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 마이 트로피-55화 (55/100)

55화.

“이거 설마 그때…….”

“맞아, 네가 사라고 했던 거잖아.”

“아니…….”

내 허벅지에 한동안 자국이 남을 정도로 물어 버리고 도발이라도 하듯이 재갈이라도 물리겠냐며 물어본 업보를 마주한 제현의 얼굴이 아주 볼만했다.

그동안 집이며 지운의 집에 있느라 숙소 방 한쪽에서 고이 잠들어 있으며 개시도 못 했던 녀석이었다. 보관용 가죽 파우치에서 목줄도 꺼내자 제현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진짜 왔냐고요…….”

“주문 완료한 거 보지 않았어?”

제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재갈을 이리저리 만져 댔다. 쓰레기를 처리하려고 택배 박스를 접다가 서비스로 목줄을 연결할 수 있는 목걸이도 함께 온 것을 발견했다. 초커라고 해야 할지, 개 목걸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디자인이었다.

똑똑.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우리 둘 다 화들짝 놀라서 발작하듯 몸을 떨었다.

제현이 내가 들고 있던 목걸이를 빼앗아 재갈과 함께 자기 침대 이불 속에 파묻었다. 점점 똑똑, 거리는 소리가 쾅쾅, 소리로 변하고 있어 급하게 문을 열자 대뜸 케이크를 든 동진과 준의 뒤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태프들과 감독님, 코치님이 보였다.

“생일 축…… 엥? 제현이 없어?”

“동형, 저 여기 있어요.”

“다시, 다시 노래 시작. 생일 축하합니다.”

제현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침대에서 내려오자 살짝 불협화음인 생일 축하 노래가 울리고 제현의 앞까지 케이크의 초가 일렁이며 다가왔다. 준이 쓰고 있던 고깔모자를 벗어 제현에게 씌워 주고 내 손에 폭죽을 들려 주었다.

“사랑하는 조커의 생일 축하합니다!”

제현이 초를 불자 준이 폭죽을 펑펑 터트렸다. 나는 폭죽을 손에 들고 귀를 막고 있었다.

“아, 감사합…….”

“생일 축하한다!”

동진이 케이크 크림을 한 움큼을 퍼서 제현의 얼굴에 묻혔다.

“니다…….”

얼굴 반쪽이 크림 범벅이 된 채로 굳어 있던 제현이 씩 웃으며 손에 케이크를 쥐고 이리저리 날려 댔고 다들 꺅꺅거리며 피하기 바빴다. 나는 조용히 감독님 뒤에 숨어서 구경이나 하고 있었다.

“아, 찬희 형만 치사하게…….”

얼굴이 생크림 범벅이 되어 있는 준이 삿대질하며 나를 가리키자 어딘가 돌아 있는 제현과 동진의 눈이 나를 향했다.

“감독님, 살려 주세요.”

“얘들아, 진정 좀 해……!”

아무리 감독님 말씀이라지만 말 한마디에 멈출 사람들은 아니었다.

케이크는 누구 하나 맛보지 못하고 모습을 감췄고 머리카락에까지 크림으로 범벅이 된 준과 동진은 씻으러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 방 안을 치운다고 한참을 쓸고 닦아야 했다. 김준 생일이 곧이니 반드시 방에다가 똑같이 해 주리라 다짐했다.

제현이 폭죽 잔해를 치우다 말고 물끄러미 나를 보다가 손을 뻗어 내 볼을 쓰다듬더니 자기 입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닦는다고 닦았는데 얼굴에 크림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달아요.”

“생크림이 달지.”

“아니요. 형이 달아요.”

자기가 말해 놓고 내가 소름 돋아 하는 모습에 킥킥 웃었다.

“갑자기 와서 당황했는데 다들 순식간에 갔네요.”

“영상 찍으려고 온 거겠지.”

“다시 오지는 않겠죠? 저희 할 일 있는데.”

“무슨…….”

딱히 남은 일정이 없는데 하며 고개를 들자 제현이 검지와 엄지만으로 재갈을 들어 유심히 보고 있었다. 내가 샀지만 정말 제현과 딱 어울리는 디자인이라 감동적이었다.

“이거 저한테 진짜 채우고 싶어요?”

“강제로 채울 생각은 없는데.”

“아니, 원하시면 하고요. 그런데 제가 이걸 한다고 보기 좋으시려나…….”

주저앉은 채 달아오른 얼굴로 마구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 없다고 말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생일 선물로 준 건데 안 써 볼 수는 없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그란 부분을 가볍게 물더니 끈을 머리 뒤로 둘렀다. 피부색과 검은색 가죽끈이 퍽 잘 어울렸다. 그냥 물고 있을 뿐인데도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눈을 뗄 수 없었다.

혼자 채우기 어려운 디자인이라 다가가자 채우기 쉽게 고개를 숙여 주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제현의 눈이 반질반질 빛을 냈다.

그 눈을 보고 있으려니 손이 자꾸만 떨려 헛손질을 계속했다. 와중에 제현의 손이 헐렁한 반바지 속으로 들어와 속옷까지 파고들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읏, 가만히 있어 봐. 이거 채우잖아.”

뭐라고 웅얼거리며 제현이 고개를 더 숙였다. 흥분으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채우고 손을 떼자 나를 침대에 앉히고 내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마주친 눈이 열기로 가득했다. 뭐 이런 야한 눈이 다 있지. 손을 뻗어 볼을 감싸자 눈을 반으로 접어 웃으며 얼굴을 내 손에 비비적거렸다.

이번엔 시각적으로 줄 수 있는 자극은 다 줄 모양인지 티셔츠를 살짝 끌어 올려 맨살을 슬쩍 노출했다. 입이 막혀 있으니 눈으로 날 흥분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잠시 숨을 골랐다. 내가 진짜 제 명에 못 산다.

손가락을 벌려 사이로 슬쩍 내려다보자 끈적한 시선이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아니, 아까 차에서 오늘은 내가 리드를 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너 진짜 야하다.”

발로 중심부를 꾹 누르자 제현이 몸을 떨었다. 물린 재갈 사이로 거친 호흡이 새어 나왔다. 발을 움직여 쓰다듬자 바지 아래로 천천히 모양을 갖추는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제현이 재갈을 문 채로 내 허벅지에 얼굴을 묻고 물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 더, 더 애타서 내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옷 벗어 볼래?”

내 말에 얌전히 티셔츠를 벗자 탄탄한 근육이 드러났다. 마른침을 삼키며 제현의 팔을 끌어 내 위에 앉게 했다. 제현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중심부를 쓰다듬자 단단하게 존재감을 내뿜었다. 제현이 짧게 신음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이대로 눕힐 요량으로 제현을 올려다보는데 순간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단하게 재갈이 제현의 입에서 떨어졌고 재갈과 제현의 입 사이에 타액이 길게 선을 이뤘다가 떨어졌다. 제현이 의미심장하게 씩 웃었다.

“이제 형 차례예요.”

내 위에 걸터앉은 채로 가볍게 나를 밀어 눕혔다.

“키스를 못 하는 건 조금 아쉬울 것 같으니까 미리 해 두자고요.”

“잠, 잠깐……!”

타임을 외치기도 전에 제현의 입술이 나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덮쳤고 혀가 진득하게 얽혀 들었다. 이미 잔뜩 흥분해 있는 몸이었지만 더욱 열기가 몰려 순식간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나는 한참을 걸려 채웠던 재갈을 단번에 내게 채운 제현이 만족스럽게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자꾸 입술 깨무시니까, 형한테 더 필요하다고 봐요.”

“읍…… 윽.”

“잘 어울리세요.”

재갈에 막혀 한심스러운 소리만 나왔다. 제현이 그런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재밌는 장난감을 갖고 놀기 직전의 어린아이처럼 흥얼거리며 내 바지와 속옷을 벗겨 내더니 손에 젤을 묻혔다. 예고도 없이 쑥 파고드는 손가락에 몸이 물 밖에 나온 생선처럼 꿈틀거렸다. 어깨를 잡아 눌러 몸을 비틀지 못하게 막으며 천천히 움직이는 손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으으…… 으읍.”

쿨쩍거리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자 재갈이 거슬려 팔을 올려 빼내려는데 제현이 귀신같이 알고 손가락 수를 늘려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안 되죠. 제가 벗겨드리기 전에는 얌전히 차고 계세요.”

“우…….”

“제 생일이잖아요?”

생일인 사람이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고 얌전히 팔을 내렸다.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려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억눌린 목소리가 끝없이 새어 나왔다.

“슬슬 넣어도 될까요?”

아까부터 그냥 제현에게 정신없이 박히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던지라 광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콘돔을 끼우는 잠깐의 시간조차 너무 느릿하게 느껴졌다.

“흐윽…….”

“진짜 재촉하지 마시라니까요.”

제현이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숨이 턱턱 틀어막히며 신음이 새어 나갔다.

‘진짜 이러다 제 명까지 못 살지.’

계속된 자극에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착하게 잘 참은 보상을 주는 것처럼 가볍게 목덜미에 키스하며 내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하으…… 하…….”

호흡을 갈무리하는 동안 삼키지 못한 타액이 볼을 타고 흘렀다. 제현이 내 것을 잡고 가볍게 문질렀다.

“너무 여유로워지면 곤란해요. 그러라고 참은 게 아니니까…….”

충분히 정신 나갈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다. 내벽을 조여 무언의 항의를 표하자 제현이 윽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구부렸다.

“그래요……. 여유로우시다 이거죠.”

의미가 잘못 전달되었다는 걸 깨달은 것도 잠시 제현이 완전히 빠져나갔다가 강하게 밀어 올리자 온몸이 꿰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응, 윽……!”

“하, 더 조이기만 해 봐요. 제 거 잘리면 더 손해 보는 사람이 누구인데…….”

제현이 흥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농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을 던졌다. 제현이 움직일 때마다 몸이 저절로 나부꼈다. 괜히 도발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기엔 이미 늦어 있었다.

자꾸만 흐려지는 시야 속에 어딘가 스위치가 눌린 사람 같은 제현의 시선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 아으, 으…… 흐응, 윽……!”

숨쉬기 힘들어 차오른 눈물이 흔들려 떨어지자 제현이 움직임을 멈추고 재갈을 벗겨 주었다.

“헉, 허억. 아아……!”

“괜, 괜찮아요? 이렇게 힘들어하는 줄은 몰랐어요.”

당황한 눈동자가 흔들리며 내 눈가를 쓸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움직임이 멈추자 자극에 고픈 내 몸이 어쩔 줄을 모르고 바들바들 떨렸다. 헉헉거리며 차오른 숨을 쉬며 겨우 다리에 힘을 줘 제현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헉, 흐윽…… 맘대로 멈추지 마…….”

내 것을 손에 쥐고 허리를 움직이자 제현이 지그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형,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진짜 자극이 과해요…….”

“아, 아흐으…… 이렇게 하다 말 거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누가 그만해 준대요?”

아, 도발하지 않는다고 다짐했던 게 얼마나 됐다고 또 도발을 해 버렸는지. 제현이 다른 쪽 나머지 다리도 어깨에 걸치고 몸을 기울이자 나는 폴더처럼 접혔다.

“의외로 유연하시다니까.”

“으응…….”

계속된 자극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를 보며 제현이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속도를 더 올렸다. 오래도록 이어지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으, 흐응, 윽…… 그만, 그만……!”

“그만두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아니, 그, 그만…….”

“안 돼요…….”

애원하듯 울어봐도 소용없었다. 제현은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더 깊이 다가왔다. 서로의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

오래간만에 격한 운동을 거친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제현은 지치지도 않는지 나를 씻기고 말리고 거기에 재갈까지 닦아 와 마른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는 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리 내. 생일 선물 다음에 제대로 된 걸로 다시 사 줄게…….”

“왜요? 저는 이게 좋아요.”

생일 선물을 너무 대충 때운 것 같아서 말한 건데 제현은 내가 당장 뺏기라도 할 것처럼 야무지게 품에 끌어모으더니 소중하게 껴안고 앙큼하게 쳐다봤다. 귀엽기는.

“그렇게 좋아?”

“네. 최고의 생일 선물이에요.”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품에 재갈과 가죽 목걸이, 가죽끈을 품에 안고 세상 해맑게 웃고 있으니 저걸 귀엽다고 해야 할지 섹시하다고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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