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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0 (24/36)
  • EPISODE 10

    죽어, 죽어, 죽어. 그냥 나가 죽어라, 한지헌. 지헌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거의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처음 눈을 떴을 땐 별생각이 없었다. 아, 준이가 어제 우리 집에서 잤나 보다. 어제의 기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머리를 강타한 기억에 지헌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차에서 해 보고 싶어? 한 번 더하고 싶어? 미친놈아. 그냥 나가 죽어라. 미쳤구나. 완전히 술에 취했던 모양이었다. 다시는 내가 술을 먹으면 사람이 아니다. 지헌은 예전에도 술을 마실 때마다 했던 생각을 다시 하고 있었다.

    “어, 일어났어?”

    씻고 나온 모양인지 머리가 촉촉이 젖은 준이 바로 지헌의 곁으로 다가왔다. 드로즈 한 장만 걸치고 제게 다가오는 준을 보니 지헌은 딱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어제의 잔상이 자꾸만 떠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준아, 안 바빠?”

    “응? 나 안 바쁜데. 왜?”

    “……응, 아니야.”

    바빠서 집에 가야겠다고 해 주면 안 될까. 차마 나오지 못한 물음을 지헌이 삼켰다. 진짜 울고 싶었다. 말없이 이불 안으로 꼬물꼬물 들어가는 지헌을 준이 웃음기 섞인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알 만했기 때문이었다. 지헌이 지금 왜 이러는지.

    “왜. 집에 갔으면 좋겠어?”

    준은 그런 지헌이 지금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부러 시무룩한 척 장난을 치니 지헌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 미치게 귀엽다, 한지헌.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면 너무 부끄러워?”

    “응?”

    “어제 일 다 기억나?”

    “…….”

    지헌이 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준의 손이 깨물고 있는 지헌의 입술을 건드렸다. 차가운 손가락의 감촉에 지헌의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귀여워.”

    “아, 진짜 창피해.”

    “난 너무 좋았는데.”

    “몰라, 그냥 가. 오늘은 집에 가.”

    “싫어. 나 오늘 너희 집에 계속 있을 건데.”

    다시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는 지헌을 장난스럽게 바라보며 준이 이불을 걷어 올렸다.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하고 지헌이 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이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발개진 얼굴도 울긋불긋한 몸도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으니 정말 큰일이 따로 없다.

    “좋아해.”

    “…….”

    “그렇게 예쁜 짓만 하는 너를 좋아해. 그러니까 창피해하지 마.”

    준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렸다. 지헌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말하면 더 창피하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지헌이 두 팔을 벌렸다.

    “안아 줘.”

    그 짧은 말에 준이 기꺼이 제 몸을 안아 왔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발끝까지 저리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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