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TGT] 삼각이들 지리는 지리산 정기 받으러 왔어요! - 3각이들 3문 3답
지운: 안녕하세요. 3문 3답 진행을 맡은 트릭스 게이밍 소속 스트리머 화이트 페이퍼 백지운 인사드립니다. 야, 너도 인사해.
진형: 안녕하세요. NKL에서 활동하고 있는 MVP 딜러 킹, 권진형입니다.
지운: 삼각이들이 질문 세 가지에 답변을 미리 했는데 하나하나 진형이랑 같이 볼 겁니다. 왜 저희가 보냐면……. 지금 시간이 11시인데 애들이 3시에 일어나 지리산을 가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대신 진행하기로 했어요.
(두 분은 왜 안 가시나요?)
진형: 공약은 트릭스 게이밍 트라이앵글 선수들만 수행하면 되니까요?
지운: 아, 은퇴하길 잘했다!
진형: 근데 찬희도 안 가는데 왜 우리만 해?
지운: 뭐야, 슈퍼스타 백지운과 함께하는 걸 영광으로 알아. 먼저 구리구리 동구리부터 보겠습니다.
[ 3각이들 3문 3답 - 구리]
Q1.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챙길 3가지
A. 여자친구, 장모님, 장인어른
지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동진이가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거든요.
진형: 근데 여자 친구분은 그렇다 쳐도 장모님이랑 장인어른은 무슨 죄로 무인도 끌려가시는 거야?
지운: 그니까.
Q2. 이상형
A. 승미
진형: 여자 친구분 이름 나와도 되나?
지운: 전에 MVP 인터뷰에서 ‘승미야 사랑한다!!!’ 외친 적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근데 너 축의금 얼마 할 거야?
진형: 우승 턱으로 신혼집 사 달라던데.
지운: 나도 사 줘.
진형: 결혼할 사람 있냐고.
Q3. 내 인생 최고의 힐러
A. 승미
지운: 푸핫, 얘 완전 팔불출 짓만 해 놨잖아.
진형: 닭털 날린다. 넘겨, 넘겨.
[ 3각이들 3문 3답 - 달링]
Q1.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챙길 3가지
A. 헐 가기 싫음; 안 갈래요;;
진형: 얜 그냥 안 가 버렸는데?
지운: 맨몸으로 가겠다는 거지 이거?
Q2. 이상형
A. 아담하고 작고 귀여운 사람♥
지운: 귀여운 앞쪽은 그냥 자기소개 아닌지.
진형: 준이 조그맣긴 하지.
지운: 트라이앵글 평균 신장을 낮춰 주는 토템 같은 거니까. 김준 여자 친구 희망자분들은 신장 150 미만이어야 하는 점 참고해 주세요.
진형: 이거 나가면 형 준이한테 차단당할 것 같은데.
Q3. 내 인생 최고의 탱커
A. 이거 어차피 구리형은 형수님 적을 텐데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외롭다……★
진형: 이건 솔직히 동진이 형이 너무했다.
지운: 같이 합 맞춰 본 힐러로서 인정합니다. 힐러들에게는 각박하지만, 여자 친구에게는 그 누구보다 따뜻하겠지. 무정한 탱커 구동진……. 다음은 어디 보자. 우리 혀니혀니 조커군.
[ 3각이들 3문 3답 - 조커]
Q1.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챙길 3가지
A. 찬희 형, 맥가이버칼, 라이터
지운: 오, 멀쩡한 대답이 드디어 나왔어.
진형: 찬희가 있다는 거에서 멀쩡하지 않은데?
지운: 그런가. 하긴 무인도에서 찬희를 어디다 써먹냐. 다음!
Q2. 이상형
A. 서찬희
진형: 이XX 미X놈인가?
지운: 진짜 제정신인 사람이 없네. 너는 이상형 어떻게 되는데.
진형: 딱히 없는데.
지운: 노잼…….
Q3. 내 인생 최고의 버퍼
A. 체크메이트
지운: 이건 그래도 정상적으로 이해가 되는 답변이네.
진형: 질문이 세 개인데 답변이 죄다 찬희잖아.
지운: 제현아 닉이 조커가 뭐냐. 쳌메처돌이로 닉변해라. 얘는 아마 뭘 물어봤어도 찬희라고 했을 듯? 조커 선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뭔가요? 체크메이트요. 어휴,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자. 다음은 귀요미 막둥이 볼드!
[ 3각이들 3문 3답 - 볼드]
Q1.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챙길 3가지
A. 물, 음식, 베개
지운: 야!!! 드디어 정상인 나왔다!
진형: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서 왜 그렇게 비정상적인 대답들이 나오는 거야?
지운: 그럼 네가 대답해 봐. 무인도에 3가지 뭐 챙겨 갈 건데.
진형: 쉽지. 동진이 형, 지운이 형, 찬희.
지운: 너 혹시 미X놈이야? 우리를 왜 데려가?
진형: 혼자 가면 섭섭하잖아. 운명 공동체 구 팀 트라이앵글 함께하자!
지운: (삐-)
(화면 조정 중 - 물 흐르는 소리)
Q2. 이상형
A. 청순가련
진형: 청순 좋지.
지운: 약간 첫사랑 상이잖아. 청순가련. 아, 아주 정상적이고 무난한 대답 너무 좋아요.
Q3. 내 인생 최고의 딜러
A. 가 되어서 찬희 형이랑 합 맞춰 보고 싶습니다ㅎㅎ!
지운: 확실히 얘도 정상은 아니야.
진형: 뭐야, 버퍼 아니었어?
지운: 감독님, 영화 포지션 변경 말해도 돼요? 된다고요? 네, 볼드 선수는 서머 시즌부터 트릭스 게이밍 스퀘어 메인 딜러로 활약할 예정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진형: 재밌네. 다음?
지운: 대망의 체크메이트, 차니차니!
[ 3각이들 3문 3답 - 체크메이트]
Q1.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챙길 3가지
A. 핸드폰, 건전지로 돌아가는 게임기, 건전지
진형: 찬희는 무인도에서 생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지운: 어떻게 3개 중에서 2개를 게임기에 꼬라박냐.
진형: 핸드폰도 게임하려고 가져가는 거 아니야? 그래도 찬희답네.
지운: 맞아. 저기 물, 식량 이러고 있었으면 대리 답변 의심한다.
Q2. 이상형
A. 게임 잘하는 사람
진형: 한결같네.
지운: 그러니까. 나 약간 그런 거 생각났잖아. 맞선 자리 보내면 상대분 냅다 피시방으로 데려가서 나이츠 1:1 신청하는 찬희.
진형: 이 게임에서 저를 이겨야 저와 결혼하실 수 있습니다. 그거야?
지운: 큰일 났네. 우리 찬희 혼삿길 제대로 막혔는데? 아, 다음 질문 대답 기대된다. 빨리 주세요!
Q3. 내 인생 최고의 딜러
A. JH
지운: 오……. 존X 똑똑해. 서찬희 문과인가 봐. 무빙 지린다. 개 잘 피했네.
진형: 왜? 누가 봐도 나잖아.
지운: 제현이도 JH거든?
진형: 겨우 한 시즌 맞춰 보고 뭘 알아. 내 이름 적기 부끄러웠나 보지.
지운: 찬희랑 같이 합 맞춘 딜러가 셋인데 일단 한 명은 이니셜이 안 맞고 다른 한 명은 미국에 가더니 자의식 과잉이라…….
진형: 내가 뭘?
지운: 자, 급 마무리라서 어색하지만 다들 어떻게 삼각이들의 3문 3답 재밌게 보셨나요? 삼각이들의 스트리밍 하이라이트와 숙소 일상을 더 보고 싶으시다면 구독과!
진형: …….
지운: 뭐 해. ‘좋아요.’ 해 줘야지.
진형: 좋아요?
지운: 알림 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안녕!
***
지리산에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릭스 게이밍 트라이앵글 채널에는 영상이 와르르 올라갔고 팬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
진형도 서머 시즌 준비를 더 미룰 수 없어 미국으로 돌아갔고 내 상태도 혼자서 병원에 다녀올 정도로 좋아졌다. 가는 길에 속이 울렁거려서 3보 1휴식을 하긴 했지만 혼자 다녀왔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끼며 식은땀에 절어 축축한 몸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앞으로 재활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긴 하지만 게임을 다시 해도 좋다는 확답도 듣고 왔다.
“형!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요?”
“아, 무음이라 몰랐어.”
“어디에 있었어요?”
“어, 병원 다녀왔어.”
제현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굳었다.
“혼자서요?”
“응.”
뿌듯한 기분으로 대답했는데 제현이 시무룩해졌다.
“절 두고요?”
“분리불안이라도 생겼어? 서운해하지 말고 이거 봐.”
양손을 펼쳐서 보여 주자 제현이 눈을 접으며 웃었다.
“깁스 풀었어요?”
“응. 이제 게임해도 된대.”
“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제현이 내 눈치를 살살 봤다. 연습실로 가는 내내 뭐냐고 물었지만 애써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내 컴퓨터 앞에 앉아 클라이언트를 켜고 나니 제현이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갔다.
“허.”
[TGT Checkmate 그랜드 마스터]
그래도 명성 포인트를 든든하게 쌓고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도 오래 쉬었다 보니 그랜드 마스터로 강등당해 있었다. 랭킹 1위에서 이렇게까지 내려온 게 몇 년 만이더라.
“괜찮아요?”
“태초 마을로 돌아온 기분이야.”
랭커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을 아등바등했던 때가 생각났다. 딜러와 버퍼를 번갈아 가면서 온종일 게임에만 매달렸다. 무리는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단시간에 빠르게 올리려면 역시 한 사람 붙잡아다가 2인으로 랭킹전을 돌리는 것이 좋았다. 문제라면 랭커는 랭커끼리만 매칭을 돌릴 수 있었다.
“너 지금 몇 위야?”
“저 지금 19위인가 그래요.”
애매하다. 아예 90위라고 하면 연패를 몇 판 하게 해서 그랜드 마스터로 강등시켜 버리고 같이 올라가면 되는데 너무 높았다. 그러고 보니 영화가 포지션 변경하지 않았나.
다급하게 핸드폰을 들었지만,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핸드폰을 거의 장식품처럼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 영화 번호가 저장되어 있을 리가 없었다.
“황제현, 영화 번호 있어?”
“네, 제가 걸어 드릴게요.”
제현이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내 귀에 대주었다.
- 여보세요.
“어. 영화야, 너 지금 티어 어디야?”
- 헐, 왜 찬희 형이지. 저 랭커요.
아쉬움에 주먹으로 책상을 쾅쾅 내려쳤다. 주변 인간들이 죄다 프로게이머라 랭커는 발에 챌 정도로 많은데 그랜드 마스터가 없었다. 혼자 올라가려니 막막해져 미간 사이를 주물렀다.
“너 부계정은 티어 어딘데?”
- 무슨 부계요?
“너 나랑 게임 돌리던 계정 있잖아.”
- 제가요? 형이랑요?
뭐야, 왜 모르는 척하지. 귀에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 번 째려보다가 다시 귀에 대고 키보드를 두들겨 부계로 로그인했다. 회사에 등록된 계정으로 바꾸면서 부계에만 추가가 되어 있었다.
“답답하게 굴지 마. 그거 있잖아. 나 데뷔전에 같이 하던 거. 황제반점.”
- 예……?
“뭐야, 핸드폰 로그인되어 있잖아.”
어깨로 핸드폰을 받치고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Chanini : 티어도 그마잖아]
[Chanini : 딱이네]
[Chanini : 본계로 친추 걸게]
그런데 타이밍 맞춰서 귀에 대고 있는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왜 제현이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지?
“…….”
- 형, 지금 저랑 다른 사람이랑 헷갈리신 거 같은데……. 저 따로 키운 부계정 없는데요.
[Chanini : ?]
1:1 대화창에 물음표를 보내니 바로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어, 영화야. 미안한데 내가 착각했다. 이따 밥시간에 보자.”
전화를 끊고 멀뚱하게 핸드폰 화면을 봤다. 생각해 보면 영화는 이제 17살이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5살이니 나이대가 맞지 않았다.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지그시 바라보던 핸드폰의 상태 바를 내리자 내가 방금 보낸 게임 메시지들의 알림이 떠 있었다.
내가 여태 어떻게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이해가 안 갔다. 닉네임부터가 ‘황제’반점인데도.
고개를 들어 제현을 흘겨보자 제현이 움찔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자 제현이 뒷걸음질 치며 방긋 웃었다.
‘웃는 얼굴로 그냥 넘어가려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뒷걸음질 치던 제현이 결국 벽에 다다르자 팔을 뻗어 제현을 팔 안에 가뒀다.
“황제현…….”
“형, 잠깐만요. 타임, 타임. 저 진짜 숨기려고 한 건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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