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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37화 (139/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37화

꽃가루가 사방에서 흩날렸다. 주변의 다른 가수들도 함께 쳐주는 박수 소리가 메아리처럼 아련하게 들렸다.

“와아아아!”

“유피트 1위 축하해!”

“1위 가수 유피트!”

방청석에 앉아 있는 팬들 일부가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MC가 1위 소감을 말하라고 마이크를 태원에게 내주었지만, 태원은 우느라 차마 입을 못 열고 마이크를 이겸에게 넘겼다. 그런 와중에도 1위 트로피는 수겸에게 내준 게 용했다. 수겸이 컴백해서 가장 갖고 싶은 것으로 1위 트로피를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어서였다.

“흐, 읍, 감, 사합, 니다, 흡…….”

그러나 막상 마이크를 받은 차이겸도 울음 섞인 목소리로 겨우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하고 마이크를 유찬에게 넘겼다.

유찬은 마이크를 받고 어쩔 몰라 하더니, 거의 통곡을 하고 있는 한솔에게 넘겨주었다.

“으, 흡, 나, 나한테, 주면, 어떡해…….”

당연히 한솔은 엉엉 울며 마이크를 들고 발을 동동거렸다. 그러다가 토끼 눈이 되도록 울고 있는 수겸을 불렀다.

“흐, 읍, 수, 수겸이, 수겸이 혀엉, 형이, 흑, 말해.”

“어, 흡, 흐윽, 나, 나한테 주면, 허엉, 어떡해애…….”

결국 마이크는 다시 태원에게 넘어갔다. 눈물의 마이크 폭탄 돌리기가 시작되고 말았다.

“흡, 올빗,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우리 멤버들 너무 사랑하고, 흑, 고생해 주신 우리 DP 엔터 가족분들, 그리고 흐윽, 감사합니다. 수겸아, 사랑해, 진짜.”

태원이 겨우 소감이라고 할 만한 말을 했다. 엉엉 우느라 정신이 나간 태원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수겸을 중심으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그렇게 서로를 안고 오열하는 사이, 1위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다들 우느라 노래 반 울음 반으로 겨우겨우 끊어질 듯 말 듯하며 노래가 이어졌다. 그나마 반씩이라도 노래를 불렀으니 망정이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방송 사고가 난 줄 알 뻔했다.

그렇게 울며불며 1위 앵콜 무대를 마친 유피트는 저마다 새빨개진 눈을 비비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어허헝, 어헝, 허어엉.”

수겸은 무대를 내려와 대기실이 있는 복도에 도착하자마자 제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어렴풋이 1위를 하면 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세상이 무너져라 울 줄은 몰랐다.

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수많은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자병에 걸렸던 지난날을 후회하던 순간, 다시 돌아와서 연말 가요대전 무대를 준비하던 순간,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하던 순간, 무대에서 눈을 다쳤던 순간…….

세려고 하면 셀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는 만큼 또 새로운 추억이 떠올랐다. 무궁무진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수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서러움, 기쁨, 행복, 얼떨떨함 등 갖은 감정이 교차했다. 이게 꿈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흡, 그만, 울어.”

“그러는, 흐윽, 너나 그만 울어어.”

이겸이 수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수겸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정작 그러는 이겸 역시도 여전히 울고 있었다.

물론 울고 있는 게 두 사람만은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도 울고 있었고, 매니저인 민성과 종우, 민기를 비롯해서 지연과 송화까지 다들 눈물을 찍고 있었다.

주저앉은 수겸을 한솔이 일으켜 세워 부축해 주었다. 수겸은 거의 그의 품에 안기다시피 해서 겨우 울음을 진정시켜 갔다.

마침내 복도를 모두 지나 대기실에 들어설 때가 되어서야 수겸은 간신히 끅끅 울음을 삼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수겸아, 고생했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욱의 다정한 말을 듣자, 수겸은 다시금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수겸은 선욱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 같은 건 할 겨를도 없었다.

“고마워, 잘 견뎌줘서.”

“흐, 읍…….”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해 줘서.”

선욱의 말에 수겸은 아까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해 줘서 고맙다니, 그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을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선욱은 그마저도 고맙다고 했다. 그의 다정함에 수겸은 한참을 울고 말았다.

* * *

1위를 한 기념으로 전체 회식을 했다.

수겸은 그토록 좋아하는 한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1위의 기쁨에 젖어 있었다. 이제껏 숱한 회식을 했지만, 이번만큼 성대하고 유쾌한 회식은 없었다.

모두가 수겸에게 술 한 잔은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만장일치로 수겸의 음주를 허락해 줄 정도였다.

그러나 정말 딱 한 잔이었다. 그것도 옅게 탄 하이볼 한 잔 말이다.

수겸은 아쉬워했지만, 오늘은 술을 마시든, 마시지 못하든,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정말 행복했으니까.

회식을 마친 뒤 숙소에 돌아온 수겸은 1위 발표 영상을 수십 번은 돌려 보았다.

처음 6번 정도는 그저 감격스럽고 감동이어서 보면서 또 울었다. 그런데 7번이 지나가니까 점점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어쩜 사람이 다섯 명이나 되는데 멀쩡하게 수상 소감을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유피트의 1위 소감 영상은 특히 인터넷에서 <방송국에서 폭탄 돌리기 하는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사이트에 퍼져 나갔다.

다행히 커뮤니티 반응은 좋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머글들 사이에서도 또 한차례 유피트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수겸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달래며 침대에 벌렁 누웠다. 오늘의 일이 다 꿈결처럼 아름답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못 잘 것 같아…….”

안 자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수겸은 그렇게 생각하며 환하게 웃었다.

* * *

수겸은 이틀 연속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역시 잠을 자지 않아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몽롱함이 더해져 더 기분이 좋았다.

수겸은 길게 기지개를 켠 뒤에 샤워를 했다.

민성이 깨우기도 전에 일어난 수겸은 기분 좋게 스케줄 준비를 했다.

본격적으로 스케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음악 방송은 물론, 라디오 스케줄과 관찰 예능 촬영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콘서트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수겸은 이 순간이 누구보다 행복했다.

* * *

[마이크로 폭탄 돌리기 하는 애들 봐봐ㅠㅠㅠㅠㅠㅠ]

작성자: 김덕팔

진짜 귀여워 죽겟네.....ㅜㅜㅜㅜㅜㅜ

우리애들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나도 눈물나....ㅠㅠㅠㅠㅠ

오늘은 진짜 뼈에 새겨 놓을래....ㅠㅠㅠㅠㅠㅠ

[태워니 수겨미만 사랑한다고 한거]

작성자: 하늘에서쓰레기가내려와

다른애들 안 부르고 수겨미만 콕 집어 부른거

나만 이상하다고 생각해?

이거 분명 뭐 잇다.....

둘이 최소 입맞췃다고 본다 나는...

└입도 맞추고 꽃추도 맞추고 하여간 맞출수 잇는 건 다 맞췃다고하자

└와 님....청주여자교도소에서 님 찾는다

[우리 애들 1위햇서요ㅠㅠㅠㅠㅠㅠㅠ]

작성자: 5월9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진

자 미쳐버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ㄴ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애들 정말 고생했다... 정말 장하다...ㅜㅜㅜㅜㅜㅜ

앞ㅇ로 1위 길만 걷자......

[헤메코 갓벽하고 1위 찍고]

작성자: 노트북아아프지마

무대 헤메코 도랏는데 곡도 완벽하고...

그런데 그날 1위를 찍어버렷ㄷk...............

서사 오져버려

[유피트?? 얘네 귀엽다]

작성자: 동일한닉네임어쩌구

1위 했다고 이렇게까지 통곡하는 아이돌 첨봤어 ㅋㅋㅋㅋㅋㅋㅋ

귀엽다 진짜 계속 울어ㅋㅋㅋㅋㅋㅋㅋ

지들끼리 마이크 돌리고 울고ㅋㅋㅋㅋㅋ그런 와중에 노래는 또 부르려고 하는데 넘 귀엽더라

얼굴도 괜찮구 지들끼리 꽁냥거리는것도 보기 좋으네...

[오늘부터 유피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작성자: 블랙에이에인생베팅

유피트와 나를 한 몸으로 간주한다

유피트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이상

[이제 시작이야!!!!!]

작성자: 크리스마스

우리 애들 이제 시작이야

할 거 엄청 많다 1위도 쭉 찍어야 하고

콘서트도 해야 하고

우리 애들 우주1짱 먹어야지ㅜㅜㅜㅜㅜ

└맞다맞다 그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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