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6. 장우진 외전 (27/36)

외전 6. 장우진 외전

자정을 조금 넘긴 새벽이었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선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 전화벨 소리가 한번 울리자마자 눈을 반짝 뜰 수 있었겠지. 이 시간에 울릴 리가 없는 핸드폰을 눈도 뜨지 못하고 더듬더듬 찾아냈다. 어두운 방 안에 액정이 눈부시게 빛을 밝히고 있었다.

“……어, 우진아.”

-미안. 자고 있었지.

발신자는 장우진이었다. 평소보다 조금은 느린 말투였다. 완전히 잠들었으면 못 받았을 텐데 비가 내려서 다행이었다.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베개를 높여 살짝 몸을 일으켰다.

“빗소리 때문에 잘 못 자고 있었어.”

-엄청 푹 잔 목소린데, 내가 깨운 건 아니고?

“음. 아냐.”

전화 너머로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 사이에서 쏴아아, 하는 빗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굵어진 빗줄기가 창밖을 요란스럽게 두드렸다.

“밖이야?”

-……응.

“이 시간까지 뭐 하고 있어?”

-그냥.

“술 마셨어?”

-어, 조금?

조금은 느린 반응이었다. 조금이 아니고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나는 결국 침대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집에 들어가고 있어?”

-……어어.

역시나 석연치 않은 대답이었다. 나는 걸음을 옮겨 창문 밖을 살폈다. 그냥 느낌에 저 창밖에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창밖, 검은색 우산을 쓴 우진이 내리는 비를 보며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비밀번호도 알면서 들어오지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잠옷 바람으로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 많이 오니까 조심히 들어가.”

-응.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릴까 싶어 수동으로 돌려 현관문을 열었다. 다행히 소리 없이 열린 현관문은 닫히지 않도록 잘 열어 두고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장우진은 재촉하거나 전화를 끊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는 공동 현관문 앞에 서니 맞은편에 장우진의 얼굴이 보였다. 혹시나 빗소리가 들릴까, 나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우진이 갑자기 끊어진 전화를 의아한 듯 보는가 싶더니 곧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그길로 현관문을 열고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

“왔으면 들어오지, 왜 그러고 있어.”

품 안으로 들어오는 나를 얼떨결에 안은 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당황한 얼굴을 한 우진에게서 술 냄새가 확 풍겨 왔다. 어, 술 진짜 많이 마셨나 보네.

“술 많이 마셨어?”

“어, 아. 비 맞았네.”

어쩐지 멍청해진 얼굴로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비가 얼마나 오는지 그 짧은 거리를 뛰었는데도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나 봤어?”

“응. 혹시나 해서 봤더니 네가 있더라고.”

“아.”

오늘따라 장우진은 시종일관 반응이 느렸다. 우진이 바보처럼 눈을 들어 내 집 창문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까딱였다. 이런 모습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웃었다.

“근데 나 추워. 들어가자. 응?”

“어. 아…….”

어쩐지 빠르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금방 의아하게 기색을 살폈다. 우진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근데 왜 고민을 하는 거지,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별스러운 생각을 했지만 금방 내 어깨를 감싸 오는 손에 금방 접어 버렸다. 그 짧은 거리를 가면서도 내게로 기울여진 우산이 신경 쓰여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붙어야 했다.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오니 녀석의 붉어진 얼굴이 가장 먼저 보였다. 몸에서 풍겨 오는 술 냄새가 어찌나 강한지 술을 몽땅 들이붓고 온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술 많이 먹었어?”

비 탓인지 쌀쌀한 밖에서 집으로 들어오니 금방 볼이 뜨끈뜨끈해졌다. 내 물음에 장우진이 고개를 저으려다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마시긴 한 모양이네.

“얼마나 마셨는데?”

“음. 글쎄. 기억이 잘 안나.”

진심으로 고민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던 우진이 이내 포기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으면 묻는 대로 대답해 주고 있는 게 귀여워 푸흐흐 웃으니 뭐가 웃긴지 저도 똑같이 웃어 버린다.

“그냥 들어오지 왜 그러고 있었어?”

“……내가 분명히 택시에 타서 우리 집을 말했는데.”

“응?”

“근데 내리니까 여긴 거 있지.”

내가 물은 말과는 살짝 핀트가 어긋난 말이었다. 와, 진짜 얼마나 마셨기에 이러지. 우진이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나는 웃으며 팔을 잡아끌었다.

“일단 너 자야겠다. 졸리지.”

“……좀.”

“씻어야 할 것 같은데. 대충이라도. 아님 그냥 자고 일어나서 씻을래?”

그 물음에 우진이 금방 머리를 도리질 쳤다. 씻고 자겠다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 앞으로 끌어당겼다. 역시나 아무런 저항 없이 우진이 끌려왔다. 취해서라기보다는 딴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은지.

“일단 이거 벗어. 젖어서 감기 걸리겠다.”

“…….”

“응? 내가 편한 옷 줄게. 너한테 맞는 옷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장우진은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나저나 자주 자고 가는데 옷이라도 좀 갖다 놔야 하나.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씻고 나와. 나오면 옷 줄게.”

“응.”

평상시와 비교도 안 되게 고분고분한 장우진에 피식 웃으며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우진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나 싶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을 쉬지, 싶은 생각을 하며 녀석을 살피니 그새 옷을 대충 벗어 두고는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별일이네.”

생각해 보면 장우진이 취한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긴 했다. 늘 같이 마시면 나만 취했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나. 왜 저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 왔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입을 만한 옷을 꺼냈다. 물론 내 옷이 장우진에게 맞을 리는 없겠지만, 그나마 품이 넉넉한 옷이라면 입을 수 있을 것도 같았기에 최대한 큰 걸로 꺼냈다. 안 맞으면 내가 좀 굴욕적일 것 같긴 하지만…….

맞을 만한 옷을 꺼내 놓고 침대에 앉아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계속해서 나던 물소리가 끊어지고 화장실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준비한 옷을 들고 화장실 앞에 섰다. 그 순간 화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 화장실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장우진이 나왔다. 옷이 없으니까 당연히 저렇게 나올 수밖에 없을 텐데 막상 마주친 나는 얼굴에 훅 열이 올랐다. 다급하게 옷을 건넸다.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였다.

“작아.”

고개를 돌리고 옷을 건넨 나를 보며 푸흐흐, 웃은 우진이 바로 옷을 주워 입으며 가장 처음 건넨 말은 그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녀석을 바로 봤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너무나 딱 맞아서 웃음이 나왔다. 장우진도 어이없이 웃었다. 그래도 나름 제일 큰 건데. 바지는 그나마 품이 넉넉했지만 장우진에게는 짧았다. 어쩐지 우스꽝스러운 상태가 됐다.

“이상하지.”

제가 보기에도 이상한 듯 장우진이 제 아래를 내려 보며 웃었다. 나는 굳이 웃음을 참지 않고 킥킥거렸다.

“네가 큰 거야.”

내가 작은 게 아니라. 말을 덧붙였지만 녀석은 금세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그 눈빛은 외면하고 팔을 잡아끌어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영 거슬렸다.

“머리 말려 줄게.”

방 안 침대에 장우진을 앉히고 뚝뚝 물이 떨어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 냈다. 그리고 나는 재빨리 서랍에서 드라이어를 꺼내 왔다. 장우진은 마치 인형처럼 하라는 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엄청 큰 인형을 데리고 미용실 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위이잉거리는 드라이어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내 손가락 사이로 결 좋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순한 대형견 같기도 했다. 내 손길이 닿는 대로 가만히 있는 순한 대형견. 평상시 같으면 가져다 붙이기도 이상한 형용사였지만.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어.”

“과 행사.”

무심한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는 우진의 머리카락을 살살 흩트리며 머리를 말렸다. 그 부드러운 느낌이 기분이 좋아서 계속 만지작거리고 싶게 만들었지만 어느새 우진이 눈을 감고 있었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아, 예쁘다. 장우진 예쁘게 생겼다. 야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감고 있으니까 또 예뻤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에 결 좋은 머리카락이 스르르 내려갔다. 나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다. 으, 욕정만 늘어 가지 아주. 나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드라이어를 끄고 나니 감겼던 눈이 반짝 뜨였다. 한번 그런 쪽으로 튀었던 생각은 그 눈을 보자마자 야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지만, 나는 애써 티 내지 않고 웃으며 우진을 침대로 끌었다. 역시나 장우진은 끌리는 대로 끌려왔다.

“자자. 이제.”

“응.”

진짜 말 잘 듣네, 오늘. 나는 작게 웃으며 허리를 끌어안았다. 곧 우진의 팔이 내 어깨를 감쌌다. 가끔 이렇게 술 많이 마시고 오는 것도 새로워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평상시와 달라서일까, 이렇게 누워 있기만 해도 아랫배가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가서 자야 하는데.”

감은 눈으로 장우진이 낮은 목소리를 냈다. 내가 눈을 떠 쳐다봤지만 우진은 꼭 감은 채였다. 짧은 한숨이 스치고 지나갔다. 왜 집에 가서 자야 한다는 거지, 여기서 잔 적 많으면서. 술 마시면 집에 가서 자야 되는 타입인가. 뻘한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였다.

“참기 힘들어…….”

낮은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울렸다. 뭘 참기가 힘들다는 거지? 의문을 가진 순간 내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이 움직였다. 손의 위치를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천천히 내 등을 쓸며 허리를 지나 엉덩이까지 내려갔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녀석을 쳐다봤다. 하지만 장우진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손은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앞쪽을 더듬으며 다시 올라왔다. 배를 지나 갈비뼈를 타고 천천히 올라오는 손길이 가슴께에서 멈췄다. 나는 장우진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문득 우진이 눈을 떴다. 멈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그때였다.

“한지헌.”

“어?”

“역시 못 참겠어.”

장우진이 눈웃음을 쳤다. 진짜 강아지 같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정말 잠깐이었다. 빙글빙글 돌고 있던 손이 유두를 꼬집듯이 만지작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옷 위로도 느껴질 만큼 자극에 의해 유두가 솟아올랐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딱딱해졌어.”

녀석이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참는다는 게 이걸 말한 거였나?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장우진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사실 우진의 손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저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귀엽게.”

나를 안고 있던 우진이 나를 아래에 두고 위로 올라섰다. 양손으로 양쪽의 유두를 둘 다 내리누르며 옷 위로 장난스럽게 빙글빙글 움직였다가 꼬집고 있었다. 그 장난스러운 손놀림에도 나는 얼굴을 벌겋게 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의 장우진과의 섹스를 떠올려 보자면 아마도 이렇게 녀석이 장난스럽게 내게 말을 건네는 것은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은 아닌 성격은 섹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말을 하는 대신 한번 더 입을 맞추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내게 입을 맞추는 대신 웃고 있었다.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술을 마셔서인가. 귀엽긴 한데…….

“아, 읏.”

녀석의 손이 어느새 옷 속을 파고들었다. 내 갈비뼈를 간질이듯 타고 올라온 손이 다시 한번 가슴께를 지분거렸다. 돌기를 누르며 긁는 손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다. 장우진은 위에서 내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저릿한 자극에 얼굴이 분명 일그러졌을 텐데 그 얼굴을 감상하는 듯 집중한 모양새였다.

갑자기 녀석이 위치를 바꿨다. 자신이 침대 헤드에 기대어 눕고 나를 위로 올렸다. 순식간에 장우진의 몸에 올라탄 내가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하지만 녀석은 개의치 않고 제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버렸다. 순간 탄탄한 상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정쩡하게 우진의 하반신 위에 앉아 있었다.

“벗어 봐.”

“응?”

“나만 벗고 있잖아.”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꺼내는 말은 장난스러움과는 거리가 멀기에 나는 쭈뼛거렸다. 어색하게 내 잠옷을 내려다보던 나는 다시 한번 장우진을 바라봤다. 방금까지 인형이나 대형견처럼 내 손길대로 따라오던 장우진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에 조금은 능글맞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한 야해 빠진 장우진이 있을 뿐이었다.

결국 나는 숨을 내어 쉬고 옷을 벗었다. 당겨 왔던 아랫배가 하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장우진은 구경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바지도 벗어야지.”

나는 움찔거리며 눈을 움직였다. 녀석은 내가 벗을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다는 모양새였다. 나는 내 아래를 내려다봤다. 언제 섰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 잠깐 가슴 좀 만졌다고 이렇게 쉽게 서기 있냐고.

다시 한번 장우진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여유로운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왜 이렇게 여유로워.”

나는 툴툴거리며 결국 내 바지춤에 손을 가져갔다. 이미 흥분해 버린 내 스스로가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손을 놨으니 하라는 대로 벗어 버렸을 뿐이었다.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내리자 딱딱해진 성기가 툭 튀어나왔다. 부끄러움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장우진이 손가락을 들어 서 있는 성기를 건드렸다. 툭툭 건드리는 손길에 움찔움찔거리니 예의 그 웃음을 짓는다.

“언제부터 세우고 있었어.”

“……아, 그런 말 하지 마.”

“만지지도 않았는데 서 있고. 야해 빠졌네.”

하지 말라는데도 녀석은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부끄러움에 절로 입술이 깨물어졌다. 우진이 단숨에 몸을 일으켜 내 목덜미를 물었다. 이빨을 세운 탓에 목이 따끔거렸다.

“아, 아파.”

“달아.”

배시시 웃은 우진이 곧장 손을 움직였다. 성기를 쥔 손이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느릿느릿했지만 움직일 때마다 엄지손가락으로 자극을 준 탓에 저절로 허리가 들썩였다.

아까 전부터 손가락으로 몇 번이고 괴롭히던 유두에 혀가 닿아 왔다. 쪽쪽, 빨아 당기기도 하고 이빨로 긁기도 하고 핥아 내기도 하며 한참을 괴롭히고 있었다. 한쪽만 괴롭히고 있어 이상하게 다른 한쪽이 애가 달아 왔다. 그렇다고 이쪽도 만져 줘, 하고 말할 수는 없어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곧 우진이 툭 떨어졌다. 여전히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만 부었어.”

“우진아, 그런 말 안, 으, 하면 안 돼?”

“응? 진짜 한쪽만 부었어.”

아니, 그게 거짓말이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숨을 내어 쉬었다. 하지만 장우진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전히 성기를 쥐고 있는 손이 위아래로 상하 운동을 반복하고 있어 무어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나는 우진의 어깨를 쥐고 다리를 떨었다.

“이쪽도.”

녀석의 입술이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다른 쪽 가슴이었다. 자극을 원했던 만큼 입술이 닿자마자 파드득 떨렸다. 우진이 웃음 지으며 천천히 빨아 당겼다.

“아으, 아……. 흑.”

급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장우진은 오늘따라 모든 움직임이 느렸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이상하리만큼 더 야했다. 손을 움직이는 것도 입술을 움직이는 움직임도 모조리 다 느렸다. 그래서 애가 타면서도 자극이 배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 참을성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다.

“아, 우진아, 으, 좀만 하, 빨리.”

결국 나는 녀석을 재촉했다. 장우진이 여전히 내 유두를 잘근잘근 씹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른한 장우진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눈웃음쳤다. 장우진은 대답이 없었다. 다만 여전히 내 가슴께를 괴롭히고 있을 뿐이었다. 유두 주변으로 붉은 꽃이 폈다. 온몸이 울긋불긋해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움직이는 손은 여전히 느렸지만 엄지손가락은 부지런히 귀두 끝을 쓸어 내고 있었다. 결국 애가 달은 내가 장우진의 손 위로 내 손을 겹쳐 잡았다.

“급해?”

장우진이 웃었다. 나는 그 말에 녀석을 노려봤다. 애가 타 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더 여유롭게 구는 게 얄미웠다. 나는 그 큰 손 위로 내 손을 움직였다. 흥분에 찬 몸이 더 빠르고 더 큰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우진은 금세 내 성기를 잡고 있던 손을 풀어냈다.

“아, 왜애.”

장우진은 대답 없이 웃으며 제 바지를 끌어 내렸다. 여유로운 얼굴과는 다르게 흉흉하게 선 성기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바지춤을 끌어내 벗어 던진 우진이 금방 제 것과 내 것을 한 손으로 맞잡았다. 닿아 오는 뜨거운 것에 내가 어깨를 떨었다.

“윽.”

어정쩡하게 놓여 있던 내 손을 잡아 온 우진이 손을 겹쳐 잡고는 성기를 그러쥐었다. 두 개의 성기가 같이 비벼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의 느린 속도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그리고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큰 자극을 주면서.

“아, 아윽! 악, 아!”

“윽, 좋아?”

“으, 응, 앗!”

빠르게 움직이는 손에 나는 우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점점 더 젖어 오는 성기는 질퍽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 자극을 참지 못하고 녀석의 어깨를 물었다. 하지만 꽤나 세게 물었음에도 움직임은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한번 밀려온 자극이 끝도 없이 몰아쳐 순식간에 절정으로 넘어갔다. 나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결국 사정해 버렸다. 장우진과 내 손으로.

“좋았어?”

장우진이 쪽쪽거리며 내 뺨과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녀석도 나와 같이 사정을 해서인지 잔뜩 붉어진 얼굴이었다. 협탁 위의 휴지를 뽑아내 닦으면서 몇 번이고 내게 입을 맞추는 우진을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술이 확 깨네.”

그런 소리를 하는 얼굴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이 상황에 어떻게 여유로울 수가 있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도 잠시였다. 장우진은 내 어깨에 다시 한번 입술을 대며 빨아 당겨 왔다. 사정으로 죽어 버린 내 성기를 그러쥔 손도 그대로였다. 천천히 자극을 주며 다시 한번 위아래로 움직였다.

“힘들, 어.”

“그러게. 집에 갔어야 했는데.”

내 질문과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한번 사정을 한 몸이 축 늘어져 종이처럼 매달려 있었지만 녀석은 여전히 팔팔했다. 장우진이 갑자기 내 몸을 돌려 세웠다. 갑자기 장우진을 등지고 앉게 된 내가 기댈 곳이 없어 당황하자 내 몸을 끌어 당겼다. 등 뒤로 우진의 손이 허리를 감싸 왔다. 감싸 온 손은 당연하다는 듯 내 성기를 쥐었다.

“어, 윽, 뭐, 뭐야.”

손이 또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내 등 뒤에서 녀석은 내 뒷덜미에 입을 맞추고는 귓볼을 물었다. 이빨을 세워 잘근잘근 씹어 당황한 내가 몸을 움츠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움직이지 않던 다른 손이 다시금 내 상체를 타고 올라왔다. 방금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흥분감에 성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점점 딱딱해지는 성기에 녀석의 손이 또다시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나는 다시금 차오르는 자극에 허리를 들썩거렸다. 엉덩이 아래로 나처럼 딱딱해지고 있는 녀석의 성기가 닿았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머릿속이 비어 가고 있었다.

“너, 넣어, 줘. 응?”

“아직은 싫어.”

녀석은 이상한 데서 단호했다.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방금 전 봤던 그 여유로운 얼굴일 것 같았다. 왠지 불퉁해졌지만, 그렇다고 무어라 말하기에는 우진의 손이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라 할 것 없이 딱딱해진 것은 계속해서 자극을 받고 있었다.

엉덩이 아래로 우진이 허리를 움직였다.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 딱딱한 것이 닿자마자 윽, 하는 신음성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벌어진 잇새로 신음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으읏, 아……. 흣! 아아.”

등에 끊임없이 우진의 입술이 닿았다. 사정감이 빠르게 밀려오고 있었다. 거의 절정의 끄트머리쯤 다다랐을 때 갑자기 녀석의 손이 뚝 하고 멈췄다. 나는 급하게 손을 움직였다. 무슨 생각을 할 새도 없었다. 사정하고 싶어. 오로지 머릿속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아, 우진아. 아, 제발.”

“안 돼.”

하지만 우진의 손은 내 성기를 틀어막고 말았다. 사정할 수 있는 입구가 막힌 내가 다급하게 손을 가져다 대 봤지만 벌벌 떨리는 손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은 우진이 느릿느릿하게 성기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예뻐서 죽겠네.”

“놔, 놔 줘, 악! 으흣……!”

장우진은 느긋한 소리를 하며 내 배를 쓸었다. 사정 직전에 멈춘 내 몸은 그저 손가락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장우진이 배시시 웃으며 날개 뼈 부근을 혀로 핥았다. 그에 당연하게도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너 체력 저질이라서 두 번이나 가면 힘들 거잖아.”

“이, 미, 미친……! 아읏!”

저절로 욕이 나왔다. 녀석이 동작을 멈췄다. 여전히 쥐고 있는 손은 그대로였다. 협탁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콘돔이라도 꺼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여전히 손을 떨며 우진의 손을 치우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장우진은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내 손이 닿을 때마다 자극을 준 덕에 나는 손을 대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나, 그, 싸, 싸고 싶, 아……. 으.”

“싸고 싶어?”

“응응, 으흣. 우진아, 아아, 윽.”

“뭐,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쩔 수 없지.”

콘돔 비닐이 벗겨지는 소리가 들리나 싶었다. 그 순간 녀석이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또 한 번 들이치는 자극에 내가 허리를 들썩거렸다. 구멍을 막고 있던 엄지손가락이 치워졌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나는 울컥거리며 사정했다.

허억, 하며 숨이 급하게 몰아쉬어졌다. 억지로 참아 왔던 사정을 하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고 있었다. 그렇게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우진의 뻣뻣해진 성기가 내 뒤에 와 닿았다. 너무 큰 흥분감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나는 화들짝 놀라 다급하게 녀석의 손을 쥐었다.

“힘들, 힘들어. 응? 우진아. 읏!”

다급한 내 말이 장우진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언제 콘돔을 씌웠는지 성기가 내 뒤로 밀려 들어왔다. 천천히 들어오던 것은 단번에 깊숙한 곳을 찔렀다. 윽, 소리를 내며 발가락이 오므려졌다. 하지만 한번 깊숙한 곳을 찌른 것은 여기저기 느끼는 지점을 찾는 듯 움직여 대고 있었다.

정말 머릿속이 새하얬다.

“힘들어? 금방 좋아지게 해 줄게.”

다정한 말투였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하지만 녀석의 허리 짓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외려 더 깊숙한 곳으로 찔러 들어갔다.

“아윽!”

“울어도 예쁘고 큰일이다, 진짜.”

몰아치는 자극에 결국 눈가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장우진은 내 고개를 돌려 눈가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나도 모르게 격한 신음 소리가 나왔던 그 지점만을 장우진이 찔러 왔다. 뒤에서 들어오는 자극은 너무나 깊어서 더욱 쾌감이 저릿하게 느껴졌다.

“아, 악! 흐윽! 아, 앗, 윽.”

내가 결국 뱉어 낼 수 있는 것은 녀석의 빠른 허리 짓에 맞춰 내는 목이 찢어질 것 같은 신음성뿐이었다.

***

“……잘 잤어?”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 해가 뜰 때까지 장우진의 몸 위에서 흔들렸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창밖은 어둑어둑했다. 하루를 혹시 통으로 날려 버린 걸까. 헛웃음이 나왔다. 내 눈앞에 장우진이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우진 너…….”

“미안해. 아, 내가 진짜…….”

“너 술 먹고 다시는 우리 집 오지 마. 아니, 그냥 너 집에 가!”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갈라져 버린 목소리로 나는 녀석에게 베개를 집어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허리를 치고 들어오는 찌르르한 통증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괜찮아?”

안절부절못하며 내게 다가오는 우진을 나는 노려봤다. 녀석이 어색하게 눈을 굴리며 내 허리를 조심스레 주물렀다.

“다시는 안 그럴게. 응? 미안해. 잘못했어.”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는 술 마신 장우진은 집으로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