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9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꽤나 늦은 밤인 것 같았다. 두 눈을 깜빡이며 지헌이 제 옆에 누워 있는 수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깊이 잠들었는지 제가 움직이는데도 꼼짝도 하지 않는 수하를 보니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피곤하겠지. 겨우 시간을 내서 만난 수하였다. 보통 수하의 동기들이라면 이렇게 잠깐의 짬이 났을 때는 집에서 잠을 보충한다고 하던데,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저와 함께 있었으니 얼마나 피곤했을까.
지헌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흘러 내려온 수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하지만 피곤한 사람치고는 너무 격정적이지 않았나.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정사를 떠올렸다. 어쩐지 안쓰럽던 마음이 불퉁하게 변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너 하나도 안 피곤하지? 지헌이 잠든 얼굴에 불퉁한 말을 내뱉으려다 어이없이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말해서 뭐 할까. 툴툴거리는 대신 지헌은 수하의 머리카락만 쓸어 넘겼다. 안 피곤할 리가 없잖아. 안쓰러운 마음도 계속되고 있었다.
“……깼어?”
문득 수하의 미간이 꿈틀거리는가 싶었다. 깨워 버렸네. 지헌이 민망하게 웃었다. 나른하게 뜬 시선이 지헌을 향하고 있었다.
“응.”
“이리 와.”
수하가 지헌의 머리 아래로 팔을 끼워 넣으며 허리를 당겼다. 품 안으로 들어간 지헌도 수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더 자.”
가만히 지헌이 수하의 등을 토닥거렸다. 낮은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이미 잔뜩 엉망일 머리카락을 수하가 조심스럽게 흩트렸다.
“매일 이렇게 눈 뜨면 좋겠다.”
“…….”
“네가 늘 내 옆에서 그렇게 나를 보고 있으면.”
잠이 덜 깼는지 나른한 목소리가 느릿했다. 지헌이 품 안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수하의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나 여기서 살고 싶어.”
비몽사몽 한 게 틀림없다. 제 머리를 흩트리는 손길은 점점 느려지더니 어느새 동작을 멈추고 있었다. 진짜 많이 피곤하구나. 고개를 들어 보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어느새 수하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그런 얼굴을 보는 지헌의 눈이 걱정스럽게 빛났다.
보약이라도 하나 지어 줘야 되나 봐.
……의대생한테 그건 좀 이상한가? 아, 뭐 어때. 이렇게 피곤해하는데. 입을 비죽거리다 한숨을 푹 내쉬며 수하의 등을 가만히 토닥였다.
잘 자. 좋은 꿈꾸면서 푹 자, 수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