줘…….”

제현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하자 안쪽이 조금 더 묵직하게 들어찼다. 거기서 더 커지지는 말아 주라. 긴장감에 손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하, 허리 걱정하던 사람이 도발을 이렇게 하면…… 저보고 어쩌라는 건지…….”

하소연하듯 말을 하던 제현이 슬그머니 빠져나갔다가 단번에 찔러 올리자 여태껏 느꼈던 쾌감은 쾌감이 아니었던 것 같이 느껴질 만큼의 엄청난 자극이 쏟아졌다.

사정감에 잔뜩 조여든 내벽을 빠져나갔다가 짓이기듯 뚫고 들어오기를 반복하자 시야가 점멸하며 신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아앗, 응, 으응……!”

“하, 하아…… 형은 저 없이도 잘살 텐데 저는 진짜 형 없이 못 살 것 같아요. 어떡해요?”

“아, 아아! 읏…….”

제현의 움직임대로 흔들리다가 쾌감이 이제는 무서울 지경으로 몸을 지배했다. 허리를 틀며 제현과 거리를 두려고 하자 제현이 허벅지를 잡아챘다.

“도망가지 마세요.”

“아, 아아…… 나, 으응, 나 이상해……!”

“마음껏 이상해지세요. 하, 형이 아무리 이상해져 봤자 저만 하겠어요.”

더 강하게 밀어 올리는 행동에 이제는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헉헉거렸다.

제현이 숨 쉬라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고 이제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쾌감이 전신을 휘감아 제현의 등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인간도 짐승도 아닌 신음만 흘리며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

둘 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도 거칠지는 않아도 내 정신머리 하나는 확실하게 날아가게끔 쾌락에 절여 놓던 제현이었지만 오늘은 더워서 그런지 열이 너무 과하게 올라 평소보다 더 자극이 심했다.

제현이 분주하게 정리하고 뒤처리하는 동안 나는 그저 숨을 헐떡이며 퍼질러 누워 있었다.

매번 나는 체력이 고갈되어 이 모양인데 제현의 얼굴은 전보다 반질반질한 게 광채가 돌았다.

“황제현…….”

“네?”

목이 살짝 갔는지 긁는 소리가 섞여서 나왔다. 제현이 내 부름에 상큼하게 나를 돌아보았다.

“나한테 사과해.”

“죄송해요. 그런데 뭘 잘못했어요?”

사과하라는 소리에 고민도 없이 바로 넙죽 사과부터 하고 이유를 묻는 모습에 웃음이 다 나왔다.

“내가 좋아해.”

“예?”

“누가 좋아했던 거라 너한테도 했던 게 아니라 내가 네 거 빠는 거 좋아해서 한 거라고.”

얼빠진 얼굴로 굳어 있는 제현에게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1차적으로는 한 발 빼게 해서 내 체력을 지키고자 하는 계략이 있긴 했으나 제현의 것은 내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데다가 물고 빠는 맛도 있었다. 싫은데도 입에 넣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한참을 굳어 있던 제현이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감동에 젖은 얼굴을 했다.

“형……. 무슨 빠네, 뭐네 하는 상스러운 말을 해도 멋있는 건 좀 반칙 같아요…….”

“세우지 마. 지금 내 HP는 0이야.”

“알겠어요.”

대답만 잘하고 벌써 반쯤은 서 있는 제현의 중심부를 눈을 가늘게 뜨고 보았다. 나라고 저 녀석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해 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랬다가는 젊은 나이에 복상사로 일찌감치 인생을 은퇴하게 될 것 같았다. 이젠 진짜로 생존을 위해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제현이 슬라임처럼 흘러내리는 나를 안아 들고는 화장실로 가면서 슬쩍 내 귓가에 속삭였다.

“저도 형 거 빠는 거 좋아해요.”

“시끄러워.”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이 얄미워 이마를 가볍게 내려쳤다.

“그, 있잖아…….”

말은 꺼냈는데 다 내뱉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자 제현이 고개를 숙여 점점 다가왔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말을 그렇게 골라요.”

“그…… 나 잘 못 해?”

얼굴이 화끈거렸다. 제현이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쳐들었다가 심호흡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맞댔다.

“형……. 저는 형을 쳐다만 봐도 이렇게 되는데 잘하고 못하고가 어디 있겠어요…….”

내 손을 끌어다가 단단하게 형체를 갖추고 있는 제 물건에 대 주는 제현이었다.

“형만 있으면 저는 손 안 대고도 쌀 수 있을 거예요.”

“…….”

“어떻게 그런 걸 고민하시지?”

제현이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혼란스러워했다. 이왕 부끄러운 거 오늘 그냥 다 지르자는 마음에 슬쩍 제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면 다음에 얼굴에 싸 줄래?”

“…….”

난데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사람처럼 변한 제현의 손이 다 후들거렸다. 제현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거리는 것이 느껴져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냥 절 죽이세요…….”

“곱게는 못 보내 주지. 빨리 씻겨 줘. 찝찝해.”

“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혼자 씻겠다며 고집을 부렸지만, 이제는 제현이 씻겨 주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어지간해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매번 부려 먹었다.

남의 집 귀한 막내아들을 이렇게 부려 먹어도 되는지 죄책감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체력이 따라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자기합리화가 참 잘 되는 편이었다.

어쨌든 내 체력을 고갈시킨 장본인이니 조금 부려 먹어도 할 말이 많지는 않을 거다. 묵묵히 물 온도를 맞추고 있는 드넓은 등판을 보며 아까 제현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형은 저 없이도 잘살 텐데 저는 진짜 형 없이 못 살 것 같아요.’

웃기는 소리가 따로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삶을 줘 놓고 누가 누구 없이 잘 살아.

“다리 주물러 줘. 쥐 날 것 같아.”

말하자마자 딱 알맞은 강도로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하는 제현이었다.

“너 내 버릇 망치려고 작정했구나.”

“네. 찻숟가락보다 무거운 건 못 들게 하고 싶고 턱짓, 손짓만으로 절 조종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녀석이랑 엮인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를 보며 해맑게 웃는 저 얼굴을 보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