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형.”
뭔가 한참 동안을 말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는 듯 입을 달싹이던 우진이었다. 그가 겨우 꺼낸 말에 유한이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왜.”
얼마나 대단한 소리를 하려고 그렇게 고민했나 싶은 마음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갔다. 어린 시절부터 봐 왔던 제게는 어려 보이기만 하는 우진은 여전히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아까 한 말 진짜지?”
아마도 카페 안에서 했던 말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지체 없이 유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이유 같은 건 없다. 당연한 대답이 돌아오자 우진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럴 줄이야 알았지만…….
“언제부터?”
유한이 말을 골랐다. 제가 지헌을 좋아하기 시작한 날이 언제부터냐 묻는다면 유한이 대답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처음 만날 때부터.”
거짓은 아니었다. 우진이 기억하는 첫 만남이든, 유한이 혼자 가지고 있는 첫 만남이든. 말도 안 되고 누구도 선뜻 믿지야 않겠지만 유한은 그냥 처음부터 지헌이 좋았으니까. 선생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사정없이 시선이 흔들리던 그 모습을 봤을 때부터.
“내 스스로가 싫다, 진짜.”
우진이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진이야 저를 통해 유한과 지헌이 만났다고 생각할 것이니 저런 생각을 할 법도 했기에 유한은 그의 어깨를 웃으면서 두드렸다.
“네가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만났을 거야.”
유한이 웃었다. 위로야 되지 않겠지만 우진이 아니었다 해도 지헌과 자신은 어떻게든 만났을 터였다. 우진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