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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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꼬박 일주일을 더 중환자실에 계신 다음에야 일반 병실로 옮겨갈 수 있었다. 고령이시라 안심할 수도 없고, 또 그동안 오랫동안 제대로 된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몸 여기저기에 안 좋은 징후도 보여 한동안은 입원해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말에 이겸은 걱정을 했고, 권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권태정은 이겸의 할아버지가 집이 아니라 병원에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했다. 간병인도 있고 의료진도 늘 주위에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처치가 더 빠를 거고, 그런 만큼 이겸의 걱정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집이 비어 혼자 두기 걱정된다는 의미로 제가 그 집에 밀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제집으로 데려가고 싶지만, 너무 속이 보일 것 같아 일주일 째 이겸의 집에서 머무는 중이었다.
여전히 일어날 땐 천장이 낮아 몸을 숙여야 하고, 전체적인 위생 상태도 합격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겸의 얼굴만 보면 그딴 불편 정도는 싹 감수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이부자리에 대충 몸을 구겨 누워도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될 만큼은.
“내일은 우리 엄마랑 데이트하기로 해서 점심은 혼자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누워 있는 옆으로 앉는 이겸을 향해 팔을 뻗은 권태정이 벌써 며칠이나 이렇게 잤는데도 부끄러운 건지 쭈뼛대는 이겸을 눕히고 머리 아래로 팔을 받쳐 주었다.
“병원 가서 할아버지랑 먹을게요.”
“병원 밥 맛없잖아.”
“괜찮아요.”
“저녁은 맛있는 거 먹자.”
“…네. 그런데… 내일 어머니만 만나시는 거예요?”
“응. 엄마만. 아빠는 바빠서 되실 때 따로 만나야지. 두 분 같이 뵈려면 저녁에 약속 잡거나.”
권태정은 부모님과 무척 사이가 좋아 보였다.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것도 좋아 보여 듣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겸은 어쩐지 권태정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앞섰다.
“…부모님이랑 친하신 것 같아요.”
“그런 편이지? 내가 우리 엄마, 아빠를 너무 좋아하거든. 엄마, 아빠는 날 더 좋아하고.”
권태정은 사랑을 아주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났다. 그리고 이겸은 권태정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다. 저 같은 사람에게도 다정함과 웃음, 따뜻한 손길 같은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권태정을 볼 때면 이겸도 그렇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세상에 좋아하는 사람이 진짜 손에 꼽거든. 두루두루 다 좋아하고 뭐 그런 게 안 되는 성격이라 가족 빼면 좋아하는 사람이 한 다섯 명은 되나….”
백진우, 조현준…. 티격태격하기는 해도 서로 관계를 유지하며 속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들의 이름을 말하며 손가락을 네 개까지 접던 권태정이 마지막 새끼손가락만 편 채 이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이겸.”
제 이름과 함께 손가락이 접히는 것을 본 이겸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더 기울어지지 않으려던 노력은 이제 모든 의미를 잃었다. 더는 마음의 형체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형체를 잃고 녹아내린 마음은 권태정이 기우는 대로 밀려가 모두 권태정의 것이 되었다.
“별로야? 혼자만 생각할까?”
접었던 새끼손가락을 다시 피려는 권태정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이겸이 부끄러워 입술을 감쳐문 채 조금 펴진 손가락을 다시 안으로 접었다. 방 안으로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울리고, 그 웃음에 이겸의 귀는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진짜 귀여워 죽겠네. 스무 살은 원래 이렇게 다….”
이겸이 귀여워 몸까지 펴고 천장을 본 채 웃던 권태정이 다시 몸을 말아 이겸을 바라보았다. 웃지도 못한 채 오히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제 손만 말아 쥐고 있는 얼굴을 보니 딱 미칠 것 같았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맺히자 무력으로 언제든 가질 준비라도 하듯 몸 여기저기에 힘이 들어갔다.
여태까지 저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권태정은 이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솔직히 모를 수가 없었다. 저렇게 얼굴에 전부 티가 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그냥 모른 척을 했을 뿐이었다. 너무 쉽게 마음을 들켜 버린 이겸이 부끄러워 도망가지 않도록.
그런데 이제 언제까지 배려할 수 있을지 솔직히 저도 알 수가 없었다. 저의 몇 안 되는 좋아하는 사람들 안에서 빠지고 싶지 않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마음을 전하는 이겸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알려 주고 싶었다.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네가 얼마나 예쁜지. 내가 널 얼마나 가지고 싶어 하는지.
“…씨발, 진짜.”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달려들어 집어삼키듯 입술을 파고든 권태정이 이겸의 숨을 머금으며 몸 위로 올라탔다. 제 몸에 완전히 가려진 채 그늘진 이겸을 눈에 담기만 해도 속옷 안이 빠듯해졌다.
권태정은 혀를 문지르기만 해도 페로몬 향이 짙어지는 이겸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열이 오른 피부를 매만졌다. 권태정의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이겸의 몸이 움찔대며 튀었다.
“으음… 응….”
확 돌기는 했어도 아직 머릿속에는 쾌감의 지배를 받아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남아는 있었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아버지의 세뇌가 이럴 때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 권태정이 허리를 매만지던 손을 더 위로 올려 가슴을 더듬었다. 열이 오른 손끝에 유두가 스친 순간 이겸의 몸이 눈에 뜨이게 움찔댔다.
“여기가 좋아?”
“아…. 흐윽….”
권태정은 이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자극에 솟은 유두를 손끝으로 굴렸다. 손이 들어가 불룩해진 셔츠가 움직일 때마다 이겸의 허리가 살짝 비틀리고, 목에서는 어쩔 줄 모르는 소리가 짧게, 때로는 길게 흘렀다.
“으응…. 하읏!”
유두를 돌려 주며 혀끝까지 핥아 주자 과한 자극을 버티지 못한 이겸이 쉽게 사정했다. 권태정은 눈도 뜨지 못한 채 벌벌 떠는 이겸과 더 깊게 혀를 얽으며 완전히 입술을 마주 물었다.
“하아…. 하으, 흣….”
흥분한 권태정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페로몬은 이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온몸에 흡수되어 곳곳에 있는 모든 감각이 권태정을 향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이겸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겨우 혀만 섞으며 몸을 떨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이겸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은 권태정은 정액으로 젖은 속옷 아래로 손을 깊숙하게 넣어 오메가라면 젖어야 할 곳을 매만져 보았다. 아예 젖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만큼 축축하지는 않은 느낌에 권태정은 손을 빼내고 흐트러진 숨을 뱉어 냈다.
“하…. 나 진짜 죽을 것 같거든.”
“…하아….”
“넣고 싶은데…. 씨발, 안 넣을 거야. 이렇게 갑자기 페로몬으로 누르면서 할 생각 없어. 아직 하…. 완전히 젖지도 않고, 다 돌아온 것도 아닌데…. 억지로 하면 씹, 다치기나 하고…. 안 할 거야.”
스스로 다짐하듯 일부러 소리 내어 말한 권태정은 페로몬을 갈무리하려 노력했다. 다른 알파보다 조절이 훨씬 더 능숙한데도 오늘은 그게 쉽지 않았다. 지나치게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권태정은 이겸의 위에서 내려와 옆에 누워 심호흡했다.
“…하.”
심호흡 따위를 한다고 발기한 성기가 가라앉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이겸을 무섭게 몰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페로몬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했다. 그게 저를 위해서도 나았다.
하지만 아무리 숨을 고르고 가라앉히려 해도 흥분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권태정은 할 수 없다는 듯 제가 입은 바지의 앞만 내리고 속옷 안에서 성기를 꺼내 쥐었다. 갇혀 있는 게 말이 되지 않을 만큼 발기한 성기가 위협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본 이겸의 얼굴이 숨길 수 없이 달아올랐다.
“하…. 읏, 씹.”
크고 단단해 보이는 것을 손에 쥐고 기둥을 쓸어내리는 권태정을 멍하니 보던 이겸은 낮은 신음을 들은 뒤에야 권태정이 자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누군가가 자위하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자위했다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은 있어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겸은 다시 멍하니 눈을 감고 인상을 쓴 권태정의 얼굴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 그 단단한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
갑자기 이겸이 닿아 문질리는 느낌에 놀란 권태정이 더 확 인상을 쓰다가 눈을 떠 제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이겸을 바라보았다. 흥분과 쾌감이 묻은 목소리로 낮게 웃은 권태정이 이겸 쪽으로 몸을 돌려 누우며 고개를 드는 예쁜 두 눈을 마주했다.
“만져 줘.”
홀린 듯 권태정의 말을 따라 손을 내린 이겸이 열기가 머문 성기를 손으로 쥐었다. 눈으로 볼 때도 엄청 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손을 대고 나니 그 생각이 더 커졌다. 이겸은 권태정과 눈을 맞춘 채 조금 전 본 것을 떠올리며 어설프게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 으, 좋아.”
그 어설픈 손놀림에 더 흥분한 권태정이 조금 더 얼굴을 가깝게 움직였다.
“키스도 해 줘.”
이겸은 권태정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묘한 힘에 그 말을 꺼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예 거절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개를 조금 더 앞으로 움직인 이겸이 권태정의 뜨거운 입술 위로 제 입술을 말랑하게 누르며 손을 움직였다. 입술이 열리고 혀가 순식간에 뒤엉키는 건 순간이었다.
“으응…. 음….”
권태정의 성기를 만지고, 혀를 마주 문지르며 이겸은 다시 잔뜩 달아올랐다. 아까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다리 사이가 다시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곧 다물린 다리 사이로 손이 파고들었다.
이겸은 길게 신음하며 제 성기를 잡고 흔드는 권태정의 손길에 울먹였다. 닫힌 다리 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들어 말랑한 회음부를 문지를 때마다 이겸의 허리가 비틀렸다.
아랫배가 당기며 다시 쾌감이 잔뜩 고이는 느낌과 함께 뒤에서 뭔가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겸은 그 야릇한 느낌이 낯설어 몸을 떨었다.
“아…. 흣, 응…!”
이겸의 신음을 들으며 권태정은 회음부가 축축해지는 느낌에 아래로 조금 더 손가락을 뻗어 아까와는 달리 젖은 입구 주변을 문질렀다. 조금 전만 해도 티가 날 만큼 젖지 않았던 곳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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