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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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게 해서 미안해. 어떻게든 내가 더 빨리 오고 같이 있었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미리 말씀을 안 해 주신 것도 아니고, 일주일이면 된다고 다 설명도 해 주셨는데…. 그래서 정말 괜찮았는데에…. 흐윽, 정말 괜찮았는데….”
눈을 마주한 채 마음에 있던 이야기를 소리 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겸을 보는 권태정의 마음이 무너졌다. 권태정은 부드럽게 얼굴을 감싼 채 이겸의 눈물을 내내 손으로 문질러 닦아 주었다.
“하루가, 하루가… 전이랑 다르게 너무너무 길어지고…. 낮도 길고, 밤도 길고…. 새벽까지 안 자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바보같이 계속 자고, 일어나면 또 아침이라 실장님 출근하시고 안 계시고….”
“바보 아니야. 우리 이겸이 하루 종일 공부하잖아. 그리고 그거 아니어도 삐약이가 이렇게 커져서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당연히 일찍 자야지. 내가 잘못한 거야. 미안해. 잘못했어.”
고개를 저은 이겸이 다시 권태정에게 안겨들었다. 그리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였다.
“아니에요…. 실장님께서 잘못하신 게 아니라… 일주일이 이렇게 길 줄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그리고….”
“응, 천천히 말해도 돼. 힘들잖아. 숨부터 천천히 쉬고.”
“…하아….”
“응, 한 번 더.”
권태정이 시키는 대로 숨을 마셨다가 내쉰 이겸이 겨우 조금 진정한 채 권태정을 더 가득 꼬옥 끌어안았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 이겸아. 이렇게 잠든 널 깨워서 울렸는데도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좋아서 미치겠을 만큼.”
“깨워 주셔서 좋아요…. 잠 안 자도 괜찮아요. 실장님이랑 있는 게 더 좋아요.”
“응, 나도.”
이겸의 등을 쓰다듬으며 여기저기 쪽, 쪽 입 맞춘 권태정이 가만히 몸을 떼어 다시 조심스럽게 눈을 맞췄다. 얼굴을 눈에 담자 다시 이겸의 눈동자가 일렁였지만, 다행히 더 눈물이 넘치지는 않았다.
“자는 얼굴이라도 봐야 살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자기가 내 옷에 둘러싸여서 자고 있는 거야.”
“아….”
권태정을 봤다는 감격에 겨워 잠시 상황을 잊고 있던 이겸은 깜짝 놀라 얼른 권태정의 티셔츠를 몸 뒤로 숨겼다. 물론 그 하나를 숨긴다고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걸 안고 자위까지 했던 게 떠올라 너무나 부끄러웠다.
…자위? 혼자 권태정을 떠올리며 했던 걸 기억해 낸 이겸은 제 바지와 속옷이 여전히 조금 내려가 있는 것을 느꼈다. 당황해 권태정의 슈트를 당겨 아래를 가린 이겸이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권태정을 올려다보았다.
“내 생각 하면서 만졌어?”
“…아…. 그게….”
“나 없는 동안 매일 혼자 한 거야?”
“아, 아니에요…. 매, 매일은 아니고 오늘만….”
“아…. 오늘만 했구나.”
저도 모르게 말해 버린 이겸이 입술 안 여린 살을 꾹꾹 깨물었다. 바지와 속옷이라도 올리고 싶은데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앞에만 만졌어?”
“…네에….”
다시 이겸이 제 물건들 안에 갇혀 있는 게 보고 싶어 천천히 눕힌 권태정이 입고 있는 슈트 재킷을 벗어 이겸에게 안겨 주었다. 이겸은 종일 권태정의 몸에 닿아 있던 슈트를 안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끌어안고 권태정을 느꼈던 티셔츠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짙은 향이 났다. 다른 사람은 느낄 수 없지만, 권태정과 각인한 이겸은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체향과 페로몬 향이었다.
“정말? 앞에만 만졌는데 뒤가 이렇게 아직도 젖어 있는 거야?”
통통한 회음부를 문지르며 내려간 권태정이 말라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파고들어도 축축하게 젖은 게 느껴지는 내부를 손가락 하나로 살짝 휘저었다. 손가락이 돌아가며 내벽을 눌렀다가 문지르는 것에 이겸의 숨이 금세 떨림을 머금었다.
“…조금….”
“응, 조금?”
“…조금… 넣었어요. 손가락 조금….”
이겸이 스스로 뒤에 손가락 넣는 것을 떠올린 권태정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생각만으로도 자극이 너무나 심했다. 권태정은 저를 안고 있는 이겸의 구멍 안으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 살짝 넣어 애가 탈 정도로만 다시 문질러 주었다.
“이 정도? 아니면 더 깊게?”
“…그, 그 정도만….”
“내가 넣어 주는 생각하면서?”
“…네…. 실장님 옷에서… 으응, 실장님… 아, 냄새가… 나서…. 하읏…!”
깊숙하게 손가락이 파고드는 느낌에 아래를 꽉 조인 이겸이 크게 몸을 떨었다. 빠듯한 곳으로 더 깊게 들어와 차마 제 손가락이 들어갈 수 없던 곳을 건드릴 때마다 눈앞이 희게 튀었다.
“이렇게 쑤셔 주는 생각했겠네. 우리 자기.”
“아…. 아아, 흣, 실장님….”
“야해라.”
자위할 때는 도달하지 못한 쾌감까지 다다른 이겸의 허리가 팽팽히 펴졌다. 권태정은 그대로 품에 무너져 안기는 이겸을 안은 채 조금 더 깊은 곳을 찔러 주었다. 잔뜩 느낀 이겸이 연달아 두 번이나 더 극에 달해 벌벌 떤 후에야 애액에 흠뻑 젖은 손가락 두 개가 빠져나왔다.
“내일 끝나자마자 올게. 회식도 안 간다고 말 다 해 놨어.”
“그건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중요한 일 끝나고 다 모이는 거면….”
“일 끝나면 집에 가야지, 회식은 무슨 회식. 카드나 주고 오면 돼. 그리고 남들이랑 먹고 마실 시간이 어디 있어. 그 시간에 우리 이겸이 얼굴 한 번 더 봐야지. 나 목요일, 금요일 휴가도 썼어.”
“휴가요?”
“응. 내일 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우리 자기랑 안 떨어지려고.”
뺨으로 쏟아지는 뽀뽀가 좋아 눈을 접어 웃은 이겸이 다시 두 팔로 권태정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다.
“이렇게요?”
“아….”
이겸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앓는 소리를 낸 권태정이 이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감았다.
“예뻐서 어떡해, 이겸아. 진짜 미치겠는데. 절대, 절대 안 떨어질 거야. 공부할 때도 나 달고 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이겸이 서러움이 완전히 걷힌 얼굴로 권태정의 귓가에 뺨을 비볐다.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이겸이가 바쁜 거 이해해 준 덕분에 좋은 결과 나올 것 같아.”
“…아버님께 말씀 들었어요. 삐약이 태어나기 전에… 실장님께서 중요한 일들 다 처리하고 싶어 하신다고…. 그리고 저 혼자 밥 먹는 거 걱정되셔서 누나랑 어머님께 부탁드리신 것도 알아요.”
“부탁이라기 보다는 누나랑 엄마가 우리 이겸이 볼 날만 기다리고 있어서 내가 기회를 준 거지. 우리 자기랑 식사할 수 있는 기회. 나만 보면 엄마랑 누나가 이겸이 너 너무 귀엽고 예쁘다고 난리야.”
바쁜 중에 사무실로 먹을 것을 사 들고 와서는 이겸과 점심을 먹고 쇼핑까지 한 자랑을 해 대던 누나를 떠올린 권태정이 웃음 지었다. 솔직히 그 말을 들을 땐 무척 부러웠는데 이젠 아니었다. 제 품에 이겸이 있으니까.
“자기야, 피곤하진 않아? 벌써 두 시가 넘었는데.”
“전 괜찮아요.”
“그럼 우리 같이 씻을까? 아니, 아까 자기 전에 씻었겠다. 그럼 나 씻는 동안 옆에 앉아 있어. 내가 아래만 정리해 줄게.”
“같이 씻을래요. 실장님이랑 같이 씻고 싶어요.”
“그럴까 그럼? 같이 씻고, 같이 자자.”
고개를 끄덕인 이겸이 권태정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움직임에 진짜 권태정에게 밀려 더는 이겸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권태정의 물건들이 이리저리 흐트러졌다.
하지만 이겸도 권태정도 그쪽으로는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오직 서로를 눈에 담았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몸 곳곳에 약한 열이 도는…. 화면 속이 아닌 진짜 눈앞의 사랑을.
진통이 온 것은 새벽이었다. 권태정의 품에서 자던 이겸은 심상치 않은 통증에 권태정을 깨웠다. 식은땀까지 나는 이겸을 보며 놀란 권태정은 그 길로 조현준에게 전화를 하고, 센터로 향했다.
센터 산부인과에서는 보통의 절차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파하는 이겸이 너무 걱정이 되어 그런 설명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제가 알지 못하면 이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 권태정은 강제로 저에게 전해지는 말들을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진통에 아파 울다가 무통 주사를 맞고 겨우 눈을 붙인 이겸을 보며 권태정은 제가 준 고통이라는 생각에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소중한 삐약이를 만나기 위해 지나야 할 과정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겸이 아픈 걸 보는 것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아파 우는 이겸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게 크게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아파 줄 수 없고,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은 권태정을 무척이나 괴롭혔다.
“실장님…. 너무너무 아파요….”
평소 아프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이겸이란 것을 알기에 권태정은 더 괴로웠다.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하얗게 질린 손을 벌벌 떨며 제 손을 잡고 있는 이겸이 안쓰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미안하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내내 해 주고, 또 손과 얼굴을 내내 만져 주며 권태정은 세상에서 가장 긴 새벽을 보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어느 때에 이겸은 병실을 나섰다. 권태정은 제가 갈 수 있는 곳까지 떨리는 손을 잡고, 눈을 맞춘 채 함께했다. 그리고 눈앞에 닫힌 분만실 문을 보며 창백해진 얼굴로 초조하게 서성였다.
삐약이가 나올 것 같다는 연락에 달려온 가족들을 보면서도 미소 한 번 지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토닥임을 받으면서도 시선은 내내 닫힌 문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겸이 나왔을 때 권태정은 의사에게 ‘아무 문제 없이 둘 다 건강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야 무너지듯 안도했다. 괜찮다며 저를 보고 옅게 미소 짓는 이겸의 손을 잡고 병실로 가는 내내 눈물을 참다가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