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36화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치고 유피트는 채 가라앉지 않는 흥분을 달래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예쁘잖아> 생방송 무대까지는 꽤 시간이 있었다. 비는 시간에 휴식도 갖고, 라이브 방송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전 ‘보글’이라는 팬들과 소통하는 메신저 계정도 개설했기 때문에 보글을 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유피트는 팬들이 보내준 도시락의 인증 사진도 찍고 밥도 먹으면서 휴식 시간을 즐겼다. 사실 말이 ‘즐겼다’지, 다들 어딘지 모르게 격앙되어 있어서 반쯤 정신은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유피트는 민성의 부름에 대기실 한편에 모여 앉았다. 라이브 방송을 하기 위해서였다.
“준비됐지?”
민성의 물음에 멤버들은 제각각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성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멤버들의 밝은 인사과 동시에 라이브 방송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전에 했던 라이브 방송보다 접속자 수가 훨씬 많은지, 채팅이 올라가는 속도가 남달랐다.
[얘드라ㅠㅠㅠㅠㅠㅠ]
[오늘 왤케 이뻐,,,]
[뭐야 의상 머선일!!!!]
[오빠들 안녕하세요~~♥]
[hi :’D]
[오구국구 내 새끼들 귀엽고 청순하고 섹시하고 다하네ㅠㅠㅠㅠㅠㅠ]
흐뭇하게 채팅창을 보던 수겸이 어떤 채팅을 보고 멈칫했다. 그러곤 으하하 소리가 나도록 시원하게 웃었다.
한참 큭큭거리며 웃던 수겸이 조금 진정이 된 후에 입을 열었다.
“‘수겸이 얼굴이 내 미래보다 환하다’ 뭐예요. 아니에요, 여러분 미래가 더 환하죠.”
수겸이 웃느라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밝게 웃자, 채팅창은 수겸이를 앓는 채팅으로 도배가 되었다.
[울토끼 웃는거 이뻐 죽쏘,,, 나는 죽쏘...]
[ㅜㅜㅜㅜㅜ귀여워 진짜ㅜㅜㅜㅜㅜㅜㅜㅜ]
[아냐 수겸아 네 얼굴이 더 밝고 환하고 빛나,... 내 미래보다......]
[수겸아,,,, 실수인척 옷 좀 벗어주면 안될까.....나 현기증이 나서 그래......]
“아, 저 의상 좀 잘 보여달라는 분들이 계셔서 잠시만요.”
멤버들이 말릴 틈도 없이 수겸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재킷 안에 아무것도 받쳐 입지 않아 드러난 맨 가슴골이 더 잘 보이도록 살짝 상체를 숙였다. 몇 초간 잠시 그러고 있던 수겸은 이내 빙글 한 바퀴를 돌았다. 훌렁 파인 뒷태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미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좋.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네 이러다 잡혀가.... 내가.,,,,]
[이렇게 좋은거 공짜로 봐도 되나? 돈이라도 내야 하는거 아닐까? 나 진지해,.,,,,]
[남돌이 이런 독기룩도 다 입고.... 세상 만세다, 만세...]
“독기룩이 뭐예요?”
댓글 창을 보던 유찬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앵글 밖에 있던 송화가 입 모양으로 ‘독기가 가득하다고’ 하고 대답해 주었다. 유찬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사슴 같은 눈을 깜빡거리다가 뒤늦게 이해가 되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아, 독기가 가득하다고 해서 독기룩이에요? 근데 왜 이게 독기가 가득한 거예요?”
대충 내포하는 의미는 알겠지만,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유찬이 고개를 또다시 물어보았다. 수겸 역시 궁금했기에 송화와 댓글 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냥 그렇게 불러요 요즘에]
“아, 그냥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그렇대, 유찬아. 요즘 용어 어렵다…….”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 중에서 무서운 동체 시력으로 답 댓글을 읽어낸 태원이 유찬에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설명치고 별 내용이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따가 저희 <예쁘잖아> 생방송 무대도 많이 봐주세요. 첫 무대에 생방송이라 많이 떨려요.”
한솔이 흑흑 우는 척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수겸은 우는 척을 하는 한솔을 당겨 제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울지 마, 솔아. 울려면 내 어깨에 기대서 울어.”
수겸이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된 투로 장난스럽게 말하자, 채팅창은 ‘ㅋㅋㅋ’으로 도배되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동시 접속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hola! U-PITE]
[gjf라방ㅇ 언제 시작했어요?ㅠㅠㅠㅠㅠ 나 왜몰랐지....]
[สวัสดี XD]
[헐 라방]
[늦엇다ㅠㅠㅠㅠㅠㅠ]
“이제 들어오신 분들은 독기룩 못 보셨으니까, 다시 보여드릴게요.”
수겸이 금방 배운 ‘독기룩’을 보여주려고 훌쩍 일어서자, 이겸이 다급히 다시 앉혔다.
수겸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이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겸이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수겸이는 아까 보여드렸으니까, 이번에는 제가 보여드릴게요.”
이겸의 재킷은 짧게 잘려 허리가 다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가슴 쪽은 검은 망사 재질이었다.
이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수겸이 했던 것처럼 빙글 돌기도 하고, 살짝 옆으로 돌아 허리가 잘 드러나게 하기도 했다.
[미친]
[엄마 나 오늘 잡혀가 미안해]
[차이겸 복근이 내 이목구비보다 선명하다,,,,,,]
[개미쳤다...................]
[하느님 감사합닏]
[이겨미 척추기립근 바,,,,,한강 다리로 받칠 수 있을듯.......]
또다시 불이 붙은 채팅창을 보면서 수겸은 흡족하게 웃었다.
유피트는 그 후로도 10분 정도 라이브 방송을 더 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을 마친 뒤에야 유피트는 생방송 <예쁘잖아>를 위해 의상을 갈아입었다. <예쁘잖아>의 첫 무대는 하얀 반팔티에 청바지, 그리고 허리춤에 달고 있는 스카프였다. 안무를 할 때는 스카프를 이용하여 춤을 출 예정이었다.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고치다 보니, 어느새 생방송 무대 시간이 다 되었다.
유피트는 급히 무대로 향해갔다. <예쁘잖아>의 컴백 첫 무대인 데다, 생방송인 만큼 조금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았다. 멤버들은 저마다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유피트 준비하실게요!”
“네!”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스태프의 말에 유피트는 서둘러 대답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태원의 선창에 따라 후창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멤버들은 제각기 자리를 잡고 전주가 흘러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수없이 연습하며 들었던 전주가 울려 퍼졌다.
유찬이 먼저 노래의 도입부를 시작했다.
-예쁘잖아 너 참 많이
귀엽잖아 너 참 많이
내 마음을 왜 모르니 그리도
이어서 한솔이 골반을 튕기는 안무를 하면서 무대의 중앙으로 나왔다.
-너만 보면 난 웃잖아
네 생각에 즐겁잖아
대체 너는 어느 별에서 온 거니
곡이 점점 고조되어 가고, 리드보컬인 이겸이 다음 파트를 맡아 불렀다.
-이제 그만 나를 흔들어줄래
너 땜에 정신 못 차리는 날
드디어 후렴구인 수겸의 차례가 되었다. 수겸은 이겸과 위치를 바꾸면서 팬 서비스용으로 이겸의 어깨에 슬쩍 손을 올렸다가 내렸다.
-여우 같아 때로는 곰만 같아
유혹하면서 날 흔들면서
너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나만 또 홀리잖아 너에게 빠지잖아
‘여우 같아’를 할 때는 함께 짰던 안무인 스카프를 엉덩이 쪽으로 놓고 웨이브를 하며 흔드는 모습을 취했다.
2절로 넘어가면서 태원이 랩 파트를 했다.
-눈이 마주치면 OMG 미칠 것만 같아
입 맞추고 싶은 걸 겨우 꾹 참잖아
놀란 눈 빨간 볼 탐스러운 입술
이제는 나도 몰라 더는 못 참겠으니까
2절의 보컬 부분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열렬한 함성이 이어졌다. 잘 해냈다는 생각에 수겸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예쁘잖아> 무대를 마치고, 유피트는 잠시 대기실에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다시금 무대 위로 향했다. 이번 주 1위 발표를 위해서였다.
“우리가 진짜 1위 후보라고……?”
무대로 가는 길에 한솔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 역시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스태프가 중간에 와서 유피트가 1위 후보라는 걸 말해주었을 때, 멤버들은 말 그대로 넋이 나갔다.
지연은 ‘거봐! 1위 후보라잖아. 진짜 1위 되려나 봐!’라고 말하며 동동 뛰었지만, 정작 유피트는 현실감이 없어서 눈만 끔뻑거릴 뿐이었다.
유피트 멤버들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힌 채 무대 앞으로 향했다.
늘 음악 방송을 할 때면 뒤에서 카메라에 조금이나마 잡혀보려고 노력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1위 후보인 만큼 맨 앞에서 카메라를 받고 있었으니까.
수겸이 초조함에 입술을 꽉 깨무는 사이 음반 점수, 음원 점수, 방송 점수 등 1위를 책정하는 점수가 하나씩 발표되었다.
상대 1위 후보는 연차가 꽤 있는 걸그룹이었다. 합산하지 않은 숫자만 얼른 보고서는 어느 쪽이 1위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수겸은 쿵쾅거리는 심장에 저도 모르게 옆에 있던 이겸의 손을 꼭 잡았다.
“이번 주 1위는, 축하드립니다! 유피트의 입니다!”
음악 방송 MC의 말과 함께 축포가 사방에서 터졌다.
꽃가루가 사방에서 흩날리는 순간, 유피트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1위 가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