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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2 (28/36)

EPISODE 12

우진의 얼굴이 울상이었다. 자면서도 힘든지 끙끙거리고 있는 지헌 때문이었다. 술이 깨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우진은 제 뺨을 내려칠 수밖에 없었다. 미친놈, 나가 죽어라, 그냥.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지헌이 눈앞에 맴돌았다.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지헌의 눈이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온몸은 울긋불긋했고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던 탓인지 땀으로 푹 젖어 있는 지헌을 보며 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쳤구나, 진짜.

잇새로 저절로 튀어나오는 욕설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우진이 지헌을 안아 올렸다. 곧장 욕실 안으로 들어간 우진은 욕조로 지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씻기지도 않고 그대로 지헌을 재운 제 욕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우진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지만, 지헌의 축 늘어진 몸에 닿는 손길은 그와 상반되게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따뜻한 물이 닿는데도 지헌은 그저 몸을 움찔거릴 뿐 눈을 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미안해.”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진이 제 눈썹을 늘어트렸다. 그래서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지헌의 집 앞이었다. 지헌이 자신을 못 봤다면 분명히 집으로 어떻게든 돌아갔을 텐데.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생각이었다.

딱딱한 욕조에 닿은 몸이 불편한지 지헌이 뒤척였다. 몸을 씻기던 우진이 지체 없이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뜨끈뜨끈한 몸을 제 품에 안은 채 우진은 지헌을 정성스레 씻기고 있었다.

땀으로 푹 젖어 있던 몸을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 낸 우진이 혹시나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옷까지 입혔다. 그럴 때까지 깨지 않는 걸 보니 꽤나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저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지헌아.”

대답이 없는 지헌의 이름을 우진이 멍한 눈으로 불렀다. 꾹 감은 두 눈이 여전히 퉁퉁 부어 있어 마음이 불편했다.

“……싫어하지는 않을 거지.”

그 얼굴을 보며 우진은 제 입술을 깨물었다. 혹시라도 싫어하진 않을 거지. 그러면 어떡하지. 우진은 저도 모르게 차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조심스럽게 지헌의 머리 아래로 제 팔을 끼워 넣은 우진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가슴을 우진은 천천히 두드렸다. 조금은 편해진 모양인지 지헌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 작은 표정 변화에도 우진은 안도하고 있었다. 지은 죄가 있으니 어쩔 줄 모르는 모양새였다.

문득 지헌이 몸을 움직였다. 옆으로 돌아누우면서도 허리가 불편한지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지만 덕분에 우진의 품 안으로 지헌이 들어왔다.

“우진아…….”

잠결에 한 말인지 잔뜩 짓뭉개진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우진은 그게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불안함에 뛰던 심장이 조금은 다정하게 느껴지는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우진이 멍청하게 웃었다.

“다시는 안 그럴게.”

정말로. 우진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가만히 지헌의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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