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PISODE 8 (19/36)
  • EPISODE 8

    “뭐 보냐.”

    동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하의 걸음이 순간 멈추었다. 멍한 눈으로 무언가를 유심히 보기에 동기의 시선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수하의 시선의 끝에는 동물 잠옷이 잔뜩 걸려 있었다.

    “뭐야. 왜? 사게?”

    덕분에 동기의 얼굴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강수하가 잠옷에, 그것도 동물 잠옷에 저렇게 멍청하게 시선을 뺏기는 일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강수하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가 그 잠옷들을 유심하게 보고 있는 중이었다.

    “와, 진짜 안 어울려.”

    그 모습에 동기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소리에 그제야 수하가 제 동기를 바라봤다. 아, 멋쩍은 웃음이 튀어나왔다.

    “나 말고. 선물할까 하고.”

    “선물? 누구?”

    “있어. 이거 되게 잘 어울리는 애.”

    “……설마 여자 친구?”

    대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동기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하는 꽤나 집중해서 잠옷을 고르는 중이었다. 고양이는 김현이 있었으니까 강아지를 해 볼까, 아니면 토끼? 아, 곰도 귀여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수하의 입매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어떤 걸 입어도 귀여울 것 같긴 한데. 입어 주려나. 잔뜩 붉어졌던 지헌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와, 너 여자 친구 있었어?”

    잔뜩 집중한 수하의 뒤로 동기가 웃으며 물었다. 수하는 대답 없이 그저 웃었을 뿐이었다. 있지. 예쁜 애인.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소리를 삼키며 수하는 갖가지 잠옷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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