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7화
•
•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각인한 알파의 페로몬을 더 많이 원하게 되고, 접촉하고 싶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요즘의 저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권태정과의 접촉을 원했다.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쿵 내려앉고,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만 파고들어도 배 속을 채우던 권태정이 떠오를 정도였다.
“…밤새… 하는 거 아니면… 괜찮을 것 같아요….”
“내가 밤새 하고 싶어 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어느새 저와 마주 보고 앉은 이겸의 허리를 제 쪽으로 안아 당긴 권태정이 말간 뺨에 코를 대고 문질렀다. 섹스하고 싶다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게 여전히 어려운지 돌려 돌려 겨우 말하고 나면 이겸의 얼굴은 늘 이렇게 복숭아 색으로 물들어 있곤 했다.
거기에다가 진짜 복숭아 향까지 폴폴 나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꺼이 무너져 제 손 위로 떨어진 복숭아를 과즙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전부 먹어 치우는 일 뿐이었다.
권태정은 가만히 이겸의 허리를 쓸던 손을 내려 부드러운 잠옷 바지를 벗겼다. 벗기기 좋게 살짝 엉덩이를 들어 주고, 발을 빼내는 그 작은 움직임이 눌러도 모자랄 가학심을 자꾸만 부추겼다.
“내가 살필 거지만, 너무 힘들다 싶으면 꼭 말해 줘. 알았지? 섹스는 같이 좋아서 하는 거지 힘들려고 하는 거 아니니까.”
“네, 힘들면 꼭 말씀드릴게요.”
이겸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권태정은 능숙한 손길로 앞이 젖은 이겸의 속옷까지 벗겨 냈다. 그리고 제 바지를 조금 내려 속옷 안에 갇혀 있던 성기를 꺼냈다.
“…….”
완전히 발기된 것이 아닌데도 그 크기는 늘 믿을 수 없을 만큼 컸다. 이겸은 슬쩍 시선을 내려 권태정의 성기를 눈에 담았다가 콘돔을 꺼내려 뻗는 손끝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기가 씌워 줘.”
포장을 뜯지 않은 콘돔을 흔들어 보인 권태정이 이겸에게 내밀었다. 이겸은 두 손으로 받아 비닐 포장을 벗긴 후 말려 있는 콘돔 끝을 눌러 공기를 빼냈다. 모두 권태정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었다.
“…콘돔 들고 있는 것만 봐도 꼴려.”
그 말이 진짜라는 걸 보여라도 주듯 권태정의 성기는 더 꼿꼿하게 일어섰다. 이겸은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채 콘돔을 성기 끝에 대고 단단한 기둥을 덮으며 내렸다. 이겸의 손이 감싸며 내려가는 동안 권태정의 것은 더욱 단단해지고 열기를 머금었다.
“얼굴 보면서 할까.”
“…네. 얼굴 보면서 하는 게 좋아요.”
“응, 나도.”
이겸의 엉덩이를 토닥토닥한 권태정이 손을 잡아 제 성기를 다시 쥐게 했다. 그리고 그 위로 제 손을 덮은 채 느릿하게 움직여 완전한 발기를 도왔다.
“아….”
침대 헤드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은 권태정의 미간이 가볍게 좁혀졌다. 이겸은 멍하니 인상을 쓴 그 수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
그러다 느릿하게 눈꺼풀이 열리고 깊어 보이는 눈동자와 마주할 때면 어김없이 이겸의 심장이 곤두박질쳤다. 권태정이 좋았다. 매번 이렇게 바라만 봐도 마음이 꽉 조여들고 이런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게 좋아 손끝이 저릿할 만큼.
“네가 그렇게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쓰레기가 되는지 알아?”
“…….”
“차마 입에도 못 담을 생각을 해. 말만 들어도 네가 도망칠 그런 생각.”
“…궁금해요.”
“음, 다 말하면 태교에 안 좋을 것 같아서 다는 못 하겠고, 음…. 내 말 듣고 네가 무서워 도망가는 것도 꼴릴 것 같단 그런 생각? 어차피 도망을 가더라도 이 집에선 못 나갈 거니까.”
이겸의 가느다란 발목을 꽉 쥐었다가 놓은 권태정이 매끈한 종아리를 쓸며 올라가 허벅지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거기서 조금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을 때 이겸의 허벅지가 움찔대며 오므라들었다.
“젖었어?”
“…….”
부끄러워하면서도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예뻐 씩 웃은 권태정이 검지와 중지를 이겸의 성기 아래로 밀어 넣었다. 손가락을 깔고 앉도록 넣자 벌써 미끌미끌한 느낌이 났다.
“으응….”
조금 더 깊게 손가락을 넣어 축축한 구멍 안으로 파고들자 뜨거운 애액이 울컥 넘치는 게 느껴졌다. 권태정은 어쩔 줄 모르는 이겸의 얼굴에 시선을 붙박은 채 손가락 끝마디만 움직여 얕게 구멍을 자극해 주었다.
“내 어깨 잡고 몸 살짝만 들어 봐, 자기야.”
이겸은 상기된 얼굴로 권태정의 양어깨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잘했다는 듯 다시 엉덩이를 토닥여 준 권태정이 조금 전보다 더 수월하게 손가락을 몸 안으로 넣었다. 반쯤 들어갔다가 나온 권태정의 손가락은 반들반들 애액에 젖어 있었다.
“…아….”
이번에는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완전히 빼자 애액이 길게 늘어났다가 끊겨 이겸의 허벅지에 달라붙었다. 이제 이겸은 아예 권태정의 목을 끌어안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흐읏, 응….”
“허리가 벌써 떨려.”
이겸의 귓가와 머리칼에 입 맞춘 권태정이 손가락 두 개로 안을 더 넓히다가 하나를 더 넣어 내벽을 문지르자 허리가 마구 떨리는 게 느껴졌다. 권태정은 웃으며 조금 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겸의 허리가 더 떨리고, 저에게 더 매달릴 때까지.
“아, 흣…. 실장님, 응, 하, 할 것 같아요….”
“밤새 하지도 못하는데 손으로 가긴 좀 아깝잖아.”
제 손가락을 꽉 물고 있는 내벽을 애태우듯 문지르다가 빼내자 이겸이 헐떡였다. 권태정은 그 신음과 저에게 매달리며 보채는 이겸의 안달에 완전히 발기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성기 끝을 이겸의 녹진한 입구에 맞췄다. 그리고 살살 달래듯 허리를 잡아 아래로 내렸다.
“하으읏…!”
한 번에 주저앉는 게 얼마나 강한 쾌감을 주는지 알기에 조금씩 성기를 물며 내려가려 했지만, 배가 무거워 버티기가 힘들었다. 이겸은 제 의지와는 다르게 아래로 쑥 내려가며 단숨에 권태정의 성기를 배 속에 머금었다. 손가락 세 개도 크다 생각했는데 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성기가 배 속을 뚫고 들어간 순간 이겸의 숨이 크게 터지며 신음과 마구 뒤섞였다.
“너무, 흣…. 너무 깊게… 아아….”
“후우…. 어디까지 들어갔나 볼까.”
배를 가리고 있는 티셔츠를 들어 올린 권태정이 동그랗게 부푼 배를 쓰다듬었다. 하도 말라 제가 자지를 넣을 때마다 어디까지 들어갔는지 그 윤곽이 다 보이던 때와 달리 배가 부른 뒤로는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하는 장난이었다.
“어디까지 들어갔는지 안 보이네…. 별로, 아…. 깊이 안 들어갔나 봐.”
“흐읏, 그, 그런 거…. 응, 아니…. 진짜 깊게… 아, 거기, 거기 안 돼요….”
“어디, 여기?”
어딘가를 스친 순간 이겸의 숨소리가 달라졌다. 권태정은 지나치게 야한 신음을 참지 못하는 이겸을 보며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안 된다는 곳을 짓눌렀다. 자지러진 이겸의 입술이 벌어지며 고개가 젖혀졌다. 그리고 성기 끝에서 다시 정액이 터져 나왔다.
“하으, 응…. 실장님, 저 이상해요…. 응, 거기 이상해서….”
“여기가 왜, 아…. 이상할까. 이상한 게 아니라 좋은 것 같은데.”
다시 허리를 쳐올려 잔뜩 느끼는 곳을 강하게 짓찧자 이겸이 자지러졌다. 권태정은 정신없이 느껴 흐무러진 이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거침없이 마구 같은 곳을 쳐 주었다.
“…흐윽, 응…! 읏, 흐읏, 아아… 으응!”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자극을 주며 권태정은 이겸이 입고 있는 티셔츠를 벗겼다. 티셔츠가 벗겨지는 줄도 모른 채 제 움직임에 맞춰 몸을 들썩이는 이겸이 지나치게 야했다.
“하….”
씹, 진짜 우리 이겸이 야해서 어쩌지. 속으로 욕과 함께 감탄을 삼킨 권태정이 제 아이를 품은 채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이겸의 몸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고 낯설다니…. 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저와 온전히 모든 것을 나누고, 그 결실을 품고 있는 몸은 사랑스러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아, 흐으… 응, 자기, 으응… 자기야….”
“응, 이겸이 자기 여기.”
너무 느껴 눈물에 흠뻑 젖은 뺨과 눈가를 닦아 준 권태정이 그대로 목덜미를 감싸 쥐며 입술을 머금었다. 키스가 좋은지 안 그래도 끊어질 것처럼 조이는 아래가 더 꽉 조여졌다.
극으로 치닫는 쾌감에 권태정의 아랫배 핏줄이 불거졌다. 그 위를 가리고 있는 티셔츠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권태정 역시 티셔츠를 벗어 대충 침대 아래로 던졌다.
“하으읏…!”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꽉 맞물린 순간 이겸의 몸이 젖혀졌다. 성기 끝에서 터져 나온 말간 것이 권태정의 가슴팍에 튀어 흘러내렸다. 권태정은 턱에 튄 것을 손끝으로 문질러 혀로 닦아 냈다. 가시지 않는 쾌감에 온몸을 벌벌 떨고 있는 이겸을 보니 자꾸만 머리가 돌았다.
“조금만, 아…. 더, 이겸아.”
조금만이라고 말하지만, 권태정이 말하는 ‘조금만’은 보통 사람의 조금과 무척 다르다는 걸 이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금만 한다면서 밤새 셀 수도 없을 만큼 해 버린 적도 많은 이유였다. 물론 그게 싫은 건 아니었다. 쾌감 위로 또 다른 쾌감이 덧씌워지는 동안 느낀 감정 중 부정적인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걸 이겸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읏, 진짜… 아, 갈 것 같아. 이제…. 아, 이겸아….”
제가 쳐올릴 때마다 배가 볼록하게 나온 마른 몸이 위아래로 마구 흔들렸다. 권태정은 그대로 이겸의 양쪽 허벅지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채 빠르게 허리를 박아 올렸다. 최소한의 틈에서 살짝만 빠졌다가 깊게 박히고, 또 살짝만 빠졌다가 깊게 박히는 자극에 이겸은 다시 정신없이 느끼며 권태정에게 매달렸다.
“아…. 윽, 이겸아, 아…!”
몸이 다시 꽉 맞물리는 것 같은 순간 권태정은 사정했다. 잔뜩 느끼는 곳을 짓누른 채 놓아주지 않는 것에 이겸은 벌벌 떨며 신음을 크게 터뜨렸다. 쾌감이 사라지지 않고 내내 몸에 고인 것만 같았다. 허벅지를 타고 퍼진 쾌감이 연달아 몇 번이나 흐르는 걸 느끼며 이겸은 울었다. 기분이 좋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쾌감이었다.
“하….”
“실, 장님…. 못, 응, 못 참겠어요…. 아, 으응, 제발…. 흣, 또, 또….”
또다시 울컥 넘쳐흐르는 쾌감에 이겸이 몸을 크게 움찔댔다. 권태정은 너무 느껴 우는 이겸의 뺨을 핥아 올렸다. 그리고 누르고 있던 허벅지를 놓아주었다. 꽉 맞물려 있던 몸이 떨어진다 싶을 때 성기를 빼내듯 움직이다가 세게 쳐올리자 이겸의 성기 끝에서 맑은 물이 팍 터졌다. 이겸은 신음도 하지 못한 채 허리를 마구 떨며 물을 쏟아 댔다.
“어떡해… 흐으, 어, 어떡해요, 실장님…. 계속, 으응, 계속 나와요….”
“이겸이 물로, 하…. 샤워하니까 좋은데.”
이겸이 쏟아 낸 물은 권태정의 가슴팍을 흠뻑 적시며 흘러내려 배 아래 쪽으로 고여 있었다. 그걸 샤워라 표현한 권태정이 웃으며 손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혀 끝에 댔다. 그리고 부드럽게 이겸의 배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았어?”
대답하기 부끄럽기도 하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도 않아 이겸은 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답이 되었기에 권태정은 집요하게 굴지 않았다. 대신 젖은 얼굴 여기저기에 사랑을 잔뜩 느끼도록 입 맞춰 주고, 매만지며 섹스의 여운을 충분히 즐겼다.
몸이 터질 것만 같은 쾌감은 사라졌어도 그 자리를 가득 채운 절대 사라지지 않을 사랑에 다시 한번 녹아내릴 수 있도록.
“실장니임…. 저 졸려요…. 씻어야 하는데….”
“걱정하지 말고 자. 내가 다 씻겨 줄게.”
따뜻하게 닿는 입술에 이겸은 살포시 웃음 지었다. 잠든 저를 씻기는 건 힘든 일이라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싶은데 자꾸만 눈이 감기고 몸에서 힘이 빠졌다.
“우리 애기 잘 자. 배 속에 더 작은 애기도 잘 자고.”
제 품에 기대어 잠든 이겸의 머리칼에 한 번 입 맞추고, 손끝에도 입 맞춰 배 위에도 가져다 댄 권태정이 곧 고르게 울리는 얌전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언제 꺼내어 봐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리고 권태정은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저와 이겸의 앞에는 이런 행복한 순간들만 가득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