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이겸은 권태정과 함께 욕조에 들어가려 옷을 벗다가 조금 단단해지고 어쩐지 살짝 나온 것 같은 아랫배를 내려다보았다. 티가 확 날 정도는 아니지만, 늘 납작하기만 하던 평소와는 확실히 뭔가 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권태정에게 몸을 보이는 게 조금 부끄러웠다. 물론 권태정이 보고 바로 알 정도는 아니지만, 괜히 혼자 부끄러워 자꾸 배를 팔이나 손으로 가리게 됐다.
“조심조심.”
욕조에 들어가는 이겸을 단단히 붙잡아 미끄러질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권태정이 천천히 물에 앉힌 뒤에야 따라 들어가 이겸의 뒤로 자리 잡았다.
“오늘 청첩장은 잘 줬어?”
“네. 지훈이 형이랑 재민이 형만 만났는데 형들이 다 축하해 주고 너무 같이 좋아해 줘서 좋았어요.”
“다 온대?”
“네, 무조건 올 거래요. 형들이 실장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형님? 많이 까부네.”
혹시 기분이 나쁜 걸까 싶어 돌아본 이겸은 말만 그렇지 전혀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는 권태정을 보여 웃었다.
“그리고 아까 세탁소집 아주머니께도 오랜만에 연락드렸는데 아저씨랑 같이 오신다고 하셨어요.”
“시간이 되시나 보네. 잘 됐다.”
“또…. 카페 사장님도 오신댔어요.”
“얼마나 열심히 살고, 또 착하게 살았으면 이렇게 말만 하면 바로 다 온다 그래? 우리 자기 진짜 너무 멋있다.”
멋있다는 말을 들어 보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 있던 이겸이 다시 권태정을 돌아보았다.
“왜? 멋있다고 하니까 이상해?”
“…네, 조금요.”
“우리 이겸이 진짜 멋있는데. 힘들어도 씩씩하게 일하고, 또 일하는 중에도 사람들한테 잘해서 그 사람들이 우리 이겸이 좋은 일 생기니까 다 축하도 해 주고.”
“…….”
“그리고 그거 아니어도 멋있는 순간 많아.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고한 생각도 가지고 있고, 내가 막 밀고 간다고 그대로 무조건 따라가지도 않고. 난 우리 삐약이가 이겸이 그런 면 닮았으면 좋겠어.”
이겸은 처음인 게 많았다. 이렇게 좋은 욕조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처음이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처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진 것도 처음, 그리고 누군가를 보고 마음이 마구 뛰었다고 조여들고, 또 떨리다가 활짝 웃게 되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쏟아지는 칭찬을 자세히 듣는 것도 전부 다 처음이었다. 이겸은 제 어깨 위로 고개를 내리는 권태정의 입술에 가만히 먼저 입 맞췄다. 제가 마주하는 이 모든 다정한 처음이 모두 권태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겸은 영원히 이 온기를 잃고 싶지 않았다.
“…실장님이랑 같이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나도. 나도 너무 좋아.”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온도로 맞물린 입술 사이에서 뜨거운 감각이 불쑥 넘쳤다. 권태정은 입술을 마주 문 채 페로몬을 풀어냈다. 아주 많이 쏟아도 이겸이 다치지 않을 거라는 조현준의 말을 믿고 평소처럼 조절을 하지 않은 채 편하게 잔뜩 페로몬을 풀었다.
“으응….”
욕실 안을 채운 따뜻한 공기 안으로 퍼지는 짙은 페로몬에 이겸은 작게 앓았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과 동시에 아랫배와 허벅지 안쪽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우리 이제 다음 주면 결혼이야. 실감 나?”
“조금요. 청첩장도 주고, 예복 최종 피팅도 하고…. 그러니까 뭔가 좀 실감이 나요.”
“나도. 좀 떨리긴 하는데 빨리 결혼하고 싶어.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 일주일이 너무 길어.”
가슴팍에 등을 기대고 앉은 이겸의 머리칼과 뺨을 매만지던 권태정이 물 안으로 손을 넣어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짙은 스킨십도 아니고 늘 하는 가볍다면 가벼운 스킨십인데 이겸의 어깨가 티 나게 움찔댔다. 복숭아 향 페로몬까지 갑자기 짙게 흐르는 것에 고개를 갸웃 기울인 권태정은 갑자기 배를 어색하게 가리는 이겸의 손을 보며 귓가에 입 맞췄다.
“배 만지는 거 싫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제 배가 조금 나온 것 같아서요….”
권태정은 어설프게 배를 가리고 있는 이겸의 손 아래로 제 손을 밀어 넣었다. 확실히 전보다 살짝 배가 나온 게 느껴졌다. 저와 이겸의 아이가 제가 여기 있다고 티를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말 조금 나왔네. 삐약이가 많이 컸나 봐.”
“…네….”
물 안에서 조심스럽게 아랫배를 쓰다듬는 손길은 무척 부드러운데 이상하게도 자극적이었다. 페로몬 때문에 이미 조금 달아오른 몸은 너무나도 쉽게 자극에 흐무러졌다. 자꾸만 발끝이 움츠러들고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노골적으로 몸이 튀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
입술을 꾹꾹 깨문 이겸은 일렁이는 물 안에서 움직이는 권태정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손이 제 몸을 만지고 있는 것만 봐도 자꾸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 사이가 이상해졌다. 게다가 따뜻한 물이 찰랑이며 가슴을 스치기만 해도 꼭 권태정이 유두를 만져 주는 것처럼 찌릿한 느낌이 허리를 타고 흘렀다.
이대로라면 권태정이 조금만 손을 더 움직여도 제 성기에 힘이 들어갔다는 걸 알아차리게 될 것이었다. 이겸은 어떻게든 들키지 않기 위해 성기 위를 손으로 가렸다.
“아까부터 자꾸 여기저기 가리네.”
“…….”
“만져 줬으면 좋겠는 곳 가리는 거야?”
“그, 그런 거 아니… 흣….”
아랫배를 느릿하게 문지른 손이 그대로 내려와 이겸의 손을 너무나도 쉽게 파고들며 반쯤 선 성기를 쥐었다. 이겸은 따뜻한 물속에서 성기를 잡힌 채 상체를 뒤로 젖혔다. 허리에 맺혀 머리끝과 발끝으로 퍼지는 쾌감이 너무 좋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기야, 기분 좋아?”
“…으응, 아…. 좋아요….”
따뜻한 물과 그보다 뜨겁게 느껴지는 권태정의 손이 성기를 매만질 때마다 몸이 붕 뜨는 것만 같았다. 이겸은 고개를 젖혀 권태정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며 잔뜩 신음했다. 쾌감에 휩싸인 이겸의 몸이 움찔대고 들썩일 때마다 욕조 물이 출렁였다.
“하아…. 응, 아…. 실장님….”
“자기라고 해 줘, 자기야. 응?”
“…하으, 으응, 자기, 자기야…. 응, 이제 할 것 같아요….”
“해도 돼.”
“물, 흐읏, 물 더러워지면…. 아…!”
집요하게 성기를 쥐고 쓸다가 흔드는 손길에 참지 못한 이겸의 허리가 확 들리며 말간 것이 물 안에서 쏟아졌다. 권태정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 촉촉한 목덜미에 입술을 파묻었다. 혀로 젖은 목덜미를 핥고 깨물자 이겸의 아랫배로 다시 묘한 감각이 맺혔다.
“으응, 또….”
사정을 했는데도 손을 떼지 않고 아예 다리 사이까지 내려가 회음부를 문지르는 느낌에 이겸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서가 아니라 가시지 않은 쾌감 위로 얹히는 쾌감이 지나치게 좋아 저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이었다.
“응, 또. 한 번으로 우리 애기 부족하잖아. 하…. 물속에서도 젖은 게 느껴져, 이겸아.”
귓속으로 낮은 목소리가 흘러드는 것과 동시에 아주 느릿하게 몸 안으로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아…. 흐읏….”
지나치게 느린 움직임에 손가락이 내벽을 문지르며 어디까지 파고드는지 정확하게 느껴졌다. 이겸은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상체를 권태정에게 기댄 채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 싫어….”
깊게 파고들었다가 또 아주 천천히 내벽을 스치며 빠져나가고 또다시 아주 느릿하게 파고드는 것을 반복할 때마다 이겸의 온몸이 잔뜩 달아올랐다. 권태정의 말처럼 물 안에서도 이겸의 애액이 잔뜩 흘러 뜨겁게 손가락을 감쌌다.
“하으, 응….”
깊게 파고든 손가락은 이제 애를 태우듯 이겸이 잘 느끼는 곳을 또 느릿하게 문지르고 있었다. 건드릴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살짝 힘을 주어 누르면 신음도 내지 못할 만큼 잔뜩 느껴 어쩔 줄을 몰랐다. 이겸은 저도 모르게 더 과한 자극을 원했다. 너무 느리고, 약하고, 부드러워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하아…. 아, 더….”
물 안에 손을 넣어 제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있는 권태정의 다른 손 위를 덮은 이겸이 다시 크게 허리를 젖히며 헐떡였다. 두 번째 극점에 오르는 순간에도 권태정은 이겸의 안에서 손가락을 빼지 않았다. 자극이 너무 강해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크게 떤 이겸이 커다란 신음과 함께 맑은 물을 터뜨렸다.
“하으읏!”
허리가 들린 순간 물 바깥으로 물줄기가 튀었다. 권태정은 이겸이 맑은 물을 쏟아 낼 때도 잘 느끼는 곳을 짓눌렀다. 이겸은 연달아 가 버리며 몇 번이나 혼자 몸을 들썩였다.
“하아…. 하으, 아아….”
그제야 안을 채우고 있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온몸을 두드리다 못해 정신까지 흐트러뜨린 쾌감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겸은 권태정을 원했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권태정과 더, 더 깊게 마주하고 싶었다.
“이렇게 힘들 정도로 하려던 건 아닌데. 힘들었지.”
하지만 권태정은 오늘도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겸은 제 엉덩이에 닿아 오는 권태정의 잔뜩 발기한 성기를 느끼며 고개를 돌려 눈을 맞췄다.
“얼른 씻고 나가자. 재워 줄게.”
“…….”
삐약이를 가지고 난 후 오늘처럼 손가락을 넣어 주거나 아니면 아래를 빨아 주는 정도는 하지만 권태정은 그 이상, 그러니까 완전히 몸이 맞물리는 삽입을 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하며 권태정이 조심해 주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이겸은 때때로 권태정이 너무 인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무척 부끄럽기도 하고 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몸의 감각이 열려 버리거나 깊은 키스로 온몸이 달아올랐을 땐 하지 않으려도 해도 저절로 권태정과 몸이 꽉 맞물렸던 순간의 느낌들이 머릿속에 맺혔다.
“…….”
하고 싶어…. 이겸은 샤워 부스로 자리를 옮겨 제 몸을 부드럽게 씻기는 권태정의 잔뜩 발기한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권태정이 아는 척을 하지 않는 이상 저도 모르는 척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은 저만 기분이 좋은 채 끝나고 싶지 않았다.
“…아…. 읏, 이겸아.”
“저도… 저도 자기… 기분 좋게 해 드리고 싶어요….”
“이겸아, 무리하지… 아…. 않아도 돼.”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저를 만지며 잔뜩 흥분한 권태정의 성기를 조심스럽게 쥔 이겸이 어설프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많이 해 보지 않아 서툴기 그지없는 움직임인데도 달아오른 숨을 터뜨리는 게 좋아 이겸은 멍하니 초점이 흐려진 채 권태정을 올려다보았다.
“…….”
저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이 좋았다. 물줄기보다도 몸을 더 젖게 하고,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모두 앗아 갔다. 이겸은 저를 내려다보며 뜨거워진 숨을 내쉬는 권태정과 눈을 맞춘 채 몸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샤워 부스 바닥으로 무릎을 댔다.
“하…. 이겸아. 읏…!”
무릎 꿇는 이겸을 보고 놀란 권태정이 몸을 숙여 일으키려는 순간 이겸이 얼른 입 안으로 권태정의 성기를 가두었다. 축축하고 뜨거운 점막이 성기를 감싸며 조이는 느낌에 권태정이 뜨거운 숨을 터뜨렸다.
“…아, 읏….”
한동안 이겸을 만지며 자위를 하거나 대고 문지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노골적인 자극을 받은 적은 없어 성기는 너무나도 쉽게 크기를 키웠다. 이겸의 입 안에 갇혀 있는 느낌도 좋지만, 사실 가장 좋은 것은 흥분이 그대로 보여 반쯤 녹아내린 이겸의 모습이었다.
“…하….”
눈동자는 반쯤 풀리고, 눈가는 촉촉해진 이겸이 제 성기를 겨우 끄트머리만 벅차단 듯 물고 있었다. 이대로 그만두기 싫다는 듯, 참지 말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