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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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아!”
유피트의 데뷔곡 의 전주가 콘서트장을 메우는 동시에 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무대 뒤쪽 벽이 갈라지며 어둠 속에서 유피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피트를 발견한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마찬가지로 유피트 역시 응원봉을 들고 있는 수천 명의 팬을 보았다. 콘서트장 특유의 웅장한 음악 소리에 심장이 둥둥둥둥 울렸다. 캄캄한 콘서트장 안을 가득 메운 응원봉을 보고 있으려니, 별이 가득한 우주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황홀한 광경에 수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태원의 랩 파트를 시작으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로써 정말 콘서트가 시작된 것이었다. 수겸은 울지 않으려 애써 눈을 부릅떴다.
이어서 다른 멤버들의 파트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수겸은 중간중간 눈물을 훔쳤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울 수는 없었으니까.
가 끝나자마자 미니 1집에 수록된 격렬한 댄스곡인 가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데뷔곡 후보로 남아 와 경합한 곡이었다.
이유조차 모르는데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데
이미 떠난 너의 흔적을 붙잡고
거울에 대고 물어봐
도입부인 유찬의 파트에 이어서 태원이 거친 목소리로 랩 파트를 이어받았다.
Tell me Why Tell me Why
제발 부탁이야 이유라도 말해
이렇게 빌게 애원할게
말해줘 들려줘 알려줘
그럴 수 없다면 절대 안 된다면
난 널 보내지 못해 안 해 안 돼
Tell me Why Tell me Why
다음은 이겸의 차례였다. 태원의 굵은 목소리에 곧바로 나오는 이겸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다.
우리 정말 죽도록 사랑했잖아
내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잖아
그런데 넌 왜 변해버린 거야
나 혼자 헤매잖아 아파 울잖아
리드 보컬인 이겸의 파트가 끝나자마자 메인 보컬인 수겸이 파트를 이어받았다. 더불어 태원이 수겸의 파트 사이사이 랩을 하면서 곡의 강렬함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는 거잖아
Tell me Why Tell me Why
너 없이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거야
Tell me Why Tell me Why
무슨 잘못이든 내가 다 고칠 테니까
Tell me Why Tell me Why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부탁이야
1절이 끝나고, 2절이 시작되었다. 2절의 시작은 한솔의 차례였다.
우리 정말 헤어진 걸까
어떻게 왜 몇 번이고 물어봐
이미 깨진 우리 추억을 붙잡고
세상을 향해 화를 내
2절이 끝나고 짧은 댄스 브레이크 타임 끝에 3절을 마쳤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분여의 곡이 끝났다. 빠른 템포의 노래를 연달아 하니,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가슴이 더 미친 듯이 뛰었다.
를 마치고, 유피트 멤버들은 중간 무대에 서서 거친 숨을 골랐다.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수겸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대와 객석을 둘러보았다. 와중에 중간중간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들 역시 눈시울이 붉었다.
이제 팬들에게 인사를 할 타이밍이 되었는데도, 누구 한 명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수겸은 멤버들과 눈이 마주치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서 팬들을 바라보았다가, 자신을 행복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감정이 격해졌다. 기어코 수겸은 인사말조차 건네기 전에 울음부터 터뜨리고 말았다.
“울지 마! 울지 마!”
팬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 위로에 수겸은 울음을 그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더 크게 울었다. 하지만 서러운 눈물은 아니었다. 고마워서, 너무도 감사한 마음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그동안의 힘든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뿐이었다. 그것 때문에 우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수겸아, 울지 마.”
이겸이 수겸을 품에 안고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그 모습을 본 팬들은 격앙된 함성을 질러대었다. 수겸은 그의 품에서 힘겹게 울음을 삼켰다.
“우리 수겸이가 많이 고마운가 봐요.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야 어떡하죠, 정말. 아무튼 오르비스 분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콘서트 기대 많이 하셨을 텐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잘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원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그 역시도 벌게진 눈으로 겨우 눈물을 참고 있었다.
태원은 애써 갖가지 말을 하며 수겸이 진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주었다. 하지만 태원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번에는 유찬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우리 막내 우는 것 좀 봐요.”
한솔의 말에 수겸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유찬이 운다고 생각하니 그를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겸은 이겸의 품에서 바르작거리며 빠져나온 뒤 유찬에게 갔다. 유찬은 코가 빨개지도록 울고 있었다. 수겸은 그런 유찬을 꼭 안아주었다.
“울지 마, 유찬아. 울지 마.”
하지만 수겸의 말에 유찬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거의 주저앉을 듯이 펑펑 울어대는 통에 수겸이 저보다 한참 큰 유찬을 부축해야만 했다.
“유찬아, 괜찮아. 고생했어.”
수겸은 유찬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여전히 잦아들지 않는 유찬의 울음에 곤란해하는데, 한솔이 슬그머니 와서 수겸과 유찬 사이에 끼어 파고들었다.
당황한 수겸이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는 사이에 이미 한솔은 유찬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팬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함성을 내질렀다. 한솔이 장난을 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솔은 정말 질투가 나서 둘 사이에 끼어든 것이었다.
의도야 어쨌든지 간에 한솔의 기행 덕분에 유찬은 황당해서인지 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한솔을 바라보았다. 결과적으로 유찬의 울음을 그치게 해준 셈이었다.
한솔은 자연스럽게 수겸을 끌어안고 수겸에게 마음껏 치대었다. 수겸은 얼떨떨해하면서도 한솔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우리 오르비스 분들, 먼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즐기다가 가 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는 사이 이겸이 태원에 이어 간단히 인사말을 했다.
유찬이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저희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정말 무대 열심히 준비했어요. 모쪼록 행복한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울음이 섞인 목소리였지만, 다행히 유찬은 더 이상 울지 않고 인사를 마쳤다.
다음은 한솔 차례였다. 한솔은 아쉬운 듯 수겸에게서 떨어진 뒤, 팬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손가락 하트, 깨물 하트, 머리 위로 하트 등등, 아무튼 만들 수 있는 하트란 하트는 다 만들었다.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올빗 분들, 그리고 참석하지 못하신 올빗 분들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우리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시간을 보내봐요!”
분위기 메이커인 한솔답게 모두를 유쾌하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팬들은 열광했고, 듣고 있던 수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감사해요, 올빗 분들. 우리 정말 솔이 말처럼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시간을 즐겨봐요! 감사합니다!”
유피트 멤버 전원의 인사를 시작으로 콘서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표곡인 <소원꽃잎>, <그리다>, 그리고 <예쁘잖아>는 물론 수록곡인 <잘자요>를 비롯한 다양한 곡으로 무대가 늘어지지 않게 꾸몄다.
다행히 팬들의 반응은 좋았다. 유닛 무대는 물론 수겸이 가장 걱정하던 솔로 무대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2시간여의 콘서트는 유피트와 팬들이 함께 호흡하며 만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콘서트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수겸은 바쁘게 메인 무대는 물론, 스탠딩석을 감싸고 있는 서브 무대까지 종종거리며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초대석 가운데에 앉은 선욱을 보고 멈칫했다.
선욱도 수겸이 제게 시선을 보내는 걸 알았는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디서 나온 용기였는지 수겸은 그런 선욱을 향해 깨물하트를 선보였다. 그러자, 선욱은 환하게 웃었다.
“으아아, 하지 마! 하지 마아!”
그때 한솔이 나타나 수겸을 간지럽혔다. 수겸은 한솔의 장난에 더 이상 선욱과 눈맞춤을 하지 못하고 부리나케 도망가야 했다.
마침내 마지막 곡까지 끝났다. 팬들의 아쉬워하는 소리를 뒤로한 채 유피트는 객석을 향해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하지만 진짜 마지막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앵콜 무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객석에서도 ‘앵콜! 앵콜!’ 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유피트는 웃음기 어린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태원이 그런 멤버들을 보다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멤버들 역시 그 위로 손을 겹쳐 올렸다.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격앙된 태원의 선창에 따라 멤버들이 후창을 했다. 그리고 유피트는 서로의 등을 토닥거렸다.
“앵콜! 앵콜!”
팬들의 목소리가 콘서트장을 가득 메웠다.
두 번째 삶, 끝나지 않을 무대. 수겸은 한 번 더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이제 다시 무대에 설 순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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