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열 소년-109화 (109/174)

#109

“아…. 흐읍, 응….”

“우리 자기, 아…. 기분 좋은가 보다.”

“좋아요…. 으응, 아…. 응, 좋아….”

“여기 좋아하지.”

워낙 성기가 커서 좁은 안 어디를 짓누르든 좋아하지만, 유독 자지러지는 깊은 곳을 아는 권태정은 이겸의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쥔 채 퍽 소리가 나게 이겸이 잔뜩 느끼는 곳을 짓눌렀다. 내내 밀려오던 쾌감보다 더 큰 감각이 몸을 울리는 순간 이겸의 허리가 꺾이며 몸이 마구 떨렸다.

권태정은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극에 달한 이겸을 보며 같은 곳을 세게 퍽, 퍽 쳐 주었다.

“아! 흣, 응… 아, 으응, 실, 실장…님…. 그, 그만, 이, 이상해요….”

“좋은 거… 읏, 아니고?”

이겸의 몸이 뒤로 기울어지자 욕조 가장자리에 놓여 있던 바디워시와 배스밤 같은 것들이 요란히 떨어졌다. 그런 것이 떨어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은 권태정은 너무 느끼다 못해 자지러지는 이겸을 전부 눈에 담으며 있는 힘껏 성기를 처박았다.

“하으읏!”

제 허리를 꽉 쥔 권태정의 팔을 쥔 이겸이 그대로 축 늘어져 몸을 떨었다. 잘게 떠는 이겸을 내려다보며 몇 번 더 퍽, 퍽 안을 쑤셔 준 권태정이 다시 한번 깊숙한 곳에 사정하며 긴 숨을 내뱉었다.

“하….”

씨발, 존나 좋네.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을 느끼며 느릿하게 내벽을 쓸어 주는 것처럼 몇 번 더 움직이자 이겸이 길게 앓는 소리를 냈다. 권태정은 완전히 성기를 빼내고는 복숭아 향에 완전히 절여진 이겸을 일으켜 품에 안았다.

“힘들지. 씻겨 줄게.”

“…네에….”

권태정의 어깨에 얼굴을 비빈 이겸이 고개를 기울여 뺨에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귓가에서 울리는 쪽 소리에 침음한 권태정이 제 품에 완전히 안긴 이겸의 몸을 전부 제 페로몬으로 뒤집어씌우며 어깨와 목덜미, 귓가에 차례로 입술을 눌렀다.

“이겸아, 자기야. 얼마나 더 예뻐질 거야? 나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 정신이 안 차려져. 나 진짜 미친놈 같아.”

“그래도… 괜찮아요….”

“이러다가 네가 그만하라고 해도 내 맘대로 너 아프게 할 것 같아. 아까도 아무것도 안 보이고 너만 보이는데, 씨발….”

몸을 살짝 뗀 이겸이 언제 봐도 두근대는 권태정의 얼굴을 보며 웃음 지었다. 그 순간 욕실 안으로, 또 권태정의 마음 안으로 벚꽃이 피었다.

“…미치겠다, 진짜.”

“…….”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아.”

“…저도… 그래요…. 너무너무 좋아요. 하나도 안 춥고….”

눈을 맞추고 있다가 부끄러운지 살짝 시선을 피하며 말하는 이겸의 턱에 쪽 입 맞춘 권태정이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물어 장난치다가 다시 깊게 혀를 얽었다. 사랑의 순간이 남아 있는 입 안은 무척이나 달착지근했다.

“이겸아, 나 좋아해?”

“…네….”

권태정의 히트 사이클을 보낸 뒤부터 쭉 이어지던 묘한 감각, 그러니까 권태정만 보면 유난히 평소보다 더 두근거리고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어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감정 기복은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아주 많이, 정말 많이 좋아하게 되면 이렇게 되는 걸까. 이겸은 권태정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다시 그 입술에 제 입술을 대었다. 이렇게 닿아 있거나 몸이 연결되어 있어야만 보고 싶어 애가 타고, 또 눈에 보이지 않아 불안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좋아해요, 실장님….”

“…….”

“많이…. 아주아주 많이….”

“얼마나 많이?”

“…세상에서 제일 많이….”

마음을 다 줘 버려서 권태정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많이, 시선과 숨이 모두 권태정을 향할 만큼 많이. 이겸은 이제 권태정이 없이는 살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무력하게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던 이겸이 가지게 된 첫 번째 마음이었다. 제 처지에 절대 마주할 수 없는 반짝임이고, 사랑이었다. 이겸은 그 소중함을 아주 조심스럽게 두 팔로 끌어안았다.

저의 소중한 권태정을 위해 일도 오늘은 더 열심히 하고, 아침부터 아르바이트할 곳이 있는지 여러 곳 전화도 돌려 본 것을 떠올린 이겸이 웃음 지었다. 권태정을 위해서, 이 소중함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저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었다. 몸이 힘든 것쯤은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나도 그래. 내 마음 다 이겸이 네 거야. 알지?”

고개를 끄덕인 이겸이 다시 다가오는 입술을 보며 살짝 눈을 감았다. 가볍게 포개졌다가 간지럽게 문질리고, 애가 탈 만큼 느릿하게 섞이는 따뜻함에 이겸의 다리가 다시 권태정의 허리로 감겼다.

“아, 진짜 씻으려고 했는데. 우리 자기가 야해서 안 되겠다.”

씩 웃은 권태정이 다시 몸을 기울였다. 이겸은 쏟아지는 저의 세상을 마주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완전히 기진맥진한 이겸은 씻는 내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저 욕조 안에서 권태정에게 안겨 축 늘어진 채 겨우 숨만 쉬고 있었을 뿐이었다.

권태정은 그런 이겸의 안에 든 제 정액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씻긴 다음 어린애를 싸는 것처럼 커다란 수건으로 돌돌 말아 안고 나와 침대에 눕혔다. 얼굴과 몸에 로션을 발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은 향의 로션이 권태정의 손바닥 열에 녹아 몸에 문질릴 때마다 이겸은 달아오른 숨을 내쉬었다. 허리와 납작한 배, 허벅지 안쪽에 손바닥이 닿을 땐 허리가 움찔대기도 했다.

길고 날씬한 종아리를 문지르며 내려가 톡 튀어나온 복숭아뼈와 하얀 발까지 로션을 발라 준 권태정이 포근한 향이 나는 이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가볍게 입 맞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옷을 입혀 주었다.

“꼭 애가 된 것 같아요…. 실장님이 다 해 주시니까.”

“스물이면 애 맞지. 아니, 애도 아니고 애기지. 이 얼굴이 어떻게 어른이야.”

아직도 소년미가 물씬 넘치는 예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볍게 쥔 권태정이 제가 눌러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입술에 쪽, 쪽 몇 번 입 맞췄다. 달착지근한 페로몬 향과 로션의 포근한 향이 뒤섞여 숨만 쉬어도 다정한 감정들이 온 마음을 뒤덮었다.

권태정은 드디어 이겸에게 빚이 모두 사라진 것을 말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며 노곤노곤한 이겸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이겸아. 할 말 있어.”

잠이 가득한 눈에 궁금함이 어렸다. 그게 귀여워 웃은 권태정이 입을 떼려는 순간 진동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권태정은 화면에 쓰인 ‘아빠’라는 이름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고개를 끄덕이는 이겸을 본 권태정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 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뭔가 문제는 없는지 묻는 아버지에게 착실히 대답한 권태정이 창가로 가 비스듬히 몸을 기대었다.

하필 왜 이 타이밍에 전화를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막내의 도리를 게을리 할 수는 없어 열심히 대답하고, 보고 싶다는 애교까지 부린 권태정이 통화를 마쳤다. 아버지한테까지 전화가 왔으니 이제 정말 대화를 방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철거 얼마 안 남아서 아빠가 걱정돼서 전화하셨나 봐.”

휴대폰을 아예 무음으로 바꾼 권태정이 몸을 돌려 침대를 바라보았다. 제 말에 반응 하나 없이 조용한 이겸의 뒷모습을 보며 다가간 권태정은 그새 잠든 말간 얼굴을 보며 침음했다.

“이겸아, 이거 듣고 자야 되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혹시라도 이겸이 깰까 봐 조심조심 침대 옆으로 오른 권태정이 어깨까지 이불을 덮어 주었다.

아까 카페에 데려다줄 때도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오 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콜콜 잠든 걸 보니 기쁜 소식을 전하지 못해 아쉬우면서도 귀여워서 그냥 가만히 자는 얼굴을 보게 됐다.

카페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거기에 집에 오자마자 몇 번이고 섹스까지 했으니 이렇게 바로 잠드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욕실에서는 좀 참을 걸 그랬나. 생각과는 달리 욕실에서 섹스한 것을 떠올리자 성기에 감각이 몰렸다.

억제제 효과가 떨어진 깊은 밤, 그것도 잠이 들어 무방비해진 상태로 번져 나오는 달착지근한 복숭아 향까지 맡으니 몇 번이고 다리 사이로 파고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빨아 주기만 할까. 아, 이겸이 물 마시고 싶다. 앞에서 나오는 물이랑 뒤에서 나오는 물 둘 다 맛있는데.

노골적인 생각을 한 권태정이 입맛이 돈다는 듯 앞니 뒤를 혀로 쓸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졸려서 눕자마자 잠든 애를 제 욕정 때문에 깨우는 것보다 그냥 제가 자지를 진정시키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짐승처럼 이성도 없이 구는 건 러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잘 자.”

손을 대면 깰 것 같아 볼 위에서 쓰다듬는 척만 한 권태정이 웃으며 이겸을 보며 누웠다. 기뻐할 이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밤이었다.

늘 일어나는 시간에 습관적으로 눈을 뜬 권태정은 여전히 한밤중처럼 깊게 잠든 이겸을 보며 웃었다. 이 얼굴을 보다가 잠들고, 또 눈을 뜨자마자 이 얼굴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게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아마 사랑이란 걸 하는 사람들은 다 반쯤 미쳐 있을 게 분명했다. 이 설레고 행복한 감정을 마주하고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즘 이겸은 귀엽게도 잠이 많아졌다. 이 집에서 살게 됐을 때는 적응을 하느라 뒤척이기도 하고, 새벽에 깨서 제가 다시 재워 줘야 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쉽게 잠이 들고, 또 늦잠을 자기도 했다.

권태정은 특히 이겸이 늦잠을 자는 게 좋았다. 그만큼 이 공간이, 그리고 제 옆자리가 편해졌다는 가장 확실한 표현이기 때문이었다.

이겸을 충분히 더 자게 놔두고 그사이에 올라가 운동을 하고 올까 생각하던 권태정은 그냥 이겸과 함께 게으른 오전을 보내기로 했다. 운동이야 저녁에 해도 되는 거니까. 권태정은 적당히 어둑한 방 안에서 잠든 이겸의 얼굴을 보다가 그 고른 숨소리에 다시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두 시간이나 훌쩍 지난 뒤였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권태정이 아직도 깊게 잠든 이겸을 보며 웃었다. 애기들은 종일 잠만 자던데 역시 스무 살이라 그런지 애기에 가까워 잠이 많은 모양이었다.

건드리면 깰까 봐 참고 싶은데 만지고 싶은 마음을 누르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권태정은 아침에도 보들보들하고 예쁜 이겸의 뺨을 손끝으로 아주 살짝 콕 눌렀다. 정말 살짝 건드렸는데도 그걸 느낀 건지 이겸이 뒤척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이겸아. 어떡해. 너 정말 매일 어려지나 봐. 이러다 진짜 애기 돼서 종일 자면 어떡하지.”

“…으음…. 실장님….”

“응. 실장님, 여기.”

자연스럽게 온기를 찾아 다가오는 이겸을 품에 안은 권태정이 뺨과 머리칼 여기저기에 입 맞추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꽉 끌어안다가 아플까 싶어 팔에서 얼른 힘을 풀었다. 다행히 아프지는 않았는지 잠에서 아직 다 깨지 못한 이겸이 품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