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느 겨울: 보금자리
늦은 오후였고, 밤부터 아침까지 이어진 섹스의 영향으로 몸은 나른하게 풀어진 상태였다. 점심까지 끼니를 거르고 조인휘와 달라붙어 잠만 잤다. 깼다 잠들기를 얼마간 반복하다 완전히 깨어난 건 몇 분쯤 전이었다.
품 안의 몸을 쓰다듬으며 미적댔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불 안으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뚱이끼리 뒤얽고 있었다. 딱히 이 상태에서 바꾸고 싶은 게 없었고, 불편하거나 부족한 것 또한 없었다.
“정원아…….”
뒤척이던 조인휘가 갈라진 목소리를 냈다.
“응, 더워?”
닿은 피부는 습기로 촉촉했다. 나는 협탁으로 손을 뻗었다. 물을 따라 주자 그걸 마신 조인휘가 기대 왔다. 배고프다고 중얼거리는 입술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씻고 얼른 밥 먹자.”
늘어지던 시간을 마무리할 때가 온 듯했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서 긴장감 없던 근육으로 힘이 들어갔다. 나는 가느다란 등과 종아리 밑으로 팔을 넣었다. 들어 올리려 하자 조인휘가 잽싸게 옆으로 몸을 뺐다.
“알아서 갈 수 있어.”
“내가 안고 가면 되는데.”
“아, 그렇게 안는 거 좀, 그래. 공주님 안기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안기는 걸 꺼리는 게 우스웠다. 간밤에 그렇게 대단한 걸 해 댔으면서.
“…….”
숫기 없는 얼굴을 보며 혀로 볼 안쪽을 쓸었다. 당장에라도 얼굴을 붉히게 만들 음담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조인휘가 어기적거리며 침대에서 내려갔다. 시선이 자연스레 밑을 향했다. 엉덩이는 새벽까지 이어진 무수한 마찰로 인해 부어오른 채였다. 봉긋한 둔부가 울어서 짓무른 본인의 뺨과도 비슷했다.
엉거주춤 걷는 걸음은 무척 느렸다. 영 불안정해 보여서 다가가 부축했다.
“괜찮은데…….”
키를 맞추느라 숙였을 때 등 언저리가 따끔했다. 통증은 새벽 내내 이어진 섹스 중에 긁힌 데서 오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손톱이 짧아도 깊게 박히면 상처가 났다.
나도 모르게 목울대를 울렸다. 등의 상처를 의식하면서 자잘한 것들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힘껏 매달리던 감촉, 무게감 같은 것들이 와락 덮쳐 왔다. 조인휘가 강하게 매달릴수록 머릿속이 조이면서 고환까지 밀어 넣을 기세로 찧어 대던 감각이 생생했다.
“잠깐, 나가 있어. 나 화장실 좀 쓸게.”
욕실 안으로 들어선 조인휘는 나를 밀어 내며 고개를 돌렸다.
“뭐 어때. 그냥 써, 인휘야.”
왜 나가라는지 알았다. 그렇게 해 댔으니 아마 앉아서 소변을 봐야 할 것이다. 충분히 알면서 버티고 서 있었다.
조인휘가 볼멘소리를 했다.
“너도 쓰고 싶으면 거실에서 쓰면 되잖아.”
이사 오고 나서 화장실이 두 개가 되었다. 거실 통로 쪽에 하나, 침실에 하나. 방에 딸린 이쪽에는 욕조가 설치돼 있었다. 동거를 시작하고 두 달이 되어 가는 동안 우리는 벌써 여러 차례 이 크지도 않은 일인용 욕조에서 섹스를 즐겼다.
“몸 좀 담그고 싶어서.”
비스듬한 고갯짓으로 대꾸했다. 속으로는 음탕한 생각을 하면서.
조인휘는 어지간히 곤란한 기색이었다. 울상을 하고서 문고리를 잡는가 싶더니 다시 발을 미적거렸다. 누가 봐도 참고 있는 꼴이었다.
지켜보다 웃음기를 지우고 다가갔다. 기운이 빠져 휘청거리는 몸을 돌려 주자 몸에 힘이 서렸다.
“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
거절하는 걸 무시하고 변기에 앉혔다. 성기는 안쪽으로 조준시켜 주었다.
머지않아 시원한 소리가 욕실에 울려 퍼졌다. 조인휘는 떨구듯 고개를 숙였다. 발개진 양 뺨이 붉은 조명 아래서도 눈에 띄었다. 나는 부르르 떨리는 생리적 경련까지 지켜본 후 입을 열었다.
“다 했어?”
미간에 힘을 준 조인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치심과 은근한 짜증이 느껴지는 몸짓이었다.
그대로 일으켜 세워 뒤처리를 해 주었다. 닿은 곳마다 흠칫거리던 조인휘는 이내 포기한 듯 늘어졌다. 끌어안다시피 허리를 받치고 샤워 부스 안으로 이끌었다.
거품을 덜어 목덜미부터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하게 칠해 주었다. 샤워 볼을 건네주자 뜻을 알아차린 조인휘는 어수룩한 손길로 내 몸에도 동일하게 거품 칠을 했다.
끌어안자 미끈해진 육체끼리 맞물렸다. 머리카락에도 샴푸를 해 주고, 꼼꼼히 헹궈 주는 걸 끝으로 간단한 샤워를 마쳤다.
“으앗.”
조인휘가 작게 소리쳤다. 부스를 나오면서 축 늘어진 몸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허공으로 뜬 팔이 목을 감아 왔다. 싫다고 했던 공주님 안는 자세로 함께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긴장해.”
물을 받으며 딱딱한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부자연스럽게 등을 떨어뜨린 조인휘는 대답도 않고 어딘가 불편한 얼굴을 했다.
“며칠 떨어져 있었다고 어색하게 구네. 섭섭하게…….”
서운한 어조로 말미를 흐리자 조인휘가 돌아보며 파르르 반응했다.
“그런 게 아니라!”
“아니라?”
“네가 또 할, 까 봐 그러지. 나 배고픈데…….”
속눈썹이 물기에 젖어 빠르게 파닥거렸다. 욕조로 들어오면 열에 아홉은 그런 분위기로 흘러갔기 때문에 긴장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안 할게. 10분만 있다 나가자.”
어찌할 도리 없이 번지는 웃음을 느끼며 밀착했다. 조금 불만스럽게 쳐다보던 조인휘도 쪽 입을 맞춰 왔다. 늘 그렇듯 쉬운 수긍이 사랑스러워 입술을 몇 번 더 머금어서 빨았다.
얼마 전에 새로 산 입욕제를 풀었다. 사탕처럼 달콤해 보이는 볼 형태의 밤을 넣자 보글보글 녹아 달달한 향을 퍼뜨렸다.
수면 아래 비치던 나신이 거품에 가려졌다. 조인휘는 그제야 근육을 느슨하게 했다. 한창 흥분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매번 벗은 상태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몸 보여 주는 게 싫어?”
거품을 쇄골 언저리에 묻혀 주며 물었다.
“아니, 싫다기보단, 그냥…….”
내 몸이 비루하니까.
작게 중얼거린 대답이 의외라 헛웃음이 새어 나갔다.
“비루하다고?”
“너는…… 어디 가서도 자랑할 만한 몸매잖아. 솔직히 난 어딜 봐도 아니고.”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운동을 하면 될 텐데. 같이 하고 싶어서 집에 있는 덤벨로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알려 줘도 조인휘는 채 일주일을 못 이어 갔다. 근육은 가지고 싶지만 그걸 만들 인내력이 없는 전형적인 의지박약이었다.
시무룩해진 옆얼굴에 또다시 의미 없는 입맞춤을 했다.
“왜. 난 내 몸보다 인휘 네 몸이 훨씬 좋은데.”
“……무슨. 웃겨.”
퉁명한 말투와 다르게 쑥스러운 듯 입이 삐죽거린다. 나는 현실적인 쓴소리 대신 솔직하고 개인적인 감상을 들려주었다.
“정말인데. 여기 모양도 예쁘고…….”
유륜을 덧그리며 말하자 상체를 확 일으킨 조인휘가 돌아보았다.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팔을 끌어당겨 다시금 겹치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늘씬한 복부의 한가운데를 손끝으로 그어 내렸다.
“이렇게…… 갈라진 근육도 좋고.”
실제로 빈약한 형태지만 그 자체로 완벽히 좋다는 감상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몇 번을 봐도 계속 보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완벽했다.
“너 진짜, 맘에도 없는 말 잘한다. 그럼 바꾸자고 하면 바꿀래? 싫을 거면서.”
몸을 바꾼다는 발상에 웃음이 났다. 붉어진 귓바퀴를 살짝 깨물었다. 물론 ‘바꾸고 싶다’는 관점에서 완벽한 몸은 아니었다.
“응, 바꾸기는 싫지. 바꾸면 내가 여기에 뽀뽀를 못 해 주니까.”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쥐며 속삭였다. 물기 어린 마찰음이 나도록 입술을 부딪쳤다. 옆구리를 건드리자 간지럼을 탄 조인휘가 목을 움츠렸다. 물소리와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욕실 안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처음에 조인휘는 하지 말라며 웃으면서 밀어 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정색을 하며 나가자고 성화였다. 불필요한 접촉을 더는 않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입욕을 계속할 수 있었다.
앞서 예정했던 10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떨어져 있는 동안 문자나 통화상으로는 해 주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들려주었다.
“나도 미국 가 보고 싶다.”
“여름 되면 같이 가.”
사흘간 집을 비우게 됐던 이유는 집안 행사 때문이었다. 가까운 친척의 결혼식이 미국에서 있었다. 단순히 결혼식에만 참석했을 뿐인데 비행과 갖은 이동 시간에 잡아먹혀 며칠이나 소요했다.
처음에는 가지 않을 핑계를 대려고 했다. 하지만 참석해야 하는 도의적 명분과 상관없이 쌓여 온 불성실이 방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간 집안의 자잘한 행사들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조인휘와 보내야 할 시간을 다른 데에 할애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다소 위태로운 긴장감으로 지속되고 있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번만큼은 참여가 불가피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친할아버지의 발인 이후, 부모님은 내 상태를 반쯤 미친 정도로 알고 계셨다. 스스로도 딱히 틀린 평가가 아니라는 자각은 있었다. 죄스러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마저 온전한 게 아니었다.
‘벌써부터 연애에 정신이 나갔구나, 네가.’
‘두 분 일찍 결혼하셨잖아요. 그런 것까지 닮나 보죠.’
심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웠던 것 같기도 했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었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되새기며, 나는 조인휘의 손을 물에서 건져 올렸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에 거품이 묻어났다. 만지작거리는 사이 포말들은 잘게 흐트러졌다. 낮게 콧노래를 부르며 손장난을 쳤다. 몇 주 전 조인휘가 추천해 준 50년대 올드 팝은 머릿속에서 내내 멜로디가 맴돌았다. 미국에서도 잠들기 전까지 들었다.
“그 노래 안 지겨워?”
“응. 지겨웠어?”
말하면서 목덜미에 입술을 얹었다.
“아니, 그때부터 계속 그것만 듣는 거 같길래.”
“나는 한번 좋아하면 안 질려.”
어느새 코가 무를 것같이 달콤한 향이 가득 차 있었다. 현기증이 나는 듯했다. 솜사탕 같은 색부터 그러리라 예상은 했지만 정말 지나치게 달았다.
문득 한숨이 흘러나왔다. ‘왜?’ 하고 묻는 조인휘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피로와는 다른 뻐근함이 단전에서부터 치미는 것을 느꼈다. 지난 며칠 동안 잊고 있던 충족감이었다. 농도 진한 만족감이, 입욕제가 녹아든 목욕물처럼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입욕은 생각보다 길어져 30분이 금세 증발했다. 목욕 후에는 서둘러 식사 준비를 했다. 버섯을 넣어 오일 파스타를 만들고, 마무리로 샐러드를 곁들일 생각이었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조인휘를 생각해 섬유질은 항상 챙기고 있었다.
신속하게 준비된 식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동이 났다. 위가 비어 있던 시간이 길었던 탓에 둘 다 빠른 속도로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더 맛있다. 저번 주에는 못 먹었었는데.”
조인휘는 면류도 좋아했다. 주에 적어도 1회는 해 줬는데 물리지도 않고 잘 먹었다.
“여기.”
커피를 건네주었다. 곧장 한 모금 마신 조인휘는 노곤한 얼굴을 했다. 들이켤 때마다 맛있다며 낮은 한숨까지 쉬었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고부터 유독 라테에 푹 빠져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입 안으로 머그를 기울였다. 눈길은 조인휘의 손에 들린 머그에 머물렀다. 내 것과 색상만 다를 뿐 같은 디자인의 컵은 둘이서 고른 것이었다.
그런 것들은 넘쳐났다. 지금 앉아 있는 식탁, 식사가 담겼던 식기, 생활용품들에서부터 크게는 가구나 가전제품까지. 빠짐없이 둘만의 합의를 거쳐 들여놓은 결과물이었다. 모두 제자리를 찾은 부속품처럼 안정감을 불러일으켰다.
“맞다. 오늘 쓰레기 버리는 날 아닌가?”
“응. 내가 이따 버릴게. 너 지금 움직이기 힘들잖아.”
“……고마워.”
어서 조인휘가 이 공간을 자기 것으로 여기길 바라고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상의로 이룬 이 공간에 구석구석 애착이 생기기를.
두 달이 넘어가자 조금씩 적응되는 게 눈에 보였다. 처음에 조인휘는 예상대로 이 집을 부담스러워했다. 평수든 뭐든, 본인의 어림치를 지나치게 초과한 모양이었다. 부담을 느끼는 것 자체는 싫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원했던 바이기도 했다. 나는 가정이라는 무거운 형태의 책임감을 지워 주고 싶었다. 단순한 동거가 아닌 하나의 가정, 울타리로 여기길 바랐다.
“다행이다.”
마주 보고 있던 조인휘가 손을 뻗어 왔다. 뺨에 부드러운 손길이 스쳤다.
“너 집에 도착했을 땐 되게 피곤해 보였는데. 얼굴색 좋아졌어.”
“…….”
끌어 올려 웃는 입술이 예뻤다. 저렇게 웃을 때의 입 모양이 좋았다.
“계속 만져 줘.”
“어?”
“뺨.”
머뭇대면서도 조인휘는 요구대로 다시 뺨을 감쌌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르는 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결국 참을성 없이 키스했다. 혀가 닿기도 전에 떨어지려는 걸 끈질기게 쫓았다.
“잠깐……!”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열이 붙게 된다. 조인휘가 별 의미 없이 했을 말에, 행동에 멋대로 달아올라 의미를 부여한다. 나한테 이런 걸 바라? 희롱하고 싶은 파렴치함으로 몸이 달았다.
“음……!”
입술을 재차 붙이며 어깨를 감쌌다. 성기는 이미 완전한 강직도로 발기해 있었다.
“흐음, 응……!”
제대로 된 동거가 시작되면서 섹스의 빈도가 늘고 강도가 세졌다. 밤낮으로, 발정기 동물보다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제어시킬 장치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몇 날 며칠 이 짓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나, 나 너무 부었어, 아파……. 진짜, 진짜로 정원아, 더는 못 할 거 같아. 더하면 안 돼, 진짜. 아직까지 벌어진 느낌 나는데…….”
조인휘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했다. ‘진짜’라는 말을 빼면 설명이 안 되는 것처럼. 아직까지 벌어진 느낌이 난다느니 하는 말은 이 상황에서 자극적일 뿐이었다.
“안 할 테니까…… 어디 봐.”
진정시켜 놓고 바지를 벗겼다. 식탁 의자의 등받이를 붙들게 한 뒤 엉덩이만 내밀게 했다. 혹시 상처가 났으면 약을 발라야 한다는 핑계로 속옷을 끌어 내렸다.
퉁퉁 부은 구멍이 드러났다. 팽창한 탓에 미끈해진 점막은 분홍빛을 띠었다. 혀를 가져다 대자 둔부가 사정없이 떨렸다.
“너, 뭐, 하지, 하지…… 마!”
볼기 사이로 코를 박고 빨아 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흔들리는 다리를 양손으로 지탱시키며 샅을 적셨다. 체취와 입욕제 향이 뒤섞인 야릇한 단내가 났다.
스스로 생각해도 게걸스럽게 안을 빨았다. 젖다 못해 끈적해졌을 쯤에야 입을 떼자 조인휘는 울고 있었다.
“왜 울어.”
바짝 세운 성기가 흔들흔들, 갈라진 귀두로 액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달아 보였다.
“응? 왜 우냐니까.”
힘이 하나 없는 몸을 끌어안고 물었다. 조인휘는 서럽게도 눈물을 터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고 싶어졌는데, 막상 하기엔 또 무서워서 갈팡질팡하는 게 다 보였다.
마주 보고 껴안았다. 그 상태에서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하도 드나들고 빨아 대서 부들부들한 구멍으로 손가락 두 개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헤집을 때마다 찌걱거리며 젖은 소리가 났다.
“으! 앗, 빼……. 얼, 른, 빼……!”
위아래로 부서뜨릴 듯 흔들었다. 짧고 거칠었던 손길을 빼내자 허리가 들썩들썩 딸려 왔다. 의지와 상관없이 경련하는 하반신 때문에 힘이 잔뜩 들어간 듯했다. 내 옷을 움켜쥐고 있던 조인휘가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두드려 왔다.
“짧게 끝낼게.”
울어서 축축해진 눈가에 입술을 문지르며 말했다. 애원하듯 입을 맞추고, 곧 터질 것처럼 융기한 성기를 밀착시켜 문질렀다. 그리고 손을 끌어와 확인하게 했다. 힘없는 손이 바지 위를 헐겁게 감싸 쥐자 뒷덜미가 뜨거워졌다.
“잠깐이면 돼. 응?”
억지에 가까운 허락을 받아 내자마자 안고 있던 몸을 조심스레 돌렸다.
“여기 잡고 있어.”
조인휘의 양손이 주방 싱크대를 붙들었다.
나는 갑갑하게 조이는 옷가지를 한꺼번에 끌어 내렸다. 갇혀 있던 성기가 탄력 있게 튀어오른 순간이었다.
“…….”
뱉어 내는 숨까지 뜨거워져 있었다. 둔부를 가르는 골짜기, 숨 쉬듯 빠끔거리는 구멍 위로 살 기둥을 비볐다. 등줄기가 확 긴장하는 게 보였다.
“으……!”
조인휘의 입에서 몇 톤이나 높아진 신음이 터졌다. 끝을 맞춰 조금 힘을 준 것만으로 살덩이가 울컥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조절하며 성기를 밀어 넣었다. 두께가 있다 보니 찢어질까 봐 함부로 쑤실 수 없었다.
벌써부터 아프다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기의 반만 삽입해도 아파하는 걸 알지만 완전하게 맞물렸을 때의 느낌을 아는 이상 둔부가 짓눌릴 때까지 밀어 넣고 싶었다.
“으응…….”
벌게진 엉덩이가 성기를 빠듯하게 삼키는 걸 보며 뒷골이 다 뻑적지근했다.
“……하…….”
탄탄하게 솟은 둔부와 푹 팬 허리의 중간쯤을 움켜쥐고 숨을 뱉어 냈다. 좁고, 촘촘하게 음경 전체를 조이는 특유의 압박감에 머리가 마비되는 듯했다. 중독되지 않는 게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몇 번을 해도 처음처럼 달아오르는 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조인휘의 상체가 자꾸만 고꾸라지려 했다. 애써 넣었던 성기를 빼내고 몸을 돌려 주었다.
싱크대에 기대게 한 뒤 마주 본 상태에서 허벅지를 들어 삽입했다. 한 번 길을 튼 탓에 좁은 구멍은 훨씬 용이하게 성기를 삼켰다.
울먹이는 입술을 부드럽게 쪼며 최대한 느린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아…… 으…….”
좋았다. 이 짓을 조인휘랑 하고 있다는 게. 꽉 움켜쥐는 것처럼 압축된 속살을 비집고 드나들 때마다 전신이 오싹한 소름으로 저며지는 기분이었다.
“흐아…… 아…… 으…… 저워…… 아, 아으……!”
깊은 곳을 찔렀다, 다시 나왔다. 끈기 있게 이어지는 자극에 조인휘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었다. 너무 좋으면 조인휘는 이런 식으로 도리질 치며 울었다. 나만 보면서 어떻게 해 달라는 것처럼 굴었다. 눈을 잔뜩 흐리고, 이어져 있는 곳을 힘껏 조였다. 내가 정신 나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깨 잡아 봐.”
양손을 뒤로 두르게 했다. 남은 허벅지를 들어 올리자 공중에 뜬 조인휘가 놀라서 바짝 상체를 붙여 왔다.
“으앗……! 아……! 흣……!”
양 허벅지를 움켜잡은 상태에서 삽입부를 밀착시켰다. 매달린 무게를 이용해 성기가 끝까지 먹히도록 푹푹 내리찍을 때마다 귓가에서 탄성이 터졌다. 육중한 압박감이 성기를 짓눌렀다. 조인휘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준 탓에 안쪽이 보다 빽빽이 조여들고 있었다.
“정……원, 아, 나 힘들……! 떨어질 거 같……!”
힘이 다한 조인휘의 팔이 점점 풀려 갔다.
뒤로 넘어가려는 걸 붙잡고 그대로 식탁 위로 올렸다. 머그잔을 아무렇게나 밀어 놓고 거칠게 허리를 쑤셔 박았다. 덜컹거리며 원목 식탁이 뒤흔들렸고 그 위로 조인휘의 신음이 겹쳐졌다. 내 입에서도 거친 숨소리가 연이어 터졌다. 욕지거리가 튀어나갈 것 같았다.
식탁에 있던 물병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머그잔이 엎어졌다. 둔탁한 파열음이 잇따랐지만 허리 짓은 멈추질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조인휘의 입술과 혀를 빨아당기며 이어진 속살을 문지르는 일에만 열중했다.
“아……!”
씨를 뿌리고 싶었다. 지극히 동물적인 감각이었다. 조인휘가 남자인 것도 알고 아이 따위 바라지도 않는데. 당장 임신시키고 싶었다.
“큭!”
목을 긁는 신음과 동시에 힘주어 찍어 올렸다. 철퍽, 소리 나며 움켜쥔 엉덩이 속으로 깊숙이 성기가 틀어박혔다. 팽창한 살이 꿈틀거리며 맥동했다. 머릿속이 까맣게 비며 쏟아지듯 사정했다. 젖은 두피에 입술을 문질러 냄새를 맡았다. 이 짓으로밖엔 채워질 수 없는 만족감이 온몸을 내달리고 있었다.
“……하…….”
어떻게 봐도 비정상적인 쾌감이었다. 다른 모든 감각들이 하찮아지는. 중독시켜 사람을 미치게 하는.
정점을 찌른 날선 감각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부둥켜안았다. 체력이 방전된 조인휘는 품 안에 축 늘어져 있었다. 쏟아 낸 정액은 거의 물처럼 묽었다.
나는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조인휘의 얼굴 여기저기에 가만히 입을 맞추며 등줄기를 쓰다듬어 주었다. 숨 쉬는 게 힘든지 한참이나 가쁘게 들썩거리더니 이제는 거의 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뒤늦게 난장판이 된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커피가 바닥을 적시고 머그잔의 손잡이가 깨져 분리돼 있는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조인휘가 얼빠진 투로 중얼거렸다.
“내일은, 나가자…….”
“…….”
“집에 있지 말자…….”
한 번 더 강조하는 바람에 웃음이 났다.
“그러자.”
아직까지 불그스름한 광대 부근에 소리 나게 뽀뽀했다.
겨울 해가 짧은 탓에 바깥은 벌써부터 어둑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어질러진 걸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 할 일이 많았다.
“한 번 더 씻을까?”
묻는 말에 조인휘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두 번을 연달아 쉬었다.
“왜, 싫어?”
“하아…….”
“좋다고?”
“하아아…….”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