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열 소년-72화 (72/174)

#72

정말 나갈 것처럼 침대에서 몸을 빼는 권태정의 팔을 얼른 잡은 이겸이 고개를 저었다. 약하지만 분명히 저를 당기는 힘에 확 다가간 권태정이 너무 갑자기 가까워져 놀란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

“아무 걱정도 할 거 없어.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또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거니까.”

“…….”

“책임진다는 거 그냥 한 말 아니야. 사람이 사람을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잘 알고 있고, 나도 숙고 끝에 한 말이니까 믿어도 돼.”

“…자꾸 같은 말 드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 받기만 해서 죄송해요….”

시무룩해진 이겸의 얼굴을 보며 섹스하고 싶다고 생각한 권태정이 가만히 그 부드러운 뺨을 매만졌다.

“넌 모르겠지만, 네 덕분에 나도 이익 보는 게 많아. 3개월 동안 뭘 하고 처박혀 있나 했는데 덕분에 재밌게 보내고 있고, 또 무사히 철거될 수 있게 도와주고도 있잖아.”

“…제가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다행이지만…. 실장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것도 많이 해 주시는데 저는 그런 걸 해 드리는 게 없어서….”

“그럼 이제 눈에 보이게 나 좋아해 주면 되겠다.”

분명히 어려운 말은 아닌데 이상하게 어렵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겸은 눈에 보이게 좋아하는 게 뭔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권태정이 앞에 있다는 것도 잠시 잊은 채였다.

권태정은 저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 이겸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숨기는 게 많기는 하지만, 숨겨도 전부 티가 나서 너무나 귀여웠다.

지금도 몰래 생각하지 못하고 제가 한 말을 제 앞에서 생각하고 있는 게 귀여워 당장이라도 눕히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중이었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응, 뭔데?”

“실장님께서도 막… 싸우고 그러세요?”

“싸워? 아, 막 쇠파이프 들고 대가리 터뜨리고 뭐 그런 싸움?”

“…네.”

“그런 거 안 해. 가끔, 정말 가끔 말로 해서 안 듣는 놈들 그냥 일방적으로 조지는 정도? 그 고양이 친구라는 놈이나 구대범 같은 놈들.”

“아….”

그런 놈들은 조져도 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겸을 보고 웃은 권태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마른 몸을 뒤로 눕히고 위로 올라탔다.

제 위로 드리운 커다란 그림자에 뒤덮인 이겸은 전처럼 크게 놀라지 않고 잔잔히 눈동자 가득 현실적이지 않은 권태정의 얼굴을 담았다. 더 이상 권태정이 제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책임진다고 했잖아. 사람을 책임진다고 한 건 처음이긴 하지만, 너한테 말한 그 책임은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말하는 게 아니야.”

“…….”

“같이 있고 싶다는 거지.”

“…….”

“위험한 일 안 해. 걱정할 일도 안 할 거야. 안 그래도 걱정 많은데 나까지 걱정 얹어 주면 안 되잖아.”

마주 닿은 몸이 따뜻해 기분이 좋았다. 권태정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이겸의 뺨과 턱, 목덜미에 차례로 입을 맞추곤 마지막으로 입술을 찾아들었다. 저를 조금도 피하지 않는 이겸은 볼 때마다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걱정돼?”

숨이 차지 않을 만큼만 혀를 섞다가 입술을 뗀 권태정이 갈망이 묻은 매끄러운 눈동자를 마주했다. 짧고 간지러운 키스로 부족했는지 제 입술을 보는 게 예뻐 자꾸만 머릿속이 뒤흔들렸다.

그냥 다 네 마음대로 해 버려. 너 그렇게 참을성 많고 착한 타입 아니잖아.

원하는 건 대부분 다 마음대로 하고 살아온 행적을 보이기라도 하듯 너무나 당연한 충동이 머릿속을 휩쓸었다. 권태정은 그 생각을 따라 이겸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보송보송하고 따끈한 피부가 손가락에 닿는 순간 그 몸을 감싼 모든 것을 없애고 싶어졌다.

“…조금 걱정됐었는데 실장님 대답 듣고 나니까 괜찮아졌어요.”

“그럼 다행이고.”

걱정도 없어졌는데 할래? 입술 근처로 다가온 말을 잠시 고민하던 권태정이 소리 내지 않고 목 뒤로 넘겼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이겸의 히트 사이클을 함께 보낸 뒤로 자꾸 이겸만 보면 그 순간들이 떠올라 조금 곤란했다.

지금도 부드러운 피부 여기저기에 제 흔적을 남기고, 보기만 해도 젖을 아래에 제 자지를 처박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단순히 페로몬 때문이 아니었다.

며칠이나 서로를 끌어안고 뒤엉켰던 것을 떠올리던 권태정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땐 히트 사이클이라는 명목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물론 섹스라는 게 그런 이유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라지만, 이겸은 아직 어리고 또 약했다. 그런 이겸을 집으로 데리고 온 첫날, 같이 자자 말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벗기고 싶지는 않았다.

“…실장님?”

“…….”

“실장님….”

깊어진 생각 사이로 이겸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그에 놀란 권태정이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피곤하겠다. 푹 자. 내일부터는 늦잠도 좀 자고.”

몸을 누르던 묵직한 무게와 온기, 그리고 피부에 닿던 손길이 사라지자 어쩐지 허전함이 밀려들었다. 혀끝에도 아직 간지럽게 문질리던 느낌이 남아 있어 더 그랬다. 이겸은 슬쩍 권태정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응?”

그 약한 느낌에 고개를 숙여 저를 잡은 이겸을 본 권태정의 시선이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에 닿았다. 이겸은 뭔가 말을 하려고 입술을 벌렸다가 닫고, 또 벌렸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닫았다. 그러면서도 잡고 있는 소매는 놓지 않았다.

“이겸아.”

“…아니에요….”

결국, 이겸은 고개를 저으며 권태정의 소매를 놓았다. 권태정은 조금 짙어진 이겸의 복숭아 향에 그제야 눈치를 채고 슬쩍 가느다란 손목을 쥐었다.

“더 만져도 돼?”

“…….”

톡 튀어나온 손목뼈를 살살 둥글리며 문지르자 이겸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다시 몸을 가까이 기울인 권태정이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응? 이겸아.”

“…더…. 하셔도 돼요.”

“너도 하고 싶어?”

“…….”

“응? 난 나만 하고 싶은 걸까 봐 참았거든. 너 자면 혼자 하려고.”

이겸은 전에 제 앞에서 자위하던 권태정을 떠올렸다. 만져 달라 말하고, 키스도 해 달라고 말하던 흥분 어린 얼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허벅지 안쪽이 조이며 성기에 감각이 맺혔다.

“…저도…. 저도… 하고… 싶어요.”

작게나마 마음을 전한 이겸은 다시 제 위로 올라와 무너지듯 쏟아져 내리는 권태정과 깊게 입술을 마주 머금었다. 급히 터지는 숨이 입 안에서 뭉그러지고 깊게 혀가 뒤엉켰다.

이겸은 용기를 내어 두 팔을 권태정의 목에 둘렀다. 그 움직임에 따라 완전히 몸을 내린 권태정이 입술을 마주 문 채 미소 지었다.

몸에 닿아 느껴져 번지는 웃음에 이겸의 마음이 다시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허물어진 사이로 권태정이 파고들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아….”

늦은 밤, 안심을 이유로 주의가 흐트러져 흘러나온 페로몬이 시선과 함께 뒤섞였다. 이겸은 권태정의 어깨에 입술을 댄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코로 흘러 들어간 너무나 좋은 향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 심장에 번졌다. 페로몬을 맡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오르고, 오싹오싹한 옅은 쾌감이 피부에 달라붙었다. 이겸은 다시 급히 마주 물리는 입술을 연 채 아까보다 더 깊숙이 들어오는 권태정의 손길을 느꼈다.

“아….”

피부를 문지르며 티셔츠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는 느낌만으로도 속옷이 젖는 느낌이 났다. 권태정이 유두를 집어 돌리며 만지기 시작했을 때는 피부가 페로몬과 열기로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으응…. 아, 흐읏….”

살짝 들렸던 티셔츠는 아예 가슴 위로 완전히 올라가고, 이제 권태정의 얼굴은 제 가슴을 향해 있었다. 이겸은 그의 입술 사이에서 나온 혀끝이 제 유두를 핥는 것을 눈에 담다가 손등으로 입을 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 전 본 자극적인 장면의 잔상이 눈꺼풀 안 어둠 속에서 선명히 떠올라 이겸을 괴롭혔다.

“아…. 아아…. 응, 흣….”

혀끝으로 유두를 건드리기만 하던 권태정은 아예 저를 향해 솟은 것을 입 안에 넣고 굴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노골적인 소리가 나게 빨아들일 때마다 이겸의 신음에 물소리가 섞이는 게 좋았다.

권태정은 반대쪽 유두까지 손으로 돌려 매만지며 이겸을 극으로 몰았다. 결국, 양쪽 유두를 자극당하며 이겸이 가 버리는 순간에도 권태정은 만지고 빠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 으응, 아, 그, 그만… 아!”

가는 중에도 이어지는 자극에 이겸은 길게 몸을 떨었다. 쉽게 가시지 않는 쾌감 때문에 몸에 손을 대기만 해도 허리가 움찔댔다. 권태정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며 단숨에 속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하으읏….”

발기한 예쁜 성기를 만지다가 밑으로 손가락을 뻗자 이미 젖어 미끌대는 통통한 회음부가 느껴졌다. 권태정은 손끝에 살짝 힘을 주며 회음부를 만지다가 조금 더 아래로 손가락을 뻗어 애액이 울컥 넘치는 구멍 위를 문질렀다.

“아아…. 응, 으응….”

흠뻑 젖은 안으로 손가락 겨우 한 마디 정도만 넣어 쑤셔 주는데도 이겸은 어쩔 줄을 몰랐다. 권태정은 제 아래에서 헐떡이는 이겸을 보며 조금 더 깊숙하게 중지를 꽂았다. 꽉 조여드는 내벽을 문지르며 깊은 곳을 건드리자 동그란 신음이 탁 터졌다.

권태정은 손가락을 빼내다가 하나를 더 넣어 두 개로 다시 깊은 곳을 연달아 쑤시며 이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제 팔을 잡고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젓던 이겸의 허리가 크게 들썩였다. 깊은 곳을 손끝으로 짓누른 채 살살 돌리자 더 큰 신음이 흘렀다.

“으응, 아…! 좀 전에…. 응, 했어요…. 지금 또 하면… 아…. 안 될 것 같아요….”

“나도 이거 빼고, 하…. 자지로 쳐 주고 싶은데 이렇게 좋아하면 손을 뺄 수가 없잖아.”

조금 더 손끝에 힘을 실어 문지르자 안 된다고 울던 이겸의 허리가 다시 크게 들썩였다. 권태정은 잔뜩 느껴 흐트러졌는데도 예쁜 얼굴에 입을 맞추며 손가락을 빼냈다. 내내 흘러넘친 애액에 두 손가락은 물론이고 손 전체가 흠뻑 젖어 있었다.

“하…. 진짜, 씨발. 돌겠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7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