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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 안락함-37화 (37/100)

#37

이서가 원망스러운 눈길로 차계원을 올려다본다. 차계원의 성기는 유난히 큰 편이었고, 그 탓에 저는 지금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쯧.”

차계원이 혀를 차고 얕은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백이서는 체온이 높아서 그런지 입 속도 뜨거웠다.

“약속은 씨발.”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병신 새끼가 안 건드린다 했다고 그걸 진심으로 믿었나 보다.

“이러니까, 후……. 여기저기, 속고 다니는 거 아니야.”

계원의 피스톤 질이 빨라진다. 뒷 머리채를 잡자 백이서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하……. 목구멍 더 열어 봐요. 이래서 언제 다 넣어.”

잠시 멈춘 계원은 이서가 숨 고를 틈도 주지 않고,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자신의 성기를 뿌리까지 집어넣었다.

둥글게 올라간 이서의 눈매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를 보고 있는 계원의 아랫도리에 사정감이 한 번에 몰려온다.

“으읍…… 읍…….”

속도가 붙은 피스톤 질에 결국 이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하아. 하…… 흐아…….”

한참이 지나서야 사정과 함께 물러난 성기에 이서가 숨을 몰아쉬었다. 숨은 차고 눈은 떠지지 않았다. 정액이 뿌려진 얼굴이 끈적했다. 눈앞의 성기가 다시 곧추서고 있었다.

“……힘들어요?”

차계원이 다정한 양 묻는다. 이서가 멈칫하다 끄덕끄덕 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반항할 힘도 없다. 얼굴을 닦아내고 싶은데 팔이 계원에게 잡혀 있어 그럴 수 없었다. 차계원이 허리를 숙여 이서의 눈가를 핥았다.

“어떡하지. 난 안 힘든데.”

“흐으…….”

눈도 채 뜨지 못한 백이서가 몸을 뒤로 뺐다. 별수도 없는 주제에 몸부터 빼고 보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었다.

“그럼 이렇게 할래요? 이쁘게 다 먹고 우리 얌전히 코 자는 거예요. 어때. 공평하죠.”

그렇게 말하며 차계원이 제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어 이서의 입 안에 넣어 주었다.

* * *

다 씻은 건 한참 전이지만 쉬이 욕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어제의 이서는 여기서 멈춰 줬으면 좋겠다며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고, 그를 물끄러미 보던 차계원은 알았다며 재워 줬다. 진짜 이서의 뜻을 들어줬다기보다 얼추 볼일 끝냈으니 봐준다는 느낌이었다. 잠드는 내내 지분거리기까지 했으니 어떻게 보면 봐준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관계까지 갔다면, 저번처럼 몸이 남아나지를 않았을 거다. 사실 몸에 남은 자국들만 보면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기도 했다.

똑. 똑.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서가 머리를 싸맨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서는 차계원의 동태를 파악했다. 방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아래층 욕실로 도망치듯 피해 온 것이었다.

“바보 맞네…….”

차라리 그 시간에 현관문을 열고 제 집으로 갔으면 될 일이었다. 그 간단한 걸 생각 못 한 저 자신이 한스러웠다. 이래서야 차계원이 멍청하다고 하는 말에 반박할 수도 없다. 어차피 그의 집인데 도망쳐서 뭐 한다고.

“대표님.”

문밖에서 차계원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이서가 문 앞에서 제자리를 빙빙 돈다.

한 번이야 실수로 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것 좀 만져 줬다고 차계원의 손에 사정까지 했다.

“어쩌자고…….”

민망함, 껄끄러움 그 모든 감정 중에 지금 드는 가장 큰 감정은 쪽팔림이었다.

“거기서 죽었어요?”

차계원이 이번에는 욕실 문 아래쪽을 발로 쿵쿵 찬다.

“아, 아뇨! 나갈게요.”

“대체 언제요.”

“조금만 있다가…….”

이서가 짧은 간격으로 문 앞을 왔다 갔다 했다.

“지금 나와요.”

간결한 음성은 단호했다.

“…….”

“빨리.”

차계원의 재촉에 이서가 숨을 크게 내쉬고는 문을 빼꼼 열었다.

“……찾으셨어요?”

“사람 씻으러 간 사이에 도망가기 있어요?”

가운을 입고 팔짱 낀 계원이 문 옆에 기댄다. 정말 어디 도망이라도 간 줄 알았더니 백이서는 고작 욕실에나 숨어 있었다.

“씻느라고…….”

“밥 먹어요.”

“뭐 해요. 나오라니까.”

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바닥만 보는 이서를 계원이 다그친다.

“아. 혹시 안 씻겨 줘서 삐졌어요?”

차계원이 이서의 눈썹을 슥. 쓸며 능글맞게 묻는다.

타닥.

움찔 어깨를 한 번 으쓱인 이서가 계원의 손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부엌을 향한다. 꽁무니 빼고 도망가는 게 꼭 토끼 같았다. 그러고 보면 백이서는 닮은 게 죄 동물밖에 없다. 계원이 문 옆에 기댄 채 그 뒷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

* * *

“아.”

“……아.”

차계원이 작게 벌어진 입에 반찬을 넣어준다. 역시 어제 찢어진 게 맞는지 벌릴 때마다 입술 끝이 아팠다.

“요리해 주는 분이 장조림을 잘하더라고요.”

“……네.”

“아.”

이번에는 향긋한 나물 무침이 입 앞에 내밀어졌다.

“저 저번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제가 오른손잡이라 안 먹여 주셔도 돼요.”

이서가 한 손을 조몰락거리며 작게 말했다. 아직도 목이 까끌해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려 있는 기분이었다.

“하긴, 이 정도면 많이 먹었네요.”

미련 없이 수저를 내려놓은 차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으앗! 왜, 왜 그러세요.”

일어나 이서 뒤로 온 차계원이 이서의 허리 윗부분을 잡고 들어 올렸다. 화들짝 놀란 이서가 뒤를 돌아다봤으나 차계원은 무표정했다.

“붕대 갈아야죠.”

“차계원 씨가요?”

“나는 영 못 믿겠어요?”

“그게 아니라요…….”

차계원이 떨어트리듯 이서를 내려놓은 곳은 소파 위였다. 언제 챙겼는지 하얀 새 붕대와 가위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괜찮은데…….”

“어디가 괜찮아요. 꼬질꼬질하구만,”

차계원이 혀를 차며 붕대를 가리킨다. 내려다본 붕대는 꼬질꼬질까지는 아니었으나, 새로 가는 게 나을 것 같기는 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씻을 때마다 물이 튀기도 했고, 뭐가 묻기도 했다.

“아예 풀어도 되지 않을까요.”

사실 이제 가끔 욱신거리기만 할 뿐, 아프지도 않았다.

“이번 주까지는 안 된대요.”

“정말 안 아픈데…….”

“대표님이 의사예요? 입 닫고 팔 이리 내요.”

“…….”

차계원이 그렇게 말하며 이서를 제 쪽으로 끌어다 앉힌다. 붕대가 슬슬 풀리자 팔에 가벼운 바람이 와 닿는다. 답답했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는데 선선한 바람이 닿자 답답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능숙하게 붕대를 잘라낸 계원이 팔을 고정시켜, 어깨와 목에 붕대를 이어 감았다.

“…….”

“불편해요?”

“아니요.”

차계원이 남은 붕대와 가위를 옆으로 치운다. 새로 감긴 붕대는 빳빳하고 에탄올 냄새가 났다.

“아……?”

차계원이 붕대를 만지작거리는 이서를 제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또 벌리고 있죠.”

의아하다는 듯 벌어진 이서의 입술을, 인상을 찌푸린 계원이 검지로 툭 친다.

“…….”

“밖에서도 그러면 안 돼요.”

“…….”

이서가 대답 없이 계원의 긴 손가락을 내려다본다.

“대답해요.”

“…….”

차계원은 이서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때면 꼭 이렇게 대답을 종용했다.

“입이 들러붙었어요?”

“……아뇨.”

“근데 왜 계속 다물고 있어요.”

이서의 표정에 불만이 서린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벌리고 있다 뭐라 하고, 입을 다물면 다문다고 뭐라 하는 게, 장단을 맞출 수가 없다. 차계원은 성질만 나쁜 게 아니라 변덕스러운 것도 1인자다.

“윽!”

차계원이 앙다물린 이서의 입술을 아프게 꼬집는다. 오늘 백이서는 유난히 말이 없었다. 원래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나 유독 그랬다. 주제넘게 툭. 툭 내뱉는 말대꾸도 오늘은 없었고, 살짝 처진 어깨가 시무룩해 보이기도 했다. 신경 거슬리게 하는 것도 가지가지지.

“…….”

“대표님 기분 더럽다고 시위하는 거예요?”

“……아니요.”

“뭔데 그럼.”

계원이 백이서의 머리칼을 힘주어 죽죽 잡아당겼다. 손가락에 휘감기는 머리칼이 부슬거리며 손등을 간지럽혔다.

“그…….”

“뭐냐니까.”

차계원이 다그친다. 자신은 백이서와 달리 워낙에 인내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창, 창피해서.”

“뭐?”

“창피해서요. 어제가.”

“아하.”

한참 뜸을 들이다 하는 말이 고작 그거였다. 고개를 숙일 수 있는 데까지 숙인 백이서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귓가가 붉어진 모양새가 정말 민망해하는 듯했다. 그 나이 먹고 부끄러울 것도 많다.

백이서는 다른 일에는 무딘 주제에 부끄러움도 탈 줄 알았다. 계원이 백이서의 정수리에 턱을 비비며 쿡쿡 웃는다.

“아. 창피했구나.”

“……네.”

“내가 배려가 없었네요?”

“……네.”

계원의 입가에 걸린 웃음이 짙어진다. 고개를 얕게 끄덕이며 네, 네, 하는 머리통이 둥글다.

“오늘 회사로 이진강 씨 오기로 했어요.”

“아…….”

이서가 어제를 떠올렸다. 계원이 말해 주는 걸로 봐서 회사 직원이 연락을 취한 듯했다. 이진강은 제게 직접 연락해 달라고 했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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