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침대 옆으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찾아 든 권태정은 얼른 조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면에 뜬 ‘돌팔이’라는 이름을 보니 괜히 마음이 더 급해졌다.
-어, 태정아. 무슨 일 있어?
“아니, 뭐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물어볼 게 있어서.”
-응, 뭔데?
“이겸이 무리하면 안 된다고 그랬잖아. 과격하게 움직여도 안 되고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응. 맞아. 무조건 편하게,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돼.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데 거기 대고 페팅 정도는 해도 되는지 묻는 게 좀 그랬지만, 그래도 궁금해 죽을 것 같기에 권태정은 뻔뻔한 얼굴로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 무리에 섹스도 포함인 건 알겠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좀 알고 싶어서.”
-…….
잠시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는 휴대폰 저편을 떠올린 권태정이 참을성 있게 조금 더 답을 기다리며 여전히 제 품에 숨어 있는 새빨개진 이겸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아, 내가 그쪽으로 안내를 안 했구나.
“응.”
-…아, 이래서 친구 주치의는 하는 게 아닌데. 이따 퇴근하고 맛있는 와인 딸 생각에 좋았는데 너 때문에 기분 다 잡쳤다.
“응, 안 궁금해.”
-싸가지 없는 놈.
“진짜 싸가지 없으면 나한테 그런 말 못 하지.”
수화기 너머에서 졌다는 듯 한숨 소리가 들렸다. 권태정은 이겸의 귀 끝에 쪽 소리가 나게 입 맞추고는 귓불을 혀끝으로 살살 건드렸다. 톡 튀어나온 걸 할짝이니 유두를 입에 넣고 굴리고 싶어 안달이 났다.
-연이겸 씨 상태로 봤을 때 성관계도 조심해야 돼. 배를 압박하는 건 당연히 안 되고, 과격한 움직임도 안 좋아. 그런데 적당히 정말 적당하게 기분이 좋아질 정도의 페팅은 괜찮아. 각인한 상대와 그런 행위를 통해서 안정을 얻기도 하니까 가벼운 페팅 정도는 권장하는 편이야.
“가벼운 페팅…. 어, 알았어. 고맙다.”
-…그래. 우울하다, 정말. 내가 이러려고 의사 됐나 싶고….
“우울하면 진우나 불러서 이따 와인 같이 따.”
-야, 안 그래도 우울한데 내가 백진우나 만나서….
“응, 그래. 다음에 보자.”
더 이야기를 나눌 이유를 찾지 못한 권태정은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끊기 직전까지 볼멘소리가 들려왔지만, 권태정은 가볍게 무시한 채 이겸의 등을 살살 문질렀다.
“이겸아, 얼굴 보여 줘.”
달래듯 말하자 부끄러운지 잔뜩 달아오른 예쁜 얼굴이 스르르 올라와 눈이 마주쳤다. 권태정은 너무 좋아 저절로 맺힌 웃음을 보이며 슬쩍 이겸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조심하면서 만지는 정도는 해도 된대.”
“…아….”
“실망했어? 하긴 우리 이겸이는 배 속 꽉 차는 거 좋아하지. 여기 불룩해질 만큼 가득 채워 주는 거 좋아하는데 만지는 걸로 만족이 될까?”
제 성기가 들어가면 볼록해지는 배 위를 손끝으로 문지르자 이겸의 허리가 움찔댔다.
“시, 실망한 거 아니에요….”
“응, 실망은 아니고 좀 서운한 거구나.”
“서운한 것도… 으응….”
이겸은 셔츠 안으로 들어간 손이 등을 만지다가 앞으로 와 유두를 건드리는 것에 몸을 움츠리며 권태정의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권태정은 그런 이겸의 머리칼에 입술을 댄 채 손끝에 걸리는 것을 느릿하게 돌려 만지다가 잡아당겼다. 꽤 오랜만에 퍼지는 자극이 좋았는지 이겸이 신음을 터뜨리며 몸을 더욱 웅크리는 게 느껴졌다. 그 약한 신음에도 권태정은 발기했다.
“오늘은 내가 기분 좋게 해 줄게. 받기만 해.”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고 내려다보며 씩 웃은 권태정이 이겸의 헐렁한 바지를 아래로 내렸다. 부끄러운지 하얀 허벅지가 더 꽉 붙는 것을 보며 완전히 바지를 벗겨 던진 권태정은 그 꽉 붙은 허벅지를 잡아 부드럽게 벌렸다. 이겸의 속옷은 벌써 젖어 있었다.
“벌써 이렇게 젖어서 어떡해, 자기야.”
“그, 그렇게 보시는 거….”
“응, 알았어. 빨리 빨아 줄게. 보지만 말고.”
멋대로 해석한 권태정이 이겸의 젖은 속옷 위로 혀끝을 대자 이겸의 발끝이 시트를 긁으며 내려갔다. 통통한 회음부를 침으로 적시고, 애액이 울컥 흐르는 구멍 쪽까지 혀에 힘을 주어 누르자 이겸의 신음이 길게 흘렀다.
“아…. 으응….”
허벅지 사이에 있는 속옷 부분이 애액과 침으로 흠뻑 젖게 만든 권태정은 회음부 쪽 속옷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넣었다. 애액과 침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회음부를 문지르자 이겸이 고개를 저었다.
속옷과 회음부 사이에 갇힌 손가락을 조금 더 깊게 넣어 구멍 위까지 문지른 권태정이 못 참겠다는 듯 이겸의 비부로 완전히 얼굴을 파묻었다.
“실장님…. 으응, 그렇게 하면… 아…!”
권태정은 젖어 달라붙은 이겸의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애액으로 엉망이 된 구멍을 보다가 뜨거운 혀로 애액을 할짝였다. 잔뜩 느끼는 소리가 나는 게 좋아 한참을 기분 좋게 해 주다가 혀를 살짝 넣으니 완전히 녹아내린 것 같은 신음이 길게 흘렀다.
혀가 파고들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젖은 소리가 나고, 나오는 애액을 빨아들일 때마다 외설적인 소리가 났다. 이겸은 말도 안 될 만큼 적나라한 소리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도 잔뜩 흥분해 허리를 떨었다.
“…아, 으응, 어떡해…. 응, 아아….”
아예 입술을 붙이고 흐르는 애액을 전부 빨던 권태정이 눈동자를 들어 이겸을 본 채 혀로 안을 얕게 쑤셨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혀끝이 내벽을 문지르며 들어갔다가 말캉하게 안을 채우고, 또 내벽을 문지르며 빠져나오는 느낌이 좋아 이겸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정신없이 신음했다.
“으응, 아…. 흐읏, 응, 실장님….”
빠르게 혀가 얕게 안을 드나드는 느낌이 반복되어 퍼지자 허벅지 안쪽으로 감각이 강하게 모여들었다. 이겸은 그대로 허리를 비틀며 온몸으로 번지는 쾌감과 마주했다. 성기 끝에서 터진 뽀얀 정액이 이겸의 배와 가슴 위로 뿌려졌다.
“아…. 하으, 하아….”
간만에 느끼는 짙은 쾌감에 완전히 녹아 버린 이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권태정은 이겸을 누르지 않은 채 몸만 위로 올려 배와 가슴, 그리고 뺨까지 튄 이겸의 정액을 핥았다.
“…으응…. 드시면, 안 되는데….”
“왜, 이거 내 건데.”
이겸의 뺨에 튄 정액을 핥은 권태정이 눈을 맞추며 뽀얀 게 묻은 혀끝을 입 안으로 넣었다. 흥분감이 짙은 눈동자와 땀에 살짝 젖은 앞머리, 그리고 제 정액이 묻은 혀끝까지 무엇 하나 야하지 않은 게 없었다.
이겸은 권태정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을 맞추고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보다 더한 것이 하고 싶어졌다.
“힘들지는 않아?”
“…네, 안 힘들고… 기분 좋아요.”
“우리 이겸이가 기분 좋다니까 나도 기분 좋다.”
싱긋 웃은 권태정이 다시 고개를 내려 이겸의 유두 쪽에 묻은 정액을 핥으며 혀끝으로 완전히 튀어나온 유두를 건드렸다. 주위를 빙글 돌리듯 핥다가 쪼옥 빨아들이자 이겸의 허리에 다시 살짝 힘이 들어갔다.
이겸의 몸을 압박하지 않으려 몸을 띄운 채 유두를 빨던 권태정은 다시 힘이 들어간 이겸의 성기를 톡 건드렸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새콤달콤한 복숭아 향이 어느새 주변을 가득 물들이고 있었다. 권태정은 복숭아 맛이 나는 것 같은 이겸의 성기 끝을 입에 물었다.
“아…!”
제 성기가 권태정의 입 안에 들어가 있는 걸 본 이겸은 금세 사정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강하지 않게 성기를 빨아들였다가 혀로 문지르고, 손을 올려 유두까지 돌려 가며 매만지는 것에 다시 기분 좋은 감각이 허벅지 안쪽으로 몰려들었다.
“하아…. 실장님, 또…. 으응, 할 것 같아요….”
해도 된다는 듯 성기를 문 채 불분명하게 말하는 권태정을 본 이겸의 허리가 다시 크게 들썩였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묽어진 것이 권태정의 입 안으로 쏟아졌다.
제 바람을 이룬 권태정이 전부 목 뒤로 넘기며 이겸의 성기를 깨끗하게 핥아 주었다. 귀두를 집요하게 괴롭혀 물까지 터뜨리게 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건 너무 무리가 될 것 같아 오늘은 이 정도만 하기로 했다.
티슈를 뽑아 이겸의 젖은 성기와 다리 사이를 닦아 준 권태정이 벌써 잠이 와 가물가물한 얼굴을 보며 웃었다. 제 다리 사이 사정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때가 아니지만, 저의 욕구 충족보다 이겸이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들 수 있는 게 더 중요했다.
“이겸이 졸려?”
“…네에…. 아직 자면 안 되는데에….”
“졸리면 자야지. 왜 자면 안 돼.”
“실장님은 아직… 안 하셨잖아요…. 저도 해 드리고 싶어요….”
아, 말만 들어도 쌀 것 같네. 이겸이 너무 사랑스러워 마구 노골적인 말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어른이니까. 저를 믿고 사랑하며 아이까지 가진 저의 이겸을 위해 이런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오늘은 졸리니까 자고 다음에.”
“…다음에는…. 다음….”
반쯤 잠에 빠져들어 말이 길게 늘어지는 이겸의 뺨에 입 맞춘 권태정이 이불을 올려 몸에 덮어 주었다.
“응, 다음에는 나 막 괴롭혀 줘.”
무슨 말인지 이해를 제대로 못 했을 텐데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겸이 귀여워 죽을 것만 같았다. 권태정은 그대로 스르르 잠에 빠져드는 이겸을 보며 페로몬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속옷 안에서 난리가 난 제 성기를 꺼냈다.
“하….”
욕실에 가서 혼자 할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이겸의 곁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예쁜 얼굴과 향긋한 페로몬을 두고 혼자 욕실에 가서 자위하고 싶지 않았다.
“…하….”
이겸이 보면 정신적으로 무리가 될 만큼 커다래진 성기가 위협적으로 꺼떡였다. 권태정은 흉기 같은 성기를 쥔 채 잠든 이겸의 얼굴을 보며 흔들었다. 굵고 긴 기둥을 쓸다가 흔드니 금세 쾌감이 올랐다. 예쁜 얼굴을 보고 있어 그런지 꼭 이겸이 만져 주는 것만 같았다.
제 손보다 작은 손이 제대로 다 쥐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 매만지다가 흔들고, 귀두만 머금어도 벅차 눈물이 고이면서 입으로 해 주겠다고 고개를 숙일 이겸을 떠올리니 아랫배가 꽉 조여들었다.
“후우…. 아…. 이겸아. 하, 이겸아….”
자꾸 흘러내리는 티셔츠가 짜증 나 아예 티셔츠 자락을 들어 입에 문 권태정이 무릎을 꿇은 채 몸을 세워 더 빠르게 성기를 흔들었다. 잘 짜인 단단한 근육이 짙은 흥분에 수축했다 이완되기를 반복하며 움찔댔다.
“하…. 읏…!”
권태정은 사정의 순간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반쯤 뭉쳐진 티슈를 들고 끝을 막았다. 티슈를 흠뻑 적시며 터져 나온 정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하….”
긴 숨과 함께 입을 열어 물고 있던 티셔츠를 놓은 권태정이 새 티슈를 여러 장 뽑아 성기와 손을 닦았다. 그리고 여전히 찌릿찌릿한 다리 사이의 여운을 느끼며 이겸의 뺨에 입 맞췄다.
“사랑해.”
아, 이건 자기 전에 말해 줄걸. 그럼 더 행복하게 잠들었을 텐데. 미안해, 이겸아. 내가 이래. 아직도 이렇게 서툴러. 잠든 널 보면서야 사랑한다는 말을 소리 내고 후회할 만큼.
“잘 자.”
그래도 잘 자, 이겸아. 자기 전에 못 해 준 것까지 합해서 일어나면 더 많이 말해 줄게. 사랑한다고.
고른 숨을 내쉬며 세상모르고 자는 이겸이 사랑스러워 심장이 다 뻐근했다. 권태정은 가만히 옆으로 누우며 그 뒤로도 한참이나 잠든 이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를 향해 닿는 고르고 안정적인 그 숨소리에 내내 귀를 기울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