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pisode (6/6)

Episode

새벽녘에 눈이 내렸다. 창밖으로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겨울이라 볼품없던 정원이 하얀색으로 뒤덮여 설경이 은은한 빛을 뿜었다.

눈발 흩날리는 소리를 들으며 준원은 동생을 끌어안은 팔을 더욱 조였다. 으스러질 듯 힘주어 안자 가슴에 와 닿는 등허리가 여리게 떨려 왔다.

준원은 동생의 상체를 제 팔 안으로 세게 그러안고 아래를 더욱 깊게 밀어 넣었다.

“하아……, 형, 더워. 뜨거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벗은 두 개의 몸뚱이가 발산하는 열로 침구 안이 뜨거웠다. 온몸이 땀으로 끈끈하게 젖어 있었다.

준원은 동생의 허벅지 사이로 한계까지 치솟은 성기를 쑤셔 넣으며 등줄기를 옥죄었다. 그의 느릿한 움직임이 아래를 쑤석이며 동생의 상체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그는 한 손을 움직여 동생의 아랫배를 지나 발기해 젖어 있는 성기를 움켜잡았고, 나머지 손으로는 동생의 젖꼭지를 지분거렸다.

“읏……!”

동생이 온몸을 웅크린다. 준원도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둥글게 몸을 말아 구부러지는 형태를 한 몸처럼 쫓아간다.

“형, 답답해, 숨, 숨을 못 쉬겠어.”

“그냥 있어. 하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땀으로 젖은 어깨에 입술을 문지르고 머리칼이 엉겨 붙은 목덜미와 뺨에도 입을 맞추며 준원은 더욱 진하게 동생의 맞붙은 가랑이 사이로 성기를 쑤셔 넣었다. 손가락으로도 끈적하게 살 끝을 문질렀다.

동생은 헐떡거리는 숨결을 가라앉히려고 간헐적으로 급한 한숨을 내쉬었고, 제 전라를 집요하게 만져 대는 손등 위로 손을 겹쳐 잡고 준원의 힘에 밀리지 않으려고 끙끙대며 버티고 있었다.

한 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조금씩 가열해졌다. 그럴수록 이불 안의 온도가 치솟아 땀이 맺혀 흐를 정도였다.

엄지로 젖꼭지를 희롱하듯 문지르고 성기로 동생의 아래쪽을 쑤시면 사타구니 안쪽이 바짝 조여드는 게 느껴졌다.

준원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 이 순간이 꿈결 같았다. 동시에 동생을 범하고 있다는 죄악감이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이율배반적인 전율이었다.

“형……, 형, 아, 형, 더 세게 해 줘. 더…….”

그의 동생이 힘겹게 헐떡이며 속삭였다. 그와 함께 운율을 타듯 허리 아래를 함께 움직거리며 허벅지를 조이느라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엉덩잇살에 부딪혀 처덕처덕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준원은 허리를 꿈틀거렸다.

“소리, 형, 소리 나……, 소리……!”

동생의 손이 다급하게 뒤로 뻗어 와 그의 둔부를 움켜쥐었다. 세게 휘몰아치지 말라고 붙잡았다.

부석거리며 고개를 쳐든 동생의 목선에 얼굴을 파묻었다. 준원은 동생의 땀과 열기를 샅샅이 핥았다.

“준영아, 형 사랑한다고, 응? 흐읏, 사랑한다고 말해 줘.”

“하아, 형, 형, 사랑해, 아읏, 읏, 으응……, 응!”

가슴을 만져 대는 손길이 참기 힘들었는지 동생이 고갯짓을 쳤다. 준원의 손은 아래를 쑤석이는 허리의 움직임만큼 가열하게 동생을 만지고 있었다.

준원은 동생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생의 알몸을 쓸어 만질 때마다 저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봤고, 사랑한다고 말해 달라고 애원했다.

한계까지 다다라 참지 못하는 호흡을 쏟아 내며 동생은 사랑을 헐떡거렸다.

준원은 동생의 허벅지 사이로 솟은 자신의 성기와 동생의 것을 함께 움켜쥐고 움찔, 모든 숨을 멈추었다.

“읏……!”

그는 정액을 뿜었다. 동생도 사정하며 전신을 경련하듯 떨어 댔다. 질퍽거리도록 젖어 버린 동생의 사타구니가 마찰로 뜨거워져 있었다.

“하아, 하아……, 괜찮아? 준영아.”

“하으……, 으응.”

심하게 문질러 댄 모양이었다. 준영의 허벅지 안쪽이 열상을 입은 것처럼 부은 것이 느껴졌다.

준원은 뒤집어쓴 이불을 끌어 내렸다. 얼굴만 밖으로 내놨을 뿐인데 뜨겁던 열기가 순식간에 거둬지며 시원해졌다.

동생도 얼굴을 내놓고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 뺨이 빨갛게 익어 있어 꼭 감기를 앓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준원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동생의 얼굴이 잘 보이게 했다. 동그랗게 드러난 이마와 콧마루, 입술까지 둔중한 어둠 속에 해사한 꽃처럼 드러났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무르게 젖은 입술이 열리며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예민한 입술 살이 쓸리고 서로를 빨아 삼키는 소리가 질척거렸다. 더러운 소리였고, 감미로운 소리이기도 했다.

준원은 동생의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하게 했다. 진하게 입맞춤하며 고개를 비틀어 동생의 입 안에 고이는 것들을 전부 삼키느라 그의 후골이 급하게 오르내렸다.

끙끙거리던 준영이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준원은 입술을 떼고 얼굴을 들었다.

“……하아, 하아, 형, 벌써 새벽 세 시야.”

“졸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내일 졸업식이고 아침부터 바쁠 것 같은데, 지금 자야 하지 않을까.”

“밤새우고 가자.”

준원은 웃으며 말하고 동생의 입술에 입을 맞춘 후 맥박이 벌렁거리는 목줄기로 가슴으로 입술을 내렸다. 땀에 젖어 있는 가슴을 핥았다.

동생의 어깨가 움찔거리며 그의 뺨을 붙잡았다.

“간지러워.”

“그거 알아? 여기 만지면……, 네 아래가 조여들어.”

“……뭐야, 그게. 나 그런 적 없어.”

“정말이야. 여길 만지면.”

준원이 입술로 동생의 젖꼭지를 가볍게 물며 동시에 허벅지를 파고들어 간 손으로 가랑이 사이를 만졌다. 성기 아래 회음에 손가락을 대고 그가 유두를 입술 사이에 물고 지그시 힘을 주어 빨아당기자 손가락을 대고 있는 그 부위가 흠칫대며 조여들었다.

“……으응, 응…….”

“……후웁.”

준원은 넣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머리가 돌아 버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하게 알아 가고 있었고, 점점 감당하기도 참기도 힘들었다. 준원은 그럴 때마다 준영이 자신의 동생임을 되새겼다.

동생에게 그런 짓은 할 수 없다고,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 짓을 줄기차게 하고 있으면서 주먹을 꽉 쥐어 부들부들 떨게 하면서까지 참았다.

자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몸에 칼질이라도 해서 이 욕구를 가라앉히고 싶은 지경이었다. 동생을 원하는 일이 준원에게는 통증과 동의어였으며, 그와 상응하는 고통이 아니면 애가 닳는 이 심정을 가라앉힐 길이 없었다.

그는 주먹을 더욱 세게 쥐었다.

입술과 이 사이에 융기한 살을 머금고 혀끝으로 굴리자 동생이 숨 가쁘게 헐떡이며 두 다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고 침구에 비벼 댔다. 하반신까지 함께 튀어 오르는 동생의 반응에 그는 단숨에 발기하고 말았다.

두근두근 떨리는 회음 쪽을 문지르며 준원은 일부러 비부를 만지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었다. 손가락이라도 넣는 날에는 정신을 잃고 달려들 게 분명했다. 아버지가 쳐다보든 윤 차장이 쳐다보든 신경 쓰지 않고 동생의 가랑이를 활짝 벌려 놓고 미친 사람처럼 박아 댈 것이 뻔했다.

벌렁거리는 그 안쪽을 문지르고 쑤시고 싶은 열망을 애써 침착하게 누르며 사타구니를 움찔움찔하는 동생의 깊은 안쪽만 더듬어 만져 댔다.

동생의 그곳을 핥게 해 준다면, 그곳에 입술을 대고 손가락을 넣고 제 성기를 깊게 박아 넣을 수만 있다면 준원은 당장 지옥의 불구덩이로 끌려 들어가도 상관없었다.

동생이 이제 자신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준원은 겁이 났다.

동생이 망가질까 봐 무서웠고, 자신이 괴물이 될까 봐 무서웠다.

“흐읏, 으응, 읏, 형, 아아, 형, 나, 나……!”

흠칫거리던 준영의 몸이 한 차례 크게 휘었다. 동생은 그의 손을 적시며 사정했다. 준원은 동생의 사출액이 묻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것을 휘감아 쥐고 터질 것 같은 성기를 훑어 올렸다.

준영이 고개를 비틀어 그의 입술에 키스하며 매달려 왔다.

동생이 그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자마자 준원의 성기는 정액을 울컥 쏟았다. 절정으로 눈동자의 초점이 아득하게 흐려졌다.

“하아, 하아, 하윽…….”

사랑한다는 그 말이 얼마나 강력한 주술인지 준원은 동생의 속삭임을 듣고 있으면 그냥 죽고 싶어졌다. 얇은 쇠줄이 목을 휘감아 조르는 것처럼 공기가 희박해지고 숨 쉬는 게 어려워졌다.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이 헐겁게 입술을 맞붙인 채로 여러 번 사랑을 속삭였다.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밤에 준원은 동생을 끌어안은 채 사랑을 고백했다.

십 년이 넘게 하지 못했던 말을 그는 요사이 거침없이 쏟아 내고 있었다. 수천수백 번을 말해도 질리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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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교복 입은 모습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청결하고 맑아 보이는 인상에 단정한 옷을 입혀 놓으면 준영은 말 그대로 천사처럼 보였다.

“졸업식 몇 시부터라고 했지?”

아침에 회의가 있다던 아버지가 준영에게 물었다.

“열한 시요.”

“애매하네. 늦지 않게 가 볼게. 당신은?”

“나 미용실도 들러야 하고, 꽃다발 예약해 둔 것도 찾아야 해서 내가 알아서 갈게요.”

“밖에 눈 오는데 운전 괜찮겠어?”

“길 많이 밀리겠지?”

아버지와 윤 차장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버지는 원하는 시간에 회의가 끝나지 않을까 봐 염려하고 있었고, 윤 차장은 동선이 꼬여 차를 가져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눈까지 내려 서울 시내 어디든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배로 걸릴 터였다.

준원은 솔직히 그들이 빠져 줬으면 했지만 아침부터 하는 꼴들을 보니 졸업식에 꼭 참석할 기세라 속으로 조용히 실망했다.

준원은 동생과 단둘이 있고 싶었고, 동생의 모든 대소사를 자신이 처리하고 싶었다.

동생의 입학 졸업, 공부, 진로, 학업, 앞으로 준영이 겪게 될 인생의 전부를 함께 걸어가 주고 싶었다.

“나 그럼 먼저 나갈게요. 아무래도 머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준영아, 이따 보자. 준원이도.”

다녀와서 옷도 골라야 한다고 윤 차장이 부랴부랴 먼저 집을 나섰다. 그다음에는 회의에 늦으면 안 된다고 아버지가 이르게 출근했고, 준영과 준원은 열한 시인 졸업식까지 시간의 여유가 많아 느긋하게 아침을 마저 먹었다.

“형 졸업할 땐 아버지가 뭐 사 주셨어?”

“아무것도 안 사 주셨는데.”

“안 사 주신 게 아니라 형이 안 받은 거겠지.”

“말이 그렇게 되나.”

그의 대답에 동생이 어이없다는 듯 말간 웃음을 지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동생은 요즘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전보다 자주 웃었고 기쁘면 기쁜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노트북 사 주신대. 윤 차장은 아이패드. 근데 둘 다 필요할까?”

“굳이 가방을 무겁게 하고 다니고 싶으면 둘 다 사 달라고 해.”

“아, 그럼 어쩌지. 아이패드로 하고 아버지한테는 다른 거 사 달라고 할까. 형, 혹시 보증금 안 모자라?”

“필요 없어. 어제 계약했어.”

준원은 단칼에 거절했다.

“왜 그래, 아버지한테 죄지은 것처럼 그럴 거 없어.”

준원은 동생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자 준영이 덧붙였다.

“괜히 미안해서 그럴 거 없다고.”

“미안하다니? 뭐가?”

“……아버지한테 미안해하는 거 아니었어?”

“내가? 왜?”

“……나는 그런 건 줄 알고.”

준원은 아버지에게 뭘 미안해해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으로 준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거 아닌데 왜 아버지가 주는 건 다 안 받아? 용돈도 학비도, 집 보증금도……. 형 다 안 받잖아. 무슨 강박 있는 사람처럼.”

“낳아 준 거 말고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그런 거 받았다가 이제 와서 무슨 권리 주장이라도 하면 곤란하지.”

“…….”

“특히 너에 대해서.”

“…….”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거 듣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 들을 마음도 없었다.

동생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준원의 말을 한참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돈을 받으면 준원은 떳떳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진작부터 독립했고 전혀 다른 객체로 살아왔다.

집을 떠나지 못한 것은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었다. 몸을 칼질하는 고통보다 동생을 보지 못하는 고통이 더 컸다. 혈연으로라도 묶여 있는 편이 어쩌면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고, 남이었으면 동생으로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었다.

준영이 제 동생이라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고작 혈연인 것이 저와 준영의 관계 전부라는 사실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턱 밑으로 빠르게 차오르는 물처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기감으로 그를 짓눌렀다.

준영은 아마 평생을 가도 모를 거다.

그가 얼마나 많은 밤을 동생의 방문 앞에서 서성였는지.

동생이 깊게 잠든 밤에 그 방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잠든 동생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면서, 작게 색색거리는 존재를 밤새도록 바라보면서 준원은 끊임없이 치미는 감정을 삭여야 했다. 그리고 죽고 싶다고, 죽게 해 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그토록 소중하게 다루어 온 존재를 자신이 망치고 싶어 한다는 욕구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라고 자신을 다그쳐야 할 때마다 준원은 칼로 몸을 그었다.

동생을 떠올리며 자위를 한 날에도 칼로 몸을 그었다. 서먹해져 저를 어려워하는 동생이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제 눈치를 살피며 시선을 마주치려고 할 때, 준원은 동생을 향해 뻗어 나가는 손을 막으려고 칼로 팔을 그어야 했다.

아무리 칼질해도 그 마음이 꺾이지 않을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 아찔한 아래를 한참 내려다보곤 했다.

속죄하듯이 벌을 주듯이.

당장 육신을 괴롭게 하는 물리적인 통증보다 더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언제나 제 뜻대로 되지 않던 마음이었다. 동생에 관해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준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무슨 짓을 할 것 같아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떨어져 있으면, 동생과 분리가 되면, 억지로라도 어딘가에 붙들려 있으면 멀어질 거라고, 정리될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마음으로 벌인 짓이었다.

몸의 상처 때문에 관심 사병으로 분리되었지만 힘든 군 생활은 그에게 동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준원은 음지 식물처럼 몸을 낮추고 욕망을 거세했다.

그런데 제대하고 동생을 보자마자, 한 뼘은 더 자란 준영을 보자마자 전보다 더한 강도로 마음이 흔들렸다.

그게 사랑이라는 사실을 동생이 알려 주었는데 준원은 아직도 자신의 불온한 욕망이 두려웠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뭉개진 형태를 자꾸 사랑이라고 하는 준영이 어떨 때는 이상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왜 안 돼?”

“뭐?”

“내 말 안 듣고 있었구나? 오늘 저녁에 반 애들이랑 술 마시기로 했다니까.”

소파에 앉아 거실 창밖을 바라보던 준원은 준영이 건네는 커피 잔을 받아 들었다. 준영도 그의 곁에 앉아 거실 통창 너머 하얗게 변한 정원을 한가롭게 돌아보았다.

가뜩이나 오티와 새터에서 싫어도 계속 술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동생은 막 성인이 된 즐거움을 친구들과 누리고 싶어 난리였다.

준원은 동생의 옆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커피 잔을 기울여 입술을 적셨다. 동생의 어깨 너머로 하얀 눈이 배경이 되어 준영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해사했다.

못 가게 말려야 하는데 준원은 사고가 굳어진 것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가지 못하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동생을 제 옆에만 두고 싶은 게 그릇된 욕망이 아닌지, 집착으로 보이지는 않을지, 준원이 저 자신을 이상하다 여기듯 동생이 그렇게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

“……어디서?”

“학원 근처에 먹자 골목 있거든.”

가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준원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오늘 이사할 집에 사이즈 재러 가려고 했는데……, 책상하고 침대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 나 혼자 가야겠네.”

준원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동생은 그제야 아, 했다.

“아, 나도 가고 싶은데. 나도 방 사이즈 재 봐야 해.”

“형 혼자 할 수 있어. 내가 네 방 사이즈도 재 줄게.”

“싫어. 같이 가.”

“친구들하고 약속 있다며.”

“어차피 또 볼 건데, 뭘. 나중에 만나지, 뭐.”

동생이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준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몇 시에 출발할까? 아직도 눈 많이 내리는데 버스 타고 갈 거야? 아님 차 가지고 갈 거야?”

준영은 거실 통창으로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원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모든 것이 순결하게만 보였다.

“차 팔았는데.”

“어? 언제? 왜?”

“보증금이 좀 모자라서 팔았어.”

준원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차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

“별로. 어차피 쓸모도 없었어. 학교가 먼 것도 아니고.”

준원의 대학도 집에서는 버스나 지하철로 한 번에 가는 곳에 있어서 오히려 주차 문제로 차가 불편할 때가 더러 있었다.

“그럼 왜 샀어? 차는 사자마자 감가상각 된대. 한 번만 타도 중고라서 제값 못 받는단 말이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같기만 한데 동생은 저보다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구석이 있었다.

대뜸 중고가를 언급하며 얼마나 받았느냐고, 제대로 받은 거 맞냐고 물어보는 준영의 머리칼을 장난처럼 흩트려 놓았다.

“나 참, 그럴 거면 차는 왜 샀대. 필요도 없으면서.”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준영이 말했다.

“교통사고가 사망률이 꽤 높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빨리 죽으려고 샀어. 사망률 높은 것 중에 가능성 있는 걸로 추린 거야. 다시 생각하니까 아찔하네.”

“……빨리 죽으려고 차를 샀다고?”

준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농담인데.”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심이었다.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죽는 상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빨리 죽고 싶어서 차를 산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독립하려고 마련한 자금이었는데 준원은 집을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말 준영과 형제로서의 인연도 끊어지게 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농담이야.”

“…….”

“장난이야. 장난친 거야.”

“장난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하나도 재미없어.”

준영이 정색했다. 낯빛이 차갑게 바뀌었고, 말투도 몹시 차가웠다. 동그란 눈망울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죽으면 안 되겠다. 준영이가 싫어하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그냥 싫어만 할 것 같아? 그냥 싫기만 할 것 같으냐고!”

동생이 주먹으로 준원의 팔을 퍽퍽 때렸다. 준원은 맞으면서 그때마다 윽윽, 소리를 냈다. 정말 아팠다.

“오늘 그냥 내 손에 죽어.”

“형이 잘못했어. 응? 미안해.”

준원은 뿌리치는 동생을 끌어안아 어떻게든 품에 가두고 귓가에 속삭였다.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품 안에 갇혀서 씨근덕거리며 한 차례 풀어 달라고 격렬하게 요동을 치면서도 준영은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안겨 있었다. 동생의 목덜미에서 좋은 체취가 났다. 솜털이 돋아 있는 목뒤와 셔츠 깃에 가려진 속살 내음을 준원은 숨을 들이켜듯 맡아 보았다.

“……간지러워.”

“우리 한 시간 뒤에 나갈까?”

“나는 좀 빨리 나가야 해. 선생님이 삼십 분 일찍 오라고 하셨어.”

“그래? 아쉬운데.”

“……뭐가?”

“지금 집에 아무도 없잖아. 우리 둘밖에.”

“…….”

준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두 사람을 찾는 것처럼 그의 품 안에 고이 갇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치를 보듯 눈동자를 굴리는 것은 동생의 오랜 버릇이었다. 어릴 때도 그랬고 자라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준원이 그를 멀리할 때도 늘 이렇게 눈동자를 바쁘게 굴려 댔다. 준영이 동생으로 저를 너무 잘 따라서 준원은 더 힘들었다.

준영이 저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 준원은 동생이 제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겪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괴로워서 죄책감에 짓이겨 숨조차 쉬기 힘들어질 거라고.

죄를 짓는 감각이 이토록 선연한데 동생은 그것을 순수한 사랑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준원은 순수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더러운 것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나도 아까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 나가시고 나서……, 우리밖에 없다고.”

오염된 말을 하는데 동생의 표정이 천진했다.

준영의 표정 때문인지 죄를 짓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준원의 어깨를 쓸어안고 준영이 그의 뺨에 입술을 부딪쳤다. 준원은 동생의 등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앉은 자세를 달리하자 소파 가죽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생을 소파에 눕히고 준원은 그 위로 올라탔다.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눈동자를 하염없이 내려다보았다.

“우리 언제 이사해?”

“이번 주말에 하려고.”

“아버지한테 허락 맡았어?”

“……왜 자꾸 아버지 허락을 맡으려고 해?”

말을 그렇게 잘 듣는 것도 아니면서 준영은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었다. 아버지를 실망하게 만드는 것은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아니라 그의 자식들이 서로를 욕망하는 일일 터였다. 그것은 겨우 그를 실망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육친을 죽이는 짓이었다.

육친을 죽이는 짓에는 아무렇지 않으면서 이사하는 데 대체 아버지의 허락이 왜 필요한 것인지 준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사 가는 날 독립하겠다고 그냥 통보할 예정이었다.

“오늘 저녁에 말씀드리자.”

“너 좋을 대로 해.”

“학교랑 가까워서 좋아. 걸어 다닐 수 있잖아.”

학교와 가깝고 먼 것은 준원에게는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 고르는 기준은 모두 준영의 편의에 맞추었다. 그저 동생이 좋아하기만 하면 준원은 그것으로 되었다. 그는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었다. 심지어 살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동생이 아니면 그 무엇도 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기울여 동생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말랑거리는 입술 살이 감겨들었다.

몸을 겹치고 입술을 겹쳤다. 준영의 입술을 농밀하게 파고들어 갔다. 탐닉하는 숨소리가 달라져 거칠게 흔들렸다.

“으응……, 흐, 읍, 형, 나 늦어.”

동생이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을 피했다. 준원은 눈을 깜박거렸다. 넋을 잃을 뻔했다. 정신줄을 놓고 키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얼굴을 살짝 떼고 준영을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십 분만.”

“……안 되는데.”

“삼십 분만.”

“그건 더 안 돼.”

“알았어. 그럼 이십 분.”

준원은 동생에게 고개를 숙였다.

눈 때문에 졸업식이 있는 학교 앞 도로는 난장판이었다. 차들이 진입하지 못하고 주차 요원의 손짓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길에 미끄러져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동생의 목덜미를 황급하게 붙잡은 준원이 준영을 불쑥 들어 올려 똑바로 일으켰다.

“깜짝이야. 이빨 깨지는 줄 알았어.”

“좀 천천히 걸어. 어차피 다 늦었네.”

너만 늦은 게 아니라 저기 뒤에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전부 다 지각이라고, 준원은 도로에 쭉 늘어선 차들을 돌아보았다.

“아버지하고 윤 차장도 저기 어디 서 있는 거 아니야?”

찬찬히 확인했지만 아버지의 차도 윤 차장의 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학교로 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준영을 내려 주고 먼발치에서 멀어지는 뒷모습만 바라보던 길이었다. 또 삐끗한 준영이 다급하게 준원의 팔을 붙잡았다. 조심하라고 준원은 동생을 감싸 안으며 팔뚝을 세게 움켜잡고 거의 짐짝을 옮기는 수준으로 동생의 걸음을 도와주었다.

“이거 신발 밑창이 이상한 것 같아. 길이 엄청 미끄러워.”

“그러니까 운동화 신으랬잖아. 스니커즈 말고.”

“코트랑 안 어울린단 말이야.”

준영이 입을 삐쭉거렸다. 준원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있건 말건 동생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가누기 힘들 정도로 불쑥 치솟았다.

교문 앞에는 꽃다발을 파는 가판대가 늘어져 있었다. 준원이 그것들을 훑자 준영이 그를 돌아본다.

“사지 마.”

“사 주고 싶어.”

“그런 거 살 돈 있으면 그냥 나 줘.”

“짠돌이처럼 왜 그래?”

“형이 아버지 카드 못 쓰게 하니까 그렇지. 아무래도 그건 힘들어. 난 아버지 카드 쓸 거야. 쓰고 싶은 만큼 쓸 거라고.”

“…….”

동생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법적으로 아버지의 것이었다. 그것은 준원이 끊어 낼 수 없는 천륜이었다. 자신 말고 다른 이에게 동생에 대한 권리가 존재하는 것만큼 불쾌한 일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는 불쾌감이라 드러내지 못할 뿐이었다.

“……그래도 되지?”

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 모양이었다. 동생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준원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그래도 형이 용돈 넉넉하게 줄 거니까 가능하면 쓰지 마.”

“형 돈은 쓰기 아까워.”

“그런 부담 갖지 말라니까.”

“부담이 아니라, 그냥 아까워. 형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이잖아. 쓰기 아깝단 말이야.”

“아버지도 힘들게 일하셔.”

“아버지는 그게 당연한 거고.”

준원은 저를 생각해 주는 동생의 말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제 돈도 그렇게 당연하게 써 줬으면 했다. 동생이 아버지 대신 자신을 보호자로 여기기를 바랐다.

거기까지 욕심부리는 건 무리였다. 천천히 끊어 내겠다고, 천천히 분리해 저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곁에 남기지 않을 거라고 준원은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깔창이 미끄러운 신발을 신은 탓에 넘어질까 봐 그의 팔을 꼭 붙들고 걷던 동생이 멈칫했다. 교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차 중 하나에서 뒷좌석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며 내렸다.

“차 밀릴 거라고 몇 번을 말하냐고. 어휴, 씨.”

“내가 차 타고 가자고 그랬냐? 아줌마가 타고 가라고 그랬잖아.”

준영의 손이 뭔가를 경계하듯 그의 팔을 붙잡았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준영과 같은 교복은 입고 있었다.

“어? 뭐야, 기분 나쁘게. 아침부터 재수 없네.”

준영을 발견한 하나가 인상을 사납게 쓰고 다가왔다.

“뭐야? 강준영이네? 허경민, 냅 둬. 저 이기적인 새끼.”

둘이 하나같이 준영을 보고 욕을 뇌까리고 재수 없어 죽겠다느니, 짜증 나 죽겠다느니 하며 구시렁거렸다.

준원은 하나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임주호라고, 개인 과외를 해 준 학생이었다. 귀찮아서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어머니가 어찌나 열성적이고 집요하게 요청하는지 불가능한 금액을 부르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지불하고 그를 과외 선생으로 붙였다.

준원은 준영을 돌아보았다. 저들이 아마 동생이 말하던 그 커플인 모양이었다.

지금은 준영의 등수가 더 앞이긴 하지만 어쨌든 한쪽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 한쪽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일진이라고 했다.

더럽다고 했었다. 교실에서도 찰싹 달라붙어 서로를 만져 댄다고 했었다.

준원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 부러웠다.

“안녕하세요.”

준영이 한동안 오해하고 무섭게 질투하던 임주호가 그를 알아보고 다가와 마지못해 성의 없이 아는 척을 했다.

“오랜만이네.”

준원이 다정하게 대꾸했다. 제 팔을 붙잡고 있는 준영의 두 손에 강한 악력이 실려 그의 코트가 끌려갔다. 준원은 동생을 힐끗 바라보았다.

“수능은 잘 봤어?”

“덕분에요. 덕분에, 좀 잘 봤어요. 선생님 동생이 나 진짜 열 받게 했거든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공부했어요.”

임주호는 악을 쓰는 눈초리로 준영을 째려보았다. 막무가내로 그를 오해하고 비난했던 준영이 준원의 팔 뒤로 스윽 몸을 숨겼다.

“꼴에 쫄아서 숨는 거 봐라.”

“……미안해서 그러는 건데.”

준원의 뒤에 숨어서 준영이 작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야, 나 대학 떨어졌으면 너 경민이 손에 죽었다. 그런데 내가 너 때문에 열 받아서 진짜 공부 존나게 했잖아. 그러니까 뭐 네 덕도 있는 거지.”

“내가 내 동생 죽이게 놔뒀을까?”

준원이 웃으며 임주호와 일부러 험악한 표정과 몸짓을 하는 그 옆의 남학생을 돌아보았다.

“준영이한테 말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 씨발. 누구 형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우리 형 없잖아.”

어이없다는 투로 작게 구시렁대는 임주호의 중얼거림에 덩치 큰 놈이 한마디 덧붙였다가 주먹으로 얻어맞았다.

“도움이 안 되는 새끼!”

“없는 걸 없다고 하지 뭐라고 하냐.”

“됐어. 답답하다, 답답해.”

“답답하다는 놈한테 깔려서 좋다고 할 때는, 읍!”

“나중에 보자!”

뭐라고 면박을 줘도 싱글거리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 녀석의 입을 임주호가 다급하게 틀어막고는 질질 끌고 교문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자 준영이 스윽 하고 고개를 빼고 그의 곁에 섰다.

“왜 숨는 거야?”

“미안해서.”

“사과했다며.”

“나 솔직히 말하면 나보다 임주호가 대학에 붙었으면 했어. 일단 임주호가 먼저 붙고 가능하면 나도 덤으로 붙었으면 좋겠다고.”

“그 정도로 미안했어?”

“……형하고 그런 사이라고 오해했는데 어떻게 안 미워해. 나도 질투 같은 거 하기 싫어.”

동생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을 풀지는 않았다.

동생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데 준영이 갑자기 그의 손을 놓고는 누군가를 향해 격렬하게 팔을 흔들었다.

“쭈!”

“어! 영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석주였다. 준원은 친구에게 달려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잘못 들은 걸까.

상당히 기분 나쁜 발음으로 서로를 불러 댔다.

쭈……. 라고.

녀석도 괜찮은 지방대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어제도 봤으면서 몇 달 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며 얼싸안고 좋아하던 동생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형! 이따가 강당에서 봐! 나 교실로 먼저 갈게!”

“……어.”

뭐라고 대답했는데 듣지도 않고 동생이 돌아섰다. 석주와 어깨동무를 하고 학교 안으로 사라진다.

준원은 늘어선 가판대에서 꽃다발 하나를 샀다. 꽃다발을 들고 교문을 지나 설원으로 변한 교정으로 들어섰다.

학교에 다닐 때는 그릇된 욕망에 스스로를 회 치고 아프게 하기만 해서 무슨 추억 같은 게 없었다.

그는 친구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답장한 적이 없는데 군대 시절 그가 자살이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하던 해병대 선임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살아갈 만하다고 설파하는 명언 같은 걸 여태껏 보내왔고, 같이 밴드를 했던 보컬이 언제 다시 시작할 거냐고 닦달하는 문자와 전화를 종종 걸어 왔다. 또 그에게 호감이 있다던 학교 후배가 드문드문 안부 메시지 정도를 보내오는 게 연락의 고작이었다.

그는 졸업식이 시작되려고 하는 강당이 아니라 교사로 걸어갔다. 어딘가에 아직도 제 사진이 남아 있다고 들었다.

교사 중앙 계단으로 향하는 일 층 전시실에는 세월이 느껴지는 괘종시계와 학교의 연혁 소개 같은 패널이 벽에 걸려 있었다.

그것들을 쭉 훑던 준원이 액자에 걸려 있는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물끄러미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제 얼굴을 바라본다.

열일곱 살의 준원은 대통령상이 전혀 기쁘지 않은 침울한 표정으로 제 어깨를 토닥이는 교육부 장관 옆에 서 있었다.

“엇……?! 너 강준원이 아니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준원은 고개를 돌렸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이가 다가와 그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해 왔다.

“안녕하세요.”

“이야, 맞지? 진짜 오래간만이네. 잘 지냈어? 어떻게 더 훤칠해졌네. 길다가 마주치면 진짜 몰라보겠다.”

“네……,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냈지. 준영이 졸업식이라서 왔구나? 상담 때 준영이가 형이 공부 가르쳐 준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내가 그 얘기 듣고 준영이는 뭐, 이제 됐다. 걱정할 거 없겠다, 그랬다니까? 역시 강준원 동생 짬바가 어디 안 가는 거야. 하하, 그런데 네 사진 보고 있었어?”

준영의 담임 선생님인 모양이었다. 벽에 걸린 제 사진을 빤히 들여다보는 준원의 행동이 좀은 귀엽고 황당하다는 듯 그가 준원이 보고 있던 액자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이후로 경시대회에서 너만큼 좋은 성적 거둔 애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 아니야. 요새는 특목고 애들이 전부 휩쓸어 가.”

“이 사진 떼 갈 수 있나요?”

“어? 사진을?”

“아니면 내려 주셨으면 좋겠는데.”

“…….”

“전 이 학교 졸업하지도 않았는데요.”

“그래, 뭐 본인이 싫다고 하면 내려야지. 내가 행정실에 물어보고 치우라고 할게.”

“부탁드립니다.”

“그럼 나 졸업식 준비 때문에 이만. 나중에 또 보자.”

준원이 어색하게 돌아서는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사진으로 눈길을 돌리고 어두워 보이는 소년을 한참 바라보던 준원은 꽃다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 냈다. 그는 뒷부분의 커버를 열어 사진을 꺼냈다. 빈 액자는 도로 벽에 걸어 두었다.

상을 받는 자신의 사진을 반으로 찢고, 반으로 찢은 것을 또 반으로 찢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한 번 더 반으로 찢어 조각을 내고 가까운 쓰레기통에 사진을 버렸다.

그는 바닥에 놓아둔 꽃다발을 들고 그곳을 천천히 걸어 빠져나왔다. 내용물을 유실한 액자는 다른 사진들 옆에 썰렁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졸업식은 강당에서 이뤄졌다.

준영은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필이면 임주호와 함께 받는다고 했다. 준영의 이름이 불렸다. 준영은 강단 위로 올라가 교장에게 상장과 장학금을 받았다. 동시에 그의 반 학생들이 큰 환호를 보냈는데 그중에서 석주라는 녀석이 제일 열심이었다.

준영은 상을 받고 돌아서며 학부모석을 한참 쳐다보았다. 준원과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환하게 웃는다. 입 모양으로 뭐라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돈 줬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준원은 그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그는 오늘 동생의 사진을 마음껏,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열심히 찍었다.

준영만 찍어 댄다고, 준영만 쳐다본다고 그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졸업식이 거의 끝나 갈 무렵 윤 차장이 도착했다. 행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교가를 부를 때에야 머리도 옷차림도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차피 끝나고 찍는 사진이 제일 중요한 거라고 정작 당사자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괜찮다고 했고, 아버지보다 빨리 도착했으니 자신의 승리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준원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아버지는 졸업식이 끝나고 나서야 도착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운동장에서 사람들은 마지막 추억을 사진으로 담았다. 3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정리했다.

준영은 제 친구들과도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준원은 그런 동생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저 형하고도 같이 찍을래요. 차장님, 이거 제 핸드폰으로 찍어 주세요.”

동생이 핸드폰을 윤 차장에게 건넸다. 그녀는 새하얀 운동장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형제를 향해 핸드폰을 들었다. 액정 한가운데에 그들의 모습이 담겼다.

“준원아, 좀 웃어. 그래,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그럼 하나, 둘, 셋.”

윤 차장의 셋, 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설프게 웃는 준원의 뺨에 준영이 입을 맞추었다. 쪽, 소리와 함께 놀란 준원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심장이 서늘해지도록 놀라 굳어진 사람은 이 자리에 준원뿐이었다.

“어머, 준영아. 너무 귀여워! 다시 해 봐! 다시 잘 찍어 줄게!”

윤 차장이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아버지도 그들을 보고 웃고 있었다.

준영이 그의 목을 끌어안고 다시 뺨에 제 입술을 꾹 눌러 가져다 댔고, 윤 차장이 정신없이 액정의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어 댔다.

“우리 식구 다 같이 찍어요. 석주야, 쭈야! 사진 좀 찍어 줘!”

준영이 친구를 불렀다.

준원의 옆에 준영이, 그 옆에 윤 차장이, 윤 차장의 어깨에 팔을 올린 아버지가 나란히 섰다.

준원은 준영을 슬며시 돌아보았다. 동생이 왜, 하고 눈을 마주쳐 온다.

“까분다.”

“내 마음이다, 뭐.”

“다들 여기 보시고, 아아, 아저씨, 아줌마 좀 꼭 안아 주세요.”

녀석이 장난을 치듯 말했다. 오늘따라 분위기를 맞춰 주려는 아버지가 그대로 따라 하는지 윤 차장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한 차례 들려왔다. 동시에 동생이 준원의 허리도 와락 끌어안는다.

“하나, 둘, 좋습니다, 좋아요! 셋!”

공간 안에 갇히는 셔터 음이 울렸다.

화면 안에서 준원은 제 허리를 끌어안은 동생의 팔에 손을 얹어 잡으며 아주 희미하게, 흐릿하게 웃었다.

✦ ✧ ✦

아버지는 두 아들이 조금의 도움도 받지 않고 독립하겠다는 통보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동자로 준원을 주시했다. 준원은 언제나 그랬듯이 제 미간을 긁어 대는 시선을 모르는 척했다.

“우리 이제 좀 친해졌는데, 아쉽다. 이제 누구하고 치킨 시켜 먹지.”

윤 차장은 그들의 독립 소식을 전해 들으며 아쉽다는 표정으로 동생을 돌아보았다.

동생은 윤 차장과 눈이 마주치자 둘만 아는 미소를 지었다. 야식이나 군것질을 전혀 하지 않는 아버지나 준원과 달리 그녀와 준영은 잠자기 직전에 뭔가를 배달 시켜 먹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동생을 끌어안고 있는 야밤에 윤 차장에게서 치킨콜? 엽떡콜? 이라는 메시지가 온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요. 형도 야식 시켜 먹는 거 싫어하잖아요. 저보고 맨날 다 늦게 먹지 말라고 뭐라고 해요.”

“어머, 아버지도 똑같은 소리 했었는데.”

못마땅하게 인상을 쓰고 있는 아버지와 달리 윤 차장과 준영은 서로를 마주 보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 갔다.

저녁 식사 중에 준원은 주말에 집을 나가겠다고 아버지와 윤 차장에게 통보했다.

윤 차장은 수험생인 준영 때문에 목소리 한번 크게 키우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며 지내야 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 좋지 않았으면 윤 차장은 제 탓이라 여기고 자책했을 거다.

그런 그녀의 입장을 고려하면 아버지가 당연히 저희의 독립을 반기리라 예상했는데 준원의 예상과 달리 아버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준원은 정원으로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 오후 늦도록 내리던 눈이 멈추고 모든 것이 고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렇게 보니 참 넓은 집이었다. 두 사람이 살기에는 적적할 듯싶기도 했다. 또 이전처럼 준영과 윤 차장의 사이가 어색한 편도 아니었다. 가족으로 화목한 지금은 저희의 독립이 마냥 달가울 리 없었고, 사실상 필요도 없었다.

설원을 바라보며 준원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어른 앞에서 잘하는 짓이다.”

인기척에 돌아보니 아버지도 담뱃갑을 손에 쥐고 야외 테라스로 나오는 중이었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준원은 그를 피해 고개를 돌리고 연기를 내뱉었다.

부자는 나란히 서서 하얗게 변한 정원을 조감하며 담배를 피워 올렸다.

“아버지가 너한테 뭐 서운하게 한 적 있는 거냐?”

“…….”

“좀 심하잖아. 너희들 마음대로 난데없이 이래도 되는 거야?”

“…….”

준원은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면 대꾸하는 법이 없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그저 시선을 내리고 다른 상념에 빠진 것처럼 가만히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너 혼자 잘할 수 있는 건 알아. 크게 무리 되는 일 아니라는 것도 알고.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않아?”

“잘못했습니다.”

준원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중얼거렸다.

“윤 차장 집에 들이면서 너하고 상의하지 않은 건……, 그래, 그건 내가 실수했다. 나도 바쁘고, 또 너는 너대로 바빴잖아. 준영이 3학년 올라가고 내 딴에는 누구라도 좀 케어해야 할 것 같아서 한 선택이었어.”

저희의 갑작스러운 독립을 집에 여자를 들인 아버지를 향한 반발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준원은 아버지가 집에 누굴 들이든 관심 없었다.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그저 저희에게 신경 쓰지 말고 바깥일에만 매달렸으면 했다. 아버지가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자꾸 준영을 가지고 간섭하는 게 그에게 확연한 불쾌감을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가는 건, 무슨 뭐 알아서 준비 다 해 놓고 나간다고 통보하고 나가면 그만인 거야? 뭐가 그렇게 다 쉽고 간단해?”

“…….”

“준영이도 그래. 이제 신입생 되면 술자리도 잦아질 거고 어른이 단속해야 하는데, 너희 둘만 사는 거 정말 괜찮겠어? 집이 학교에서 먼 거리도 아니고, 굳이 독립까지 할 필요가 있느냔 말이야.”

준영이 대학에 합격하면 따로 살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꾸는 것은 차치하고 준원은 아버지가 준영에 대해서 무슨 권리가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로 말하는 게 몹시 거슬렸다.

“저희 따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새어머니가 그러셨다면서요.”

“……그건.”

아버지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준영이한테 들었습니다.”

“그건, 강준원, 그땐 준영이하고 윤 차장이 서먹했을 때였고, 지금은 아니야. 윤 차장도 준영이 얼마나 예뻐하는데. 너 그건 오해야. 처음에는 당연히 불편하니까 윤 차장이 괜히 투정한 거고.”

“…….”

“후우…….”

그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한숨을 쉬었다. 준원은 시선을 들지 않고 아버지의 가슴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담배는 가늘게 한 줄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이사 준비 잘하고.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라.”

“네.”

아버지는 정원에 마련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돌아섰다. 허연 입김이 그의 얼굴 주변으로 퍼졌다.

준원은 길어진 재를 툭 털어 내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준영과 새롭게 시작하는 공간에 누구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아버지의 라운딩 약속이 잡힌 주말에 이사를 감행한 이유였다.

윤 차장은 준원을 어려워했다. 청소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라오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저 때문에 그들이 독립하는 거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들었는지 짐을 싣고 떠나는 그들을 아쉽게 바라만 볼 뿐 따라오지는 않았다.

미리 주문해 놓은 가구는 이미 도착한 상태였고 가지고 온 것들만 정리했다.

준원이 마련할 수 있는 자금 한도 내에서 발품을 팔고 팔아 월세로 얻은 작은 아파트였다.

평형은 작지만 신축이라 깨끗하고 학교는 도보로 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준원은 큰 방을 준영에게 주었다. 해가 잘 들어오는 남향이었다.

중국집에서 시킨 음식으로 대충 점심을 해치우고 밤늦도록 이삿짐을 정리했다.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간에야 마무리가 되었지만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준원과 준영은 정리가 덜 끝나 가구며 책이며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는 거실 소파에 앉아 준영이 좋아하는 치킨과 맥주를 마셨다.

짐을 하도 나르고 옮기고 하다 보니 근육통으로 온몸이 뻐근했다.

“이제 옷장 정리만 하면 끝이다. 이거 할 거 못 되는 것 같아. 이사 안 다녀 봐서 처음 알았네. 무지 힘들어.”

준영이 맥주를 꿀꺽대며 들이켜고 어설프게 시원하다, 하고 중얼거렸다.

“내가 한다니까 왜 다 하겠다고 나서. 많이 힘들었지?”

“응, 생각보다 중노동이야.”

손깍지로 맞잡은 동생의 손을 준원은 조몰락거리며 만져 주었다.

“이제 밤에 소리 들릴까 봐 걱정할 일은 없겠다. 그치?”

“…….”

“나 아까 어디 갔다 왔는지 알아?”

그 손을 마사지하듯 만져 주고 있는데 동생이 물었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준영이 이삿짐을 정리하다 말고 삼십 분 정도 사라졌었다.

“어디 갔다 왔는데?”

“……콘돔하고 젤 사러 갔다 왔어.”

“…….”

“그거……, 없으면 안 된대. 인터넷에서 찾아봤거든.”

“너는 애가……, 원래 이랬어?”

준원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애꿎은 준영의 손만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는 선을 넘는 게 무서웠다. 거기까지는, 준영의 말대로 그것만 하지 않을 뿐, 할 수 있는 모든 난잡한 짓은 다 하고 있으면서 거기까지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이성을 잃게 되는 것도 두렵지만 동생에게 그런 짓을 해 버리면 돌이킬 수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준원은 그 선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고 싶은 거 당연한 거 아니야……?”

준원의 어색한 반응에 준영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준원은 고개를 들어 준영을 바라보았다.

“나 안 좋아해?”

“……좋아해.”

“나도 형 좋아해.”

“그런 의미 아니야. 너한테 실수하고 싶지 않아.”

“……그게 어떻게 실수야?”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내 말뜻은……, 그러니까 나는.”

“…….”

망연해진 눈으로 자신을 보는 동생에게 준원은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말아 물었다.

준원은 동생의 옷을 벗기고 싶었고, 그의 입술에 목에, 가슴에 자신의 흔적을 명징하게 남기고 싶었다. 동생의 속살을 맛보고 싶었다. 은밀한 곳에 얼굴을 처박고 흥건하게 젖을 때까지 게걸스럽게 빨고 싶었다.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준원은 자신의 불결함이 참담했다.

준영은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별거 아닌 것이 아니었다.

도덕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동생을 더럽히는 짓이었다.

준원은 동생의 여린 속살에 자신의 더러운 성기를 박아 넣고 절정에 닿고 싶었다. 불온한 정욕으로 동생을 더럽히는 상상까지 했었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어렸던 준원은 어느 날 잠든 동생을 안고 있다가 기분이 이상해졌다. 동생을 좀 더 소중하게 안아 주고 싶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강한 감정이 휘몰아쳤고, 동생을 만지고 싶어졌다.

그 욕망이 처음 생긴 날 준원은 손에 칼을 쥐었다. 자신을 혐오하게 된 첫날이었다. 그게 십 년 전의 일이었다.

십 년을 그 생각에 절여져 있었다. 뇌가 올바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준원은 마른침만 삼켜 댔다. 울컥 떨리는 그의 결후를 준영이 응시했다.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

준영은 황당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눈빛이었다.

“그럼 내가 할게.”

“……응?”

“내가 한다고.”

“……뭘?”

“형은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그게 무슨……, 뭘 알아서 해?”

“그냥 누워서 가만히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아까부터 뭘 알아서 한다는 거야?”

준원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을 지우려는 것처럼 도리질을 치고 물었다.

“못 하겠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내가 할 테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 씻고 나올게. 같이 씻을까?”

“…….”

넋이 나간 것처럼 앉아 있는 준원의 어깨를 툭툭 치고 준영이 일어섰다. 준영이 욕실로 들어가고 얼마 있지 않아 샤워하는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준원은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을 서성거렸다. 안절부절못하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있는데 어느덧 물소리가 멎고 달칵 욕실 문이 열렸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증기 사이로 준영이 헐렁해 보이는 티셔츠만 걸친 채 맨다리로 나왔다.

준영은 물기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닦으며 창가에 서 있는 준원을 바라보았다.

“안 씻을 거야?”

“…….”

“나는 형 땀 냄새도 좋아.”

“……씻을게.”

준원은 셔츠 아랫단을 교차해 잡고 머리 위로 상의를 훌렁 벗었다. 땀과 먼지로 몸이 더러웠다. 준영을 지나쳐 동생이 씻고 나온 욕실로 들어갔다. 바닥이 물기로 척척하게 젖어 있었다.

수전을 일부러 냉수 방향으로 돌리고 찬물을 맞았다. 반쯤 벗은 동생의 모습을 보고 발기한 성기 위로 한겨울에 맞는 차가운 물이 매질처럼 꽂혔다.

그는 전신의 열이 식을 때까지 찬물에 머리를 들이밀고 한참을 서 있었다. 샤워를 마친 준원은 몸의 물기를 꼼꼼하게 닦고 그 안에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욕실 문을 열었다.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던 준영이 시선을 돌렸다.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준원은 서둘러 거실 불을 끄려고 했다.

“그냥 둬.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인단 말이야.”

“…….”

준원은 밝은 곳에서 동생을 안을 자신이 없었다. 그는 떳떳하지 않았고 어둠에 숨지 않으면 욕망의 지저분한 속살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준원은 전등 스위치에 닿아 있던 손을 하릴없이 내렸다.

동생이 다가와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에 뺨을 묻었다가 놀라 도로 고개를 들었다.

“몸이 왜 이렇게 차가워?”

“냉수 마찰했는데.”

“미쳤어?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준영이 그의 손목을 잡아 침실로 이끌었다. 폭신한 침구가 깔린 침대 위로 풀썩 눕히고 서둘러 이불을 덮어 주고 자신은 그 옆에 눕는다.

준원은 어색하게 동생을 바라보았다. 혼자 분주하게 준원의 잠자리를 봐주듯 침구를 도닥거리며 준영이 그를 타박했다.

“한겨울에 잘하는 짓이다. 가뜩이나 오늘 무리해서 몸살감기 걸릴 수도 있는데.”

그는 냉수 샤워를 자주 했다. 정수리를 돌로 쪼개는 것처럼 차가운 물에 머리를 대고 있으면 머릿속의 더러운 정염이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가곤 했기에 그는 본가에서 종종 새파란 냉수로 샤워했다.

준원은 동생이 이끄는 대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준영은 그를 끌어안고 너른 등줄기를 손으로 쓰다듬어 어떻게든 열을 돋우려고 분주하게 쓸어 만졌다.

“안 추워.”

“이렇게 차가운데 안 춥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준영은 괜히 제가 몸서리를 쳤다.

준원의 벗은 상체가 금세 온기를 옮겨 받아 따스한 열이 감돌았다. 준영의 손이 어느새 그의 몸 곳곳에 남아 있는 상처를 하나하나 더듬어 만지고 있었다.

그는 동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셔츠 자락을 들추고 그 안으로 들어가 끌어안았다. 뺨에 닿는 살결이 보드랍고 말랑거렸다.

그는 이제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은 것 같았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안락했다.

간지럽히듯 맨살을 만지자 동생이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뒤틀었다.

“하지 마, 아, 진짜 하지 마. 간지럽단 말이야. 하하하, 아, 형!”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손가락으로 간질이며 장난하던 준원은 동생의 티셔츠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머리칼이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하하……, 나 간지럼 많이 타잖아.”

지금도 어디가 근질거리는 것 같다고 준영이 목을 움츠렸다.

“……정말 괜찮겠어?”

“응?”

“…….”

준원은 동생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었고, 영원히 하지 않아도 견딜 수 있었다. 준영과 이렇게 된 것만 해도 신의 용서를 바랄 수조차 없는 준원에게는 축복이었다.

준영의 볼이 발간빛으로 물들었다. 동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리깐 시야로 늘어진 속눈썹이 그늘을 만들었다. 동그란 콧방울과 인중, 그 아래 자리한 입술이 올망졸망 사랑스러웠다.

준원은 침을 삼켰다. 불을 끄려고 일어나는 그를 동생이 붙잡았다.

“괜찮아. 불 켜고 해도……, 난 불 켠 게 좋아. 형 얼굴 보고 싶어.”

“…….”

준원은 무서웠다. 불을 켜게 되면 준영에게 보일 것이다. 동생에게 발정하는 얼굴이. 눈자위는 실핏줄이 터진 것처럼 벌겋게 일어날 거고, 불결한 입술은 더운 숨을 헐떡이며 어쩌면 짐승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준원은 욕망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동생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둬. 오늘은 얼굴 보면서……, 형 얼굴 볼 거야.”

“부끄러운데.”

농담으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준영이 불을 끄지 말라고 분명한 고갯짓을 쳤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준영에게 몸을 돌렸다.

“이렇게 대담한 줄은 몰랐어.”

“난 겁 안 나.”

준원의 눈동자가 자꾸만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이탈하자 준영의 손이 그의 뺨을 붙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동생은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여겨지면 어지간해서는 굽히지 않았다. 고집과는 다른 개념이었다. 중심이 있었고 신념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사랑하는 거……,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고 싶어.”

“…….”

동생이 먼저 다가와 입술을 겹쳤다. 아아, 준원은 두 주먹을 꽉 쥐며 눈을 감았다.

입술이 벌어지고 동생의 혀가 그의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는 꽉 쥔 주먹을 부들거리다 한 손으로 준영의 목덜미를 쥐고 고개를 비틀었다.

“흐읍……!”

숨결이 흐트러지며 입술 살이 부드럽게 쓸리고 비벼졌다. 혀와 입술로 뭉개고 휘저으며 더 깊숙이 들어가 점막을 핥아 올렸다.

목덜미를 쥐고 쓸어 만지던 손이 동생의 옷을 끌어 올렸다. 머리 위로 옷을 벗겨 내기가 무섭게 다시 입술을 겹치고 침대 위로 함께 쓰러졌다.

가빠진 호흡 사이로 습하게 움직이던 입술을 떼고 솜털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명도 아래에서 동생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호흡만 가쁘게 달아오른 게 아니라 맥박과 심장의 두근거림까지 빨라져 있었다.

“젤하고 콘돔은?”

가까이 얼굴을 맞붙이고 준원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당차게 제가 직접 사 왔으면서도 준영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투명하게 열리는 눈망울이 조금 망설이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사 왔다며.”

“응, 제일 비싼 걸로 사 왔어.”

“그래서 어디 있어?”

동생이 눈동자만 굴려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준원의 시선이 그곳을 따라갔다. 사이드 테이블이었다.

손을 뻗어 서랍을 열었다. 하얀 비닐봉지가 잡혔다. 봉투를 꺼내 내용물을 침대 위에 쏟았다. 젤 뚜껑을 입으로 돌려 따고 콘돔 역시 이로 포장을 뜯어 손 뻗으면 닿는 곳에 놔두었다.

준원의 손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물기 젖은 동생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치고 문지르며 그의 손이 본격적으로 동생의 벗은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제 목에 감기는 팔과 겨드랑이, 간지럼을 많이 탄다는 옆구리와 허리, 두둑하게 살이 올라와 있는 둔부.

준원의 손이 둔부를 세게 움켜쥐고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중심이 부딪치며 강한 여운이 하체를 타고 전신으로 번져 나갔다.

두 다리가 얽혀들고 손깍지로 움켜쥔 두 손을 침구 위로 결박하듯 눌렀다. 그는 몸을 겹치고 가볍지 않은 하중으로 동생을 짓눌렀다.

하복부를 바짝 밀착하고 비비고 있을 뿐인데 동생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공교롭게도 동생은 음모가 거의 없었다. 준영의 깨끗한 아래에 자신을 비비는 행위가 준원은 그래서 더 심란했다. 뭔가를 범하는 기분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아……, 형 털 따가워.”

“밀어 버릴까……? 준영이 아프면 안 되니까.”

“싫어. 난 이게 좋아. 털이 많은 게 좋아.”

제게 없는 것을 준원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준영은 준원의 체모마저 동경했다.

준원은 저도 모르게 동생의 두 손목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하체를 비비적대고 있었다. 뜨거운 숨을 토해 내며 어쩔 줄을 몰라 도리머리를 치는 동생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눈빛이 그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관찰하듯 뜯어보자 준영은 고개를 돌려 빨갛게 된 뺨을 침구에 묻었다.

“그만 좀, 그만 쳐다봐.”

“자꾸 보고 싶어. 보고 싶어서 그래. 보지 말까?”

“응, 보지 마. 나 쳐다보지 마.”

“하아, 알았어. 안 볼게. 네가 싫어하는 짓은 안 할게.”

준원은 한숨처럼 속삭이며 입술을 내려 동생의 귓불을 물었다. 잘근잘근 씹어 대자 준영이 오한을 치며 어깻살을 바르르 떨었다. 귓가를 척척하게 적셔 놓고 맥박이 치는 목선을 입술로 꾹 눌렀다. 혀끝에서 벌렁거리며 뛰는 동맥이 느껴진다.

준영의 아래가 살짝 튀어 오르듯 꿈틀거렸다. 동생의 상체를 옭아매듯 끌어안고 준원은 젤을 가져왔다.

등 뒤로 둘러 안은 손바닥 위에 젤을 듬뿍 짰다. 손을 아래로 가져가 갈라지는 골 사이를 적셨다.

“흐읏……, 읏, 차가워.”

“차가워? 응?”

“응, 이상해, 거기가 차가운 게 이상해…….”

움찔거리며 닿는 살갗의 느낌이 그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준원은 난데없이 욕설을 내뱉고 싶었다. 욕을 하지 않으려고, 대신 다정한 말을 속삭였다. 그럼에도 욕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어금니를 악물었다. 악다문 턱이 질끈질끈 떨려 왔다.

손에 닿는 감각이 고문 기계로 살을 지지는 통증처럼 전해져 왔다.

“아직도……, 준영아, 아직도 차가워?”

“아, 아니. 으읏, 아니야. 이제 안 차가워. 근데 이상해. 형, 이거 이상해.”

주변을 젤로 흠뻑 적셔 놓고 손끝으로 누르듯 만지며 묻자 동생이 엉뚱한 소리만 했다.

이상하다고 흠칫흠칫 몸을 떠는 하체를 내리깐 시선으로 바라보던 준원은 제 중지를 벌어지는 틈으로 조금씩 밀어 넣었다.

“으…….”

그는 숨을 죽였다. 동생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는 눈을 감은 채 손가락으로 안을 더듬었다. 점막 안쪽이 뜨겁고 농밀하게 손가락을 물었다. 단단해진 그의 성기가 동생의 허벅다리 안쪽을 찔렀다.

준원은 마치 삽입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였다. 젤을 머금은 안으로 쑤석거리자 찔걱대며 끔찍하리만치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흐으, 으… 읏, 형, 이상해, 이상… 이상해.”

“아파?”

“아니, 아프지는 않은데, 읏, 으응…….”

부옇게 흐려진 시야로 급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생의 가슴이 보였다. 준원은 고개를 숙여 준영의 가슴에 입술을 댔다. 톡 불거진 살을 입술에 물고 앞니로 질근질근 씹었다.

“하읏… 아으응… 형, 준원 형.”

그는 동생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착각이 일었다. 유륜과 유두를 한꺼번에 입 안에 머금고 빨아 댔다.

그의 손가락이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더욱 가열하게 안쪽을 쑤셔 댔다. 배려도 조심성도 없었다. 그저 급박하기만 했다.

“아으, 읏! 하아, 형, 잠깐만, 잠깐, 아읏……!”

“어때? 준영아, 어때? 형이 지금 응? 하아, 네 여길 쑤시고 있어. 괜찮아? 응?”

젖꼭지를 계속 물고 그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물었다.

“아, 아, 아……! 형, 나 쌀 것 같아. 나, 형, 나 갈 것 같아… 아, 흐읏……!”

굵은 손가락이 막무가내로 아래를 쑤셔 대자 동생의 몸이 자지러지듯 휘어지며 손가락을 머금은 내벽이 확연하게 오그라들었다.

그때 희멀건 액이 가슴까지 튀어 오른다. 손대지 않은 성기가 파들거리며 선액을 게워 내고 있었다.

타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젖꼭지에서 입술을 떼고 준원은 길게 뺀 혀로 살을 핥아 올린다. 소름 끼치는 감각에 등골을 옥죄이며 준영이 그의 어깨를 밀었다.

“하아, 하아… 아아응, 그만, 그만!”

“하아……, 너 지금 여기 엄청 조이고 있어. 씨발, 지금 내 손가락을 물고 안 놔주고 있어. 느껴져?”

그는 제정신이 아닌 소리를 지껄였다. 정신이 나가서 아무 말이나 저속하게 쏟아 냈다.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가 안을 쑤석거렸다. 젖은 안쪽을 콱콱 소리가 나도록 쑤시자 동생의 다리가 그의 앞에서 벌어졌다.

“아으, 으읏, 형, 형……!”

가슴이 솟구치고 고개가 젖혀졌다. 꼴깍대며 숨과 침을 동시에 삼키는 목울대가 땀에 젖어 하얗게 빛났다.

준원은 콧김을 씨근덕거리며 콘돔을 가져왔다. 저릿해진 성기 위에 콘돔을 씌우고 젤을 그 위에 흠뻑 젖도록 짰다.

동생의 다리를 벌리고 벌렁거리는 비부로 제 성기를 가져갔다. 손가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크기가 젖은 살 위를 지그시 누르자 준영의 눈이 두려움으로 떠졌다.

동생과 눈이 마주친 상태로 준원은 팽팽하게 발기한 성기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좁아서 들어가지 않는데 꾸역꾸역 넣었다. 시간을 들여 뿌리 끝까지 완전히 욱여넣었다.

음욕으로 벌겋게 달구어진 제 얼굴을 입술이 벙긋 벌어져 마치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끅끅거리는 동생에게 들이댔다.

“허윽……, 윽!”

“하아, 준영아. 형, 지금 네 안에, 하아, 들어갔어. 형이 지금……, 내가, 내가, 크읏, 내가 씨발, 너한테……, 읏!”

두 손으로 꽉 쥐고 비트는 것처럼 조여드는 안쪽에 성기를 콱 박아 넣으며 준원은 뭐라고 헐떡였다.

동생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낯이 하얗게 질려 간신히 허덕거리고 있었다.

“형이, 지금……, 지금 네 안에, 하아, 씹, 아아, 씨발, 아…….”

가만히 버티고 있던 그의 허리가 이내 참지 못하고 크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준원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아래를 부딪쳤다.

낭자하게 맞붙는 살의 처덕거림과 비명과 다를 바 없는 신음이 동생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준원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꿈에서, 상상에서, 머릿속에서, 그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동생에게 죄를 지었다.

“아아, 아읏, 하아, 하악, 아아.”

도망치듯 제 가슴을 두 손으로 밀며 침대 위로 기어가는 동생을 붙잡아 누르고 울음을 터트리는 입술을 겹친 채 허리를 들썩거렸다. 거칠게 입안을 탐하던 혀를 물리고 그는 참았던 숨을 쏟아 냈다.

“으흐억, 준영아, 형이, 지금, 하아, 네 안에, 형이 지금 뭐 하는 줄 알아? 응? 내가, 하아, 내가 너한테, 씨발, 미치지 않고서야……, 내가 너한테, 하윽. 윽!”

그는 자신이 뭐라고 중얼거리는지도 들리지 않았다. 사타구니 사이가 도려지는 것 같았다. 타들어 가는 감각이 전신을 휘감고 그를 몰아치게 했다.

“안에, 하아, 으윽, 안에 싸고 싶어. 준영아, 흐읏, 그래도 돼? 응? 말해 줘. 그러라고 해 줘. 싸게 해 줘. 싸고 싶어.”

부탁해. 부탁할게. 제발, 제발…….

정작 동생의 울음과 비명은 듣지 않으면서 그는 묻고 또 물었다.

안에 싸야 한다는 생각이 집념이 지독하게 그를 사로잡았다. 그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준원은 동생의 안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시간의 개념이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철벅거리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동생의 허리가 튀어 올랐다. 그는 동생의 두 다리를 잡아 벌리고 상체를 벌컥 일으켰다.

그의 성기를 삼키는 구멍이 보였다. 준원은 동생의 그곳에 씹질을 하고 있었다.

파격적인 쾌감이 그의 등줄기를 훑고 사지를 떨리게 했다. 젤과 체액이 비벼지며 물큰한 냄새가 났다.

심장이 펌프질하듯 허리짓을 하며 준원은 고통에 찬 호흡을 헐떡였다.

동생을 붙들고 있는 손바닥에도 땀이 배어 나왔다. 그는 아파하는 준영을 애무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자신이 여유가 없었다. 아무것도 그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아아, 갈 것 같아. 준영아, 하아, 쌀 것 같아. 안에, 안에 싸도 돼? 응? 허락해 줘. 응? 으윽, 크읏!”

그악스럽게 움켜쥐고 내리찍던 하체를 움찔 굳혔다. 그의 이마 위로 핏줄이 불거져 오르고 눈자위는 실핏줄이 찢어져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아, 하아, 하아……!”

두툼한 고환을 제외하고 전부를 그 안에 쑤셔 넣은 채 준원은 전신을 경련하며 사정했다.

동생의 안에 길게 싸지르는 감각이 그의 뇌수를 칼처럼 후비고 들어갔다.

아래를 헐떡이며 파정한 준원은 천천히 숨을 가라앉혔다. 땀으로 젖은 육신이 동생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주, 준영아.”

그가 놀라 손을 뗐다. 준영의 하얀 살에는 그의 손이 닿은 곳마다 빨갛게 울혈이 맺혀 있었다. 아픔을 참느라 악다문 입술 끝으로 핏줄기가 가늘게 맺혀 흘렀다.

“으윽……, 아파, 빨리 빼, 빨리, 흐윽…….”

얼마나 울었는지 준영의 목이 쉬어 있었다. 빨개진 눈가에 흘러내린 눈물이 귓가를 적시고 뺨에도 흥건하게 젖은 채였다. 준원은 아래를 빼지 못하고 동생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파, 빨리 빼, 그거 빼, 빼 줘. 형……!”

“…….”

동생의 부탁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별을 따 올 수 있는 그였다. 그런데 준원은 빼고 싶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준영의 가랑이 깊은 곳에 성기를 쑤셔 넣은 채 있고 싶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게 옳은 일이었다. 이렇게 있지 않으면 이걸 그만둬 버리면 그는 죽을지도 몰랐다.

“빼, 형, 빼 줘. 하지 마, 으욱, 그만……, 그만.”

그만하라는 울음과 애원이 더해질수록 준원의 성기는 단단해졌다. 터질 것처럼 발기해 어딘가에 물려 있는 자체가 그도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손을 내려 억지로 빼 보려고 꿈지럭거리는 팔을 붙잡아 누르고 머뭇머뭇하던 준원은 하는 수 없이 허리를 물렸다. 꽉 박혀 있던 것을 빼냈다. 희뿌연 정액으로 콘돔이 늘어져 있었다.

그는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콘돔을 벗겨 내고 흠칫거리는 내벽으로 황급하게 생살을 도로 밀어 넣었다.

“아윽! 형……!”

“미안해, 미안해, 준영아. 싫어. 빼기 싫어. 계속……, 계속 이렇게 있게 해 줘. 제발, 응?”

뜨거운 속살이 준원의 성기를 차지게 압박했다. 콘돔을 하고 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감각 자체가 달라서 준원은 숨이 막혀 왔다. 누군가 두 손으로 제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다. 이럴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감각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천천히……, 제발, 천천히 해.”

준원은 그러겠다고 싫어하는 것처럼 몸을 움츠리는 동생의 뺨과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준원이 천천히 허리를 둥글렸다. 찔걱대며 결합된 부위가 마찰했다.

느리게 삽입하자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얼굴이 그를 향해 들리며 가쁘게 헐떡였다.

“으응… 으읏, 하아, 이상해, 느낌이 이상…해.”

“기분 좋아? 응? 준영아, 기분 좋아? 말해 줘.”

“좋아… 기분 좋아. 하아, 형…! 으흑……!”

동생의 아래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고 있다는 파격적인 쾌감과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흥분이 준원을 자꾸만 다그쳤다.

그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아파하는 동생을 보며 미친 사람처럼 발기한 살덩어리를 어떻게든 그 안으로 비집고 밀어 넣어 하나로 연결되려고 애타게 몸부림치며 씨근덕거리는 자신이 끔찍했다.

그런데도 그만둘 수가 없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좋아? 하아, 준영아, 준영아, 하윽, 좋아? 제발, 제발 좋다고 해 줘. 제발…….”

“좋아, 좋아… 좋아해, 형… 좋아해. 사랑해.”

준원은 준영의 위로 무너지며 상체를 쓸어안고 하복부를 들썩거렸다.

땀이 흐를 정도로 숨 가쁘게 몰아붙이던 준원이 두 번째 사정을 했다. 준영의 안에 자신의 일부를 박아 넣고 파정했다.

그 상태로 몇 번을 더 했는지 모르겠다. 공간이 없는 곳을 찔러 넣자 안에 고여 있던 정액이 흘러내렸다. 묽은 점액질이 정교하게 맞물린 살을 적시며 처덕거렸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삽입하던 준원은 준영의 안에 자신을 넣어 둔 상태로 잠이 들었다.

✦ ✧ ✦

준영은 한낮이 지나도록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체력이 방전된 것처럼 잠만 잤다. 곤하게 자다 말고 갑자기 끙끙거리는 신음까지 흘려서 준원은 동생의 곁을 떠나지 않고 침대맡에 앉아 준영의 상태를 살폈다.

메시지 알림음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제 핸드폰 소리가 아니었다. 준원은 한참 만에 침대 아래 떨어져 있던 준영의 핸드폰을 주워 올렸다.

그는 잠든 동생의 손가락을 가져와 지문으로 보안을 풀었다.

[쭈쭈 뭐함? 나 오늘 형이랑 이사했다 대학교 근처야 언제 놀러올 거야? 차는 계약함? 뭘로 샀오?]

어제 보낸 메시지에 준영의 친구가 이제 답장을 한 모양이었다.

준원은 ‘쭈쭈’라고 쓰여 있는 글자를 오래도록 응시했다.

친하다고는 들었다. 반에서 제일 친하다고 했다.

이름이 석주라서 쭈, 라고 부르는 모양이었고, 녀석도 마찬가지로 준영을 영이, 우리 영이, 영영이, 공공이,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준원은 쭈와 영이 몹시 거슬렸다.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심박이 빨라지고 손발이 살짝 떨려 올 정도였다. 직접 들었을 때도 충격이었는데 눈으로 보는 것도 충격이었다.

쭈는 오늘 대학 입학 선물로 차를 계약한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면 차가 나올 테니 태워 주겠다고, 준원은 보증금 때문에 차를 팔아 버렸는데 새 차를 타고 같이 놀러 가자고 준영을 꼬드기고 있었다.

면허를 딴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놈이 생떼 같은 동생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도 기분이 더러워 짜증이 확 올라오는데, 옆에 태워 주겠다고까지 하니 더 열이 받았다.

준원은 메시지 창을 나와 아예 모든 메시지를 삭제해 버렸다. 번호도 수신을 차단하려다가 멈칫했다. 이런 짓을 하면 동생이 싫어할 게 뻔했다.

구속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구속하지 않으면서 구속하는 방법은 모색하면 다양하게 많았다.

준원은 동생의 핸드폰을 뒤지는 것처럼 들여다보다 사진첩으로 들어갔다.

“…….”

사진첩 속에는 준원의 사진이 가득했다. 섬네일로 작아진 사진을 펼치자 자신의 모습이, 여러 가지 다양한 표정이 보였다. 뒤에서 몰래 찍은 듯한 사진도 많았다.

준원은 제 사진을 바라보다 잠든 동생을 응시했다.

누가 이걸 본다면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겠지.

모아 놓고 보니 더 그랬다. 친형을 욕망하는 동생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동생이 보여 주는 욕망은 더럽지 않았다. 배덕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원하는 집착이 고스란히 엿보이는데도 비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액정을 스와이프해서 사진을 넘기다 멈칫했다.

졸업식 때 윤 차장이 찍어 준 사진이 떴다.

준영이 형의 뺨에 뽀뽀하는 모습이었다. 준원은 어린아이처럼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준영은 사랑이 가득한 웃음을 짓궂게 짓고 입술을 그의 뺨에 부딪치고 있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친형제가 아니라 연인으로 보일 법한 사진이었다.

준원은 그 사진을 물끄러미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행복하고 즐거운 한때였다.

제 얼굴이 처음으로 더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쳐다보고 있는데 오랫동안 켜 둔 화면이 꺼져 버린다.

검은색 액정으로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

그것은 더 이상 더러운 것을 갈망하는 혐오스러운 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사랑에 빠졌다는 말이 퍽 어울리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으…….”

액정을 물끄러미 보던 준원은 동생의 앓는 신음에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냅다 던져 버리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눈매를 일그러트리던 준영이 가늘게 눈을 떴다.

“준영아.”

“…….”

“정신 들어? 괜찮아?”

동생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며 준원은 어쩔 줄을 모르는 얼굴로 물었다. 잘못 건드리면 깨지는 유리를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길이 준영의 뺨을 어르고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귓바퀴를 분주하게 쓸어 만져 댔다.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욕을 채우는 것처럼 손이 무척 바쁘게 움직여 동생의 여기저기를 쓰다듬었다.

말랑말랑한 뺨을 만지고 몽글몽글한 귓불을 문지르고 불긋하게 부어오른 눈가를 쓸어 주고 목선을 쓸고……. 바쁜 제 형의 손등을 준영이 느리게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다.

“……아파.”

“아.”

준원은 깍지를 껴 오는 동생의 손에 붙잡혀 가만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준영은 그를 마주 바라보며 조금씩 온전한 정신을 깨우듯 눈을 깜박거렸다.

“나 배고파.”

“죽 사다 놨어. 데워 줄게. 잠깐 기다려.”

막 이사 온 집이라 간단하게 해 먹을 재료는커녕 도구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준원은 아침에 눈을 뜨기가 무섭게 마트에 부랴부랴 쫓아갔다. 당장 필요한 것들만 추려서 바리바리 사다 놨는데도 여전히 부족한 것 천지였다.

“그럼 나 샤워할게.”

“일어날 수 있겠어?”

“……뭐, 못 일어날 정도는 아닌데?”

어젯밤을 되새기듯 준영은 그를 보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애매하게 시선을 돌려놓고 중얼거렸다.

준원도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내리깐 시선으로 침대 언저리만 응시했다.

둘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마음의 준비 안 되어 있다더니……, 형은 꼭 그것만 기다린 사람 같던데.”

“……내가 너무 짐승 같았지?”

뺨에 와 닿는 동생의 눈동자가 느껴졌다. 준원은 눈을 내리깐 채로 패배의 기색이 짙어진 말을 이었다.

“내가 너무……, 더럽게 했지?”

심하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마지막에는 아예 동생의 안에 성기를 넣어 둔 채로 잠이 들었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아려 오는 준원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어제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는 상태여서, 그래서.”

“…….”

이성을 잃었던 지난 밤을 서둘러 변명하며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기다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맑은 빛 눈동자.

준영이 동생으로 그를 너무 잘 따랐기에 그래서 더 미칠 것 같던 어느 날의 처참한 기억이 순식간에 그의 의식을 점령해 왔다. 동그마니 쳐다보기만 하던 준영이 묻는다.

“지금은 제정신이야?”

“뭐?”

“형 지금은 제정신이냐고.”

“……그런 것 같아. 그럴 거야. 아마도.”

준원은 정신이 나간 것도 같았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것도 같았다. 동생과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해 버린 다음 날이었다. 자신이 어떤 상태라는 평온한 인식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 죽 데워 줘. 배고프니까 일단 먹고 얘기할래.”

“무슨 얘기?”

침대에서 엉거주춤 일어난 준영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무슨 얘기할 건데?”

“이따.”

무슨 얘기냐는 질문에는 답도 해 주지 않고 욕실 문을 닫아 버린다. 곧 수전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준원은 동생이 사라진 침대 위를 한동안 바라보다 돌아섰다.

준영이 좋아하는 야채죽을 데워 식탁 위에 반찬 몇 가지와 함께 올려 두었다. 어느새 다 씻고 나온 준영이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말리며 다가왔다. 늦은 아침을 차리는 준원의 앞에 식탁 의자를 빼 앉고 물었다.

“언제 나갔다 왔어? 소리 못 들었는데.”

“아침에, 마트 문 열자마자.”

“나만 피곤했나 보다. 형은 안 피곤해?”

“……별로.”

어젯밤 그 난리를 쳐 놓고 피로가 없느냐고 묻는 것 같아서 준원은 조금 민망해졌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격렬했던 관계였다.

“나는 피곤해 죽겠어. 온몸이 다 뻐근해. 당하는 쪽은 그런 건가. 형, 나 좀 봐.”

쳐다보지도 않는 준원에게 다가온 준영이 자신을 좀 보라고 그 허리를 끌어안았다.

준원은 동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 가슴에 턱을 대고 빤히 올려다보는 눈두덩이의 부기가 사라져 총기 어린 눈망울만 보였다.

“형은…….”

준영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어릴 때부터 차분하고 어른스러웠잖아.”

준영은 어젯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준원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었다.

동생의 안에 제 성기를 욱여넣자 준원은 겨우 억누르고 있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견고하게 등 뒤에 쌓아 올린 축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준원은 더는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그를 막는 것은, 안 된다고 말리는 이성과 윤리는 없었다. 절제할 필요가 없어 자신을 놓아 버린 게 아니라 그 어떤 사고도 할 수 없었다. 이성과 지각이 사라져 어젯밤 준원은 울부짖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다.

동생을 아프게 한 시간을 되새기는 얼굴이 흙빛으로 굳어졌다.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던 행위를 밤새 질리도록 했다.

“미안해.”

“그렇게 이성이 나갈 정도로 좋은 거야?”

탁하게 갈라지는 육성으로 준영이 그를 올려다보면서 순진하게 묻는다.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그에게는 동생이었고, 연인이었다. 준영은 준원의 연인이었다.

문득 그것이 준원의 심장을 아프게 조였다.

좋다는 말로는 형용이 되지 않았다. 어젯밤을 준원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결합을 하고 제 품 안에 잠들어 버린 연인을 바라보고 쓰다듬으며 준원은 비어져 나오는 울음을 목구멍으로 울컥울컥 삼켜야 했다.

결국 저질러 버렸다는 자괴와 함께였다.

“좋았지.”

준원은 동생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겨우 그게 다야? 어떻게 좋았어? 어떤 느낌이었어?”

“…….”

그런 게 대체 왜 궁금한 걸까. 준영은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준영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자 약간의 수치심이 일었다. 불쾌하다기보다 난감했다.

“어떤 느낌이었냐니까?”

“죽 먹어. 배고프다며.”

제 허리를 안은 팔을 풀어 식탁에 앉히고 그 앞으로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죽 그릇을 밀어 주었다.

“미치게 좋았어?”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보느냐는 원망의 눈길로 준영을 쳐다보고 준원은 낮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미치게 좋은 게 아니라, 좋다는 그런 느낌이라기보다 굳이 느낌을 물어보는 거면…….”

“응.”

“한풀이……?”

“…….”

“한이 풀리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

어제의 느낌을 말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다른 단어는 생각나지 않았다. 준원은 정말 쌓이고 쌓여 있던 한이 녹아내리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대로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행위를 해서 좋았던 게 아니라 그 행위를 통해 준영이 저를 사랑한다고 전신으로 고백을 해 왔기에 느낄 수 있던 감정이었다.

사랑하는 행위로 마음을 표현하고 절정에 닿는 것.

절대 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이와 했다. 그래서 여한이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없었으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어둠에 숨어서 헐떡거리며 동생의 몸을 열었으면 준원은 그다음 날 아침 햇살 속에서 제 몸에 칼을 찔러 넣었을지도 모른다.

준영은 한풀이라는 그의 말에 황당을 넘어 어이없고 웃기기까지 하다는 웃음을 터트리며 죽을 떠 입에 넣었다. 그러며 어제 고통을 참느라 깨물어 댄 입술이 아픈지 한쪽 눈살을 일그러트린다.

동생과 마주 앉아 죽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휘휘 젓기만 하던 준원이 흘깃 눈을 들었다. 허기가 졌다는 말이 사실인지 준영은 아픈 입술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열심히 수저질하고 있었다.

“너는?”

동생을 바라보다 도로 눈을 죽 그릇으로 내리고 준원이 물었다.

“응?”

“……너는 어땠어?”

“잘 모르겠어.”

“…….”

그는 차갑게 피가 식었다. 등 뒤로 한기가 쓸려 내려갔다.

잘 모르겠다는 말은 좋은 뜻이 아니었다. 할 말이 없을 때, 별로 좋지 않은데 상대를 배려해야 할 때,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일 때, 알아서 듣고 알아서 판단하라고 할 때나 쓰는 표현이었다.

그는 잘 모르겠다는 말에, 별로라는 것도 아니고, 싫었다는 것도 아닌 겨우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준원은 죽을 삼키지 못하고 숟가락으로 뒤적거리기만 해 댔다.

그는 처음이었고 서툴렀다. 체력을 안배하지 않고 무작정 온몸으로 부딪치기만 했다. 준영의 잘 모르겠다는 말은 그다지 좋지는 않더라의 완곡한 표현으로 들려왔다. 그는 어제 자신이 얼마나 미성숙했는지를 떠올렸다.

“죽 더 먹을래?”

“형은? 안 먹을 거야?”

“일어나서 뭘 먹었더니 안 들어가네. 이거 더 먹어.”

준원은 자신의 죽 그릇을 동생의 앞으로 밀어 주었다. 한 그릇을 어느새 비우고 준영은 준원의 죽도 가져갔다.

심장이 차갑게 식어 가는 기분으로 준원은 동생을 가만히 응시했다.

식사를 마치고 그는 준영이 밀어 둔 빈 그릇을 설거지해 치웠다. 아일랜드 식탁 위도 정리했다. 동생의 뒤치다꺼리를 성실하게 하며 저도 모르게 땅이 꺼지는 숨을 내쉬었다.

준영의 방으로 들어가 헝클어져 있는 침구도 정리했다. 침대 위로 올라가 매트 커버가 벗겨진 한쪽을 씌우고 있을 때였다. 등 뒤로 와락 달려드는 동생의 체중과 함께 준원은 앞으로 쓰러졌다.

“깜짝이야.”

“이 닦고 왔어.”

히히, 하고 웃으며 매달리는 동생을 추슬러 옆으로 눕혔다.

“잘했어.”

“잘 모르겠으니까 또 해.”

“응?”

“나 어제 일 기억도 잘 안 난단 말이야. 형 지금 제정신이라며. 형 정신 나가기 전에 빨리해.”

“…….”

“또, 영혼 가출한 표정 짓지 말고.”

정신이 아연한 그의 표정에 준영이 안 된다고, 정신 차리라고 뺨을 탁탁 때린다.

그는 고개를 바로 하고 준영을 마주했다. 그러안은 등줄기의 생생한 실물 감이 뭍으로 내쳐진 생선처럼 펄떡거렸다.

“사람 가지고 놀지 마. 왜 이렇게 까불어?”

“형이 당황하니까 자꾸 놀리고 싶어.”

“넌 장난이지만 난 그때마다 얼음물 뒤집어쓰는 기분이야.”

“……그 정도야?”

“그 정도야.”

“알았어. 안 할게.”

준영이 씨익 웃는다. 얄미운 미소였다. 준원은 동생의 뺨을 꼬집듯이 꽉 쥐었다.

“형 나 약 발라 줘. 씻을 때 봤는데 여기저기 상처 장난 아니야.”

옷에 가려져 미처 보지 못한 상처들이 준영의 말처럼 살짝 끌어 올려 보여 주는 배와 가슴은 물론이고 목 근처에도 무수하게 찍혀 있었다.

“약 없을 텐데, 기다려. 나가서 금방 사 올게.”

“내가 그것도 사다 놨어. 혹시 몰라서.”

어제 약국에서 뒷일까지 생각해 사다 놨다면서 준영은 어젯밤 콘돔과 젤을 꺼냈던 서랍을 열어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가져와 준원에게 건넨다.

“혹시 모르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맨날 못 참을 것 같다고 했었잖아. 겨우겨우 참는 거라고. 그랬던 사람이 참을 필요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어?”

“정신이 온전히 박힌 사람이면……, 더더군다나 동생인 네게 이런 상처를 입히진 않겠지.”

그는 멋쩍은 얼굴로 연고를 받아 들었다.

“또. 자책하듯이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다른 거 눈에 안 보였다는 뜻이니까, 다른 거 생각도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니까. 난……, 난 더 좋았단 말이야.”

“…….”

“형.”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내리깐 시선이 고집스럽게 쳐다보지 않으며 제 잘못이라고, 정신이 나가서 동생을 아프게 했다고 후회하고 있었다.

“전부 다 책임지려고 하지 마. 누구 탓 아니야. 그것도 버릇돼. 그러지 마.”

“…….”

준영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준원은 그래서는 안 됐다.

그는 연고 뚜껑을 열어 약지에 액을 바르고 고개를 들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야에 먼저 들어오는 상처부터 약을 발라 주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는 극렬한 고통을 참으려 깨물어 댄 상처가 또렷하게 잡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상처 위를 문지르자 준영의 어깨가 흠칫거리고 떨려 온다.

“미안해.”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소중한 동생의 몸에 이런 상처를 남겼다. 어젯밤을 기억하지 못했으면 준원은 제가 한 짓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을 거다.

다친 상처에 연고를 바르며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것도 전부 감내하겠다는 담담한 얼굴이라 준원은 입안이 썼다.

“여기도 발라 줘.”

준영이 침대에 누워 목 끝까지 상의를 끌어 올리고 납작한 배와 가슴을 보여 준다. 밝은 해 아래에서 드러나는 울긋불긋한 흔적이 이미 후회하고 있는데 그 후회의 부피보다 훨씬 더 많고 진했다.

준원은 내심 깜짝 놀랐다. 이렇게 함부로 다룬 줄은 몰랐다. 그는 자기 뺨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희미하게 떨리는 손끝이 연고를 묻히고 상처 위로 다가갔다. 붉은 흔적에 약지를 대고 살살 문지르자 의사에게 내보이듯 상의를 손으로 쥐고 있던 준영의 하체가 움직거렸다.

“간지러워.”

“미안. 살살 바를게.”

“살살해서 더 간지러워.”

처음이라서, 너무 기뻐서, 벅차서,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단정하고 살아온 세월이 길어서, 준원은 감격에 겨워 혼자 몸부림을 쳤다. 동생을 아프게 씹어 놓았다. 할퀴고 물고 빨면서 말간 살성 위에 지독한 상처를, 제가 밟고 지나간 잔상을 뚜렷하게 남겨 놓았다.

이번에는 이 정도지만 다음에는……, 그는 그다음도 제정신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동생을 더 아프게 할 수도 있었다. 더 상처 입히게 할 수도 있었다.

상처에 연고를 바르면 바를수록 준원의 눈가는 싸늘하게 굳어 갔다. 이런 짓을 할 것 같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온몸에 맺힌 지난밤의 흔적 위로 꼼꼼하게 약을 발라 주며 준원은 다시는 동생을 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예 손대지 않는 건 할 수 있었다. 참으라고 하면 참을 수 있는 각고의 인내를 그는 인생을 시험당하며 단련해 온 사람이었다.

준영에게 이럴 것 같으면 차라리 제 몸에 칼질하는 게 낫다. 그리고 그게 옳다.

“어릴 적에도 나 다치면 형이 빨간 약 발라 주고 그랬었는데. 기억나?”

“……응.”

“피가 나면 입으로 핥아 주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기억나?”

준영의 물음에 그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팔꿈치가 깨져 피가 흐르는 살을 당장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어 무작정 혀로 핥아 주고 아프지 말라고 입술로 문지른 적도 있었다. 음흉한 마음으로 한 짓이 아니라 동생의 몸에 흐르는 피 한 방울도 땅에 떨어트리기 아까웠고, 아파하는 걸 볼 수가 없었다.

유륜과 유두 위는 다른 곳과 비교해 더욱 참혹했다. 한쪽 눈살을 일그러트린 채로 준원은 약지에 바른 연고를 붉게 부어오른 살 주위로 둥글렸다.

“……읏.”

“아파?”

“……응. 아픈데 기분 좋아.”

“위험한 말 하지 마. 지금 약 바르는 중이잖아.”

준원은 일부러 무뚝뚝하게 말했다. 지금은 치료하는 중이지 애무를 하는 중이 아니었다. 그런데 준영은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허리 아래를 흠칫거리며 비틀었다. 손마디는 옷자락을 세게 움켜잡아 뼈가 하얗게 불거졌다.

“기분 좋은 걸 기분 좋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자꾸 그러면 혼자 바르게 할 거야.”

부어 돌올하게 솟구치는 젖꼭지를 약 바른 약지로 문지르면서 준원은 동생을 훈육하는 엄한 눈길을 돌렸다가 멈칫했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달아오른 눈동자가 물기를 가득 머금고 그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것이다. 눈이 마주치자 눈동자 속에 고여 있는 물기가 출렁거렸다.

다시는 안 하겠다고, 동생을 아프게 하는 거면 아예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는 이의 앞에서 준영은 뭔가를 바라며 전신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준원은 입안의 살을 깨물었다.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물었다. 어금니를 악물자 턱 근육이 함께 울근불근 떨려 왔다.

“다 발랐어. 이제 옷 내려.”

“……밑에는 안 발라 줘?”

“혼자 발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안 보이는데.”

“그럼 대충 아무렇게나 발라 둬.”

“형이 그런 거잖아.”

상의는 그대로 올려 두고 준영이 바지와 속옷의 밴드를 한꺼번에 쥐고 벗으려고 했다. 동생을 혼내는 날카로운 얼굴이 준영을 향했다가 또 멈칫했다. 준원은 손등이 터져나갈 정도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하지 마.”

“발라 줘. 형이 한 거니까 형이 책임져.”

“하지 말라고 했다.”

준원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준영은 하의를 벗으려고 했다. 준원은 동생의 손등을 와락 쥐었다.

“형 자극하지 마. 천천히……, 천천히 하고 싶어. 또 정신 나간 것처럼 그렇게는, 그렇게는 싫어.”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약만 발라 주면 되잖아.”

“…….”

입안 살을 질근질근 씹어 물며 준원은 동생의 손을 치우고 하의를 벗겨 내렸다.

준영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발기한 속살을 내보인다. 살 끝으로는 초조한 물기가 맺혀 방울이 지고 있었다.

침대 위에 양반다리로 근엄하게 앉아 있는 준원의 사타구니는 동생의 입술에 약을 발라 주던 그때부터 아플 정도로 발기해 뻐근한 통증을 호소하는 중이었다.

등허리를 뻣뻣하게 굳히고 앉아 준원은 약을 가져와 손가락에 가득 묻혔다. 상체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고, 가랑이 사이는 정말 아팠을 거라고 걱정이 될 만큼 열상으로 부어 있었다.

놀라는 준원의 눈빛에 준영이 말했다.

“진짜 아프다고 했잖아.”

“어떻게 참았어? 하지 말라고 하지. 그만하라고 하지……!”

“……그만하라고 했어.”

“…….”

“그만하라고, 빼 달라고 했어.”

목구멍이 마르는 침을 연신 삼키고 준원은 동생의 다리를 벌려 빨갛게 된 상흔 위에 연고를 발랐다. 굳어진 미간으로 묵묵히 연고만 바르는 형을 바라보며 준영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의 손을 끌어 올려 제 성기를 쥐게 했다. 따듯한 온기로 살갗을 감싸는 손등 위에 제 손을 겹쳐 쥐었다.

움직이지 않는 그의 손에 제 하체를 느리게 들썩거리며 살을 스치게 한다. 울 것만 같은 준원의 얼굴이 준영을 바라본다.

“……형 손 기분 좋아. 으으…….”

미약하게 허리를 들썩거리며 준영은 가쁜 숨을 토해 냈다. 준영을 바라보며 아무 짓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혀를 깨무는 심정으로 손만 내주고 있던 준원이 돌연 몸을 일으켜 준영의 두 무릎을 붙잡아 확 벌렸다.

“읏!”

놀란 준영이 제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문지르며 정신없이 비벼 대는 그의 머리칼을 다급하게 움켜잡았다.

“하아……, 하읏, 읏……!”

바르르 떨리는 준영의 속살이 그의 콧등에 스쳤다. 열이 바짝 오른 살덩어리에 뺨을 문지르고 입술을 비비며 준원은 동생의 사타구니에 완전히 얼굴을 파묻었다.

“흣……! 형, 형……!”

그는 또 정신이 나가 버렸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망아의 상태가 되어 호흡을 거칠게 쏟아 내며 막무가내로 준영의 살을 삼켜 목구멍 끝까지 밀어 넣었다. 식도로 통하는 구부러지는 굴곡까지 끝이 밀려들어 가 준영은 그에게 아래를 전부 내준 채로 사지를 퍼덕거렸다.

“아읏, 읏! 형, 형!”

막무가내로 빨아 삼키는 질척질척한 소리가 그가 목구멍을 크게 열어 성기를 꾸역꾸역 삼킬 때마다 고막을 후려치듯 울렸다. 둘만 사는 곳이라 다행이었다. 그에게 붙잡힌 하체가 붕 떠올랐다.

울음과 자지러지는 신음이 동시에 터졌다. 준영이 왈칵 쏟아 낸 것을 삼키는 그의 목울대가 빠르게 울컥거렸다. 그에게 아래를 붙잡혀 빨갛게 달아오른 준영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목구멍으로 넘길 듯 깊숙이 삼켰던 살덩어리를 뱉어 내고 준원은 참았던 호흡을 한꺼번에 쏟아 냈다.

“하아, 하아, 하아……. 미치겠어. 맛있어. 준영아, 형 미칠 것 같아. 먹게 해 줘. 응? 먹고 싶어. 아아, 씨발. 씨발, 어떡하지.”

그는 다시 젖은 살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없이 문질렀다. 살 끝에 흐르는 분비물이 그의 뺨과 입술에 묻었다.

준원은 동생의 하체 아무 곳을 입에 물고 깨물고 핥으며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터질 듯 발기한 살을 끄집어냈다.

딱딱해진 제 성기를 쥐고 훑어 올렸다. 비릿한 연고 맛이 나는 살을 빨고 혀 전체로 핥아 댔다.

허공에 들린 두 다리가 퍼덕거렸다. 동생은 그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그만하라고 간곡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만하라는 외침이 호소가 귀에 선명하게 들리는데, 방금까지 절대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짓들을 짐승보다 못한 모습으로 게걸스럽게 빨아 삼키고 있었다.

살 끝이 희미하게 벌렁거리는 구멍에 입술을 대고 혀끝으로 자극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동생의 소리에 웃음을 지었다.

준원은 돌처럼 기립한 제 성기를 거칠게 만져 댔다. 동생이 그만하라며 울 때마다 그를 형이라고 부르면서 안타깝게 외칠 때마다 달아오른 하체는 그만큼 단단해지고 커졌다.

터져 나갈 것 같은 살 끝이 부르르 떨렸다. 준영의 허벅다리 사이에 박혀 있던 고개를 들었다.

“아아, 싫어……! 싫어! 입으로……, 입으로 하지 마!”

“그럼 어떤 걸로 할까? 응? 준영아, 형 자지로 할까? 말해 봐. 형 자지 달라고 해 봐. 형 자지 먹고 싶다고 했었잖아. 잊어버렸어? 너도 그래? 너도 나처럼 입에 넣고 싶어?”

제 성기를 훑어 올리며 준원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준영의 다리 사이로 내려앉았다. 열상으로 부은 살 위로 금방이라도 사정하려고 꿈틀대는 성기를 가져갔다. 숨결을 씨근대며 먹으라고, 아래로 삼키라고 밀어붙이던 등줄기가 움찔거리더니 준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동생의 가장 안쪽에 은밀한 밀구 위에 뜨거운 정액을 뿜었다.

“아으……! 읏! 아아, 아…….”

이마의 핏줄과 힘줄이 불거지고 성기를 움켜쥐고 있는 손등과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탁하게 풀어진 동공이 물기를 머금고 출렁였다.

“하아, 하아……, 하아.”

“……으으, 진짜.”

“하아, 씨발.”

정말 미치겠다는 자괴의 숨이 늑골을 부러트리듯 흘러나왔다. 제 탁한 액으로 아래를 적시고 있는 준영을 그는 입술로는 한심한 숨결을 흘리면서 번득이는 눈동자로 천천히 훑어 올렸다.

“한번 했으니까 그렇게 안 아플 거야. 이번엔 천천히……, 천천히 잘할 수 있어.”

“하지 마. 형 지금 제정신 아니야. 눈 돌았다고.”

“아니야. 안 돌았어. 안 미쳤어. 다시 천천히 할 수 있어. 정말이야.”

“지금이 여태 본 중에 제일 미쳤어!”

준영이 베고 있던 베개를 냅다 그에게 휘둘렀다. 퍽, 하고 옆얼굴을 때리는 베개를 그대로 움켜쥔 준원이 방 한구석으로 멀리 던져 버렸다.

준원은 상의도 머리 위로 벗어 던졌다. 준영의 몸에 생긴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상처가 햇살 속에서 환하게 드러났다.

매번 보는데도 그때마다 같은 강도로 충격받는 준영의 표정을 살펴볼 겨를도 없었다. 옷으로 가려져 닿지 못할 때와는 감촉 자체가 달랐다.

준영과 벗은 살을 맞대고 문지르면 준원은 이미 경화되어 버린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는 듯했다.

전라로 온몸을 비비고 싶었다. 살결을 느끼고 싶었다. 준영의 상의도 벗겨 내고 입술을 부딪치려는 순간 들려오는 핸드폰 벨 소리에 둘의 움직임이 동시에 굳어졌다.

“……형, 전화, 전화 왔다.”

“…….”

그저 전화벨이 울렸을 뿐인데 소스라치게 놀라는 준영을 아프게 바라보며 그는 상체를 일으켰다. 침구를 뒤적거리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찾았다. 준영의 것이었다.

“내 전화야? 누구야?”

“…….”

문자는 삭제했지만 저장되어 있는 ‘쭈쭈’까지는 손댈 수 없었다. 그는 준영에게 건네지 않고 전화를 수신했다.

“여보세요.”

귀와 어깨에 핸드폰을 끼우고 도로 동생의 위로 올라탔다. 흘러내리는 핸드폰을 쥐고 준영의 뺨과 목에 입술을 댔다.

―나야, 쭈. 톡 보냈는데 못 봤냐? 여태 처자냐?

“준영이 지금 씻는데.”

뺨과 목을 스친 입술이 그대로 내려가 가슴 위로 다가갔다. 흠칫하는 어깨를 쥐고 발갛게 부어오른 유륜과 유두를 입술에 머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냄새와 질감, 동생의 맛까지 음미하며 혀 아래 고이는 침을 삼켰다. 단맛이 났다.

“으응……!”

간지럽고 야릇한 접촉에 준영이 소리를 냈다가 급하게 제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준원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그에게 젖꼭지를 빨리면 척추 끝에서부터 저릿저릿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올라와 두 다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

―아, 준원 형이세요? 저 석준데요. 준영이 씻고 나오면 저한테 전화 왔었다고 전해 주세요.

이와 입술로 살을 질근거리다가 준원은 얼굴을 뗐다. 취한 사람처럼 볼이 벌겋게 익어 버린 준영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이제 그만하라고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그 둘이 연인 사이인 것도 아니고 석주가 준영을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것도 아님을 잘 알면서 그쪽으로는 관심도 없는 이에게 준영이 제 것임을 은근히 드러내고 싶은 심술이 준원을 더욱 부추겼다.

그는 통화를 이어 갔다.

“차 샀다며.”

―네! 아빠가 대학 합격했다고 사 주셨어요! 안 그래도 준영이가 태워 달라고 해서 같이 놀러 가려고요!

“연수는 받았고?”

―운전 연수요? 아니요. 저 운전 잘해요. 또 제가 운동 신경 하나는 타고났잖아요.

“그러니까 면허는 지난주에 땄고, 연수도 안 받았다는 거지? 너 그 차 오만키로는 뛰고 난 다음에 준영이 태워.”

―네?

자신 있다고 발랄하게 말하는 석주에게 준원은 저도 모르게 싸늘하게 일갈해 버렸다.

“아니, 오만이 아니라 십만 정도 뛰고 난 다음에 태워도 태워. 지금은 안 돼. 죽으려면 혼자 죽으라고.”

―저 운전 잘하는데……, 잘할 수 있는데. 면허도 한 번에 딴 건데요. 그리고 죽기는 왜 죽어요?

“끊는다.”

―준영이한테 전화 왔다고 전해 주세요.

제 연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을 듯한 살벌한 말투라고 느꼈는지 석주가 얼른 덧붙였다.

은근히 개기는 석주의 말에 준영의 속살을 핥고 물며 파고들던 준원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예리하게 한곳을 노려보는 준원의 눈빛에 준영도 덩달아 긴장해 그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전해 주지. 내가 안 전해 줄 것 같아?”

―네, 안 전해 주실 것 같은데요.

“전해 줄게. 전화 왔었다고.”

석주가 뭐라고 대꾸하는데 준영이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잽싸게 낚아채 귀에 가져갔다.

“어, 석주야. 나야.”

―와, 씨발. 뭐냐? 나 뭐 잘못했냐? 너희 형이 나 안 좋아하는 거 원래 알고는 있었는데, 이건 뭐 오늘따라 존나 살벌하시다? 시발?

전혀 반기지 않는 서늘한 말투가 핸드폰 너머로도 선명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석주는 단단히 심통이 틀어져 있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요새 교통사고가 좀 많잖아. 조심할 건 조심하자, 뭐 그런 의도지. 요새 날 추워서 길도 얼고 그래서 형이 신경 쓰였나 봐. 너 차 산 지 며칠밖에 안 됐으니까.”

―아직 차 나오지도 않았거든?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거야.”

통화를 이어 가는 준영을 관찰하듯 바라보던 준원이 천천히 다가와 목과 어깨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준영을 두 팔로 끌어안고 애무하듯 쓸어 만지며 내려간 두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가 허벅다리를 지나 종아리까지 전체를 쓸었다. 당장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진한 손길이었다.

―억울하다, 억울해. 나 진짜 운전 잘하는데. 나 어릴 때부터 아빠 차 끌고 다니고 그랬잖아.

“미친 새끼, 무면허가 자랑이냐? 너 우리 형 앞에서 그 얘기 절대 하지 마. 그럼 나 네 차 죽어도 못 탄다.”

화들짝 놀라는 준영의 뺨에 이게 무슨 소리냐는 준원의 날카로운 시선이 꽂혔다.

―아무튼 그때도 사고 한 번 안 났다고! 하 씨, 내가 유로트럭 하는 걸 너희 형이 봤어야 하는데. 아무튼 됐어. 너 말고 내 차 타고 싶어서 안달 난 새끼들 되게 많거든. 관두자, 관둬. 너 새터 언제야?

“다음 주 화요일부터 1박 2일 동안 한대. 너희는?”

―어, 우리도 다음 주 화요일부턴데. 단톡에 올라온 프로필 다 눌러 봤는데 예쁜 애들 엄청 많아. 니네도 이쁜 애들 좀 있냐?

“나도 한번 봐야겠다. 아직 자세히 안 봤어.”

―누가 빨리 여친 만드나 내기할까? 십만 원 빵 어때?

“으응……, 알았어. 나중에, 나중에 연락할게. 나 지금 뭐 하던 중이라서.”

여기저기 입술을 문지르며 또 아래로 내려가는 준원의 머리칼을 와락 움켜쥐고 제발 이러지 말라고 두피가 아프도록 당기면서 준영이 제지했다. 짙은 갈색 머리칼을 흩트리고 눈만 슬쩍 들어 저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아찔하다.

석주와 통화를 끝내기가 무섭게 준원이 핸드폰을 빼앗아 간다. 끊어진 전화를 확인하고 준원은 핸드폰 액정을 준영에게 들이댔다.

“……뭐?”

“이름 바꿔.”

“무슨 이름?”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도 않아. 바꿔.”

“대체 무슨 이름?”

하고 액정을 들여다보니 ‘쭈쭈’라고 떠 있다. 준영은 핸드폰 화면을 한번, 심각하고 무섭게 표정을 굳히고 있는 준원을 한번 쳐다보고 얼른 핸드폰을 가져와 ‘쭈쭈’를 ‘석주’로 바꾸었다.

“이건 그냥 예전에 장난치다가……, 그렇게 된 거야. 그때 우리 반 애들 다 이렇게 저장했었어. 이거 봐. 보석이는 뽀뽀잖아.”

“그것도 바꿔. 당장.”

“어차피 나도 헷갈리는 참이었어. 이참에 바꿔야겠다.”

침대에 나란히 엎드려 포근한 침구에 파묻힌 채 준영은 준원의 감시 아래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단어로 저장되어 있는 이름은 죄다 고쳤다. 뽀뽀와 쭈쭈, 리링이와 웅웅이 등이 제 이름을 찾아 갔다. 몇몇은 정말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고심해야 했다.

“이름으로 똑바로 저장해 두니까 직관적이고 좋잖아.”

이렇게 바꾸는 게 현명한 처사라는 양 준원은 특색 없고 매정하게까지 보이는 연락처 명단을 흡족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럼 나 석주 새 차 타고 놀러 가도 되지?”

준영이 핸드폰 액정을 터치하면서 물었다. 준원이 허락만 하면 석주에게 당장 메시지를 보낼 기세였다.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말이 되는 소릴 해. 면허 딴 지 며칠이나 됐다고. 최소한 몇 년은 운전 더 하고 그다음에 타도 타.”

준원은 준영이 켜 둔 메시지 창을 닫아 버렸다. 대신 사진첩을 열고 아침에 본 사진을 새삼스럽다는 듯이 들여다본다. 나란히 엎드려 준영은 팔짱 낀 팔에 뺨을 내리고 그를 돌아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영원히 타지 말라는 소리네.”

“영원히라고는 안 했어. 최소 오만이라고 했지.”

“걔네 집에서 학교까지 아무리 멀어도 왕복 오십키로일 텐데, 오만키로 채우려면 졸업할 때나 타겠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래, 타지 말라는 소리야.”

치이, 하는 소리를 내고서 준영은 준원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 함께 핸드폰 액정을 쳐다본다.

“형 잘 나왔다.”

준영의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을 같은 시선으로 응시했다. 준원은 드물게 웃고 있었고 준영은 늘 그렇듯 맑고 사랑스러운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 보이는 얼굴.

준원은 제 눈으로 보면서도 꿈인 듯 아련하다. 그는 팔을 뻗어 옆에 누운 동생을 제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오전의 햇살이 공기 중으로 퍼져 그들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안락했다.

“누가 보면 스토커인 줄 알겠어. 내 사진밖에 없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준원의 얼굴로 내심 뿌듯해하는 기운이 서렸다.

“당연하지. 형 핸드폰도 보여 줘. 내 사진 엄청 많지?”

“…….”

준영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 드러나는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대던 그가 멈칫했다. 머뭇대는 기색에 준영은 빠끔 얼굴을 들었다.

“핸드폰 줘 봐.”

“사진 별로 없어. 졸업식 때 찍은 거 말고는.”

“왜 없어? 내 사진 없어?”

“……없어.”

“왜 없는데?”

“그냥 없어.”

그것만 들여다보게 되어서, 그걸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준원은 졸업식 때 찍은 사진 말고 다른 준영의 모습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의 방 책상 맨 아래 서랍 속에는 준영의 아기 때부터의 사진이 나이 순서대로 앨범으로 정리되어 세 권도 넘게 들어 있었다. 육아일기 비슷하게 쓴 노트도 있었다. 준영이 유치원을 다닐 때 받았던 알림장 같은 것도 지금껏 보관하고 있었다.

꿈틀거리며 준원의 팔을 어떻게든 풀고 일어난 준영이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입고는 기어코 그의 핸드폰을 가져왔다. 옆에 도로 눕더니 보안을 풀라고 준원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뭐 하게.”

“일단 풀어 봐.”

“하아.”

준원은 짧은 한숨을 쉬고 하는 수 없이 보안을 풀어 동생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준원의 말처럼 졸업식 때 찍은 사진 말고는 그의 사진첩에는 제 사진은 물론이고 다른 사진도 썰렁하리만치 없었다. 메모를 하려고 찍어 둔 정보가 적혀 있는 서류나 주소 같은 것만 몇 개 있을 뿐, 준영의 사진도 준원 본인의 것도 없었다.

준영은 며칠 전에 바꾼 것처럼 구경할 사진 따위 없는 핸드폰을 공연히 이것저것 만지다가 카메라 앱을 켜고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형 이쪽으로 와 봐.”

“나 벗었는데.”

이제 준영의 앞에서는 벗은 몸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침구를 덮지 않은 상반신에는 심장을 선득하게 만드는 자해의 흔적이 가득했다.

“괜찮아.”

그가 오지 않으면 제가 가겠다는 듯 꾸물꾸물 움직여 준원의 곁에 바짝 붙은 준영이 화면에 두 사람이 잘 잡히게 자세를 고쳐 누웠다. 준원은 핸드폰을 쳐다보며 액정으로 보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화면 안에서 준영과 눈이 마주쳤다.

“좀 웃어.”

옷이라도 걸치고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준원은 거울을 통해서만 보던 상처를 카메라 화면으로 보기는 처음이라 조금 놀라고 있었다. 제 몸을 똑바로 쳐다본 적이 없어서 더했을 거다. 준원은 어둠을 좋아했고 제 신체를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고 살았다.

저렇게 많은 줄은……, 저렇게 심한 줄은 몰랐다.

화면 안에서 준원의 손끝이 제 빗장뼈 아래 굵게 이어진 상처 자국을 따라갔다. 핸드폰을 보던 준영이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제 상처를 더듬어 만지는 준원을 보고 핸드폰 액정을 꺼서 치워 버렸다.

“보기 흉하다.”

“…….”

“생각보다 많이 흉하네. 징그럽다.”

준원은 상체를 일으키고 상의를 머리 위로 뒤집어써서 흉하고 징그러운 몸을 가렸다.

그러며 상처 하나 없이 매끄럽고 하얀 동생의 뺨과 목덜미를 손과 눈으로 쓸어 만졌다.

“정리할 거 많은데 빨리 움직여야겠다. 준영이 넌 쉬고 있어. 형 혼자 해도 되니까.”

“……안 징그러워.”

“…….”

“하나도 흉하지 않아. 나는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

“알아.”

준영의 팔뚝을 쓸어 만지고 침대를 벗어나려는 그를 붙잡았다. 준영은 그의 옷을 도로 벗겼다. 막무가내로 벗겨진 셔츠에 머리칼이 헝클어진 준원이 의아한 눈을 했다.

그를 침대에 도로 눕히고 준영은 그의 배 위로 올라타듯 앉았다.

빗장뼈 아래 가장 큰 상처 자국을 손으로 쓸어 보았다. 도돌하게 일어난 요철의 느낌이 선명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는 상처도 만졌다. 자국 하나하나를 손으로 천천히 쓸어 만지며 안타깝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이 하나하나가 형이 날 사랑한다는 증거잖아.”

“…….”

“징그럽다고, 흉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나는 나쁜 생각도 했는걸.”

“나쁜 생각?”

“이런 건 아무한테도 보여 줄 수 없잖아. 나 빼고는 아무한테도. 형의 벗은 몸을 본 사람도 나밖에 없는 거잖아.”

“…….”

“형은 나밖에 없는 거잖아.”

준원은 뭔가에 홀리듯 준영의 셔츠를 벗겨 버렸다. 침구를 가져와 준영과 자신을 덮었다.

가만히 준원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준영이 천천히 그의 몸으로 상체를 숙였다. 입술에 입을 맞추고 가볍게 비비고, 형의 뺨과 턱을 입술 살로 어르고 살짝 물기도 했다. 긴장하는 준원의 목을 핥고 상처를 하나하나 입술과 혀로 더듬어 내려갔다.

가쁘게 올라오는 숨을 최대한 갈무리하듯 내쉬는 준원의 가슴팍이 급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준원은 팔을 들어 눈을, 얼굴을 가려 버렸다.

준영은 준원의 유두와 유륜을 형이 제게 했던 것처럼 입술에 물고 지근거리고 빨았다. 침을 척척하게 적셔 놓고 숨을 참느라 불근대는 배를 지나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침구가 불쑥 올라왔다. 팔로 얼굴을 가렸던 준원은 손을 내려 제 사타구니로 파고드는 준영의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불끈거리는 거근에 준영의 숨결이 먼저 닿는다. 준원은 호흡을 멈추었다.

동생의 입술이 살에 닿아 왔다. 혀가 기둥을 핥아 올린다. 고개를 들어 뚜렷한 모양으로 불거진 귀두 둘레를 마치 벌레 천 마리가 달라붙은 듯한 간지러움으로 핥는다. 질척한 액이 새기 시작한 둥근 윗부분을 준영이 입을 벌려 그 안에 머금자마자 준원은 복부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격렬하게 꿈틀했다.

“으윽!”

침구에 파묻힌 둥근 인영이 그의 것으로 입안을 채우고 있었다. 가능한 곳까지 최대한 밀어 넣으려고 목구멍을 억지로 열고 있었다.

“준영아, 준, 준영아, 잠깐만, 준……, 아, 크읏!”

그는 참을 수가 없었다. 감당하기 힘든 감각이었다. 잔뜩 머금었던 것을 뱉어 내고 쑥 올라온 고개가 이불 속에서 콜록거리며 기침과 호흡을 뜨겁게 쏟아 냈다. 준원은 침구를 스르륵 걷었다.

흐트러진 준영이 나사가 풀린 표정으로 제 성기를 손으로 움켜잡은 채 그곳에 뺨을 대고 문지르고 있었다. 준원은 망연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뜨거워. 너무 뜨거워서 터질 것 같아.”

“…….”

동생이 그의 자지를 입에 넣는다. 폭발할 듯 발기해 꿈틀거리는 살 기둥을 아이스크림 바를 먹듯이 할짝거리기도 하고 입에 넣고 빨기도 했다. 씨근덕거리던 준원은 머릿속이 하얗게 휘발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정의 감각조차 얼어붙어 버렸다.

“후웁, 나 이거……, 형 나 이거 깨물어도 돼?”

“하아, 뭐?”

“깨물고 싶어.”

준영이 그의 선단을 입에 와앙 물고 오물오물하자마자 준원은 불시에 당하는 사고처럼 정액을 쏟았다. 뿜어져 나오는 부연 액이 동생의 얼굴과 입술, 혀를 적셨다.

“으으…….”

준영의 두 손과 얼굴이 준원이 분출한 사정액으로 뿌옇게 젖어 들었다. 준원은 황급히 협탁 위의 휴지를 가져와 준영의 얼굴과 손을 닦아 주었다. 동생을 제 것으로 오염시키는 상상은 많이 했었지만 지금처럼 파격적인 장면은 상상에서도 없었다.

놀란 심장이 그제야 벌벌 맥동했다. 그는 떨었다. 사정한 사타구니와 허벅다리가 그제야 전율하며 부르르 떨렸다.

“……비리다. 맛없어.”

제 것을 목구멍으로 쏟게 하고 그대로 삼켰던 준원의 행태를 직접 해 보니 더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준영은 그가 닦아 주는 대로 얼굴을 내밀고 가만히 있었다.

“그게 맛있을 줄 알았어?”

그런 것치고 준원은 동생의 것을 무척 맛있게 허기진 사람처럼 꿀꺽거리며 삼켜 버렸다.

준원의 손에 잠자코 얼굴을 내주고 있던 준영이 끈적거리는 것이 거둬지자 눈을 떴다.

“얼굴에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놀랐지? 미안해.”

“아니야. 나도 좋았어. 형이 좋아해서, 그래서 좋았어.”

“…….”

준원은 동생의 옆구리를 안아 허리를 들어 제 허벅지 위로 끌어와 앉혔다.

준영과 시선의 높이를 같게 했다.

“……내가 낳았으면 더 좋았을걸.”

“지금도 위험한데 정말 위험한 소리 하는 거 알고 있지?”

“진심이야.”

이 기분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 할지 준원은 아직도 잘 몰랐다.

형제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준원이 아버지를 불편하게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대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하나로 연결되는 방법이, 온전히 제 것이어야만 하는데 그 이상으로 이르는 방법을 더는 알지 못한다.

준원은 처음으로 준영이 타인이 아니라 제 동생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을 갈아 버리고 싶었고, 피가 섞이지 않은 남이기를 바라고 빌어 왔건만 지금은 준영이 저와 피로 연결된 동생이라 다행이었다. 남이 아니었다. 그들은 뭐든 그 이상이었다.

“알았어. 그럼 나 형이 낳을 걸로 해. 아빠.”

“하지 마.”

“하지 마.”

막상 들으니 불쾌하다는 듯 눈매를 찡그린다. 준영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든든한 거목 같은 어깨를 두 팔로 감아 안고 준영은 그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자전거 타는 법 가르쳐 줘.”

그를 끌어안고 어깨에 뺨을 기대고 가만가만 소곤거리는 준영의 등을 마주 안고 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전거도 배우고 수영도 가르쳐 줄게.”

“……자전거 타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여름 바다에 가서 해수욕도 하고 싶어. 형이 나 피해 다녀서 우리 그런 거 하나도 못 했잖아. 추억이 너무 없어. 같이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공부 빼고.”

“그렇네. 정말 같이한 게 공부 말고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다 해 보고 싶어. 형하고 같이.”

“그러자. 우리 준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 줄게. 추억은 앞으로 만들면 되지. 더 멋진 걸로, 더 좋은 걸로 만들어 줄게.”

준원은 제게 폭 안기는 등을 달래듯 쓸어 주었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때 외면당했던 동생의 설움을 달래듯 어루만졌다.

“사진도 찍을 거야.”

준영이 그의 핸드폰을 가져와 제가 알아서 준원의 얼굴에 들이대고 보안을 풀었다. 너른 어깨를 안고 팔 하나를 멀리 뻗었다. 액정 속에 저희의 모습이 비쳤다.

“누가 보면 기겁하고 도망가겠지.”

준원의 핸드폰 사진첩에 동생과 입을 맞추는 형의 모습을 찍어 남겨 두었다. 형은 옷을 벗고 있었고, 동생인 준영의 입술이 그의 도톰한 입술에 벌어지기 직전으로 포개진 채였다. 장난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모습임에는 분명했다.

“더 많이 찍을 거야. 누가 형한테 집적거리면 이거 보여 주려고. 그거 알아? 형 기타 치는 거 보려고 지방에서도 올라오는 팬들 많았다며. 형 공연하는 거 보고 싶은데, 보고 싶지 않기도 해.”

주변에 듣는 사람도 없는데 준영이 작게 속닥거린다.

‘그건 나만 보고 싶어.’

준영이 거침없이 사진을 찍어 댄다. 맞물린 입술 살을 깨무는 모습을 찍기도 하고, 그의 목에 얼굴을 묻고 끌어안은 자체를 찍기도 했다. 나중에 지워 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준원은 마음대로 하라고 준영을 너그럽게 내버려 두었다.

문제는 준영이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두었더니 점점 흥분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려고 독립한 게 아니었다. 짐승처럼 계속 이 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정리할 것도 많고 준영의 입학 준비도 해야 한다. 내일 시작하는 과외도 미리 확인할 부분이 산더미였다. 산재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성과 온종일 침대에서 준영과 뒹굴고 싶은 번민이 심란하게 충돌했다.

“이만하고 나갈까? 너 아프지 않으면 같이 나가자. 살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준영아, 형 말 들어. 그만하자. 응?”

치대는 준영의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었다. 정말 그만하라고, 계속 이러면 이미 심한 짓을 당한 동생에게 더 심한 짓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준원은 자제력을 발휘했다.

동생의 옆구리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무릎에서 치우고 일어섰다. 침대를 벗어나는 데는 일단 성공이었다. 뒤를 돌아보게 되면 준원이 먼저 덮치게 될 터였다. 그는 곧장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형 먼저 씻을게.”

욕실로 들어가 헐겁게 걸치고 있던 하의를 벗어 치웠다. 이번에도 냉수로 샤워했다. 정수리를 적시며 어깨로 쏟아져 내리는 시퍼런 찬물이 미지근하게 남아 있던 욕망을 꺼트리고 정신을 맑게 해 주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도 준영은 침대 위에서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그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누가 봐서 곤란한 것들은 조금 전에 준영이 찍어 댄 사진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한데 준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준원의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누군가와 주고받은 메시지 같은 걸 보고 있는 듯했다. 그는 속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친한 이가 없었다. 정보 전달이나 확인 차원에서 나눈 짧은 메시지가 고작이었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털던 준원은 아차 했다.

준영의 수능이 끝나면 유학을 떠나겠다고, 네 눈앞에서 사라지겠다고 했던 통고는 거짓이 아니었다. 핸드폰에는 유학을 준비한 흔적과 파일 같은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조건이 맞으면 어느 대학이든 상관없었다. 어학 성적 조건들을 정리해 놓은 표도 남아 있을 터였다.

준원은 준영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을 가져왔다. 역시나 액정에는 유학 자료가 떠 있었다.

“정말이었네. 유학 가겠다고 했던 거.”

“그땐 그럴 생각이었어.”

“괜히 해 보는 말이라고 생각했어. 형이 정말 유학 갈 거라고는……, 그렇게 결심한 줄은 몰랐어.”

“얼른 씻어.”

이미 다 끝난 이야기였다. 준원은 화제를 전환했다.

준영은 그러겠다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준원이 먼저 씻어 젖은 욕실 바닥은 물기가 찰박거리고 있었다.

준영은 냉수 방향으로 틀어져 있는 수전을 말없이 응시했다. 그처럼 찬물 샤워를 해 보려고 수전을 틀었다가 기겁하고 온수로 돌렸다. 겨울이었다. 차가운 정도가 아니라 조금 닿았을 뿐인데 팔이 다 시리고 소름이 끼쳤다. 뜨거운 물로 시간을 들여 씻고 욕실에서 나오는 준영에게 그가 새 속옷과 옷을 건넸다.

“살 거 메모해야겠어. 일단 세제부터.”

준원은 자신의 핸드폰을 가져가 쇼핑 리스트를 메모했다. 동시에 습관처럼 외투를 뒤적여 담배를 찾았다.

“여기 금연 아파트야.”

“알아.”

입술에 담배를 물고 준원은 창문을 열었다. 한기에 누구보다 익숙한 그였다. 준원은 창밖으로 고개를 빼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었다. 입을 열자 하얀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불도 붙지 않은 담배를 문 채로 창밖 너머를 바라보는 준원은 춥지도 않은지 상의를 걸치지도 않고 있었다.

“안 추워?”

“시원한데.”

정돈되지 않은 머리칼이 흐트러져 있었다. 필요한 근육으로만 짜인 단단한 상체는 추위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느슨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 창밖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그의 윤곽이 심장 떨리도록 아름다웠다.

준영은 그에게 다가가 형의 팔을 불쑥 들고 그 아래로 들어갔다. 준원의 옆구리를 끌어안았다.

“으, 시원하다.”

“머리칼 제대로 안 말리고 찬 바람 쐬면 감기 걸려.”

그가 신속하게 창문을 닫아 버린다. 얼굴을 때리던 찬 기운에 준원이 찬물 샤워를 하는 이유를 언뜻 알 것도 같았는데 금세 주변이 따듯해졌다.

“내가 무슨 병자야? 이런 걸로 감기 걸리게. 형은 옷도 안 입었으면서.”

“형 해병대 출신이잖아. 한겨울 밤바다에서도 잠영하는 사람이야. 이 정도 추위는 추위도 아니라고.”

“좋아해, 강준원.”

형이 내 형이라서, 그래서 더 미치게 좋아.

속살거리는 단어가 준원의 귀에 꽂혔다.

“좋아해, 형.”

“……나도. 준영아.”

목을 두 팔로 감고 입술을 부딪치며 준영이 뭐라고 속삭인다.

“키스하고 싶어. 한겨울 밤바다에서 잠영도 할 줄 아는 추위 안 타는 남자하고.”

“나도 키스하고 싶어. 말도 안 듣고 발랑 까져서 먼저 콘돔 사 오는 누구하고.”

“형 닮아서 내가 준비가 철저한 편이잖아.”

“내가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데 너한테 그런 거 시켜서 미안해.”

“자꾸 미안하대. 그런 말 좀 하지 마.”

동생과 연인과 끌어안고 속삭이는 밀어에 등 언저리가 다 간지럽고 심장이 뜨끔거렸다.

“미안하다는 말 금지야. 다른 말만 해.”

“다른 말 어떤 거.”

바짝 다가온 준영이 웃음 짓고 있는 뺨에 입을 맞추고 숨결로 이야기했다.

“사랑해, 같은 거.”

그는 준영을 와락 끌어안았다. 오늘 목적했던 모든 결심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사랑해.”

준원은 나지막이 말하고 입술을 겹쳤다.

한 사람에게만 일관적으로 애끓는 맹목이, 집착이, 동생이 아니면 해갈되지 않는 갈증에 버석거리고 갈라지는 혓바닥을 단비로 촉촉하게 적셔 준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짙게 입술을 겹치고 키스에 열중했다. 살아갈 원동력과 숨 쉴 이유가 이곳에 있었다. 부유하는 햇살 속에 앓는 신음을 하며 그의 이름을 부르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생의 물기 어린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쳐 포개고 호흡을 이어 갔다.

입술을 떼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준원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또 울어? 우는 것도 금지. 일일이 감동하기 없기.”

“……응.”

도로 입술을 겹쳤다. 뜨거운 숨결을 빨아들였다.

살아도 된다는 허락이 그 호흡 속에 있었다.

살아도 된다. 사랑해도 된다.

그는 생을 허락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살지 말아야 하는 값어치 없는 삶이 겨울 햇살 속에 용해된다.

준원의 두 팔이 준영을 그악스럽게 끌어안고 조였다. 희미하게 새는 신음이 그의 품 안에서 달콤한 통증으로 부서졌다. 하오의 겨울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하얀색이었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Fin

로판데이 링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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