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운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고를 치고, 졸지에 직위 해제까지 당한 태성그룹 막내아들 권태정. 그는 아버지의 등쌀에 못 이겨 회사의 골칫덩어리인 다람동 철거촌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다람동 철거촌은 ‘철거촌의 악몽’이라는 르포 방송으로 유명해진 동네로,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한동안 공사를 중단했다가 최근 들어서야 다시 철거일을 잡은 곳이다. 철거까지 남은 시간은 단 3개월. 권태정은 회사에 복귀하기 위해 그 3개월 동안 아무 사고도 치지 않고 ‘무사 철거’를 이뤄 내야만 한다. 하지만 그 ‘무사 철거’에 유일한 방해꾼이 있었으니. 바로 철거촌에 남아 있는 최연소 주민 ‘연이겸’ “저 오늘 컨테이너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거든요.” “…컨테이너요?” “네. 빨간 컨테이너. 아시죠? 완전 여기 다람동 랜드마크던데.” ‘철거촌의 악몽’ 팀은 후속 보도를 위해 이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고, 권태정은 다람동이 또다시 이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방송 출연을 막으려 이겸에게 접근한다. 예전부터 철거촌 용역에게 시달려 온 이겸은 권태정을 새로운 용역 깡패 관리실장이라 오해하지만, 권태정은 딱히 이겸의 오해를 바로잡지는 않는다. 어차피 3개월 후면 다람동은 철거될 테고, 그 후로는 이겸과 볼 일이 없을 테니 그냥 깡패라 여기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권태정은 이겸에게서 나는 달착지근한 복숭아 향으로, 이겸이 베타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오메가라는 걸 눈치채며 점차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방송 출연을 막겠다는 최초의 목적도 잊을 정도로 이겸에게 몰입하며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착하고 부지런한, 또 제 페로몬에 반응해 미열을 머금는 이겸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전 깡패는 안 좋아할 거예요.” “나도 어린애는 취향 아니거든.” 그러나 순해 보여도 은근히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이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권태정은 이겸이 그렇게 엇나갈 때마다 조금 유치하게 받아치면서도, 이겸이 무너질 만한 순간이 올 때마다 항상 곁을 든든히 지켜 주며 닫혀 있던 이겸의 마음을 열어 가기 시작한다. 어린애는 취향이 아닌 권태정과 깡패는 취향이 아닌 연이겸. 하지만 서로에게는 예외인 감정은 점점 커지기만 하고, 서로 조금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모른 채로 가까워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