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화가 난 듯한 주청경의 표정에 심장이 쪼그라든다. 주청경은 웃음만 지워도 충분히 상대방의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안쪽을 채운 상태로 멈춰 있는 좆에 구멍을 옴쭉거렸다.
“아흐으……! 아, 악!”
주청경이 나를 들어 올린 채 차박차박 걷기 시작했다. 처음 겪어 본 일은 아니었지만, 걸을 때마다 위험하지 않은가 싶으리만치 물건이 파고들어 와 겁이 날 정도였다.
곧 커다란 거울에 우리 둘의 모습이 담겼다. 주청경은 나를 세면대 위에 올렸다. 그러느라 체내에서 주르륵 빠져나간 육봉이, 얼른 저를 다시 내부로 들이라는 양 한껏 발기한 채 성을 냈다.
“우리 하나만 약속할까요.”
“…….”
“서로 눈 피하지 않기로.”
창백하고 큰 한쪽 손이 내 양쪽 뺨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사실 은수 씨만 지키면 될 일입니다. 떡치는데 외면하고, 소리도 참고 그러면……. 제가 너무 서운하잖아요.”
“……!”
푸욱. 내 안으로 거근이 처박혀 왔다.
나는 입을 벌리면서 고개를 젖혔다.
시발, 이거 느낌 대체 뭐냐고…….
무언가를 심은 것처럼 울룩불룩한 성기는 아까부터 나에게 신세계를 경험시키고 있었다.
“하…….”
주청경도 황홀경에 빠진 채 긴 숨을 내쉬었다.
정복감과 독점욕으로 혼탁하게 물든 눈빛이 나를 가둔다. 그는 손을 내려 세면대 위를 짚었다.
“대답, 큿, 안 합니까?”
“아! 하앗, 아!”
거세게 뽑았다가 꿰뚫어 오는 허릿짓이 시작됐다. 그것 때문에라도 답할 수가 없었다. 내 입에서 나오는 거라고는 교성뿐이었다.
심태성과 툭하면 섹스했던 탓에 더욱 예민해진 몸은, 이제 적응이 끝나 느껴지지 않는 통증보다는 폭력적인 쾌감 쪽에 신경이 쏠렸다.
“히윽, 그읏!”
지나치게 깊이 들어온 기둥이 내벽을 제멋대로 헤집는다. 당연히 극점도 무자비하게 쓸려 대서, 내 성기 역시 꼿꼿이 일어서며 자기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주청경의 탄탄한 허리를 사이에 둔 두 다리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퍽퍽! 퍽퍽퍽! 미친 듯이 기세를 올리며 나를 관통해 대는 좆질에 일순 퓨즈가 나갔다. 허리가 뒤로 크게 휘자 정수리에 거울이 닿았다. 그런 내 목덜미를 감싸 쥐고 당기는 행동에 고개가 다시금 들렸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동자를 피할 생각도 못하고 멍하게 쳐다보았다. 숨을 할딱이며 저를 마주하는 모습에, 주청경은 그게 마치 대답이라도 된 양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으응…….”
입술이 내려앉았다. 사뿐했던 접촉과는 달리 혀 놀림은 거칠었다. 내 입 안을 마구잡이로 휘젓다가 혀끝으로 연구개를 찔러 왔다. 야릇한 공격에 배 속이 찌르르 울리며 한계치까지 부푼 남근을 콱 조였다.
“……하아.”
입술 새로 주청경의 뜨거운 한숨이 겉돌았다. 돌아 버리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얼굴이 색스러웠다.
“내 가이드가 사람 미치게 하는 법 좀 아네.”
“흣……! 흐아아!”
양쪽 손으로 내 골반을 꽉 잡아 누른 그가 미치광이처럼 흉물을 처박아 대었다. 두둑한 고환들이 엉덩이를 세차게 때려 오며 타격음을 터뜨렸다. 나는 숨을 할딱이면서 주청경의 팔을 잡고 상체를 지탱했다.
멀미가 날 정도로 시야가 흔들렸다. 새로운 상대에게 범해지는 오싹한 기분은 성감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접합부뿐만이 아니라 얼굴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넋이 나간 나를 주청경이 핥듯이 구경했다.
그러다, 결국 내가 먼저 끝을 보았다.
“아흐윽!”
주청경과 내 알몸 사이에 껴 있던 귀두에서 음액이 흘러나왔다.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아랫구멍이 수축하며 주청경의 좆대를 터뜨릴 듯이 압박했다. 안쪽 또한 음탕하게 진동하면서 가세하자, 그가 탄성을 내뱉었다.
“읏……!”
그 감각이 끝내주는지 주청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선 적나라하게 느꼈다. 동시에, 몇 번 더 힘껏 좆을 치대 오더니 머지않아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내 깊숙한 장기를 꾹 누른 좆대가리에서 씨물이 울컥울컥 분출됐다. 주청경은 사정하는 동안에도 허리를 뭉근히 돌리며 가능한 한 모든 곳에 정액을 퍼뜨렸다. 영역 표시라도 하는 짐승처럼.
그와 큰 시간 차이 없이 절정에 이르렀던 나는, 뒤따라 붙는 과도한 자극에 발버둥을 치며 애처롭게 울었다.
“흐읍, 느, 욱! 느낌 이상, 해……! 하으, 빼 주세요……!”
그러나 주청경은 성기를 꺼내기는커녕 몸을 더 숙여 왔다. 결합이 더 깊어져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보세요.”
불쑥 억센 손길이 머리채를 잡더니 뒤로 당겼다. 속수무책으로 고개가 꺾여,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이런 얼굴을 두고 어떻게 그만두겠습니까.”
“하윽……!”
“보기만 해도 설 것 같은데.”
내 한쪽 뺨에 얼굴을 붙인 주청경이 속삭였다. 확실히, 스스로가 보기에도 야해 빠진 표정이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사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내 체내에서 발기하는 물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에스퍼들의 정력은 이미 익히 알고 있었어도…….
어질어질한 느낌에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이렇게 격렬히 가이딩을 갈취당한 내 허약한 신체가 멀쩡할 리가.
게다가 나는 오늘 심태성과 모닝 섹스까지 뛰었었고, 목숨의 위협도 받은 데다가, 엄청나게 오열하기까지 했다. 우는 행위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큰데 말이다.
한마디로, 내 현 상태가 매우 형편없다는 뜻이었다.
열기로 녹아 흐릿하기까지 하던 눈앞이 훅, 검게 변했다.
***
자신의 처지가 나아질수록 차은수가 괴로워진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가이드는 무척 연약했다.
조직 내 의사에게 가이드의 상태를 보여 영양제를 맞추었다. 깨어난다면 음식도 골고루 먹이고, 운동도 시켜야지. 주청경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는 주인처럼 생각했다.
청년이 깨어난 것은 다음 날 밤이었다. 차은혁의 동태에 관한 보고를 듣던 중, 해당 소식을 전달받은 주청경이 벌떡 일어섰다.
서둘러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의 차은수가 보였다. 그는 저를 보자마자 황급히 이불을 제 목까지 끌어 올렸다.
“일어났습니까?”
“네……. 저, 근데 이 옷은…….”
조금 횡설수설하듯 물어오는 모습에, 그제야 청년이 왜 그러는지 깨달았다. 원피스를 입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주청경은 여상하게 응수했다.
“제 취향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입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편안할 터였다.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심플한 디자인에 부드러운 재질이니까.
차은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불편해요. 제가 입었던 옷…… 돌려주세요.”
“어렵겠는데.”
주청경이 깔끔하게 거절하며 차은수의 앞으로 다가갔다. 차은수는 사냥꾼에게 몰리는 사냥감처럼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 침대 헤드에 바싹 등을 붙였다.
위축된 가이드를 지척에서 살핀 에스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혈색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운동하기에도 제격인 옷이라서 말입니다.”
뒤늦게 짤막하게 덧붙였다. 청년이 눈을 깜빡였다.
“……운동?”
흰 낯에 의아함이 스쳤다. 주청경은 그런 가이드의 따끈한 뺨을 쓰다듬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답을 알려 주면서, 이 무구한 기색을 엉망으로 무너뜨리고 싶지만……. 일어나자마자 혹사하기보다는 잠깐 숨 돌릴 틈을 선사키로 결정했다.
차은수의 링거를 빼고 미음을 먹였다. 처음에는 그가 스스로 먹겠다고 했으나, 지그시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이기지 못했다.
차은수는 식사 내내 체할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이 없는 듯 깨작깨작 받아먹었다. 주청경은 그에게 스푼을 물리며 점차 식사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겨우 죽을 반쯤 비우게 한 뒤에는, 가벼운 몸을 안아 올려 욕실로 향했다. 그러자 어제가 떠올랐는지 화들짝 놀라 다리를 휘젓는다.
“잠, 잠시만요!”
“혼자 씻다 어지러워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괜찮…….”
“차은수 씨.”
주청경이 단호히 말을 잘랐다.
“제가 뭐라고 했었죠?”
“…….”
차은수가 입을 다물었다.
조금만 강압적으로 나와도 잠잠해진다. 사실상 그럴 수밖에 없기는 했다.
주청경은 본인이 차은수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모르지 않았다.
테러를 일으켜 지인들을 죽이고, 경호원을 잔인하게 공격한 인물. 그런 그를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도련님이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을까. 강제적으로 당한 경우이기는 해도 어쨌거나 그 상대를 몸까지 섞어 가며 가이딩한 기분은 또 어떨 테고.
일순 그는 멈칫했다.
가이딩 전과 달리 가이드의 입장을 고려하는 스스로가 거슬렸다.
……자신을 두려워하고 순종하는 것은 분명 의도한 것인데, 어째서인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아읏…….”
그리고 그 기분은 수치심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씻기면서 사라졌다.
피부만 접촉해도 이토록 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나신을 야릇하게 매만지며, 치솟는 욕구를 어떻게든 인내했다. 하룻밤 만에 거의 치유된 파장이 저를 치유한 가이드를 갈구하는데, 그것을 억누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무리로 세심하게 양치까지 해 준 그가 마른 몸을 안고 침대로 걸어갔다.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던 차은수는 침구 위에서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새 원피스가 흐트러졌다. 아래가 휑한 느낌이 들었는지 흠칫하더니 밑단을 꾹 움켜잡고 고정한다. 열기가 피어오른 눈길로 그를 내려다보던 주청경이 조용히 이불을 덮어 주었다.
“오늘까지는 푹 자세요.”
허리를 굽혀 차은수의 귓가에 입술을 누른 그가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