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두가 그대를 증오할지라도-55화 (55/147)

#55

“전하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축제에 가겠다는 것부터 만들어 낸 핑계라 세이아드는 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레사스는 세이아드의 바람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웃는 기색을 완연히 지운 레사스가 나직하게 말했다.

“대공의 목적을 알아야 그에 맞는 장소로 안내를 해 드리지 않겠습니까.”

방금 전까진 곧장 바깥으로 향할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또 뿌리박은 나무처럼 멈춰선 모습이 답을 듣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을 기세였다.

맑은 하늘에 뜬금없이 드리운 먹구름처럼 삽시간의 변화다. 사람의 기분은 일종의 기운과 비슷해, 기저에 깔린 이유는 몰라도 그 변화 자체는 알아차리기 쉬웠다. 분명 제 발언 중 무언가가 레사스의 심기를 상하게 했다.

어릴 적에는 다루기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세이아드는 도통 짐작하기 힘든 레사스의 면모가 곤혹스럽게 여겨졌다. 아이가 자라 청년이 되면 품고 있던 것들을 죄다 놔주는 것인지, 마주치면 마주칠 때마다 레사스는 그가 추측하기 힘든 행동만을 했다. 어제 있던 예기치 못한 일이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마음을 착각해 뱉은 발언이니 고백이라고 이름 붙여 주고 싶지도 않았다.

…하.

세이아드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곤 꾸며 낼 말을 골랐다. 남에게 주기 위해 무언갈 마련해 본 것이 까마득한 과거였다. 그런 걸 줄 대상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니, 그가 신세를 질 쿠르투가 떠올랐다. 데세르투스와는 서로간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관계지만 어쨌든 쿠르투 개인에게는 빚을 지는 것이니, 상대가 좋아하든 말든 감사의 시늉이라도 하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여성에게 줄 선물입니다.”

레사스의 입술이 그 답을 듣는 차 굳게 다물렸다. 분홍기가 돌던 입술에서 색이 옅어져 한층 창백한 기색이었다.

“…여인에게 줄 보물은 궁에서 찾는 것이 더 낫지 않나요.”

깊게 잠긴 목소리가 한참 뒤에 흘러나왔다. 말을 섞을수록 레사스의 기색이 눈에 띄게 나빠지는 것이 보여 세이아드는 잠시 그의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이 레사스를 저렇게나 흔드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것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가벼운 걸 찾아보려 합니다.”

쿠르투에게 보물을 선물하는 건 지나치게 사적으로 느껴졌다. 차라리 금화로 보상을 내리면 몰라도.

굳이 불필요한 걸 주는 것보단 아무래도 그편이 낫겠군.

세이아드는 스스로의 말을 철회하기로 했다. 애당초 레사스를 궁 밖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렇게까지 말을 꾸며 내는 대신 재스퍼에 대해 언급하며 나가는 쪽이 수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는 저 혼자 가도 괜찮으니, 방금 전까지 있던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아뇨, 같이 가지요. 지금 가길 원하시는 것 같으니 채비를 하겠습니다.”

선물에 대한 건 잊어도 된다고 말하려는데 레사스가 말을 끊었다. 하얗게 질린 안색의 그는 어딘지 괴로워 보이는 눈으로 세이아드를 보다가, 긴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옅은 한숨을 내쉰 왕자가 몸을 틀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궁 밖에 나갈 만한 복장을 갖춰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거절할 것처럼 굴어 놓고는, 레사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종적으로 굴었다. 뒤돌아 궁 쪽으로 향하는 레사스의 뒷모습은 기억보다 크고 단단했으나 동시에 기억하던 것보다 쓸쓸해 보였다. 그의 옆에는 이제 많은 이들이 있음에도 말이다.

***

날씨가 레사스의 변덕을 따라가는 것인지, 내내 화창하던 아침 하늘은 그들이 궁 밖에 나온 점심때가 되자 흐릿해졌다. 그러나 축제 광장을 따라 쭉 내려가면 나오는 수도의 중심부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았다.

수도 중심부를 꽉 채우고 들어선 귀족들의 저택과 잡다한 상점이 위치한 길가는 축제를 맞이해 가판이 곳곳에 서 있었다. 엘크를 비롯해 수도에서 보기 힘든 산짐승 고기를 구워 파는 곳부터 시작하여 온갖 것이 축제를 맞이해 나왔다. 꽃 장수, 모자 장수, 망토 장수는 물론 자신 있는 요리를 내다 파는 이도 한가득이었다.

세이아드와 레사스는 길 한가운데에서 공연하는 광대를 구경하는 사람들 속으로 섞였다. 프로시어스 저택으로 향하기 위해선 중심가로부터 조금 멀어져야 했지만, 일단은 축제를 구경하겠다는 명분을 댔으니 시늉이나마 해야 했다.

레사스는 궁에서 나온 후부터 말이 없었다. 왁자지껄한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가라앉은 침묵이 둘 사이에 내려앉아 있었다. 모습을 숨기기 위해 적당히 눈에 띄지 않는 망토로 얼굴을 가린 탓에 레사스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알기 어려웠지만, 내내 기분이 저조하다는 것만큼은 명확했다.

이 상태로는 들어줄 부탁도 안 들어주겠군.

세이아드는 레사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낫게 할 방안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어떤 점이 그를 거슬리게 했는지를 모르니 해결 방법이 모호했다. 기억을 거슬러 세이아드는 레사스가 뭘 좋아했던가를 곱씹었다.

그러다 곧, 그의 기억이 너무 어릴 적에 멈췄다는 걸 상기했다. 단순히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숨바꼭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까르르 뒤집어지던 아이는 이제 다 자란 청년이 되어 있었고, 아무리 장성한 레사스에 대해 모른다 하여도 아이가 하는 놀이를 즐기진 않을 거란 건 알았다.

“전하께서는 하고 싶으신 게 있으십니까.”

결국 세이아드는 약간의 타협을 했다.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웃고 있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보다가 묻자, 레사스가 드디어 세이아드를 보았다. 내내 그를 보고 있지 않던 얼굴과 마주치고 세이아드는 조금 놀랐다. 그의 보라색 눈이 지나치게 서글퍼 보였다.

“지금은 대공의 선물을 찾기 위해 나온 자리니 나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씁쓸해 보이는 눈동자와 달리 레사스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그러나 오히려 너무 차분한 모습이 세이아드를 거슬리게 했다.

“…이 자리가 불쾌해 보이십니다.”

그러자 우울한 눈동자와 대비되게끔 분홍색 입술 끝이 작게 올라갔다. 이상한 웃음이었다.

“그런가요?”

“네.”

“미안해요. 대공이 신경 쓰게끔 하려던 건 아닌데….”

레사스가 시선을 돌렸다. 앞을 본 그가 골목 끝에 있는 가판대로 시선을 멈추고는 작게 말했다.

“내 마음을 가져간 분께서 다른 여자를 위해 선물을 사는 걸 보는 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군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기습을 당한 것처럼 고백받은 어제 일이 겹쳤다. 아침에 마주친 차엔 딱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그냥 넘어가려나 싶었던 건 착각이었다.

“그러나 대공께서 기쁜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하니, 보잘것없는 충고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게 제 기쁨일 겁니다.”

잘도 사람을 당황하게 해 놓고 레사스는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저쪽에 공예품을 파는 곳이 있군요.”

그리 말한 뒤 레사스가 가판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그리 명백히 마음을 내비쳐 놓고도 다시금 아무렇지 않은 듯 구는 모습에, 세이아드도 일부러 입을 다물고 그의 뒤를 따랐다.

상대하지 않는 게 맞다.

착각임이 확실한 감정에 일일이 대꾸하고 반응하는 쪽이 레사스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저 무시하고 흘러가게끔 내버려 둔다면 결국 레사스도 진실을 알게 될 터.

불편한 기류를 무시하고 세이아드는 레사스와 함께 가판대 앞에 도착했다. 나무 탁자 위에는 섬세하게 조각된 보석 상자부터 시작해 머리 장식, 목걸이, 브로치 따위가 있었다. 비싼 보석을 쓰지 않았지만 조각한 솜씨가 뛰어나고 질 좋은 재료를 쓴 게 보였다. 수도의 축제인지라 북부의 축제보다 판매하는 것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여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받으면 누구라도 기뻐할 겁니다. 기실, 대공이 주는 것이니 무엇이든 기뻐하겠죠.”

물건들을 본 레사스가 작게 속삭였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불편하게 가슴을 휘저었기에, 세이아드는 레사스를 보지 않고 의무적인 인사만 뱉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일부러 선물을 고르는 척 그는 시선을 가판 위로 고정했다. 레사스의 말처럼 공예품 상인이 파는 것은 분명 아름다웠다. 썩 마음에 끌리는 건 없었으나, 간단한 장신구 정도는 괜찮아 보였다. 검은 머리칼을 한 쿠르투의 모습을 대충 떠올리던 세이아드는 문득 눈길이 가는 걸 하나 찾았다. 그건 은은한 보라색으로 염색된 가죽 브로치였다.

안쪽으로 잎이 말려 들어갈수록 색이 진해지는 브로치는 얼핏 보면 진짜 꽃처럼 보였다. 얼음새꽃을 닮은 모양인데다, 꽃술이 있을 중심부는 진한 자수정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꽤 값이 나갈 것 같았으나 아름다웠다.

“이건 얼마인가.”

세이아드의 짤막한 물음에 그들을 내내 구경하던 상인이 웃으며 말했다.

“금화 한 닢입니다.”

금화 한 닢이면 북부의 평민이 몇 달간 생활하고도 남을 돈이었다. 비싼 것은 맞지만 티테르에게는 그다지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세이아드는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고 오직 그에게 주어진 예산을 니르아를 막기 위한 병력 편성과 영지의 일에만 썼다. 넘치는 것이 돈이었다.

“내가 가져가지.”

품에서 금화를 꺼내자 상인은 곱게 염색된 은색 천으로 그걸 집었다. 값을 되물을 생각도 없이 거래에 응한 것이 기뻤는지 상인이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레사스는 세이아드가 물건을 고르는 내내 침묵하다가, 세이아드의 거래가 끝나자 입을 열었다.

“그대를 닮은 아름다운 선물을 골랐네요. 내가 또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대공?”

브로치를 집은 손등에 닿는 시선을 피하듯 세이아드는 일부러 품 안에 그것을 갈무리했다. 핑계로 삼은 일을 어쩌다가 실제로 저지르긴 했지만 슬슬 저택으로 돌아갈 때였다. 말없이 가판을 빠져나가는 그를 따라 레사스가 묵묵히 뒤따랐다. 이대로 말을 꺼내기만 하면 되는데, 지나칠 정도로 차분한 레사스가 신경 쓰였다.

어릴 적의 모습은 완전히 탈피해 다 자란 나비처럼 느껴지다가도, 이런 순간의 레사스는 영락없이 제 기억과 같았다. 슬퍼하며 우울한 낯빛을 하여도 그걸 그저 삼켜 버리곤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하필 가엾은 꼴을 하던 어린 것을 떠올리게 했다.

레사스의 마음이 안타깝다거나 그의 마음을 받아 주고 싶은 건 아니다. 그와 어느 정도 괜찮은 사이를 유지하기로 했으니, 그저 대가를 치르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뿐이다.

“선물을 줄 사람이 딱히 있는 게 아닙니다.”

세이아드는 뒤를 돌았다. 묵묵히 따라오던 레사스가 우뚝 멈춰 섰다. 아무 표정 없던 흰 얼굴 위로 의문이 떠올랐다. 긴 속눈썹이 놀란 듯이 말려 올라가는 걸 보며 세이아드가 제 한심한 계획을 말했다.

“재스퍼의 일로 상의드릴 것이 있어 전하를 바깥으로 꾀었습니다. 전하께서 진실로 제 어머니의 일을 유감으로 여기며 저를 돕고자 여기신다면 지금부터 절 따라와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세이아드에게는 굉장히 불편했다. 그는 홀로 움직이는 것이 편했고, 누군가에게 절대 기대고 싶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레사스다. 시온 실드라스의 오랜 아군이었던 존재에게 실드라스 가문과 얽힌 일을 밝히는 상황에 연류되게 하는 건, 어떤 식으로든 말이 샐 가능성을 내포했다.

세이아드에게 있어 신뢰는 가장 불확실한 종류의 것이었다. 애당초 그런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러웠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재스퍼의 일을 알고도 가만히 있던 레사스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딱 한 번만 레사스를 믿어 보기로 했다. 욕정을 연모하는 마음으로 착각한 동안만큼은,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제 확실한 아군이 될지도 모른다.

“…주인이 있는 선물이 아니었나요?”

불편한 시도에 세이아드가 입을 꾹 다물고 스스로를 추스르는 사이, 레사스가 그리 물었다. 재스퍼에 대한 언급을 듣고도 그에 관해 물어보질 않고 선물 따위를 추궁하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에 선물에 대해 물어보시는 겁니까?”

“재스퍼의 일은 그대에게 맡기려고 했어요. 내 충실한 기사인 건 맞지만, 대공보다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말했잖아요. 그대는 나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나의 기사 또한 나이니, 나는 대공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내어주겠습니다.”

차분한 저음이 기이한 맹목을 설명해 나갔다. 세이아드는 일순 할 말을 또 잃고 눈을 깜빡였다.

“나의 티테르께서는 그저 원하는 걸 말하면 됩니다.”

그리 말하며 휘어지는 보라색 눈동자가 일순 따끔한 바늘처럼 그의 가슴을 찔렀다. 저 허황된 말에 실린 무게가 그저 꾸며 낸 것이라고 여기면서도, 소리 내어 비웃을 수가 없었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아스테르가 저를 이용했듯이, 레사스 또한 어떤 걸 원하겠지.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는 말을 어떻게든 그의 방식으로 정리하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다만 부채감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레사스에게 또 빚을 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속을 짓누르는 불편한 무게를 어떻게든 덜어내고자 막 갈무리했던 브로치를 품에서 꺼냈다. 그러고는 아무런 의미도 싣지 않은 손길로 레사스에게 내밀었다.

“전하의 마음에 든 것 같으니 이것은 가지셔도 됩니다. 물론 이걸로 거래의 대가를 대신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오늘 용건이 끝난 뒤 원하시는 합당한 대가를 제대로 치러 드리겠습니다.”

부드럽게 휜 눈이 일순 크게 뜨이더니, 당황한 듯 세이아드의 손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브로치를 내려다보는 모습에 세이아드가 덧붙였다.

“원치 않으시면 다른 이에게 주시거나 버리셔도 됩니다.”

자꾸만 저걸 쳐다보고 아름답다고 칭하기에 제안한 것인데, 아무래도 여자나 할 법한 것인가 싶어 더한 말이었다. 그러자 레사스가 다급히 손을 뻗었다. 순간 손등에 레사스의 손가락이 닿았다. 진짜 꽃을 받아 들 듯 아주 조심스럽고 세심한 손길로, 그가 세이아드의 손을 붙들었다.

“아뇨, 주세요.”

차분하면서도 간절한 음색으로 레사스가 청했다. 그의 다른 손도 뻗어 와 세이아드의 손을 감쌌다. 다급히 내린 시선이 다시금 세이아드와 마주쳤다. 레사스의 눈동자에 갈증이 한가득 어리는 게 보였다.

“부디 내게 그대의 조각을 간직할 기회를 주세요.”

이까짓 게 뭐라고, 왕자는 그의 신하에게 간청했다. 세이아드는 짙은 눈썹을 찡그리곤 레사스로부터 손을 비틀어 빼냈다. 브로치를 그에게 넘기며 그는 냉정한 손길로 레사스로부터 빠져나왔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의미 없이 건넨 선물을 받아 든 레사스는 두 손으로 그걸 조심스레 받아 들더니, 몇 초간 하염없이 브로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든 그가 아주 하얀 웃음을 얼굴 위로 띠었다. 내내 창백하게 굳어 있던 입매가 부드럽게 허물어지고 보라색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흰 뺨 위로 복사빛 홍조가 어렸다. 그와 동시에 아름다운 얼굴을 물들이던 흐릿한 구름이 가시고 그 위로 햇살이 영롱하게 내리쬐었다.

“기뻐요, 이드.”

거짓말처럼 갠 하늘로부터 햇빛이 아찔하게 부서져 내렸다. 그림자를 지워 내고 그 위로 드리우는 노란 볕이 세이아드에게는 지나치게 눈부셔, 그는 눈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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