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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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라는 말에 놀란 이겸이 다시 눈을 떠 권태정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이겸의 안에서 성기를 느릿하게 빼낸 권태정이 이겸의 머리 아래로 팔베개를 해 주며 옆에 누웠다. 이겸이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그런 권태정과 눈을 맞췄다.
“응, 사흘. 우리 사흘이나 섹스한 거야.”
“…….”
“왜. 섹스란 말이 부끄러워?”
“…조금요….”
“사흘 동안 나랑 한 짓보다 말이 더 부끄러워?”
“…그, 그런 게 아니라…. 제가 그런 말을 많이 들어 본 게 아니기도 하고, 제가… 그, 그걸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설명을 하면 할수록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귀여워 이겸의 뺨을 살살 문지르던 권태정이 하도 물고 빨아 조금 통통해진 이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 닿는 순간 이겸의 입술도 살짝 앞으로 나와 마주 눌리는 게 좋아 결국은 몇 번 더 쪽쪽댈 수밖에 없었다.
“난 너랑 섹스하는 생각 한 적 있는데.”
“…정말요?”
“응. 여러 번.”
부끄러워 발긋하게 달아올라서는 눈을 제대로 못 맞추는 이겸을 보며 웃은 권태정이 턱을 들어 가볍게 다시 몇 번 입 맞췄다.
“비서가 먹을 만한 거 몇 개 사 올 거야. 그때까지 좀 쉬어. 오고 가고 뭐 사고 하다 보면 빨리 와도 두 시간은 걸릴 거야.”
“네….”
“몸은 좀 괜찮아졌어?”
“…네. 전보다 훨씬 괜찮아졌어요. 며칠 전에는 막… 가만히 있어도 열나는 것 같고, 안 하고 싶은 생각도 저도 모르게 계속하게 되고 그랬는데….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안 하고 싶은 생각이 뭐였는데?”
단순한 궁금증으로 한 질문인데 목덜미와 귀가 새빨개지는 이겸을 본 권태정이 조금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몸을 맞대고 소곤댔다.
“듣고 싶어. 말해 줘, 응?”
“……자꾸… 실장님이랑… 하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나한테 해 달라고 그랬구나. 세게 박아 달라고.”
“…그, 그렇게는… 말씀 안 드렸는데….”
“사실은 하고 싶었잖아. 아니야?”
아니라고 말하면 되는데 솔직히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권태정이 퍽, 퍽 소리가 나도록 세게 들어오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고, 멈추지 말고 계속 세게 해 달라는 마음이 가득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겸은 잔뜩 부끄러워져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권태정의 품으로 얼굴을 묻고 숨었다.
“숨으면 숨겨 주는 거 알고 매번 대답 안 하고 숨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제 품에 숨은 이겸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권태정이 이내 몸까지 따뜻하게 안은 채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이겸을 재워 주었다.
“아, 저기….”
“응?”
“…실장님. 저 뭐 하나만 여쭤봐도 돼요?”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난 듯 품에서 얼굴을 뗀 이겸이 권태정과 가만히 눈을 맞췄다. 권태정이 나긋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뭔데?”
“…딜… 도? 그게 뭐예요?”
“어?”
“……저번에 딜… 도? 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게 뭔지 몰라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가만히 이겸을 보기만 하던 권태정이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딜도가 왔다고 생각하라느니 딜도가 말이 너무 많았다느니 몇 번 말을 하기는 했는데 그때마다 그게 뭔지 몰라 나중에 물어야겠다고 생각했을 이겸을 떠올리니 정말 너무 귀여워서 그냥 다 씹어 삼켜 버리고 싶었다.
“뒹구는 것도 알고 꼴리는 것도 아는데 딜도는 몰라?”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이겸을 보며 권태정은 다시 아래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제가 러트가 왔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제가 발기한 게 느껴졌는지 눈치를 보는 이겸에게 가볍게 입 맞춘 권태정이 성기를 말랑하고 따뜻한 몸에 문질렀다.
“가짜 자지야.”
“…네?”
“자위하면서 넣으려고 자지 모양으로 만든 게 딜도야. 배터리가 없어서 폰이 꺼졌는데 이따 켜면 찾아서 보여 줄게.”
“…아, 아니에요…. 보여 주실 것까지는….”
권태정의 설명을 들은 뒤에야 이겸은 딜도로 생각하라던 그 말을 이해하고 홧홧한 뺨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더 궁금한 건 없어?”
“…네…. 다른 건 없어요.”
“그럼 얼른 좀 쉬어. 피곤하겠다.”
아래에 닿는 권태정의 발기한 성기가 신경 쓰인 이겸은 이불 안으로 손을 넣어 내려 단단한 것을 쥐었다. 다 잡히지도 않는 것을 쥐고 살살 문지르자 권태정의 눈이 감기고 미간이 구겨지는 게 보였다. 이겸은 인상 쓰는 그 얼굴을 홀린 듯 눈에 담았다.
“아….”
어설픈 손놀림에 잔뜩 흥분한 권태정은 어렵지 않게 이겸의 손에 사정했다. 그리고 만지기만 했으면서 저와 같이 헐떡이는 이겸과 정신없이 입을 맞췄다.
한참을, 정말 한참을 입 맞추며 공들여 유두를 매만져 주자 이겸은 그것만으로 한 번 더 잔뜩 느낀 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권태정도 잠이 든 이겸을 보며 아직 가라앉지 않은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뜬 것은 권태정이었다. 아마 백 비서일 것이었다. 권태정은 자고 있는 이겸의 아래에서 최대한 얌전히 팔을 빼내고 베개를 대신 받쳐 주었다. 그리고 바닥에 뒹구는 제 홈웨어를 입고 바깥으로 나가 대문을 열었다.
“진우야, 존나 오랜만이다.”
“…진짜 여기 있었던 거야?”
사흘 만에 나오는 바깥은 며칠 전보다 더 따뜻해져 있었다. 권태정은 제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 놀라는 백 비서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연이겸 씨랑 만나는 거야?”
“음, 뭐…. 정식으로 만난다…. 뭐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너 설마….”
“강제로 건드린 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날 뭐로 보고.”
“…미안해. 너 안 그러는 거 알지. 네가 여기 이런 차림으로 있는 거 보고 놀라서 그랬어.”
사과하는 백 비서에게 다시 씩 웃어 보인 권태정이 그가 들고 있는 쇼핑백 여러 개를 받아 들었다.
“이거 고마워. 너도 이제 퇴근해. 뭐 딱히 할 일도 없잖아. 내가 출근할 때 알려 줄게.”
“더 필요한 건 없어?”
“없어. 잘 있는 거 봤으니까 너도 퇴근해서 쉬어. 아니면 돌팔이 만나서 놀아.”
“조현준 말도 꺼내지 마. 그 새끼랑 술 다시 마시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너무 마셔서 죽는 줄 알았어. 그거 너무 달려서 안 되겠더라.”
둘이 완전히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내일도 만나 술을 마시자느니 온갖 말을 나누던 걸 떠올린 권태정이 대문에 기대어 서서 웃었다.
“왜 웃어?”
“아니 그때 보니까 둘이 죽이 잘 맞던데 네가 이러는 거 보니까 웃기잖아.”
“잘 맞기는…. 내가 그거한테 잘못 걸려 넘어간 거지. 아무튼 일단 나도 그럼 집에 들어갈 테니까 필요한 거 생기면 연락해. 무슨 일 생겨도 하고. 제발 연락 좀 해.”
“알았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해. 소식도 못 전할 만큼 씨발, 존나 좋은가 보다 생각하면 되잖아.”
쇼핑백을 들어 흔들며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한 권태정이 백 비서가 가는 걸 본 뒤에야 대문을 닫고 잠갔다. 뭐 대충 눈치를 다 챈 모양이지만, 그래도 이겸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후회는 없었다.
“이겸아.”
방 안으로 들어가자 소리에 깬 건지 이겸이 눈을 비비는 게 보였다. 권태정은 방과 이어진 부엌 쪽에 있는 작은 상을 가지고 와 놓고 그 위에 쇼핑백들을 올려 두었다.
“이것 좀 먹자. 생각해 보니까 사흘 동안 먹은 게 네 물 밖에 없더라고.”
권태정의 말에 몸을 일으킨 이겸은 자기도 사흘 동안 목 뒤로 삼킨 게 권태정의 침과 정액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화끈대는 뺨을 손등으로 꾹 눌렀다.
“배고프지. 너무 자극적인 거나 헤비한 거 먹으면 속 놀랄까 봐 일부러 부드러운 걸로 부탁했어.”
포장해 온 음식들을 하나씩 다 꺼내 확인한 권태정은 그중 제가 고메 나인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살수프를 이겸의 앞으로 놓아 주었다. 부드럽고 맛도 좋아서 컨디션이 안 좋아 입맛이 너무 없거나 할 때면 종종 들러 먹는 것이었다.
식지 않게 포장도 잘하고, 백 비서가 빠르게 온 덕분에 게살수프는 아직도 뜨거웠다. 권태정은 한 숟가락을 떠 살짝 불어 식힌 뒤 이겸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
“먹어 봐.”
“…….”
제 앞에 다가온 숟가락과 그걸 내민 권태정을 바라보던 이겸이 얌전히 입을 열어 게살수프를 한 입 받아먹었다. 입 안으로 맛이 퍼지자마자 너무 맛있다는 생각이 확 맺혔다.
“너무 맛있어요….”
“그래? 다행이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거거든.”
얼른 한 숟가락을 더 떠서 식힌 권태정이 다시 이겸의 입에 조심스럽게 넣어 주었다. 며칠 동안 한 끼도 먹지 않은 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이겸이 잘 먹는 것을 보니 저는 진짜 며칠은 더 뭘 안 먹어도 멀쩡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장님도 드세요….”
“일단 너부터 먹이고.”
솔직히 먹여 주는 걸 싫어할 줄 알았던 이겸이 아무 말도 없이 제가 주는 것을 잘 받아먹는 게 무척 기뻤다. 권태정은 백 비서가 사 온 다른 음식들도 모두 열어 이겸에게 한 입씩 다 맛을 보여 주었다. 부드러운 치즈 오믈렛과 새우 완탕, 크림 리조또까지 전부 맛있다며 잘 먹는 게 예뻐서 자꾸만 마음이 들떴다.
“이번에는 뭐 줄까?”
웃으며 묻는 권태정을 보며 이겸은 리조또를 가리켰다. 솔직히 알아서 혼자 먹겠다고 해야 하지만, 게살수프를 떠서 제 입 앞으로 가지고 온 권태정의 얼굴을 본 순간 그냥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따라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입을 먹어 주는 게 뭐라고 자꾸만 웃는 권태정을 보며 이겸의 마음도 몽글몽글하게 변했다. 먹여 준다고 정말 입만 벌리고 있는 게 무척 부끄럽지만, 그래도 권태정이 좋아하는 걸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 하라는 대로 하고 싶었다.
“주스도 한 모금 마셔.”
빨대를 물려 주는 것에 또 한 모금 빨아들인 이겸이 권태정 앞에 놓인 새 숟가락을 들어 포장을 벗겼다. 그리고 게살수프를 떠서 권태정이 저에게 해 준 것처럼 그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
“…실장님도 드세요.”
“…….”
“같이… 먹어요.”
이겸이 저를 생각해 준다는 게 기뻤다. 권태정은 가만히 제 앞에 다가온 것을 받아먹고 이겸의 말간 뺨을 매만졌다.
“응, 같이 먹자. 맛있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오믈렛을 이겸의 입에 넣어 준 권태정이 제가 들고 있던 숟가락을 이겸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제 편하게 먹어.”
고개를 끄덕인 이겸이 제가 들고 있던 숟가락을 권태정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가 음식을 먹는 것을 본 뒤에야 제 손에 들린 것을 따라 움직였다.
“저 이제… 히트 사이클 끝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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