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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 소년 외전-(10)화 (156/174)

외전 10화

“…으응….”

압박하듯 다물린 허벅지 사이로 약한 쾌감이 번졌다. 몸 안으로 파고든 권태정의 체향이 손길이 되어 이겸의 몸 여기저기를 매만졌다. 이겸은 입술과 코를 파묻은 티셔츠를 꼬옥 쥔 채 작게 헐떡였다.

‘이겸아.’

제 귓가에 입술을 댄 채 이름을 부르며 귓불을 혀로 문질러 주던 게 떠올라 어깨가 움찔댔다. 뒤에서 몸을 붙인 채 배를 만져 주다가 아래로 손을 내려 다리 사이를 만져 주곤 했었다. 처음에는 바지 위로.

“…하아….”

권태정이 해 줬던 것처럼 바지 위로 성기 위에 손을 댄 이겸이 약하게 신음 섞인 숨을 터뜨렸다. 능숙한 손길로 만져 주는 것을 받은 적은 많지만, 스스로 성기를 만지며 자위를 해 본 적은 거의 없어 다리 사이를 만지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이겸은 서툴기 그지없는 손길로 살짝 힘이 들어간 다리 사이를 문지르다가 바지 안으로까지 손을 넣었다.

커다란 손이 성기를 잡아 부드럽게 만져 주던 것처럼 이겸은 손을 움직였다. 권태정처럼 뜨겁고 녹아 버릴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지만, 주변을 가득 채운 그의 향 때문인지 미미한 쾌감이 몸을 간질여 어렵지 않게 흥분할 수 있었다.

“…으응, 실장님….”

감은 눈 속으로 권태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겸은 바지와 속옷을 조금 내리고 권태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한 성기를 소심하게 매만졌다. 여전히 그가 짙게 묻은 티셔츠에 입술을 묻은 채였다.

‘이겸아, 좋아?’

권태정이라면 어떤 말을 해 줬을까. 뒤에서 몸을 붙인 채 다정히 만져 주며 달착지근한 목소리를 흘려 줬을 것이었다. 이겸은 저도 모르게 절정의 근처에서 손을 더 내려 생각 만으로도 흠뻑 젖은 구멍 위를 어설프게 건드렸다. 미끌미끌한 액이 넘치는 안으로 권태정이 해 주는 것처럼 손가락 한 마디를 넣는 순간 허리가 크게 튀었다.

“아…!”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더운 숨이 흘러 권태정의 티셔츠를 물들였다. 이겸은 입술이 닿은 부분이 축축하게 젖도록 엉망으로 흐트러진 숨을 내쉬며 여운에 몸을 떨었다.

쾌감의 열기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금세 차지한 한기가 이겸의 몸을 휘감았다. 이겸은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눈을 감으며 몸을 움츠렸다. 자려고 해도 도무지 다가오지 않던 잠이 이제야 한 번에 확 밀려들었다.

* * *

“드디어 내일이네. 아, 진짜 태어나 이렇게 긴 일주일도 처음이다.”

“진짜 고생 많았어. 일 잘하는 거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존경스럽더라. 대단해.”

“그런 건 내일 결과 보고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축하가 너무 이른데.”

“결과야 이미 나온 거나 다름없잖아.”

백진우의 설레발에 웃은 권태정이 차 뒷좌석에 올랐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최종, 진짜 최종, 정말 최종 따위의 검토를 하느라 자정이 훌쩍 넘어 새벽 한 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내일 결과만 나오면 그 뒤부터는 진짜 일 안 해야지. 우리 이겸이만 물고 빨아야지.”

“속으로 하려던 말 아니야?”

“아니야. 엄청난 내 다짐이니까 너도 알아 두라고. 내가 씨발, 일주일 동안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데. 일주일만 지나면 이겸이랑 있을 수 있으니까 참자, 엿새만 지나면 원 없이 빨 수 있으니까 참자, 닷새 뒤엔, 나흘 뒤에는…. 그러다가 겨우 오늘까지 왔는데 이 정도 다짐은 당연한 거 아냐?”

집에 혼자 있는 게 안쓰러워 어제와 오늘 낮에 누나와 엄마가 번갈아 가며 이겸과 맛있는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다. 제가 바쁜 때에 이겸을 그렇게 챙겨 주니 고맙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혼자 집에서 공부하고, 밥을 먹으며 저를 기다리고 있을 이겸을 알기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벌써 며칠 째 잠들어 있는 얼굴만 보고 출근을 하려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제 앞에서 말을 하고, 움직이면서 웃음 짓는 이겸이 보고 싶었다.

내일 밤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이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 권태정이 종일 꽉 매여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흔들어 풀었다. 역시 이겸이 보고 싶었다.

권태정이 할 수 있는 생각은 내내 그것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내내 조갈이 들었다. 아무래도 얼른 집에 가 다디단 이겸을 단숨에 들이켜야 할 것 같았다.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한 권태정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벌써 며칠 째 적막한 집을 마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제가 퇴근하고 오면 웃으며 저를 보러 나오던 이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얼른 잠든 이겸에게 뽀뽀하고 만지고 싶은 마음에 권태정은 거실 쪽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손을 씻고 침실로 향했다. 침실 안에는 약한 불이 켜져 있었다.

우리 애기 혼자 자기 무서워서 오늘도 불 켜고 자는…….

“…….”

방에 들어가 침대를 본 순간 권태정의 생각이 뚝 끊겼다.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인가 싶었다. 권태정은 옷과 물건에 둘러싸인 채 그 안에서 웅크리고 잠든 이겸에게 멍하니 다가갔다.

“아….”

이겸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보자마자 숨이 탁 터져 나왔다. 이겸의 주위에 있는 것들은 전부 저의 것들이었다.

출근할 때 입는 슈트와 셔츠, 샤워가운, 운동복과 아침에 벗어서 빨래 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티셔츠와 바지. 옷장 안에 있던 옷들과 스킨로션, 향수…. 그리고 이겸까지. 온통 제 것으로만 가득 찬 침대를 보던 권태정이 이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나 제 것이 많은데 이 중에 소중한 마음이 들고, 심장을 울렁이게 하는 존재는 단 하나였다. 저를 떠올리며 제 물건으로 둥지를 만들어 그 안에 자리한 연이겸. 심장에 열이 올라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

어제 새벽에 들어와 갈아입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아침에 벗었던 티셔츠를 쥔 채 입술을 파묻고 잠든 이겸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권태정은 그대로 몸을 숙여 잠든 이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많이 울었는지 눈물이 말라붙은 눈가가 애처로웠다.

씨발, 우리 이겸이를 이렇게 울리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나. 그깟 일이 뭐라고.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며칠 내내 총력을 다한 일을 쉽게 깎아 내린 권태정이 안쓰럽지만, 눈을 뗄 수 없이 예쁜 이겸의 뺨을 매만졌다.

벌써 임신 8개월에 접어들기도 했고, 잘 자는 게 좋으니 자고 있을 때 웬만하면 깨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러고 있지만, 오늘은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또 이겸에게 저를 보이고 싶었다. 하루 정도는 이겸이 울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이겸아.”

답답할까 싶어 입과 코를 파묻고 있는 티셔츠를 살짝 떼어 내고 뺨을 매만진 권태정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아….”

예쁜 얼굴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보지 못했던 엄청난 광경을 마주한 권태정의 사고가 잠시 멈추었다. 헐렁한 티셔츠는 조금 말려 올라가 볼록한 배 아래가 드러나 있고, 그 아래로는… 속옷과 바지가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가 있었다.

욕 비슷한 것을 소리가 나지 않게 짓씹은 권태정이 이겸의 다물린 허벅지 사이에 시선을 두다가 모양도 예쁜 성기를 눈에 담았다. 자세히 보니 드러난 배와 입고 있는 티셔츠에 정액이 묻어 말라 있었다. 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권태정은 제 티셔츠를 쥐고 있지 않은 이겸의 손을 잡아 올렸다. 힘없이 펼쳐진 손에도 정액이 묻어 있는 게 보였다.

“…….”

그러니까 지금 이겸이 제가 보고 싶어 제 물건을 가져다가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제 티셔츠에 입술을 묻은 채 자위했다는 말이었다. 권태정은 다시 잠든 이겸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목덜미까지 매만졌다.

“이겸아. 나 왔어.”

티셔츠 따위에서 저를 찾을 만큼 홀로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스르르 제 손길에 눈을 뜨는 이겸을 본 권태정이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실장님….”

“응, 자기야. 자는데 깨워서 미안해. 그런데 너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

다정한 목소리에 이겸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들고 있던 티셔츠를 놓고 몸을 일으켜 앉은 이겸이 권태정을 두 눈에 가득 담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보고 싶었다고, 오늘도 많이 바쁘셨냐고, 내일이면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는 거냐고 묻고 싶은 말도 또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말은 나오지 않고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이겸아….”

얼른 이겸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권태정이 페로몬을 가득 풀었다. 조금이라도 안정할 수 있도록 푼 페로몬을 마주하며 이겸은 품에 안겨 권태정이 보고 싶었던 만큼 울었다. 처음에는 소리를 삼켜 가며 눈물만 뚝뚝 떨어졌지만, 나중에는 권태정이 제 생각 속이 아니라 진짜 제 앞에, 두 팔 안에 있다는 게 좋으면서도 서러워 속상한 울음소리가 입술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미안해, 일주일 너무 길었지. 나도 이렇게 길었는데 우리 이겸이는 오죽했을까. 미안해, 이겸아. 보고 싶었어.”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안으로 차곡차곡 쌓는 것이 더 익숙한 이겸이라는 것을 알기에 권태정은 저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이겸의 마음 안에 쌓였을 속상한 감정을 전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감정을 쏟아 내는 게 다행이라 여겨졌다.

그늘 안에 쌓여 해가 아무리 비추어도 쉽게 녹지 않는 단단한 눈더미가 되지 않고, 이 눈물과 함께 전부 녹아내리기를 바랐다.

권태정은 이겸이 그동안 쌓인 감정을 쏟고 또 쏟는 내내 단단히 품에 안은 채 조금도 쉬지 않고 이겸의 머리칼을 쓸며 귓가와 뺨에 입을 맞췄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듯 머금고 있는 모든 온기를 이겸에게 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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