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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21화 (123/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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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소원꽃잎의 활동이 끝났다. 이와 더불어 리얼리티 방송 역시 막바지에 접어들어서, 마지막 방송 하나만을 남기고 있었다. 수겸은 마지막 방송인 만큼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촬영장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수겸이 제작진들에게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제작진들 역시 밝게 인사했다. 이어서 다른 멤버들 역시 제작진들에게 인사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촬영인 만큼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다. 끝나고 뒤풀이까지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제작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 그럼 촬영 들어갈게요!”

“넵!”

제작진의 말에 유피트 멤머들이 제각기 대꾸했다. 마침내 수십 대의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유피트가 메인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에 작가가 조용히 미션지가 담긴 통을 내밀었다.

“오늘의 미션은 뭘까요?”

“역시 마지막이니 파티?”

“와, 벌써 두근거려요!”

태원의 말에 한솔이 장난스럽게 대꾸했고, 수겸이 그 말을 받았다. 태원은 성큼성큼 작가에게 다가가 미션지를 받아 왔다.

“자, 이 미션지 안에 오늘의 촬영 내용이 담겨 있어요. 어떤 내용일지 두근두근하네요. 그럼 펼쳐볼게요!”

“네!”

멤버들은 태원의 말에 신인다운 리액션을 내보였다. 밝은 대답 끝에, 태원이 접힌 미션지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하나, 둘, 셋!”

‘셋’을 외치는 동시에 미션지를 펼치자, 멤버들의 시선이 동시에 미션지로 향했다. 그리고 미션지를 본 멤버들의 시선이 이내 당혹감에 물들었다.

“유피트 한 몸처럼 움직이세요……?”

유찬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션지를 읽었다. 한 몸처럼 움직이라는 말이 꽤 모호한지라 멤버들은 다들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피트는 친하잖아요. 그러니까 텔레파시가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키워드를 주면, 그거에 맞춰서 부스 안에 들어가셔서 말씀하시면 돼요.”

“아아, 그러니까 같은 답을 하면 된다는 거죠?”

한솔이 PD의 말을 이해하여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확인차 되물었다.

“네, 맞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여러분의 답이 모두 일치하면 그 즉시 촬영은 종료! 만약 답이 틀리면 촬영 시간은 1시간씩 연장됩니다.”

“헉, 저희가 바로 맞히면 촬영 분량은 어떡해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대신 여러분의 답이 통일되지 않으면 퇴근을 못 하는 거예요.”

수겸의 물음에도 제작진은 당당하기만 했다. 그 반응에 수겸의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아무래도 수상한 탓이었다.

“저희 진짜 마음 잘 맞아요. 금방 맞힐 텐데 진짜 괜찮겠어요?”

“물론입니다. 괜찮아요. 부족한 부분은 제작진이 어떻게 해서든 분량 채울게요.”

자신만만한 PD의 대답에 수겸은 약간 기가 죽었다. 저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걸 보면 유피트가 실패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뜻일 터였다.

“저희 원래 촬영 종료가 6시잖아요. 지금이 10시니까 6시까지 여러분이 8번 안에 성공하셔야 일찍 퇴근하는 거예요.”

“에이, 설마 저희가 8번까지 성공을 못 하겠어요?”

“근데 만약 틀리면 늘어나는 1시간 동안 뭐 해요?”

“그건 이제 여러분이 알아서 방송 분량을 채워야죠. 일찍 끝나면 방송 분량을 저희가 채우는 것처럼.”

“헐…….”

이겸의 물음에 PD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얄미운 대답에 수겸은 할말을 잃었다. 진짜 계속 실패하면 방송 분량을 어떻게 채우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아무렴 설마 8번 내내 실패할까 싶어 떨리는 가슴을 달랬다.

“태원 씨부터 부스에 들어갈게요. 들어가면 키워드가 적혀 있을 거예요. 그걸 보고 카메라를 향해 답변해 주시면 돼요.”

“예, 알겠습니다! 금방 성공하고 올게요!”

태원은 씩씩하게 부스로 향했다. 투표소처럼 생긴 부스는 사방이 천으로 막혀 있었다. 태원은 거침없이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씩씩하던 기세와 달리, 태원은 금방 나오지 않고 한참을 부스 안에서 시간을 허비했다.

체감상 10분 가까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태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왔다. 자신감에 차 있던 아까의 걸음과 달리 주춤거리는 발놀림에 수겸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 뭐야! 형, 아까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어디 갔어?”

“아니, 이게…… 이게 좀 어려워.”

“아, 우리 조기 퇴근해야지!”

“아니, 그게 좀 힘들 것 같아…….”

수겸의 말에 태원은 침잠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쯤 되니 수겸 역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수겸이 찜찜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제작진이 이번에는 이겸을 부스로 보냈다.

이겸은 태원과 달리 금방 나왔다. 대체 질문이 뭐기에 태원은 그토록 오래 걸리고, 이겸은 이렇게 금방 나왔나 싶어 의아했다.

“뭐야? 쉬워?”

“어, 쉬운데.”

“뭐야, 태원이 형, 쉽다잖아!”

“아, 그야…….”

이겸의 대답을 들은 수겸이 태원에게 따지듯 말했다. 태원이 뭔가 답하려는 순간에 메인 PD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경고! 태원 씨, 말하면 안 돼요! 수겸 씨는 부스로 들어가세요.”

“네…….”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한 수겸은 부스로 들어갔다. 키워드를 본 수겸은 당혹감에 입술을 달싹거렸다.

[차이겸의 프로필상 키는?]

“와……. 뭐지, 이거?”

수겸은 당혹감에 커다란 눈을 끔뻑거렸다. 태원이 왜 그렇게 당황해했는지 알 것 같았다. 태원은 이겸의 키를 정확히 모르니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고, 이겸이야 자신의 키이니 당연히 쉬웠을 터였다.

차이겸의 키가 180㎝가 넘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정확한 숫자가 몇인지는 가물가물했다.

“185? 아니, 186? 아…… 187인가?”

수겸은 카메라에 대고 혼자 중얼중얼거리며 숫자를 하나씩 불러보았다. 부스 안에는 카메라과 수겸만 있을 뿐이니, 수겸이 혼자 중얼거려 본들 힌트가 생길 리 없는데 저도 모르게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아, 너무 헷갈려!”

수겸은 발을 동동거렸다. 185㎝는 넘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현듯 멤버들 중에 이겸이 가장 키가 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185㎝인 멤버들은 있었던 것 같고, 차이겸이 제일 크니까…… 그 위로 186㎝냐, 187㎝냐인데……. 정답은 186㎝로 찍겠습니다. 몰라, 나는 이미 말했어.”

수겸은 고심 끝에 답을 한 뒤 부스를 나섰다. 그러자 태원이 가장 먼저 수겸을 반겼다.

“거봐, 어렵지?”

“어, 완전!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

“거보라니까!”

태원이 수겸의 반응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수겸은 태원을 놀린 게 미안해서 태원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 아닌 애교를 부렸다.

“아, 나는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지. 형의 마음 다 알아, 이제는.”

“어려웠어?”

수겸이 태원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말하자, 등 뒤에서 이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서운한 듯한 말투에 수겸은 아차 싶어 얼른 고개를 들었다.

“아, 그게 아니라…….”

“이미 답변하신 분들 대화하지 마세요! 힌트 금지!”

변명하려던 수겸의 말은 메인 PD에 의해 끊겼다. 힌트를 주려던 게 아니었기에 억울했지만, 별수 없었다.

이어서 한솔과 유찬이 부스에 들어갔다.

“자, 모두 이야기하셨고요, 결과는 실패입니다.”

“아아!”

“정말요? 정답 뭐였어요?”

“187㎝ 아니야?”

제작진의 말에 제각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솔은 이겸 키가 187㎝ 아니냐며 물어보기도 했다. 187㎝와 186㎝ 사이에서 고민했던 수겸은 기가 죽어 초조하게 메인 PD의 말을 기다렸다.

“정답은 186㎝였습니다.”

“와아! 맞았다, 맞았다!”

메인 PD의 대답에 수겸은 기뻐하면서 방방 뛰었다. 그러고는 차이겸에게 달려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나 맞혔어, 잘했지! 거봐, 내가 차이겸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어디 있어, 다 알지!”

수겸은 아까 기죽은 모습은 다 잊고 큰소리를 쳤다. 차이겸은 그런 수겸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얼싸안고 있으려니, 제작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제야 수겸은 민망함에 슬그머니 이겸을 안고 있던 팔을 놓았다.

“아, 실패했는데 너무 즐거워했네요. 죄송합니다.”

수겸이 머쓱해하며 사과를 하자, 제작진들은 또다시 그가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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