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열 소년 외전-(21)화 (167/174)

외전 21화

“하….”

이겸의 안에 제가 있었다. 작은 배 속을 꽉 채우며. 늘 그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벅차오르지만, 오늘은 그게 더 심했다. 권태정은 납작하게 몸을 내려 이겸의 몸을 뒤덮은 채 잠든 얼굴을 보며 허리를 움직였다.

“읏, 아….”

좁은 안을 다시 치받자 이겸의 몸이 마구 흔들렸다. 권태정은 제 아래에서 흔들리는 얼굴에서 조금도 눈을 떼지 않은 채 깊은 곳을 퍽, 퍽 들이받았다.

“하읏…!”

이겸의 성기 끝에서 잔뜩 묽어진 정액이 흐른 순간 젖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권태정의 얼굴이고, 또 바로 느껴진 것은 걷잡을 수 없게 쾌감으로 절절 끓는 몸이었다.

이겸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저를 바라보는 권태정의 얼굴을 손으로 잡아 내렸다. 그리고 저만큼이나 뜨거운 입술 위를 혀끝으로 할짝였다. 흥분에 절어 웃음기가 사라진 예민한 얼굴이 자꾸만 이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파?”

혀끝이 비벼지다가 입 안으로 흐르는 낮은 목소리에 또다시 심장이 곤두박질쳤다. 이겸은 살짝 고개를 젓곤 입 안으로 들어오는 혀를 쪽, 쪽 얌전히 빨았다.

“…좋아요, 너무… 응, 좋아요…. 더, 응….”

“응, 더.”

더 세게 해 줄게. 뜨거운 숨에 뒤엉켜 들어오는 목소리를 삼킨 이겸이 권태정을 가득 끌어안았다. 틈 하나 없이 마주 붙은 몸이 하나가 되어 거세게 움직일 때마다 미칠 듯한 쾌감에 고양감이 치솟았다.

어떻게 이 정도로 기분이 좋을 수가 있는 걸까. 자꾸만 머릿속을 뒤덮는 쾌감은 그다음을 원하고 있었다. 더 빨리, 더 세게, 그리고 더 깊게.

이러다 자지가 몸에서 빠지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겠다 싶을 만큼 파고든 권태정이 그대로 이겸의 몸을 안아 제 위로 앉혔다.

“하읏!”

갑자기 내려앉자 성기가 더 깊은 곳까지 꽂히는 느낌에 이겸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권태정은 두 손으로 제 배 위를 짚은 채 말간 것을 픽픽 쏟는 이겸을 보며 군살 하나 없는 허리를 커다란 손으로 꽉 쥐어 내려 앉혔다.

“아…. 흣, 응…! 너무, 너무 깊이…. 으으응!”

“…씹.”

스치기만 해도 자지러지는 곳을 꽉 눌린 것으로도 눈앞이 점멸하는데 그 위를 빠르게 짓찧는 움직임에는 조금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뒤로 허리를 젖힌 이겸이 또 점도가 없는 물을 팍 터뜨렸다.

흐느낌 속으로 뒤섞인 동그란 신음은 듣는 것만으로도 권태정을 극으로 몰았다. 권태정은 너무 느껴 얼굴이 엉망으로 젖도록 울면서도 혼자 허리를 들썩이는 이겸을 보며 짧은 숨을 내뱉었다.

“아, 아…! 응, 읏…! 흐읏, 아… 흣!”

성기를 많이 빼내지 않고 잘게 탁, 탁 세게 쳐올리던 권태정은 혼자서도 잘 움직이는 이겸을 보며 움직임을 멈췄다.

두 사람의 페로몬과 열기만 가득해 고요한 방 안으로 이겸의 달아오른 숨과 신음이 울렸다. 멈춰 버린 권태정의 움직임에 애가 닳아 들썩이는 엉덩이와 돌아가는 허리가 외설적이었다.

“흐읏…. 싫어…. 으응, 응…!”

깊게 주저앉을 때면 미간이 좁혀졌다가 이내 잔뜩 느껴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 되어 바들바들 떠는 얼굴만 봐도 사정감이 밀려들었다. 권태정은 손을 들어 이겸의 유두를 잡아 느릿하게 돌려 주었다. 아래에서 오는 자극으로도 견디기가 힘든데 잔뜩 느낄 수밖에 없는 유두에서까지 오는 쾌감에 이겸이 흐느꼈다.

“싫은데 계속, 하…. 움직이네. 혼자.”

두 손으로 배를 짚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혼자 움직이는 이겸을 보다가 내려앉는 순간 강하게 허리를 쳐올린 권태정이 제 배 위로 뿌려지는 얼마 되지 않는 정액을 손끝으로 문질러 혀에 댔다.

짙은 복숭아 향 때문인지 혀 끝에 닿는 맛도 달착지근하게 느껴졌다. 권태정은 제 가슴과 배 위로 뚝뚝 떨어지는 이겸의 눈물을 보다가 그대로 완전히 쾌감에 절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확 끌어안아 가둔 채 있는 힘껏 허리를 쳐올렸다.

조금 전까지 울린 신음보다 더 커진 소리가 터져 나오고 제 어깨와 등을 끌어안은 이겸의 몸이 자지러지는 게 느껴졌다. 그런 이겸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극에 극까지 몰아가던 권태정이 다시 깊은 곳을 짓뭉개며 움직임을 멈췄다.

“윽, 씹…. 아….”

극도의 쾌감이 머리 끝까지 확 강하게 치고 오른 순간 이겸을 온몸이 다 벌벌 떨렸다. 권태정은 멈추지 않고 극점에 오른 상태 그대로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더, 더… 이겸과 닿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하으, 읏! 시, 실장, 님…. 아, 아아…! 으응…!”

“아…!”

이겸이 내려앉고 권태정이 콱 쳐올린 순간 몸이 단단히 맞물리는 느낌과 함께 성기가 확 부풀었다. 노팅이 된 것을 느낀 이겸이 마구 떨며 권태정에게 매달렸다.

“시, 실장님, 흐윽…. 커, 커졌어요…. 아파, 흣, 아파요….”

“…아….”

배 속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권태정의 성기로 배 속이 전부 짓이겨지는 느낌이었다. 아프고, 괴롭기도 하지만… 좋았다. 히트가 터져 그런지 아프다는 것으로 모든 걸 표현할 수는 없었다. 분명히, 분명히 전부 엉망이 되면서도 절대 빠지지 않게 맞물린 이 느낌이 좋다는 게 고통보다도 더 컸다.

몸을 분리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과 정말 분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있는 것은 느낌이 굉장히 달랐다. 이겸은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이 상황이 좋았다. 권태정과 내내 이대로 살아도 좋단 생각이 들 만큼.

저를 사랑해서 제 안에 깊게 자리 잡은 사랑스러운 권태정이 좋았다. 말로는 마음을 다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이겸은 아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권태정의 얼굴을 잡고 먼저 입을 맞췄다. 뒤엉키는 혀와 깊게 뒤섞이는 숨, 뒤섞인 짙은 페로몬이 감각을 부추기고 더욱 서로를 끌어안게 했다.

“아프지, 아…. 미안해.”

몇 번이고 좁은 배 안을 제 정액으로 채우고 또 채우고 싶다는 욕망보다 큰 사랑은 알파의 극적인 순간을 집착이 아닌 걱정으로 물들였다. 권태정은 제 자지 끝이 이겸의 자궁구에 맞춰져 단단히 맞물린 것을 느끼며 젖은 입술을 몇 번이나 부드럽게 빨고, 또 빨아 주었다.

“흣…. 아픈데… 응, 좋아요…. 자기가, 으응…. 여기 가득한 게… 느껴져서….”

성기와 정액을 품고 불룩해진 배를 문지른 이겸이 권태정의 뺨에 가만히 입술을 눌렀다.

“실장님이라…. 흣, 좋아요…. 더, 으응, 더 채워 주세요….”

숨을 들이마시기만 해도 몸 안이 이겸의 페로몬으로 가득 찰 만큼 강한 복숭아 향이 퍼졌다. 권태정은 그 페로몬에 완전히 갇힌 채 꽉 맞물려 거의 없는 그 비좁은 틈으로 허리 짓을 했다.

“또, 읏…. 애기 생기면 어쩌려고, 아…. 채워 달래.”

“흐읏, 실장님… 애기… 으응, 좋아….”

자궁구에 맞물린 자지 끝이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다가 빠져나올 때마다 서로를 끌어안은 손 끝에 힘이 들어갔다. 미칠 듯한 감각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쾌감이 번졌다. 찔꺽이는 소리와 함께 맞물린 몸이 멈춘 순간 권태정은 엄청난 양의 정액을 이겸의 자궁 안으로 쏟아 냈다.

“하으, 흐윽…. 응, 계속, 아… 계속 나와요, 하으읏….”

“읏, 이겸아…. 하, 후우…. 이겸아, 연이겸….”

배 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친 정액이 아주 비좁은 틈으로 흘러나와 바깥까지 나와 두 사람의 접합부를 적셨다.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부풀었던 성기가 조금씩 가라앉아 틀어막고 있던 자궁구에서 빠진 순간 긴장해 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갑자기 시작된 러트라 그런지 다른 때보다 흥분이 몰아치는 속도가 빨라 노팅 또한 다른 때보다 빨랐다.

내내 틀어박혀 있던 성기가 빠지는 것과 함께 배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겸은 이제야 주체 못하고 터져 나오던 페로몬이 조금 가라앉은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권태정의 팔이 몸을 감싸고 곧 몸이 뒤로 기우는 게 느껴졌다. 그가 저를 단단히 잡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제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데도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실장님….”

미칠 듯한 열기와 함께 술기운도 전부 휘발된 건지 이제야 몽롱한 정신이 조금 맑아진 느낌이었다. 이겸은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눈을 떠 여전히 저를 보고 있는 권태정과 눈을 맞췄다.

“너무… 졸려요….”

“자도 돼.”

이겸의 이마에 한 번, 그리고 코 끝과 뺨, 입술에 차례로 입 맞춘 권태정이 마지막으로 가볍게 입술을 마주 댄 채 혀 끝을 섞었다.

그 달착지근한 후희에 웃은 이겸이 권태정의 뺨을 살살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실장니임….”

예쁘게도 두 팔을 벌리는 이겸의 머리 아래로 팔을 받치고 끌어안은 권태정이 등을 천천히 쓸었다.

꼼지락댈 힘도 없어 눈을 감고 겨우 숨만 쉬던 이겸은 권태정의 품에서 나는 여전히 짙은 체향을 마주한 채 소곤댔다.

“사랑해요, 실장님…. 너무너무 좋았어요…. 아까… 싫다고 한 건 실장님이… 안 움직여 주시는 게 싫다고 한 거예요….”

“응?”

가만히 이겸의 말을 다시 짚어 본 권태정은 아까 이겸이 제 위에서 혼자 움직이는 게 좋아 움직임을 멈췄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딱 한 번 이겸이 혼자 들썩이며 싫다고 말했었는데 아마 그 말을 한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혹시라도 제가 싫다는 말에 오해를 했을까 봐 내내 걱정했을 이겸을 떠올리니 애틋한 마음이 꽉 조여들었다.

“걱정했어? 내가 나랑 하는 게 싫다고 이해했을까 봐?”

“…네에…. 조금.”

“그런 오해 안 해. 우리 자기가 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 아는데. 그리고 우리 이겸이가 진짜 싫어서 말하는 건 내가 다 알지.”

잠이 묻은 눈을 뜬 이겸이 품에 턱을 댄 채 권태정을 올려다보았다. 곧 어둠 속에서 쪽, 쪽 몇 번 다정하게 입술이 마주했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음….”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입술만 달싹이는 이겸을 보며 가만히 기다리던 권태정이 다정히 땀에 젖은 머리칼을 만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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