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장희강은 결 좋은 갈색 머리칼을 틀어쥔 채 차은수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입 안에 좆을 다 넣지도 못하고서 욱욱거리는 모습이 가학심을 자극했다.
“해 본 경험이 있을 텐데.”
불쾌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듯 장희강이 인상을 찌푸렸다.
“제대로 안 하면 더 힘들어질 거야.”
“쿠읍, 우욱……!”
차은수는 두피와 입가가 찢어질 것 통증에 눈물을 쏟으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으려고 노력했다.
참 눈물도 고집도 많은 가이드였다.
결국 장희강은 직접 차은수의 머리를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뒤로 마구 흔들며, 입 안에 남근을 넣을 수 있는 만큼 처넣었다.
차은수의 두 눈이 활짝 벌어졌다.
“후응! 웁, 음!”
딱딱한 양물이 입천장 뒤의 여린 살과 목구멍을 난폭하게 긁으며 밀어닥쳤다. 차은수는 기침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입이 빈틈없이 틀어막힌 탓에 기침을 쉬이 터뜨리지도 못하고 목울대만 꿀럭거렸다.
“후…….”
불규칙적으로 조여드는 구강이 귀두를 자극하며 엄청난 쾌락을 안겼다. 크기가 크기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치아에 긁히는 느낌마저 기분 좋았다. 장희강은 눈을 감고 들뜬 숨을 내쉬었다.
반면 차은수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처럼 장희강의 허벅지를 쥐어뜯고 할퀴었다. 물론 작은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그는 무력했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싫건 좋건 에스퍼의 좆질을 받아 내는 것이었다.
질걱질걱, 따뜻하고 축축한 입 안을 빠르게 드나들며 타액에 젖은 육봉이 꿈틀거렸다. 아래보다 조임이 덜한데도 불구하고, 가이드의 윗구멍을 탐한다는 생각에 장희강의 사정감이 싹을 틔웠다.
다시 눈을 뜬 장희강이 차은수를 시야에 담았다. 미려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한껏 일그러진 채, 들이치는 좆을 억지로 받아 물고 있었다. 제 손길에 의해 사타구니에 안면이 파묻힐 때마다 버둥대는 몸짓이 하찮고 귀여웠다.
오나홀처럼 다루어지는 상황에서 비롯된 충격 역시 드러난 표정에, 정신적인 만족감과 더불어 더욱더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 또한 스물스물 기어올랐다.
장희강은 어느 순간부터 차은수의 머리를 잡고 흔들기만 하지 않고, 제 허리를 튕기며 강하게 좆을 쑤셔 넣었다.
“……크, 읏!”
“컥……!”
야만스러운 정복감이 사정을 재촉했다.
입 안 깊숙한 곳에서 정액이 울컥대며 내뿜어진다. 차은수가 고통스럽게 비음을 흘렸다. 비릿한 액체가 곧장 목으로 흘러 들어갔기에, 그는 어찌할 도리가 없이 그것을 삼켰다.
사출 과정에서도 귀두가 더 깊은 곳을 원하며 쿡쿡 찔러 와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큭……. 하…….”
장희강이 악물린 잇새로 숨을 몰아쉬며, 차은수의 머리를 놓아주었다.
황급히 좆을 입에서 빼낸 차은수가 고개를 돌렸다.
“쿨럭, 쿨럭! 흐으, 욱, 쿨럭!”
그는 하얗게 질린 손으로 입가를 막고서 한참을 힘겹게 기침했다.
이윽고, 간신히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린다.
“쿨럭, 으, 싫어…….”
“…….”
“이러지, 끅, 이러지 마세요.”
차은수는 물기 어린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제가 선택한 삶을 살게 해 주세요.”
가이드가 아닌 평범한 삶.
강제로 빼앗겼던 이은수로서의 삶.
차은수는 지금 그것을 영위하게끔 놓아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가 도망친 것을 인정하는 것이자, 장희강이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일깨우는 발언이기도 했다.
“…….”
침대에서 내려온 장희강이 차은수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평생, 구원받지 못했더라면 몰랐겠지.”
강렬한 저음이 울려 퍼졌다.
평온함을 가장한 검은 눈과, 간절함에 젖은 옅은 갈색 눈이 마주쳤다.
“가이드가 어떤 존재인지.”
장희강은 차은수의 손을 들어 올렸다. 주삿바늘이 조심성 없게 뽑혔던 탓에, 피가 흐르다 굳은 자리에 입술을 묻는다.
“하지만 내가 그걸 알게 됐다는 점이, 네 바람이 헛된 첫 번째 이유고.”
“……!”
“두 번째 이유는…….”
차은수의 나신이 덜컥 들렸다. 장희강은 그를 안은 채 침실의 한쪽 벽면으로 다가갔다. 가까워진 그들을 거울이 비추었다.
차은수를 바닥에 서게끔 내려 둔 장희강이 뒤에서 팔을 뻗어 왔다. 잘 보라는 듯 턱을 잡고 얼굴을 정면으로 고정시킨다.
“이미 네가 차은수로, 내 가이드로 돌아왔다는 거란다.”
스스로를 부정해도 소용없노라고.
그렇게 쐐기를 박는 이야기에 차은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은 기색이었다.
장희강은 자비를 베풀어, 설령 그가 가이드가 아닌 이은수였을지라도 쫓았으리라는 말은 보태지 않았다.
“나는 이곳에서 네가 가이드로서의 의무를 다하도록 할 예정이야.”
장희강이 가련한 가이드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오늘처럼 말을 듣지 않으면 벌을 줄 거고.”
도톰한 입술에 묻은 정액을 거칠거칠한 엄지가 훔쳤다.
절망한 걸까.
바들바들 떨리는 차은수의 긴 속눈썹 밑으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정하려 드는 상대를 끌어 내려 굴복시키는 기분.
얼마나 달콤할까.
기꺼이 굴복당하는 나만큼이나 큰 쾌감을 느낄까.
“하으, 아, 아앗!”
밑구멍으로 장희강의 좆이 퍽퍽 치고 올라왔다. 안쪽의 전부를 차지하고 싶다는 듯이, 그 거대한 몸집으로 탐욕스럽게도 파고든다.
거울을 짚고 엉덩이를 쭉 뺀 채 장희강에게 범해지던 나는, 밀어붙여 오는 힘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한쪽 뺨이 거울에 짓눌린 채 몸이 흔들렸다.
속절없이 신음하는 내 숨결과 체온으로 유리 표면에 뿌연 습기가 서렸다.
“흐아아……!”
“큽, 흐……!”
내 허리를 단단히 움켜쥔 채로 좆질을 하는 장희강의 모습이 보였다. 정욕에 사로잡힌 에스퍼는 나를 짓뭉개고, 범하며 불어난 열락을 느끼고 있었다. 새카만 눈이 내 등을 끈적하게 훑었다.
“하앗, 우으.”
거울에 얼굴을 문대며 몸을 바르작거렸다. 말도 안 되게 길고 두꺼운 양물이 구멍을 뚫고 전립선을, 그보다도 더 은밀히 숨겨져 있던 장기를 들쑤신다. 그에 과도한 쾌감을 느끼는 내 몸은 더 이상 정상이 아니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퀘스트를 성공한 보상으로 받았던 서로의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용이 돌아왔는지 안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없이도 나는 충분히 좆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장희강의 음낭이 엉덩이를 칠 때마다, 아까 맞았던 엉덩이가 홧홧하게 아팠다. 분명 고통에서 피어올랐던 열기가 다른 의미의 열기로 치환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힉힉 가쁜 숨을 내쉬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쑤셔 박히는 감각과 피부의 쓰라림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탓에 몹시 괴로운 쾌감이 느껴졌다.
“아니라고, 큭, 싫다고만 하다가도…….”
“으응, 흐읍!”
“이렇게 박아 주면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장희강이 허리를 숙여 내 어깻죽지를 핥았다. 그러다가 돌연 이를 세웠다.
날카로운 치아에 만질만질한 피부에 구멍이 뚫릴 듯 물렸다.
“아흐읏!”
나는 고개를 젖히며 소리 높여 울었다.
순간적으로 아랫구멍이 힘껏 수축하며 기둥을 조였다. 장희강이 짧게 신음했다.
그러고는 이내 나를 확 들어 올렸다. 무릎을 접은 채 활짝 벌리게 만들더니, 내 목을 음탕하게 빨아 대면서 푸욱푸욱 양물을 쳐올리기 시작했다.
장희강의 품에 안겨 붕 뜬 내 나체는 그가 좆을 놀리는 대로 격렬히 흔들렸다.
발긋한 볼, 벌어진 입, 지나친 성감에 촉촉해진 눈. 스스로가 보기에도 야하게 풀어진 얼굴로 장희강에게 범해지는 모습을, 나는 코앞의 거울로 직면했다.
“아흑! 아아!”
어둡고 짙은 색의 커다란 성기가 엉덩이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가 드러낸다. 그냥 보았을 때도, 입으로 했을 때도 존나 크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저걸 내가 품는 게……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좆이 들어찰 때마다 내 복부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것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와, 시발. 무슨 성인물이라도 보는 기분이었다.
형이랑 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잠깐, 흐윽, 이렇게는……! 아, 앗!”
그러잖아도 맹렬히 입구를 관통해 배 속을 들이박는 물건 자체만으로도 쌀 것 같았는데, 시각적인 자극까지 더해지니 미칠 것만 같았다.
눈가를 붉히며 다리를 휘저었다. 하지만 내 무릎 뒤를 잡은 채 마구잡이로 범해 오는 장희강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뭐가 부끄러워서. 예쁘기만 한데.”
그가 고개를 들어 내 귓가에 대고 낯 뜨거운 소리를 흘렸다. 달구어진 숨이 함께 흩뿌려진다.
거울을 통해 시선이 마주쳤다. 장희강은 보란 듯이 상하 운동의 속도를 높였다. 그의 허벅지 근육이 불뚝거리는 타이밍에 맞추어, 사정을 앞둔 듯한 좆이 포악하게 나를 꿰뚫었다.
내 귀를 잘근잘근 물며 퍼억, 퍽, 큰 타격음이 터질 정도로 부닥쳐 온다.
더할 나위 없이 폭력적인 쾌락이 뇌를 긁어내렸다.
“……!”
나는 허리를 뒤로 휘면서 입을 뻐끔거렸다. 바짝 선 채 정신없이 흔들리던 내 좆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희뿌연 액체는 내 배를 적시고, 머지않아 다리 사이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아아……!”
절정에 오르는 와중에도 몸이 거세게 들썩였다. 장희강이 사정을 봐주지 않고 좆을 쳐올려 온 탓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 부근에 무너지듯 기댄 채, 흐느낌에 가까운 소리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