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도덕적 안락함-50화 (50/100)

#50

“또?”

차계원은 어디 더 해 보라는 눈치다.

“클럽……. 안 가요. 게이 바도. 거기 친한 형 있는데도…….”

“형, 형. 하지 말랬죠.”

“……친한 나이 많은 사람?”

“‘친한’도 빼요.”

“나이 많은 지인……?”

“계속해요.”

“술 준다고 놀러 오라 했는데 안 가고……. 태미 연락도……. 답장 한 번도 안 했……. 어.”

손까지 고이 모은 백이서는 꼭 고해 성사라도 하는 모양새다. 계원의 입에서 실실 웃음이 삐져나오는데도 눈치 없는 백이서는 혼이라도 날까 열심히 조잘거린다. 저렇게 열심히 눈치를 보는데도 눈치가 꽝인 건 어째서일까.

“그래서, 뭐. 내 말 때문에 안 싸돌아다니는 거 아니잖아요.”

“맞는…… 데.”

“…….”

조잘대기를 멈춘 입을 계원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씻고 온 건 자신인데 물기를 머금고 있는 건 백이서 입술이다. 계원이 그 입술을 살짝 혀로 핥는다. 뒤로 물리려는 백이서의 고개를 단단히 틀어잡는다. 그대로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던 계원이 혀로 입술 사이를 파고들려 한다.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 이서를 식탁 위에 앉힌 계원이 헐렁한 티 안으로 손을 넣는다.

“하응…….”

예고 없이 유두가 잡아당겨지는 느낌에 이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때를 놓치지 않고 계원의 혀가 마구잡이로 들어왔다. 차계원의 혀는 멋대로 이서의 혀를 가져가 깨물고 입 안 곳곳을 헤집었다. 평소보다 거친 키스에 밀어내려 해도 소용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너무나 손쉽게 계원의 손에 팔이 잡힌다. 입술까지 잘근잘근 깨물고 있는 계원이 이서의 균형 잡힌 상체를 살살 훑어 내린다. 벌써 입술이 부어오른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싫어…… 하읏…… 싫…….”

이서의 윗옷을 벗긴 계원이 물어뜯듯 목 언저리를 짓씹는다.

“싫어요?”

윤습한 목소리가 목 아래에서 묻는다.

“흐으…… 응……. 싫…… 하아…….”

“그럼 이건 왜 세워.”

바지와 브리프까지 벗겨낸 계원이 이서의 성기를 틀어쥔다. 짙은 산호색 성기의 선단에 고여 있는 액이 체모가 적은 덕에 더 잘 보였다. 그를 내려다보는 차계원의 눈이 번들거린다. 순식간에 나체로 식탁에 눕게 된 이서가 몸을 바르작거린다. 딱딱한 대리석 식탁 탓에 날개뼈가 배겼다.

“하…….”

계원이 낮게 숨을 고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성기는 계원의 손에 알맞게 들어온다.

“하지 마요. 만지지…… 흐윽……. 마…….”

“내가 만져 주니까 좋아요?”

“흐으…….”

“그렇게 좋냐고.”

계원이 이서의 성기를 위아래로 쓸어내린다. 움찔거리는 몸 안에 이대로 쑤셔 박고 싶었다. 차계원의 다른 손이 끊임없이 이서의 얼굴을 매만진다. 화끈거리는 체온이 이마와 뺨, 귀 뒤나 목선을 지분거리다 사라진다. 계원이 손톱 끝으로 유두 끝을 살짝 긁어내린다. 빠르게 성기의 위아래를 쓸던 손은 이제 집요하게 귀두 끝을 괴롭혔다.

“하읏……!”

결국, 참지 못하고 사정한 이서가 울먹거린다. 판판하게 균형 잡힌 배에 흩뿌려진 정액을 계원이 펴 바르듯 천천히 문지른다.

“왜 울어요.”

“흐…… 흐윽…….”

“싸질러 놓고 왜 울어. 응?”

계원의 입에 질 나쁜 미소가 걸린다. 배를 문지르던 계원의 손이 정액을 가득 묻힌 채 아래로 내려간다. 주름에 잔뜩 액을 묻혀 주자 움질거리는 게 기특하다. 계원이 양 볼기짝을 잡고 벌린다. 며칠을 안 한 탓일까 오밀조밀 굳게도 다물려 있었다. 계원이 제 성기를 꺼내 그 위로 문지른다. 축축한 감각이 계원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아흑. 잠깐만요, 바로 넣으려는 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비집고 들어오는 성기에 이서가 계원의 팔뚝을 할퀴듯 쥔다. 갓 들어온 귀두 부분이 여실히 느껴졌다. 계원이 조여 물듯 경직된 주름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안 그래도 불그스름하던 게 그거 좀 넣었다고 더 붉어져 있다. 조금 전까지 나른하던 얼굴에 여유가 사라진다.

“힘 좀 빼라니까. 할 때마다 말해 줘도. 후……. 못 알아듣고…….”

계원이 성기의 절반 부분만 피스톤질 하며 이서의 안쪽 허벅지를 때린다. 피부에 달라붙는 짝 소리가 후덥지근한 공기와 함께 부엌에 울린다.

“아흣……! 흐앙. 응…… 흐읏.”

잘게 들어오던 허리가 깊숙이 찌르기 시작하자 이서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도리질 친다. 눈앞이 하얘지는 것처럼 손끝과 발끝이 저렸다.

“그만……. 하앗…… 그…… 흐으……. 그만…….”

이서의 손이 아무것도 없는 대리석 식탁을 헤맨다. 식탁의 차가운 냉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씨발, 이걸 어떻게 그만해.”

계원이 이서의 양다리를 팔에 걸치고 빠르게 피스톤질을 이어 나갔다. 조금 전 사정했던 이서의 성기가 다시 곧추서 있다.

“흐윽…… 흐…….”

그를 내려다보던 계원이 이서의 성기를 그러쥔다. 엄지손가락으로 요도를 막고 남은 손가락들로는 기둥을 쓴다.

“하. 이렇게 잘 느끼면서. 뭘 그만하래. 응? 대답해 봐요.”

낮게 그르렁대는 눅진한 목소리는 마치 비웃는 듯해서 이서의 수치심을 자극시켰다. 그러나 수치심보다 이서의 머리를 채우는 건 온통 피가 몰린 아랫도리였다.

“놔……. 놔줘…….”

“후우…….”

“흐……. 흐으……. 놔줘…….”

이서가 두 팔로 제 성기를 그러쥔 차계원의 손을 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외려 삽입질만 난폭해질 뿐이다.

“제발……. 응?”

“놔줘?”

“계원아……. 흐윽…….”

눈물을 대롱대롱 매달고 손을 붙들며 애원해 오는 백이서의 얼굴은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게 부추긴다. 제 이름을 부르며 흐느끼는 모양새는 멈춰 달라는 게 아니라 더 해 달라고 조르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가고 싶어요?”

마치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계원이 묻는다. 이서가 마구 고개를 끄덕인다.

“응……. 으응……. 하읏…….”

“그럼 내 집에서 지내는 거예요.”

“하윽……!”

“앞으로. 후……. 계속.”

“빨리……. 흐읏……. 흐응…….”

“대답해요.”

차계원이 퍽 허리를 추어올린다.

“놔줘……. 흐……. 일단……. 아흐…….”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계원이 이서의 성기 끝을 아예 긁어내린다. 이서가 정신 못 차리며 허덕댄다.

“알았어……. 알았으니까아……. 흣……!”

이서가 대답을 내어주는 동시에 계원이 성기를 압박하던 손을 풀어 준다. 아까보다 묽은 액이 배를 적시고 식탁으로 흘러내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차계원은 쉴 줄을 몰랐다.

“하…….”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야 차계원은 이서의 안에 파정했다. 배 안쪽과 온몸이 화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아……. 으응…….”

차계원은 사정한 후에도 성기를 빼지 않고 한 번 더 허리를 세게 추어올렸다. 뱃속 내부가 과도하게 들어차는 느낌에 이서가 몸을 비튼다. 구멍 틈새로 줄줄 흐르는 액이 느껴졌다. 숨만 겨우 몰아쉬는 이서의 가슴이 가파르게 오르내렸다.

* * *

저녁쯤에 눈을 뜬 이서가 침대맡을 서성인다. 결국, 주문한 음식은 먹지도 못하고 대문 앞에서 썩어 가고 있었다. 아침에 압류 딱지로 충격을 받고 차계원에게까지 시달린 이서는 반나절 만에 핼쑥해져 있었다. 거기에 차계원이 이불 속에 파묻은 채로 끌어안고 자는 통에, 사우나에서 찜질하고 나온 것처럼 진이 다 빠졌다.

차계원은 함께 잘 때마다 이서를 끌어안고 자는데 끌어안는다기보다는 옭아맨다는 말이 더 걸맞았다. 거기에, 안은 채로 이불을 둘둘 마니 꼭 멍석말이라도 당하는 기분이었다. 차계원은 핑계도 가지가지라 춥다며 체온이 높은 이서를 끌어안고, 그러고도 또 서늘하다며 이불을 말았다.

“계원…… 아.”

이서가 차계원의 머리맡에 쪼그리고 앉아 계원을 부른다. 깰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 반, 깨워야겠다는 생각 반이었다.

30분 전, 둘둘 말린 이불과 차계원의 품을 간신히 나온 이서는 집에 가기 위해 현관을 향했었다. 집으로 되돌아가려다가는 차계원이 서슬 퍼런 기세로 달려들 테니 생각도 안 했고, 그저 잠시 들러 물품 좀 챙겨 놓으려는 거였다.

“계원아.”

두 번째 불렀을 때 차계원이 눈을 번쩍 뜬다. 잠이 들었던 사람답지 않게 또렷하다.

“언제 빠져나갔어요.”

그러나 목소리는 아직 잠겨 굵고 낮았다.

“어…… 방금 막.”

“……자는 사이에 기어나가는 게 취미예요? 취미면 그거 버려요. 악취미니까.”

“나 신발 좀 빌려주면 안 될까?”

이서가 현관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이유가 이거였다. 맨발로 온 탓에 신발이 없었고. 차계원의 신발은 모두 드레스 룸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주인이 잠든 사이에 집을 뒤지기는 미안했다. 그나마 신을 거라고는 실내용 슬리퍼와 욕실에 있던 욕실화인데, 아무리 추위를 타지 않는 이서라도 그걸 신고 이 겨울에 가는 건 무리였다.

“왜요. 어디 가려고.”

“집에 잠깐…….”

“안 돼.”

계원이 단호하게 말하며 이서를 끌어당기려 하자 이서가 쪼그려 앉은 채로 한 발치 물러난다. 앉은걸음으로 한 발짝 멀어지는 이서를 보며 차계원이 눈을 가늘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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