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진유. 납득한 것 같지는 않다. 인우는 샤프펜슬의 끄트머리를 살짝 깨물며 진유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상하게 진유는 중건이에게 약하다. 톰과 제리가 덤벼도 이 두 사람에게는 꼬리를 말고 도망갈 것이다. 매일 지겹게도 다투고 화해하고 또 다투는 못 말리는 녀석들. 하지만 그만큼 보이지 않는 내면속에서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진한 무언가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특히 진유는 내심 중건이를 많이 아낀다. 자신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테지만 인우의 눈에는 보인다. 비가 내린 후에 땅은 더욱 단단해 진다고 하지 않던가. 두 사람의 땅에는 매일매일 홍수처럼 비가 내리니 강철처럼 단단한 땅이 되어 있을 것이다. 뭔가 기특하다.
인우는 ‘흐음..’하는 소리를 내며 턱을 괸다. 뭐랄까.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자신은 어쩔 수 없는 막내였다. 반장이 되고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야 했지만 기본만은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심정을 예상해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인간은 성장하는 동물이랬던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주변이 넓어진다. 스스로의 감정만이 확연하게 보이던 지난 날들과는 달리 이제는 흐릿하지만 다른 이들의 마음도 보인다. 이렇게 내공을 쌓아가다 보면 언제나 엄격한 큰형님이나,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가벼운 작은형의 마음속도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일 수 있을까.
“고등학교는 어때?”
“중학교 때와 비슷하지 뭐.”
“이번에도 반장?”
“알면서 묻는 거야.”
부대로 들어간 경우형이 전화를 했다. 이렇게 밤늦게 어떻게 전화를 할 수 있는지 몰라도 어쨌든 배웅을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인우는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부대에서 고생할 형에게 다정한 한마디도 못하는 자신의 무뚝뚝한 성격이 미워졌다.
“뭐 신경 쓰이는 점은 없고?”
그에 비해 동생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작은 형은 뚝뚝 공중전화 요금 떨어지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인우의 고등학교 생활을 캐묻기 시작했다. 신경 쓰이는 점이라고 작은형이 말했을 때 인우는 문득 차규형의 얼굴이 생각났다. 아. 작은형에게 물어봐야겠다. 이게 대체 무슨 감정일까. 예전부터 작은형은 뭔가 명확치 않은 감정적인 것들을 인우에게 가르쳐왔다. 아무래도 자신의 작은 동생이 성격적으로 어딘가 좀 모자란 녀석이라는 것을 일찍 간파했기 때문이리라. 적어도 아직도 막내 동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만년 브라더 콤플렉스인 팔불출 큰형보다는 긍정적인 자세다.
“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드는 녀석이 하나 있어.”
“이상한 느낌?”
경우가 담배를 빼물었는지 우물댄다. 인우는 작은형이 군에 가서 멋진 사내가 된 것은 좋았지만 담배를 시작했다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배웠다는 변명을 해대지만 처음 휴가 나온 경우형의 군복에서 담배를 발견한 인우는 학을 떼며 그를 야단(?)쳤었다. 아버지도 담배를 많이 피우셔서 건강이 안 좋은데 말이었다.
“또 담배 펴? 피우지마.”
“아아. 이상한 느낌이 뭐냐니깐.”
말 돌리기는. 뭐가 ‘아아’냐. 마음에 안 드는 형님 같으니.
여전히 우물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형에게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퍼붓는다.
“중학교 때 우리학교 짱 먹었다는 녀석이 같은 반 됐어. 차규형이라고. 난 그놈이 싸우거나 하는 걸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반 애들이 모두 무서워해. 입학한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그놈들 패거리 말고는 아무도 녀석에게 말도 못 걸어.”
“흐음.”
인우가 난데없이 저리도 길게 말하는 것을 굉장히 간만에 들은 경우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고 유심히 이야기를 들었다. 형으로서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무서운 녀석이랑 자주 눈이 마주치거든. 내가 보기엔 그렇게 무서워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눈동자가 형.. 뭐랄까. 생긴 건 육식동물처럼 생겼는데 눈동자는 사슴 같다고나 할까.”
아마 같은 반 녀석 중 단 한명이라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인우의 말에 쇼크로 기절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차규형에게 감히 ‘사슴’이라고?
그리고 제법 눈치가 빠른 조경우는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 심난한 기분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자신의 동생은 감정적으로 어딘가 심각한 문제가 좀 있다...
“그러니까... 눈매는 사납지만 눈동자가.. 왠지 동글동글한게 말야. 커다란... 커다란 곰같다고나 할까. 그래. 곰이야 곰. 어린이들의 친구지만 여차하면 사람도 뜯어먹는 곰...”
혼잣말처럼 변해버린 인우의 ‘그 차규형’에 대한 묘사를 듣고 경우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자신은 차규형이라는 아이를 만나본 적 없지만 자신의 동생이 그 녀석에게 단시간에 꽤나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놈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 그게 형.. 그 애가 자꾸 나만 보면 웃어.”
조경우 격침. 수화기 너머로 인우는 작은형이 순간 사례에 들려 콜록콜록 거리는 것을 한참 듣고 있었다. 내 형이지만 참 희안한 사람이야. 아무것도 먹고 있지 않은데 사례도 다 걸리네. 하며 태평한 생각을 하던 인우는 곧이어 다급히 묻는 형의 말에 조금 어이가 없어졌다.
“웃는다고?! 비웃는 거냐? 시비거는거야?! 잘못보이면 끝장내주겠어!!이런 웃음이었냐?! 응? 동생아! 그렇다고 대답해줘!”
인우는 경우의 필사적인 애원을 무시한다.
“아니. 되게 다정한 웃음인데.”
“......”
“....그럼. 자리배정은 반장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서로 잘 상의해서 바꿔 앉도록 하세요.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에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을 예정입니다. 컴퓨터용 싸인펜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그럼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내일 만나요오”
저녁에 어디 좋은 곳에라도 놀러 가는지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허약한 담임은 손을 흔들며 종례를 했다. 반 아이들도 그새 자신들의 담임에 대한 파악을 마쳤는지 함께 방긋방긋 웃어주며 마주보고 손을 흔든다. 확실히 저 비실거리는 선생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아이들’이 덩치가 우락부락하게 크고 수염이 거뭇거뭇 난 땀냄새 나는 남자 고등학생들일지라도 말이다. 이미 반 아이들은 담임이 자신들을 콘트롤 하려는 권위적인 타입 보다는 어쩌면 자신들이 저지를 문제거리로 위통을 호소하는 ‘보모’타입이라는 것을 간파해 낸 것일지도 몰랐다. 상식이 통하고 말을 들어주고 착하고 웃는 것이 귀여워 보이는 사람이라면 싫은 담임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수첩에 ‘다음 주에 자리배정’이라고 또박또박 적고 있는 조인우만은 담임의 방실방실 웃음이 자신을 약 올리는 악의 섞인 미소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담임을 직접 겪어본 인우는 벌써부터 담임선생님이 싫어졌다. 도대체가 반장이 해야 되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그나마 부반장인 철민, 총무인 진유, 서기인 현기, 체육부장인 중건이들이 많이 도와줘서 인우가 폭발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 귀찮다. 그냥 제비뽑기로 해버려야지. 누군가 불만을 표시한다면 이 스트레스 쌓인 기분을 그 녀석에게 확 풀어줘 버릴테다. 라며 올테면 와봐라 하는 마음이 되어버린 인우는 학교 도서관에서 야간자습을 하기위해 책가방에 책들을 집어넣는다. 다음 주에 학업 성취도 평가가 있다. 왠지 전투적인 기분이 되어버린다. 방학 중에 열심히 공부한 성과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물론 모의고사처럼 ‘수능적중!’을 목표로 하는 시험이 아닌 만큼 유형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일년을 시작하는 첫 시험이다. 잘보고 싶었다. 이 한걸음을 잘 걷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꿈으로 가는 지름길에 발을 내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어.”
인우는 자신을 격려하며 가망을 매고 교실 문을 나선다.
“윽.”
“우왓.”
그때 앞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인우가 어떤 거대한 물체에 이마를 부딪치고 만다. 안경이 툭 굴러 떨어진다. 유래 없이 당황한 인우가 한쪽 어깨로 매고 있던 책가방을 떨어뜨리고 휘청거렸다. 겨우 균형을 잡고 벽에 기댔을 때 인우는 자신이 부딪친 상대의 잘생긴 뒤통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큰 인영은 자신의 장신을 굽혀 인우의 안경을 주워주고 있었다.
“뭐냐. 반장.”
뭔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그가 인우에게 안경을 건낸다. 처음 듣는 목소리다. 새 학기가 시작된지 꽤 되었는데 이제껏 한번도 녀석과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적인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인우였다. 인우는 잠시 홀린 듯 멍하니 그의 웃음 섞인 얼굴을 올려다본다. 자신도 작은 키가 아닌데. 이 녀석은 무지하게 크다. 경우형만큼 큰 것 같다. 사실 경우형처럼 큰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은데. 인우는 주변 녀석들이 무서움에 떨며 도망가버린 썰렁한 교실 뒷문 앞에서 차규형을 그렇게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곧 그 녀석이 자신에게 안경을 건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손을 뻗어 받으려 한다.
그러나 차규형은 인우 주려던 안경을 다시 휙 하며 자신 쪽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강아지에게 과자를 주려고 했다가 좋아라 하며 달려든 강아지의 코앞에서 과자를 뺏는 움직임이었다. 인우는 발끈했다.
“뭐야.”
차규형은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력적인 저음으로 말했다.
“고맙다고 해야지.”
인우는 잠시 차규형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워낙 표정변화가 없는 인우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짐작 할 수 없는 얼굴이다.
“너.... 날 놀리는 거냐?”
한참 후에 인우가 물었다.
“설마.”
차규형은 뺏었던 안경다리를 펴서 인우에게 씌워준다. 그 바람에 본의 아니게 차규형과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밀착하게 된 인우는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단단한 가슴을 가진 그 녀석에게서 왠지 싸늘하면서도 시원한, 상쾌하면서도 청아한 어떤 향기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안경 안 쓰는 게 더 나은데? 반장.”
이라며 낄낄대곤 인우를 지나쳐 교실로 들어가버리는 규형.
인우는 그 ‘좋은 향기’를 가진 존재가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게 조금은 서운했다. 뭐였을까. 그 냄새는. 향수? 아니면 샴푸나 로션.. 애프터 쉐이프 같은건가..
평생 태어나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들을 하며 인우는 터벅터벅 도서관으로 향한다.
“뭐야. 규형아. 저 놈이 시비 걸어?”
“저놈이 뭐냐 저놈이. 반장이잖아. 그리고 반장은 시비 같은 거 안 걸어.”
“쳇. 반장이라고 떠받들어주는 거야? 답지 않게.”
규형은 야간자율학습 전에 저녁식사를 해치우려고 부산스레 교실을 나가는 다른 녀석들과는 상반되는 모습으로 이 빨간 노을 깔린 교실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자신의 무리에게 다가갔다. 황계명이 방금 전 반장과 부딪치고 몇 마디 주고받은 것을 보았는지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땍땍댄다. 규형은 계명의 머리칼을 흐트러트리며 자리에 앉아 그대로 녀석의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힌다. 따뜻하다. 꽃샘추위 인건지 아침저녁으로 추운 날씨다. 규형은 그대로 얼굴을 계명의 목 근처 어딘가에 틀어박는다. 춥다. 좀 자야겠다.
한편 의도하지 않게 규형의 단단한 허벅지에 홀라당 올라 앉아버린 꼴이 된 계명은 ‘또 인간 난로 취급이냐’라며 왁왁 대다가 결국 잠들어버린 그의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고 만다.
규형이 자신을 난로 취급하는 것은 분명 ‘가볍고 따뜻하다’라는 이유 일뿐이었지만 왠지 이 녀석의 이런 약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린다. 아마도 한겨울, 아이였던 규형을 따로 살던 아버지의 집 문 앞에 버리고 갔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 지도 몰랐다. 광역 폭력단의 중간보스인 그의 아버지가 출장으로 바빠 3일후에 돌아와 꽁꽁 얼어붙은 채로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어린 아들을 보고는 그대로 피스톨을 빼들고 자신의 전 부인이 일하던 단란주점으로 쳐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차규형은 말했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들었던 녀석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계명은 귀에 이어폰을 꽃고 분명 반 아이 하나에게서 강탈했을 만화책을 깔깔대며 보고 있는, 피어싱을 주렁주렁 하고도 한 번도 교문검사에서 잡히지 않는 안병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병욱이는 저 비극적인 가족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이 나중에 그 눈물 나는 사연을 꼭 소설에 써주겠다며 PDA를 꺼내들고 기록을 해댔다. 물론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날 ‘아혇나래누그허닏애거하’ 따위가 적혀있는 자신의 PDA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병욱이. 녀석은 자신 몸에 잔뜩 뚫어 넣은 피어싱들처럼 화려하고 강렬하며 명쾌한 삶을 사는 녀석이다. 갖지 않게 꼴에 꿈은 소설가란다. 그것도 에로 소설가. 벌써 ‘새끈색남’이라는 필명으로 제법 잘나가는 포르노 잡지 인기 작가다. 절대 못 말린다. 녀석이 연재하고 있는 ‘에로에로한 차씨의 하루’의 무려 모델인 차규형씨는 늘 녀석에게 갖은 찬사를 늘어놓으며 자신이 녀석의 소설 속에서 얼마나 정력남으로 묘사되는지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드러낸다. 계명은 머리가 아파왔다. 그런 저속한 잡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온다. 도대체가 이놈들은 계집애들이 뭐가 좋다는 거지.
계명의 시선은 어느덧 똑같은 포즈로 책상위에 다리를 올리고 게임을 하고 있는 쌍둥이들을 바라본다. 한명은 블랙 PSP, 한명은 화이트 PSP를 붙들고 잭을 연결해 니드 포 스피드를 즐기고 있다. 코너를 돌때마다 마치 실제로 지들이 운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쪽으로 나란히 몸이 쏠린다. 표정은 무척 진지하다. 왠지 무섭도록 귀엽다. 저 커다란 놈들은 차규형을 지키기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비를 걸어오는 다른 학교의 놈들을 밟아 버리는 오싹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여주는 반면 그 외에는 늘 저리 천진난만하게 오락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매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저 쌍둥이들은 무척 순진하다. 오죽하면 녀석들을 4살 때부터 봐왔다는 규형이가 도저히 걱정이 돼서 두고 못 보겠다고 자신의 시야에 닿는 곳에 두겠다며 언제나 데리고 다닐 정도다. 정신, 정전. 저 둘의 이름이다. 신,전. 이렇게 평소에 부르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성하고 함께 부르면 골 때린다. 누가 이름을 그렇게 지었냐고 물었더니 둘 아무말 없이 차규형을 가리켰다. 4살 때 규형이 아버지가 어디서 빚 대신 받아왔다는데 잘 먹여 키우면 돈이 될 것 같다며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몸도 마음도 얼어버렸던 규형에게 던져주었다. ‘쟤들 아비 되는 사람의 이름이 정 뭐시기였더라..’밖에 도움이 안 되는 아버지 대신 규형이 이름을 지어 주고 함께 자랐다고 한다. 당연히 암흑가에서 일하는 바쁜 아버지대신 규형은 이 두 쌍둥이 형제와 함께 뒹굴며 자랐다. 서로가 서로를 키운 셈이었다. 그래서 규형이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정신, 정전 저 두 녀석은 담담했다. 자신들의 처지가 더욱 서글펐으면 서글펐을 것이다. 다만 어릴때 유난히 추위를 잘 타는 규형이 폭설이라도 몰아치면 왜 자신들의 방에 와서 벌벌 떨며 매달렸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계명은 규형이 자신에게는 약한 이유를 잘 알았다. 오직 자신만이 규형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계명은 풍족하게 자랐다. 넉넉한 집안, 똑똑한 형제들, 부모님의 사랑 넘치는 관심. 물론 교통사고로 모두 죽고 평생 놀고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유산과 보험금만 떠안게 된 자신이었지만 분명 행복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계명은 규형을 동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규형이라는 녀석은 그것을 기분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길 원했다.
남들은 차규형을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듯 본다. 당연했다. 규형을 모른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일단 제거하고 보는 규형이었다. 세상의 룰이나 타인의 시선, 고정관념의 잣대 등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만한 힘도 있다. 규형은 또래들에게서 볼 수 없는 강인한 사내였다. 거친 세계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가 키웠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 17살일 뿐인데 벌써부터 그쪽 세계에서 접촉이 오는 그런 규형을 끔찍하게 무서워하지는 않을망정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사람은 없는 것이었다. 오로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신들 뿐이었다. 규형의 곁에 있는 사람은.
계명은 그것이 좋았다. 모르겠다. 규형에게는 고독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으로는 이 세상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차규형이라는 남자의 이 야들야들한 약한 부분을 말이다. 쿡 찌르면 피가 철철 날 이 약점은 아마도 평생 강철보다 단단한 겉모습에 의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언제까지라도 이렇게 지낼 수 있다. 언제나 계명 자신은 차규형이 찾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아. 이번엔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랗게 펼쳐진 바다였다. 인우는 정말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바닷물에 손을 담구어 본다. 미지근하다. 초록빛 바닷물아래 갖가지 모양의 조개껍질들이 예쁘게 박혀 있었고 머리 위를 뜨겁게 쏘아 내려오는 햇살에 축축하게 땀이 난다. 하지만 왠지 살을 태운다는 느낌이 좋았다. 햇살을 받고 광합성작용을 하는 식물처럼 인우는 모래밭에 대자로 누웠다. 뒹굴뒹굴. 아아. 좋다. 여름 냄새가 잔뜩 나는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해변으로 나와 모래성을 쌓고 파도가 밀려들어와 모래성을 무너뜨리면 다시금 와다다 달려가 바닷물 속으로 풍덩. 인우는 진정으로 행복감에 미소를 지었다. 꿈이라면 깨지 말아다오. 라는 독백을 중얼거리며. 그런데.
“저기 반장 있다아아!!!!!!!!!”
“반장!!! 우리랑 놀자아아!!!!”
“우리 귀여운 반장을 물에 빠뜨리는 사람은 다음 달 대청소에서 면제를 시켜주겠어요오!”
여지없이 인우의 평화로운 휴식을 깨뜨리는 악독한 무리들이 출현했다. 이번에는 이 거머리 같은 것들 말고도 새로운 인물인 허약한 담임도 등장했다. 인우가 가지고 있는 담임에 대한 악감정이 그대로 표출된 듯 담임은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인우에게 물을 먹이면 청소 면제라는 상을 주겠다며 거머리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순간 40여명의 싱글싱글 거리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물을 먹고 있던 인우는 누군가 아주 강한 힘으로 자신을 들어 올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켈록켈록 하며 바닷물을 내뱉던 인우는 문득 싸늘한 기운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보았다. 맙소사. 바닷물이 꽁꽁 얼어 있었다.
“괜찮아....?”
더더욱 맙소사. 인우는 이 바닷물을 얼리고 자신을 구해낸 영웅이 차규형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제비뽑기를 하겠다.”
“오케이 오케이! 재밌겠다.”
“난 그런 거 떨려서 못해잉~ 반장 내 대신해줘!”
“시끄러워!”
1학년 3반 반장 조인우는 사실 무적의 철가면을 쓰고 있는 녀석이다. 범생이도 그런 범생이가 없다. 하지만 그가 이끌고 있는 1학년 3반의 친구들은 조인우를 중학교 때부터 가까이서, 그리고 멀리서 봐왔기 때문에 그가 보는 것만큼 딱딱한 녀석이 아니란 걸 안다. 의외로 굉장히 솔직한 녀석이라는 것도 안다. 공부만 하는 이기적인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반장일도 성실히 하고 반 아이들의 편의를 많이 봐준다. 제법 능력도 있어서 전교 행사가 있으면 되도록 반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도록 애쓴다. 정감 있는 녀석이다. 무뚝뚝한 주제에 가끔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왠지 좀 귀엽다. 그가 쓰고 있는 저 딱딱한 표정 아래에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다. 이것이 3년간 조인우라는 사람을 겪어본 녀석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괴롭히면 상당히 즐겁다. 그리고 괴롭히는 대신 녀석이 뭔가 하자고 하면 잔말 말고 동참해주자고 모두들 한마음이라도 된 듯 생각하고 있다.
한편 인우는 어젯밤 잠을 설쳤기 때문에 무척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상태다. 얼굴이야 무표정이지만 속안은 눈앞에 있는 40명의 웬수들 때문에 다 헤질 지경이다. 이놈들. 감히 내 꿈에 멋대로 난입해서 날 물 먹였겠다. 애석하게도 인우에게는 반 아이들의 비뚤어진 애정이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난 제발 이 뚱땡이랑 멀리 아주 머얼리 떨어진 자리로!!”
진유가 손을 포개서 기도를 한 뒤 쪽지가 잔뜩 들은 상자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물론 옆에서 그 얘기를 들은 중건이 진유의 목을 팔로 감아 조르며 ‘그렇다면 죽어도 네 옆자리를 뽑아주마!!’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인우는 속으로 ‘진유 놈 지도 중건이랑 앉고 싶으면서 내숭은..’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인우는 진유와 중건이의 우정 어린 관계를 멋대로 규정짓고 있었다.
“나....난 인우...옆...자리..”
현기가 더듬거리며 쪽지를 뽑으려 하자 지지 않고 철민이 맞받아친다.
“이현기. 인우 옆자리는 내꺼야.”
“하..하지만.. 나도..”
“내꺼야.”
“하지만..”
두 사람이 조용히 싸우는 동안 인우는 상자를 들고 교실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그리고...
“야아. 반장 기다렸다고.”
“쳇. 다른 놈들 다 뽑고 우린 마지막이냐?”
교실 맨 뒤가 이미 그들의 기지가 되었는데 이제서 자리를 바꾼다니 불만인 듯한 차규형 패거리들에게 다가간다. 황계명이 뽑고 안병욱이 뽑고 정전, 정신 두 쌍둥이 녀석이 뽑았다.
그리고...
“역시 내가 제일 마지막 인가.”
상자를 들고 내려다보고 있는 인우를 보며 웃는 규형.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보며 규형은 조금 씁쓸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번 반장은 좀 이상한 녀석이다. 아니. 이번 반 자체가 좀 이상하다. 보통 새 학기 반 편성을 하고 나면 겁 대가리 상실한 몇몇 놈들이 시비를 걸어오곤 한다. ‘우리 반에서 누가 짱인지 겨뤄보자!’ 라는 어이없고 유치한 이유를 대며 싸움을 건 놈들을 자근자근 밟아 주고 나면 그제서야 나이 한 살 더 먹은 것이 실감나는 차규형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게 없다. 뭔가 섭섭하다. 그 단순한 놈들이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철이 든 건가.
게다가 이 반 녀석들 어쩐지 다들 꿍꿍이가 있는 얼굴이다. 규형을 대할 때도 완전히 겁을 먹은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있든 없든 상관없다는 식이고. 들어보니 꽤나 머리에 든 것 많은 놈들인 것 같고. 게다가 비정상적으로 이 반장을 좋아한다.
이 녀석에게 뭔가 그런 매력이 있는 건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규형은 한참 인우를 바라본다. 이상하게 이 녀석과는 이렇게 자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일이 많다. 기분 나쁜 표정도 아니고, 무서움의 표현도 아니고. 이상하다. 이 반장은 정말 이상하다. 이제껏 이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 아니다.”
규형은 무뚝뚝하고 나지막한 사무적인 인우의 말에 고개를 들어 상자 안을 들여다본다. 새하얀 쪽지가 두 개 다소곳이 들어 있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쩐지 다른 녀석들이 이놈을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왠지 덩치도 커다란 놈이 하는 짓도 귀엽다.
“날 위해서 기다려 준 거야?”
“....”
규형은 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쪽지를 골랐다. 고작 자리 뽑기 인데.
“13번이다.”
규형이 자신의 쪽지에 적힌 번호를 불러주자 인우는 들고 있던 수첩에 적더니 상자에 남은 자신의 몫인 쪽지를 꺼내 열어본다.
“.....”
규형의 눈에는 왠지 인우가 잠시 굳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곧 정신을 퍼뜩 차리고는 자신의 자리를 수첩에 적는 듯 했다. 그리곤 반장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 제비뽑기로 결정된 자리 배정표를 칠판에 그리기 시작했다. 또박또박 깨끗한 글씨체로 반장이 칠판 한가득 자리배정을 마쳤을 때 규형은 왜 아까 반장이 제비를 뽑고는 그렇게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병욱은 자신의 PDA에 메모해 놓은 에피소드들을 보며 부지런히 노트를 글로 채워갔다. 평소 같으면 절대 학교에서 원고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데드라인이 바로 2시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악마같이 실실대는 편집장을 떠올리며 병욱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지런히 펜을 놀렸다. 타이핑을 하면 좀 더 빠를텐데 이상하게 병욱은 손으로 종이에 쓰지 않으면 글이 나오질 않는다. 주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볼지도 지금은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애초에 선생들은 자신에게 주의를 줄만큼 강심장도 아니었다. 손에 열이 펄펄 날정도로 글을 휘갈기고 있는데 새로 짝이 된 녀석이 슬쩍 말을 건다.
“공부 하냐?”
병욱은 웃음이 나왔다. 마침 주인공 ‘차씨’가 대학교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여주인공을 범하고 있는 장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옆자리에 앉아 궁금증으로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녀석에게 노트를 슬쩍 밀어 몇 줄 보여준다. 어디한번 기겁해봐라 하는 심술 맞은 마음도 들었다.
“헉!!!”
“뭔가. 박중건.”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병욱의 짝인 중건이 외설적인 몇 문장을 읽고 그만 비명을 질러버리고 만 것이다. 한창 열강 중이었던 영어선생님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의를 주자 중건은 황급히 잘못을 빌었다. 다시 수업이 속행되자 중건은 붉게 물든 얼굴을 난처한 듯 손으로 감싸고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병욱에게 묻는다.
“끝내준다. 뭐냐. 글 쓰는거야?”
병욱은 잠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중건을 바라다본다. 이놈 봐라.
“아. 나 부업으로 포르노 잡지에 야설 투고 하거든.”
“우와...!!”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중건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병욱은 주의를 준다.
“쉿!”
“읍읍!!”
녀석이 진정된 것 같아 입을 막았던 손을 떼자 박중건이라는 이 녀석의 감격한 표정이 단숨에 드러난다.
“XX....너 죽인다.. 그럼 지금까지 쓴 것도 있냐?”
병욱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PDA를 건넨다. 이제까지 팔아먹은 원고의 사본이 다 여기 들어있었다.
“그거 줄테니까 읽고 있어. 나 마감 2시간 남았다. 말 걸지 말고.”
“응응.”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로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이는 녀석이 왠지 밥 줬다고 좋아하는 강아지 같아서 병욱은 슬쩍 놀려본다.
“큭..그거보고 꼴리면 책임 못져. 알아서 자제해라.”
“아아. 염려 말고 얼른 써.”
에에. 의외로 받아치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는 병욱이었다. 자신의 적나라한 글을 읽고 중심부가 부풀어 올라 어쩔 줄 모르는 이 녀석을 놀리며 갖고 노는 것도 재밌겠...............헉....
병욱은 순간 쥐고 있던 펜을 뚝 떨어뜨리고 말았다. 방금 전 자신의 머릿속에 망연히 떠오른 영상에 충격을 먹은 것이다. 이 유도만 안다는 천둥벌거숭이를 벽에 밀어 붙이고 엉엉우는 녀석에게 입도 맞춰주고 젖꼭지도 깨물어주고 귀엽게 솟아오른 페니스를 쪽쪽 빨아줘야지..라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그로테스크한 상황을 상상한 것이었다.
미친건가! 그래!! 너무 야설을 써대서 나 미친건가!!!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기집애들의 가슴을 봐도 그저 무덤덤하고 다리를 벌리며 덤벼드는 그녀들에게도 욕정이 일지 않던 터였다. 한창때에 너무 미친 듯이 야설을 써서 그 부작용인건가..했는데. 어느샌가 자신은 호모가 된건가! 그런건가! 우아아아악!! 그것도 황계명이놈처럼 이쁘장한 애도 아니고 이런 떡대 같은 유도부 녀석을?!! 나 미쳐!!!
라며 마감 2시간 남은 야설작가 ‘새끈색남’님은 새하얗게 재가 되어 널부러지고 말았다...
“The museum is near our school. 이 문장을 the museum is not far ________ our school. 으로 바꿀 때는 어떤 전치사를..”
영어시간. 교실의 맨 뒤. 인우는 칠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인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규형이었다. 두 사람은 짝이 되었고 규형은 그때부터 이상하게도 수업시간 내내 인우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벌써 반 아이들은 모두 석화되었다. 돌하루방 40여개를 앉혀 두고 수업하는 영어 선생은 조인우 혼자만이라도 눈을 불태우며 수업에 참여하는 것에 흡족해했다. 물론 그런 인우를 턱 받치고 바라보고 있는 짝 차규형이 무섭기는 했지만 말이었다.
“.....수업... 안 듣냐...?”
그때 인우가 규형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 얼굴 보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에 규형은 피식 웃었다. 수업을 들어본지가 벌써 몇 년 전이던가. 선생들이 교탁 앞에서 중얼대는 모든 것들을 포기한 지 이제 몇 년째가 되어가는 걸까.
“아.. 책이 없구나?”
인우는 자신이 보던 교과서를 쓱 밀어 반쪽을 규형의 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이에 당황한 것은 규형이었다. 이제껏 자신과 교과서를 같이 보겠다고 한 녀석은 처음이었다.
“열심히 들어. 앞에서 서서 한 시간 내내 말하는 선생님 앞에서 딴 짓하는 건 예의 없는 짓이다.”
가면 갈수록 새로운 말들을 내뱉는 반장이었다. 도대체가 요새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규형은 너무 놀라서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 녀석은... 이 녀석은.... 천연기념물인가?
한편 차규형에게 말하는 인우의 말을 귀까지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1학년 3반 학생 일동은 소리 없이 절규했다. 차규형에게 저런 말을 하고 ‘우리’ 인우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과 그 악명 높은 차규형이 과연 범생이 조인우가 건낸 교과서 반쪽을 함께 볼 것인가 하는 흥미진진함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