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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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으응…. 실, 장님…. 흣, 자기야…. 응, 자꾸, 으응, 거기만….”
쑤셔 줄까? 눌린 아래에서 불분명하지만, 그렇게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소리가 울렸다. 이겸이 눈도 뜨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움직임에 기다란 속눈썹에 맺혀 있던 눈물이 침대 헤드로 튀어 흘러내렸다.
이겸은 안으로 들어오는 혀를 느끼며 고개를 젖혔다. 가만히 앉아 있기가 벅차 자꾸만 고개는 젖혀지고 허리는 뒤로 꺾였다. 가느다란 발목으로도 쉴 새 없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의 쾌감이 흘러내렸다.
“아……. 흣, 응… 으응!”
단숨에 빠졌다가 다시 안으로 확 들어오는 혀의 느낌에 이겸의 허리가 크게 떨렸다.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이지 못한 채 가 버리는 순간에도 드나드는 혀에 조금 더 커진 신음이 마구 흘러나왔다.
권태정은 연달아 몇 번이나 가 버리며 흐느끼는 이겸을 놓아주지 않았다. 여전히 허벅지를 옭아맨 채 잘 느끼는 회음부를 입술로 물고, 코끝으로 마구 비볐다. 그러다가 계속 가 버릴 수밖에 없게 뾰족한 혀끝으로 구멍을 마구 헤집었다. 애액을 뒤집어써도 멈출 수가 없었다.
“흐읏, 아…. 또, 으응…!”
이렇게 몇 번이나 연달아 큰 쾌감을 느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달아오른 몸이 이상했다. 이겸은 이제 권태정이 살짝만 아래를 자극해도 약하게 가 버렸다. 너무 느껴서 이제는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아… 아….”
이겸이 조금 달라졌음을 느낀 권태정이 허벅지를 구속하고 있던 손을 슬쩍 풀었다. 이겸은 그것도 모른 채 눈을 감은 채로 아래에 혀가 드나드는 것을 느끼며 몇 번이나 더 극에 올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돌려 가며 혀에 구멍과 회음부를 문질렀다. 그러다가 권태정이 혀끝을 찔러 넣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허리를 크게 떨며 가 버렸다.
권태정은 제 혀 위로 스스로 엉덩이를 들썩여 내려앉는 이겸을 보며 미리 준비해 둔 콘돔을 뜯어 성기에 씌웠다. 잘 보이지 않아도 이제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하…. 이제 혀보다 좋은 거 줄게.”
권태정은 콘돔 포장지를 대충 버리고, 그대로 이겸의 허리를 꽉 쥐어 내려 침대로 눕혔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들어 벌린 채 엉망으로 터질 것처럼 발기한 성기를 단숨에 끝까지 틀어박았다. 혀가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파고든 자지 끝이 자지러지는 곳을 짓누른 순간 이겸의 성기 끝에서 맑은 물이 팍 터졌다.
“하으읏…!”
“…하…. 우리 자기, 읏, 계속 싸서… 아, 어떡해.”
이겸의 애액에 젖은 입가를 손으로 쓸어 혀끝으로 핥은 권태정이 웃으며 몸을 세운 채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납작하게 몸을 겹쳐 압박하고 싶지만, 배가 눌리면 안 되기에 참아야만 했다.
“이겸아…. 아, 이겸아.”
권태정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겸은 크게 몸을 떨었다. 낮은 목소리가 제 이름을 담아 얼굴로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목소리가 흐르고 흘러 귓가로 들어가 쾌감과 뒤섞여 배 속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어떡해, 실장님 목소리 너무 좋아…. 이겸은 허리를 세운 채 저를 내려다보는 권태정과 눈을 맞춘 채 헐떡였다. 미칠 것만 같았다. 너무 좋아서, 권태정을 너무 사랑해서 몸과 마음이 다 흐무러지는 게 느껴졌다.
“하아…. 좋아, 흣, 좋아요…. 응, 흣, 어떡해….”
퍽 소리가 나게 치고 들어갈 때마다 정확하게 이겸이 자지러지는 곳을 짓누르는 성기에 이겸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권태정이 퍽, 퍽 안을 칠 때마다 이겸의 성기 끝에서 말간 것이 뚝뚝 떨어졌다.
“힘들면, 좀… 아, 천천히 할까?”
저를 배려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 이겸은 배려보다는 권태정의 자극을 원했다. 겨우 고개를 저은 이겸이 제 허벅지를 잡고 있는 권태정의 손 위에 덜덜 떨리는 제 손을 덮었다.
“더… 흐읏, 더… 해 주세요….”
아, 씨발. 우리 이겸이 너무 야하고 예쁜데 어쩌지. 바깥으로 소리가 나지 않게 욕을 삼킨 권태정이 성기를 빼내고 이번에는 이겸의 뒤에서 허리와 볼록한 배를 끌어안고 깊숙하게 삽입했다.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길게 신음한 이겸이 또 말간 것을 주르륵 흘렸다. 권태정은 이겸의 턱을 부드럽게 쥐어 어깨 위에서 혀를 마주 문질렀다.
“으응…. 흐읏, 응….”
“사랑해. 이겸아. 내가, 하….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저도, 하아…. 응, 실장님, 사랑… 아…. 사랑해요….”
저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해 이겸의 유두를 만지려던 손을 아래로 내린 권태정이 살살 볼록한 배를 문지르며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결혼도, 아…. 했는데 계속, 실장님이라고만… 아, 부를 거야?”
“아… 으응! 흣, 자기… 자기이….”
“여보라고 해 봐, 이겸아.”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이겸의 아래가 확 더 수축했다. 권태정은 정말 끊어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조임에 미간을 확 구겼다. 너무 조여서 아픈데 또 그게 지나치게 좋았다.
“그, 그건….”
“왜 우리 부부잖아, 이제. 부부면… 아, 여보라고 하던데.”
‘여보’라고 소리 한 번 내면 될 일인데 그게 참 쉽지 않았다. 여보라니…. 권태정이 제 여보라니. 생각만으로도 귓가가 더 화끈대고 아랫배가 확 조였다.
“해 줘, 이겸아. 응?”
목소리가 또 흘러들며 몸에 들어갔던 힘이 풀어졌다. 권태정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어떻게 찔러도 힘이 너무 세고 크기가 커서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쾌감이 머리 끝까지 번졌다. 이겸은 다시 말간 것을 주르륵 쏟아 내며 가는 중에도 가해지는 자극에 허리를 뒤틀었다.
“하으읏!”
과한 쾌감에 눈물이 더 쏟아져 나와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이겸은 극에 달한 순간 또다시 그보다 더한 쾌락이 덮치는 것을 느꼈다. 너무 느껴 신음도 흐르지 않았다. 흐느끼는 소리와 몸과 몸이 마찰하는 소리만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좋은데 이렇게까지 좋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신이 다 멍해졌다. 이겸은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권태정과 혀끝을 문질렀다. 눈앞도 머릿속도 다 멍한데 쾌감과 권태정을 향한 좋다는 감정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마구 벌떡였다.
“하…. 우리 여보 허리가 혼자 막 움직여.”
움직임을 멈춘 권태정이 알아서 허리와 엉덩이를 움직여 기분 좋은 곳을 자극하는 이겸을 보며 젖은 앞머리를 아무렇게나 확 쓸어올렸다. 제 아이를 가져 볼록한 배와 조금 살이 올라 말랑해지고 부드러운 몸까지 모든 게 다 자극적이었다.
“흐윽…. 해 주세요…. 응, 더….”
“시트를, 읏…. 이렇게 다 적셔 놓고도… 아, 더 하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흐으읏!”
뒤로 엉덩이가 움직이는 순간 허리를 쥔 채 세게 자지를 박아 넣은 권태정이 다시 물을 쏟아 내는 이겸을 보며 뒤에서 목덜미를 물었다.
“하…. 후우, 미치겠다. 진짜…. 러트 와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돈데.”
권태정은 이겸의 어깨에 입술과 코를 파묻고 깊게 그 달달한 복숭아 향을 들이마셨다. 제 온몸을 이겸이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렇게 좋아도 되나. 권태정은 성기를 빼내고, 정액이 가득 찬 콘돔을 벗겨 대충 묶어 옆으로 버렸다.
“후우, 힘들지.”
“…하아…. 좋아요…. 기분, 너무 좋아요….”
“나도, 나도 좋아.”
“…….”
저를 향해 뛰는 거센 심장 소리가 들렸다. 이겸은 가만히 권태정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숨소리를 죽이고 그 소리에 귀 기울였다. 저를, 오직 저를 향해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나 벅차올랐다. 없던 용기가 생기고, 권태정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해 주고 싶을 만큼.
“눈에 잠이 가득해. 자자, 재워 줄게. 이쪽으로 와. 거기 축축하잖아.”
이겸을 제가 있는 쪽으로 더 당겨 끌어안은 권태정이 이마와 뺨, 입술에 차례로 입 맞췄다. 이겸이 입술을 살짝 내밀어 몇 번 더 쪽, 쪽 뽀뽀한 권태정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듯 침음했다.
“…하. 진짜 미치겠다. 사랑해, 이겸아.”
“저도 사랑해요…. 실장님. 아니…. 여, 여보오….”
뒤로 갈수록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이겸이 소리 낸 여보 소리를 분명히 들은 권태정은 살짝 몸을 떼 얼굴에 귓가, 목덜미까지 불그레해진 이겸을 내려다보았다.
“아…. 와, 이거 생각보다 더….”
“…….”
“와…. 너무 좋은데. 내가 우리 이겸이 여보란 거잖아. 아니, 알고는 있었는데 직접 들으니까… 아, 진짜 기분이 이상해. 눈물 날 것 같아.”
좋아하는 권태정을 보며 이겸이 살포시 웃음 지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 호칭 하나 소리 내는 게 뭐라고 머뭇댔던 건가 후회가 됐다. 그 소리 하나에 권태정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도대체 부끄러움 따위가 다 뭐라고.
“결혼하니까 너무 좋다.”
“저도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내내 좋게 해 줄게.”
다정함이 녹아들어 마음 안으로 번졌다. 이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태정과 다시 몇 번 입을 맞췄다. 여전히 저를 향해 뛰는 거센 심박동 안으로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을 때는 어느새 끌어안은 두 몸이 하나처럼 느껴졌다. 혼자 잠드는 것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신혼 첫날 밤의 마지막 감정은 결국, 행복이었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 그래서 그 밤은 아주 따뜻하고 또 아주 길었다. 서로의 사랑을 담은 시선과 심장박동, 그리고 숨을 내내 나눌 수 있도록.
* * *
느릿하게 눈을 뜬 이겸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제 몸을 안고 있는 팔에 옅게 웃었다. 등 뒤에 있어 권태정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조금도 불안하지 않고 너무 좋기만 했다.
몇 시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어두운 방 안에서 권태정의 향기가 났다. 그 향이 좋아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금세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권태정이 깨지 않도록 느릿하게 몸을 돌려 누운 이겸이 따뜻한 품으로 안겨 들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을 단단히 끌어안는 두 팔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머리칼 위로 쪽, 간지러운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