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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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무섭게 흘러갔다. 유피트는 그사이 1위를 총 6번 더 했다. 덕분에 정규 2집 활동은 7번의 1위로 막을 내렸다.
다행히 이후 수겸을 비롯해서 유피트 멤버들은 처음 1위를 했을 때처럼 펑펑 울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꽤 여유롭게 1위 소감도 하고 사전에 약속한 세리머니까지 했다.
“여기서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라는 거잖아?”
수겸이 대기실에서 너튜브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본 한솔이 다가왔다.
“형 뭐 해요?”
“아, 우리 콘서트 티켓팅 시도해 보려고. 너튜브 동영상 보고 순서 외우고 있어. 솔아, 티켓팅 연습 게임이라는 것도 있다?”
“우와, 진짜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사이트별로 다 있고 방법도 다 달라. 그리고 진짜 티켓팅은 보통 0.8초 안에 좌석을 눌러야 성공할 수 있대.”
수겸은 한솔의 물음에 묻지도 않은 정보까지 술술 말해주었다.
“헐, 그렇게 빨리요?”
“어, 우리 티켓팅도 그렇게 빨리 매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걸로 연습하고 있어.”
“자리 잡아서 뭐 하게요?”
“음……. 거기까진 생각 안 해 봤는데. 그냥 잡아보고 싶어. 티켓팅이 어떤 건지 궁금해.”
한솔은 수겸의 대답에 번지려는 미소를 겨우 참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수겸이 엉뚱한 한편, 너무 귀여워서였다. 그런 한솔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수겸은 눈이 빠져라 집중해서 동영상을 보았다.
실제 티켓팅 연습은 숙소에 가서 컴퓨터로 할 생각이었다. 수겸은 한껏 열의에 차서 티켓팅 순서를 외웠다. 8시 정각에 새로고침을 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조금 일찍 해야 한다는 팁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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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연습 좀 해보자.”
콘서트 예매 시작 시간은 저녁 8시였다.
수겸은 모처럼 6시부터 컴퓨터를 켜서 티켓팅 연습을 했다. 정각에 새로고침을 하는 연습을 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수겸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돌 활동을 제외하고 무언가에 이토록 열의 있게 임해본 것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티켓팅이라는 게 사람의 숨어 있던 승부욕까지 발동시킨다는 걸 수겸은 오늘에서야 알았다.
“오오, 됐다. 됐어!”
7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간, 1시간 30분 동안의 노력이 헛것은 아니었는지 연습 게임에서 성공적으로 새로고침을 성공했다. 날짜 선택하는 것까지 순식간에 해내었다.
“좋아, 할 수 있을 것 같아!”
수겸은 자신감에 넘쳐서 실제 티켓팅이 예정된 사이트로 들어갔다. 팬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서버가 안정적이라고 소문이 난 사이트였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티켓팅까지는 아직 30분 남짓 시간이 남아 있었다.
수겸은 예매 사이트를 열어놓은 노트북 화면과 제 얼굴이 함께 나오도록 셀카를 찍었다. 표정은 짐짓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나름 결연하게 지어보았다. 그리고 SNS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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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녕하세요 우리 올빗들~
저도 오늘 티켓팅에 참전합니다!
도전장이에요!
연습도 많이 했다구요~ 다들 각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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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자마자 댓글이 빠른 속도로 우르르 달렸다.
대체로 귀엽다는 반응이었지만, 간간이 수겸의 도전장에 화답해 주는 댓글들도 있었다. ‘헐 수겸아ㅜ 안 그래도 티켓팅 빡셀 텐데 왜 너까지 그래’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그런 댓글을 단 팬들은 그저 수겸의 글에 장단을 맞춰주려는 생각일 뿐, 수겸을 실제적인 전력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수겸은 이 사실을 죽었다 깨도 알지 못할 테지만.
그렇게 댓글을 보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 콘서트 10분 전이 되었다.
수겸은 손가락을 요란하게 움직이며 풀었다. 그리고 연습한 내용을 복기해 보았다. 귀신 같은 타이밍에 새로고침을 누르는 걸 잊어서는 안 되니까.
“좋아, 해보자.”
인터넷을 찾아보니 서버 시간이라는 것도 있다고 했다. 사이트 주소를 넣으면 시간을 알려주는 곳인데, 그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수겸은 서버 시간까지 맞춰놓고 초조하게 8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차피 수겸은 티켓이 없어도 상관없는, 콘서트 무대의 주인인데 말이다.
게다가 태원에게 듣기로는 초대석 티켓이 있기 때문에, 그걸로 친구들과 가족들을 초대할 것이라고 했다.
수겸은 딱히 초대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난번에 리얼리티를 촬영해 주었던 PD님과 작가님에게는 티켓을 드려볼까 생각하기는 했다. 수겸 나름의 사회생활이었다.
어쨌든 표가 있는 수겸으로서는 티켓팅에 진심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과몰입’을 잘하는 성격인 탓에, 수겸은 지금 티켓을 구해야 한다는 상황에 굉장히 몰입하고 있었다.
티켓팅이 5분여 남았을 때 수겸은 마우스에 손을 올린 사진을 찍어서 마지막으로 SNS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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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심장이 조여와요
너무 떨려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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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아까처럼 빠르게 댓글이 달리기는 했지만, 개수 자체는 줄어들었다. 아마 팬들도 티켓팅을 준비하느라 수겸의 SNS에 댓글을 달 여력이 없는 모양이었다.
수겸은 팬들의 집중력에 내심 감탄하면서 자신 역시 딴짓하면 안 되겠다는 경쟁심을 느꼈다.
“헉 1분 남았다. 어떡해. 너무 떨린다.”
서버 시간을 표시해 주는 사이트의 시간이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만큼 티켓팅 시간이 임박했다는 뜻이었다.
수겸은 연습했던 내용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떠올려 보았다.
8시 59분 57초가 되었고, 수겸은 연습했던 대로 새로고침을 눌렀다. 당연히 연습했던 화면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트는 무한 새로고침에 빠져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야, 왜 이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지!”
수겸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연습했던 대로라면 새로고침을 누르면 곧바로 티켓팅 화면 페이지에 티켓팅 날짜와 시간이 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화면은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4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겨우 화면이 새로고침 되었다.
수겸은 이럴 줄 정말 몰랐다. 그냥 자신만 빨리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전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빨리, 빨리, 어어…… 어?! 어, 어라?”
한번 당황해서 그런지 연습했던 것과 달리 손이 미끄러졌다. 겨우 날짜를 누르고 넘어갔는데 좌석의 대부분이 빠져 있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비교적 앞쪽에 있는 보라색 좌석을 누르는 족족 같은 멘트가 뜨면서 남아 있던 좌석들은 순식간에 회색으로 바뀌었다. 그러는 사이 뒤에 있던 좌석들마저 점점 회색이 되어갔다.
“이게 뭐야……. 하나도 안 되잖아!”
수겸은 절규했다.
결국 티켓팅에 처참하게 실패한 수겸은 허망하게 노트북을 닫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언제나 통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밤이었다.
어찌 되었든 유피트는 콘서트 전석 매진으로 기사가 났다.
더불어 자신의 콘서트에 티켓팅을 시도한 수겸의 기행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반향을 끌어냈다. 대부분 엉뚱하다, 귀엽다는 반응이었다.
수겸은 진심으로 티켓팅에 임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저 보여주기식의 장난 정도로 치부한 모양이었다.
왜 팬들이 ‘이선좌’라는 말에 부들부들하는지 수겸은 이제 알 것 같았다.
심지어는 흔히 ‘취켓팅’이라고 부르는 취소표 티켓팅까지 도전해 보았지만 역시나 수겸은 한 자리도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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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은 묻어두고 수겸은 콘서트 준비에 매진했다.
그래도 콘서트 준비는 수월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외의 부분에서 난항에 부딪치고 말았다.
“당연히 내가 해야지. 보컬 라인이잖아. 게다가 ‘겸겸’은 공식이라고.”
“보컬 라인끼리 만나는 건 의미가 없지. 이미 팬들도 다 예상할 텐데. 원래 메인 보컬이랑 랩퍼의 만남이 진리인 거야.”
“무슨 소리야, 태원이 형. 메인 댄서랑 메인 보컬해서 메인들끼리 같이 해야지.”
“요즘 올빗들 반응 보면 다들 저랑 수겸이 형 조합을 좋아해요.”
이겸과 태원, 한솔과 유찬까지 네 사람은 서로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
이들이 각자 주장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콘서트에서 흔히 있는 ‘유닛’ 활동 때문이었다. 네 사람은 누가 수겸과 함께 무대를 하느냐로 열띤 토론에 임했다.
덕분에 콘서트 아이디어 회의는 유닛 이야기가 나온 후로 지지부진하게 멈추게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