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제현이 내 티셔츠를 끌어 올려 판판한 가슴에 손을 올렸다. 다른 사람에게 만져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 마른침을 삼키며 손목을 붙잡자 입술을 한번 핥고서 유두를 손톱으로 살살 긁었다.
“응…….”
손을 아래로 내려 내 바지를 속옷과 함께 단번에 벗겨 내고 내 것과 자신의 것을 함께 쥐었다. 맞닿은 모든 곳이 뜨거워 흥분에 절은 소리가 절로 새어 나갔다.
간만에 쾌감을 맛본 나는 벌써 젖어 들고 있었다. 내 눈치를 보던 제현이 내 손을 끌어와 감싸 쥐게 하고는 허리 짓을 느릿하게 시작했다.
“아, 앗……!”
제현이 빠져나갔다가 밀고 들어올 때마다 쓸리는 마찰에 눈에 스파크가 다 튀었다.
거친 숨을 겨우 내쉬며 새어 나가는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짓씹는 게 고작이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나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왕성한 제현을 보며 숨을 삼켰다. 내 벌어진 다리 사이를 보더니 입구에 슬쩍 제 것을 비비다 안될 것 같은지 손가락으로 바꿨다.
“아아…… 읏, 그만……!”
“왜요. 아파요?”
길쭉한 손가락이 안으로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빡빡하게 손가락에 감겨드는 감각이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아흑…… 내가, 내가 할게…….”
숨을 헐떡이며 제현의 손을 쳐내고 몸을 기울여 서툴게 내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제현의 것보다 가늘어 수월하게 들어갔다.
천천히 안을 넓히며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렸다. 저 어마어마한 크기의 제현을 받아들이려면 충분히 공을 들여 풀어 두어야 했다.
“보지 마…….”
“왜요?”
“…….”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고생해서 다 풀어뒀더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며 할 마음이 없어지면 곤란하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벌린 다리를 조금 오므려 가렸다.
“보는 것도 좋은데요. 제가 분명히 배우러 왔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오므린 보람이 없게 제현의 손길 한 번에 다시 다리가 활짝 벌어졌다. 내 손가락이 들어찬 채로 제현의 손가락도 밀고 들어왔다. 빠듯함에 헉, 숨을 들이켰다.
“보기 좋은 시청각 자료는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실전에서 더 잘 배우는 편이라서요.”
“아, 으응……!”
제현의 손가락이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몸을 비틀며 빼내려 하자 더 깊게 들어올 뿐이었다.
“아앗!”
꾸역꾸역 밀고 들어온 손가락이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허리가 저절로 튕겼다.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래에 열이 몰렸다. 제현은 제 맘에 쏙 드는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애처럼 웃었다.
“여기 좋아요?”
“잠, 잠깐만……!”
“정말 멈춰줄까요? 여기는 아니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제현의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포인트를 공략했다.
‘이 자식, 남자랑 자는 게 처음이라는 말 거짓말일지도 몰라.’
눈앞에서 불꽃이 튀어서 나는 자꾸만 침대 끝으로 도망치듯 기어올랐고 그걸 막던 제현의 몸이 거의 나를 휘감고 있었다.
“형, 여기 완전 달라붙어요. 내 손가락이 그렇게 좋아요?”
짓궂은 웃음이 말끝에 뒤따라 붙었다. 뒤에 쑤셔 박힐 때마다 참지 못한 신음이 줄줄 새어 나갔고 이제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었다.
정신없는 사이 몇 개가 들어왔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겨우 숨을 편히 쉬며 안심하고 있을 때 바로 입구에 뜨거운 것이 맞닿았다. 정성 들여 풀어둔 입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잔뜩 움찔거렸다.
“……!”
끄트머리가 쑥 들어오자 빠듯하게 채우는 감각에 시트를 있는 대로 쥐어뜯었다.
“천천히 할 테니까요.”
“아, 응, 그, 그냥…… 그냥 넣어……!”
여태 성난 기운을 감추지도 못하는 것을 겨우 다스리고 있던 사람 같지 않게 ‘어떻게 그래요.’하고 말하는 제현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제현이 조금씩 전진할 때마다 내 안에 밀려들어 오는 감각에 발가락까지 힘이 들어갔다.
“하아…… 하아……”
짧은 키스를 두어 번 했을까 겨우 끝까지 품을 수 있었다. 제현의 물건이 들어차 판판하던 배에 완만한 곡선이 생겼다. 온몸에 땀이 줄줄 맺혔다.
“힘들어요?”
말은 녹아내릴 것처럼 다정하게 하면서 아래로는 슬금슬금 가볍게 허리 짓을 했다. 나는 제현이 움직이는 대로 몸이 흔들렸다.
“앗, 으응……!”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딱 힘든 만큼 쾌감이 느껴졌다. 대답할 정신도 없어서 제현이 뭐라고 물어 와도 입에서 새어 나오는 것은 오직 신음뿐이었다. 입술을 아무리 물어뜯어 봐야 소용없는 짓이었다.
제현이 내 턱을 들어 올리더니 겨우 내뱉는 숨까지 다 잡아먹는 것 같은 깊은 입맞춤을 했다.
부드럽게 혀를 빨면서 점점 쳐올리는 것에 속도를 냈다. 쾌감과 흥분으로 뇌가 녹아 버릴 것 같다 싶은 찰나, 나는 제현과 동시에 느끼고 말았다.
가늘게 몸을 떨고 있으니 제현이 멍하니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야해…….”
감탄처럼 내뱉는 것을 무시하고 숨을 고르고 있자 한참을 감상하듯 나를 바라보던 제현이 물티슈를 가져와 몸을 닦아 주었다.
“됐어, 그냥 둬. 어차피 씻어야 해.”
“같이 씻어요.”
“저 쥐똥만 한 곳에서 어떻게 너 같은 덩치랑 같이 씻어.”
그럼 적어도 화장실까지 옮겨 주겠다며 나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아까부터 느꼈지만 얘는 어떻게 된 게 다 큰 성인 남성을 자유자재로 번쩍번쩍 들어 댔다.
샤워 부스 안에 나를 내려 주고 미련이 가득 남은 얼굴로 진짜 같이 씻으면 안 되냐고 묻는 애를 파리 쫓듯 손을 휘둘러 쫓아냈다.
달칵.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물을 틀었다.
“아…….”
구석구석 씻다 보니 예민해진 곳이 그 손길에 또 흥분하려 했다.
‘발정 난 짐승도 아니고 미쳤나 봐, 서찬희.’
별거 아닌 손짓 하나에 또 설 것 같아 입술을 짓씹었다. 쾌락을 맛본 몸이 탐욕스럽게 자꾸만 흥분했다.
찬물로 바꿔 얼음장 같은 물을 끼얹으며 자꾸만 열이 오르는 몸을 식혔다.
‘정신 차리자, 정신.’
그렇게 한참 동안 찬물로 샤워하고 나서야 머리도 몸도 열이 식었다.
씻고 비척비척 걸어 나오니 제현이 내 젖은 머리를 새 수건을 가져와 한 번 더 닦아 주고 자기도 씻으러 들어갔다.
물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다. 머리를 제대로 말려야 하는데 한 번 침대에 몸을 눕히자 노곤하던 몸이 침대에 녹아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
분명 잠에서 깼는데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묵직해서 몸을 일으키긴커녕 알람을 끄기 위해 팔을 뻗는 것조차 힘겨웠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자 제현이 한걸음에 달려와 대신 알람을 끄고 핸드폰을 손에 쥐여 주었다. 어디 아프냐며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머리를 떼고 제 손을 올렸다. 보통 제현의 손이 뜨겁게 느껴졌는데 오늘따라 별 느낌이 없는 거로 봐서 열이 나는 모양이었다.
“열나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안 괜찮아.”
나오는 목소리도 다 쉬어 있었다. 아무래도 찬물로 한참 샤워한 업보를 청산 중인 것 같았다.
제현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정신이 사나워 휘적휘적 팔을 휘둘러 손을 떨어뜨렸다.
“그러고 있지 말고 가서 감독님한테 나 오늘 연습 못 하겠다고 전해 주고 넌 연습이나 해.”
“그렇지만…….”
“옆에 있어 봤자 정신만 사나워.”
단순한 열감기겠지만 어제 잔뜩 혹사당한 허리도 만만찮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서 어째 몸이 안 아픈 구석이 없는 기분이었다.
병치레에 익숙한 몸은 한숨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보다 멀쩡해질 게 분명해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 탓으로 생각하는지 간다면서 주변을 맴도는 제현이 신경 쓰였다.
“……니까.”
“네?”
“네 탓 아니니까 가서 연습이나 해.”
신경 쓰지 말고 가라고 말한 건데 말한 보람도 없이 제현이 다시 침대맡으로 다가와 주저앉았다.
“이게 어떻게 제 탓이 아니에요?”
“아니니까 아니라고 하지.”
굳이 따지자면 얼음물 폭포를 맞으며 도 닦는 사람에 빙의해 찬물을 한참 끼얹고 있던 내 탓이지 제현의 탓은 아니었다. 제현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보다가 침대에 얼굴을 처박았다.
“안 가?”
웅얼거리며 ‘갈게요.’ ‘갈 건데요.’ 한다. 종일 저러고 있을 생각인가.
“더 자게 빨리 가. 그리고 올 때 약 좀.”
“네.”
뭐라도 해 달라고 하니 마음이 좀 풀렸는지 제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도 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고서야 방을 나섰다.
머리도 말리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으니 그냥 앓아눕게 해 주십쇼 고사라도 지낸 것과 같았다.
감기 기운에 몸살 기운에 근육통까지 가지가지로 아팠지만, 어제 끝내 주는 관계를 했던 터라 몸이 아픈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제법 후련했다. 자위 기구라도 몇 개 들여야 하나 싶어질 정도였다. 그러다 기구를 이용해서 해도 이만큼 만족스럽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곱게 마음을 접었다.
***
까무룩 잠이 들었다. 부드럽게 이마를 감싸는 손길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걱정이란 걱정은 죄다 얼굴에 덕지덕지 달고 있는 제현이었다.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도 아닌데.’
확실히 좀 자고 일어나니 몸 상태는 한결 가뿐해져 있었다.
“아까보다는 열 내린 것 같네요. 동형이 형 좋아하는 가게 알려 줘서 사 왔으니까 먹고 약 드세요.”
숙소에서 두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죽집이었다. 좋아하지만 거리가 영 애매해 자주 먹지 못했는데 용케 그 귀찮은 곳을 다녀왔나 보다.
“버스 타고 다녀왔어?”
“아뇨, 회사 차 빌려서 다녀왔는데요.”
면허가 있단 말이야? 26살이나 먹은 동진을 포함해 팀원 전원 무면허라서 직접 운전해서 다녀왔다는 게 놀라웠다.
몸을 일으켜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늘렸다. 제현이 쟁반에 포장된 죽이랑 수저를 세팅하더니 쟁반을 침대에 올려 줬다.
“야.”
“네?”
“나 병자 아니야.”
내 말에 별 희한한 소리를 다 한다는 듯이 제현이 쳐다봤다.
“아프면 병자고 병자는 얌전히 간호받으세요.”
일회용 수저를 북북 뜯더니 죽을 한 숟갈 떠서 내 입에 댄다.
“아, 하세요.”
“윽, 내가 알아서 먹을게.”
“싫어요.”
머리를 뒤로 빼다가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아서 작게 비명을 질렀다. 제현은 꿋꿋하게 숟갈을 든 채로 버티고 있었다. 참 고집스럽다.
수저를 뺏으려고도 해 봤지만 성인 남성을 번쩍번쩍 드는 놈이랑 힘 대결을 하자니 승패가 정해져 있었고 그렇다고 안 먹고 버티자니 하루 종일이라도 저렇게 들고 있을 수 있는 놈인 걸 아니까 결국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
못마땅한 얼굴로 받아먹자 제현의 얼굴이 환해졌다.
“너 언제 가?”
“형이 이거 다 먹으면요.”
저 가게 양이 많아 반으로 나누어 포장해 두 끼도 넘게 먹던 곳인데 제현은 한 통을 다 먹이고 나서야 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체할 것 같아.”
“누가 죽 먹으면서 체해요.”
“내가.”
진지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니 진심이 전해졌는지 망설이던 제현이 그럼 반절만 먹이고 간다며 타협해 주었다.
어미 새가 챙겨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새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상했다. 한입 받아먹고 핸드폰을 보다가 한참 안 먹고 있으면 시위하듯 숟갈을 들고 기다리는 제현이었다.
“너 혹시 동생 있냐?”
“아뇨, 저 막낸데요.”
지금 하는 짓을 보면 어린 늦둥이 동생 두세 명은 키워 낸 든든한 맏형 같은데 막내란다. 역시 세상일은 알 수 없다.
“형은요?”
“외동.”
“그럴 것 같았어요.”
“욕이야?”
내 질문에 또 욕 아닌데, 하며 말끝을 흐렸다.
‘저번에 뭐라고 그랬더라.’
세상만사 다 무시하고 혼자인 자기 자신한테 중독된 나르시시스트일 줄 알았다고 했던가. 외동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자 제현도 마주 웃으며 숟가락을 건넸다.
“제가 처음이라 너무 무리시킨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엔 더 잘할게요.”
“어?”
내 반응에 제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다. 와중에 숟가락을 타고 죽이 조금 이불에 떨어졌다.
제현이 민첩하게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있던 티슈를 뽑아 들어 떨어진 죽을 닦아 내면서도 의문 가득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나 또한 뚝딱거리며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어, 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나는 바보처럼 어어 하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제현의 미간이 점점 좁아졌다.
“또 해?”
내 대답이 결정타로 들어갔는지 제현이 한 방 얻어맞은 사람같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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