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열 소년-94화 (94/174)

#94

이제 더는 나올 게 전혀 없다는 듯 성기 끝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허리가 크게 들썩이거나 온몸이 덜덜 떨리며 숨이 잠깐 끊길 때마다 권태정은 이겸이 가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제가 안에 잔뜩 쏟아 낸 정액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축축한 소리가 울렸다. 지나치게 음란한 소리라고 생각한 권태정이 이겸의 입술을 찾아 파고들었다.

먼저 제 혀끝을 건드리는 게 좋아 그렇게 사정했는데도 또 아랫배가 울렁였다. 러트라는 것은 역시 사람 새끼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권태정은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로 이겸의 모든 순간을 눈에 담으며 허리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게 짓찧었을 때 이겸의 허리가 다시 크게 비틀렸다. 드라이로 가 버리며 강한 쾌감과 맞닿은 이겸은 더는 그 엄청난 감각을 버티지 못하고 스르륵 늘어졌다.

달착지근한 복숭아 향이 조금도 나지 않을 만큼 온통 권태정의 페로몬을 뒤집어쓴 채였다.

“…후우….”

까무러친 이겸을 품에 안은 권태정은 노팅해 여전히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성기를 움직이다가 이겸의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 주었다. 이겸이 지쳐 쓰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몇 번이나 까무러쳤던 애를 깨우고 또 깨워 여기까지 몰고 온 제가 문제였다.

“하….”

이제야 조금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애써 이성이 있는 척 굴지 않아도 숨이 쉬어지고, 생각이라는 게 맺혔다. 권태정은 이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기분 좋은 체취를 가득 들이마셨다. 몸속 깊이 들어오는 연약한 복숭아 향이 사랑스러웠다.

열기와 쉴 새 없이 몸을 두드리는 쾌감, 이겸의 안을 벌리고 들어가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짓누르며 보낸 며칠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권태정은 손만 움직여도 닿는 이겸의 촉촉한 뺨을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 여전히 꽉 맞물린 몸의 안정감을 느낀 채.

* * *

목이 마른 느낌에 잠에서 깬 이겸은 느릿하게 눈을 끔뻑였다. 늘 눈앞에 보이는 권태정이 보이지 않아 잠시 놀랐지만, 곧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제 몸에 감긴 단단한 팔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

권태정을 보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데 아직 아래가 이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이겸은 조심조심 손을 내려 접합부를 만져 보았다.

지금 제가 느끼는 것처럼 권태정이 아직 제 몸 안에 들어와 있는 게 손끝으로도 느껴졌다. 놀라 손을 뗀 이겸이 어느새 사라진 잠기운과 함께 또렷해진 눈동자를 난감하다는 듯 굴렸다.

잠들기 전에 느낀 어마어마한 감각을 머금은 기억이 밀려들었다. 배 속에서 성기가 부풀어 빠지지 않고, 말도 나오지 않을 만큼의 쾌감과 함께 엄청난 양의 정액이 쏟아지던 그 느낌이 아직도 선연했다.

되짚어 천천히 생각하니 노팅을 했던 것 같았다. 그땐 너무너무 놀라서 거기까지 생각이 나지도 않고 꼭 불구덩이 안에 권태정과 끌어안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불구덩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뜨거운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으니까. 세상에 그렇게 기분 좋은 불구덩이는 없다는 걸 이겸은 알고 있었다.

“…….”

그리고 이겸은 알파가 노팅을 하면 아이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것도 알았다. 괜히 권태정의 것이 아직도 가득 들어 있는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덮은 이겸이 입술 안쪽을 꾹꾹 깨물었다.

이번에도 전처럼 간단히 억제제 같은 약을 먹으면 임신하지 않게 되는 걸까? 권태정과 쾌감만 가득했던 머리 안으로 간만에 여러 생각이 차올랐다. 그조차도 물론 권태정과 관련이 된 생각이지만.

“…….”

일단은 몸을 돌려 권태정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몸 안에 든 권태정의 성기부터 빼내야 했다. 이제야 조금 편히 잠든 권태정을 되도록 깨우지 않고 빼내고 싶어 이불 안에서 몸을 움직인 이겸이 작은 움직임으로는 쉽게 빠지지 않는 성기에 살짝 달아오른 숨을 내쉬었다.

“하아….”

쉬지 않고 이어진 섹스에 이젠 조금만 움직여도 성기가 내벽을 문지르고 깊은 곳을 건드려 너무나 쉽게 작은 쾌감이 맺혔다.

“하아….”

한 번만 더…. 살살 앞으로…. 몸을 앞쪽으로 조금 움직이자 성기가 내벽을 쓸며 조금씩 빠지는 게 느껴졌다. 들어오는 것만큼이나 나가는 느낌도 자극적이라 이겸은 이불자락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몸을 조금 더 앞으로 움직였다. 빼려는 시도만으로도 아랫배가 간지러웠다.

“흣…!”

그때 잠들어 있던 권태정이 뒤척이듯 움직이다가 뒤로 몸을 더 밀착했다. 겨우 반쯤 빠져나갔던 성기가 대번에 완전히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이겸은 몸을 덜덜 떨었다. 크게 신음이 터질 것 같아 손으로 입을 막은 채였다.

“…하아….”

어떡해…. 또 깊은 데까지 들어왔어. 또 배 속에서 성기가 커지는 느낌이 나는 것에 바들바들 떤 이겸이 다시 용기를 내어 엉덩이를 앞으로 움직였다. 조금씩 빠지는 성기를 느끼며 앓던 이겸은 또다시 자극을 느끼고 싶어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붙였다.

“아…. 으응….”

이러면 권태정이 깬다는 생각과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맺혔지만, 움직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페로몬 때문에 아무래도 제가 이상해진 것 같다고 생각한 이겸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깊은 곳을 어설프게 자극했다. 권태정이 얼마나 세게 이 안을 짓찧었는지 떠올리기만 해도 손끝이 다 저릿했다.

“…아, 아아…. 흣….”

“우리 자기 이제 혼자서도 잘하네.”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란 이겸은 감고 있던 눈을 떠 고개를 반쯤 뒤로 돌리자 언제 깬 건지 저를 보고 있는 권태정과 눈이 마주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권태정이 저를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형용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확 끼쳤다. 권태정이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것을 볼 때보다 더 부끄럽고, 더 도망치고 싶었다.

“그, 그게 아니라…. 물, 물이 마시고 싶어서 깼는데, 흣….”

“또 물 싸고 싶어서 깬 것 같은데.”

“그런, 그런 거 아니… 아….”

“히트 또 오게 해 줄까? 그냥 씨발 죽을 때까지 같이 뒹굴래? 응?”

뒤에서 맞부딪치는 몸에 고개를 저은 이겸이 허리를 뒤로 젖히며 사정했다. 셀 수도 없이 사정한 덕분에 아직도 성기 끝에 맺히는 건 거의 없었다.

“읏…!”

그런 이겸의 안에 사정한 권태정이 가쁜 숨을 내쉬며 잠시 숨을 고르다가 성기를 빼냈다. 한참 동안이나 입구를 막고 있던 것이 빠지자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것들이 마구 흘러내렸다.

“하아, 이겸아.”

권태정이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이겸은 제 몸을 끌어안은 그 팔을 꼬옥 쥐었다. 다정한 목소리가 많이 돌아온 것을 보니 아까보다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얼굴 보자.”

몸 안을 채우고 있던 성기가 내벽을 문지르며 빠져나갔다. 그 움직임에도 움칠댄 이겸이 몸을 돌려 내내 보고 싶었던 권태정의 얼굴을 눈에 가득 담았다. 냉정해 보이기도 하고, 또 웃음기를 전혀 머금지 않고 있던 얼굴이 그래도 지금은 많이 따뜻해져 있었다.

“힘들지. 그러니까 가라고 할 때 갔어야지. 뭐 좋다고 여길 밀고 들어와.”

“…실장님도 그때…. 저 혼자 두고 안 가셨잖아요.”

“나야 널 좋아하니까 그런 거고.”

갑자기 쏟아진 고백 같은 말에 이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권태정은 늘 소리 내는 게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니라는 듯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 늘 다정한 목소리로, 너무나 따뜻하게. 지금도 그랬다.

본능만 남아 페로몬이 마구 뒤엉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권태정이 말하는 좋아한다는 말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 말 하나에 몸에 들어간 모든 긴장과 두려움이 전부 녹아내릴 만큼.

“네가 여기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정말 올 줄은 몰랐어. 하루에도 수천 번씩 너한테 가고 싶은 걸 참는 게 러트보다 더 힘들더라.”

“…….”

“넌 어땠어?”

“…….”

“내가 없어서 좋았어?”

권태정의 두 팔이 이겸의 몸을 완전히 품에 가두며 결박하듯 꽉 끌어안았다. 아플 만큼 강한 힘이었지만, 아픔보다 그만큼 저를 더 간절히 원하는 것처럼 느껴져 아픈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겸은 권태정의 품에 파묻혀 어깨에 입술을 댄 채 귓가에 닿아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짓말이나 해 대는 새끼 드디어 떨어졌다 싶었어?”

“…그런 생각…. 안 했어요.”

“그럼?”

“…….”

“그럼 어땠어, 이겸아. 말해 줘.”

권태정이 닿는 모든 곳으로 심장이 옮겨가는 것만 같았다. 이겸은 제 몸을 끌어안은 단단한 권태정의 팔을 만지며 입술을 달싹였다.

지금이라면 용기를 조금 더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로의 페로몬에 정신이 없기도 하고, 또 감정이 가장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소리 내고 싶은 말들이 입가로 모여드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은 그래도 되니까, 지금은 세상에 둘밖에 없으니까.

“…걱정 됐어요….”

“…….”

“그리고….”

“…….”

“…궁금했어요.”

“또.”

권태정의 성기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이겸은 잘게 몸을 떨었다. 제 말에 권태정이 반응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보고 싶었어요….”

어떡해…. 말했어. 평소라면 소리 내기 어려웠을 말을 전하고 나니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대답이 들려야 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권태정이 궁금했다. 배 속에서 다시 커지는 성기의 느낌에 다시 그의 몸에 매달린 이겸이 겨우 고개를 들어 저를 내려다보는 권태정과 눈을 맞췄다.

“왜 아무 말씀도… 하읏…!”

반쯤 빠져나간 성기가 깊게 파고들어 자극점을 세게 짓눌렀다. 이겸은 조금의 여유도 없이 극으로 몰아가는 권태정의 거친 움직임에 흔들리며 제 몸을 여전히 단단히 안고 있는 팔을 잡았다.

“아…! 흐윽, 으응! 하읏…!”

꼭 아주 빠르고 위험한 것에 올라탄 것만 같았다. 몸에 둘린 팔은 꼭 바깥으로 튀어 나가지 못하게 해 주는 안전 바처럼 느껴졌다. 이겸은 조금도 힘이 빠지지 않는 팔을 잡은 채 허리로 퍼지는 쾌감을 마주했다.

“하으읏…!”

깊게 콱 안을 찌르는 순간 이겸의 성기 끝에서 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권태정은 손 하나를 내려 성기 끝을 매만지다가 젖은 손으로 불룩한 이겸의 배를 문질렀다. 얇은 뱃가죽 위로 제 성기 윤곽이 잡히는 게 좋아 손으로 덮은 채 그 위를 콱 눌렀다.

“아…!”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쾌감과 압박에 이겸은 고개를 저었다. 배 속을 가득 채운 것이 움직이는 느낌과 겉에서 그걸 콱 누르는 느낌이 더해지자 눈앞이 점멸했다. 그대로 크게 몸을 움찔댄 이겸이 그대로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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