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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20화 (122/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20화

“이, 이사님…… 혀, 혀엉.”

수겸은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을 불렀다. 수겸을 찾은 이는 선욱과 태원이었다. 다시 봐도 꽤 색다른 조합이었다.

“그, 제가 잘못 들은 거죠?”

“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잘 들었을 거야.”

“그, 그치만…….”

수겸은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도 당황스러웠다. 수겸은 두 사람이 조금 전 한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키스하러 왔어.’

아무리 생각해도 당혹스러웠다. 키스를 하러 왔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왜 많고 많은 숙소를 내버려 두고 이 집에서?

“그, 그러니까 이사님이랑 형이 키스를 하러 왔다는 거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키스는 너랑 하려는 거야, 수겸아.”

“아…….”

선욱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듯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 수겸은 짧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두 사람이 함께 와서 키스하러 왔다고 하니, 선욱과 태원 두 사람이 키스를 한다는 줄 알았다.

하긴, 다시 생각해 보니 둘은 앞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러니 목적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수겸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다 다시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자, 잠깐만요, 저랑요?”

“응, 너랑.”

이번에는 태원이 대답했다. 수겸은 다시금 심장이 펄떡거리는 것을 느꼈다. 두 명이 다 자신과 키스를 하러 왔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니 안도했던 심장이 널뛰기 시작했다. 수겸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나만 안 했잖아. 억울해.”

“어, 억울할 일일까, 그게……?”

“당연하지.”

단호한 태원의 대답에 수겸은 할 말을 잃었다. 멀뚱히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번에는 선욱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 이사님은 왜…….”

“한 번만 하란 법은 없으니까.”

“그, 그야 그렇지만…….”

선욱의 대답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 입술은 하나뿐인데, 두 명이 키스를 하겠다고 찾아왔으니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아무래도 역시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수겸이 더듬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태원은 물러설 생각 따위는 없다는 듯 걸음을 좁히며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은 다 되고 나는 안 돼?”

“그, 그게 아니라…….”

호흡이 섞이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태원이 물었다. 수겸은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물어보니 할 말이 없었다. 태원만 안 된다고 하기에는 불공평했다.

물론 자신이 태원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불공평이고 나발이고 그의 말을 들을 이유 따위는 전혀 없을 테지만, 태원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선욱이 앞에 있는데 태원과 스킨십을 하자니, 민망해서 견딜 수 없었다.

수겸은 발갛게 익은 얼굴을 하고서 입술만 달싹거렸다.

“그게 지금……. 이, 이사님도 있고…….”

“나는 상관없어.”

수겸이 선욱의 눈치를 보며 웅얼거리듯 답했다. 그러나 선욱의 대답은 담담하기만 했다. 그의 대답에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어진 수겸은 우물쭈물하며 태원을 바라보았다.

“흡…….”

눈이 마주친 것과 거의 동시였다. 태원의 입술이 수겸의 것을 삼켰다. 살짝 벌어진 수겸의 입술 사이로 태원의 혀가 성마르게 파고들었다. 거친 입맞춤이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태원의 키스는 조급했다. 입안 곳곳을 헤집으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도 했다. 아찔한 감각에 수겸은 혼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이 모습을 선욱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도 함께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기도 해서 당황스러웠다.

수겸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뜨끈하게 오른 열기를 식히려 애를 썼다. 하지만 태원의 키스가 이어지는 한, 그리고 선욱이 이 자리에 있는 한 수겸의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였다.

“흐, 응!”

그때였다. 수겸의 목덜미에 선욱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선욱이 수겸의 뒤에 서서 수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살갗을 혀로 느른하게 핥아 올렸다. 수겸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파르르 떨었다.

태원과 키스를 하면서 선욱에게 애무를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모두 다 거짓말 같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게 현실이라는 걸 일깨워 주듯 태원의 입맞춤은 더욱 거칠어졌고, 선욱의 애무 또한 더 농밀해졌다.

“흐, 읍, 으…….”

수겸은 속절없이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신음마저 태원의 입에 막혀 더 야릇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수겸이 강한 자극에 휘청거리자, 태원이 수겸의 허리를 더 단단히 안았다. 수겸은 그의 품에 안겨서 그와 입맞춤을 하며 선욱이 주는 자극을 느꼈다.

모든 게 거짓말 같은 순간, 수겸의 감각은 지독히도 현실을 느끼고 있었다.

* * *

오후가 막 지난 시간, 유피트는 DP엔터테인먼트의 전속 작곡가인 재진의 작업실에 모였다. 재진은 유피트의 노래 대부분을 작곡했는데, <소원꽃잎>과 <그리다> 역시 재진의 곡이었다.

“이번 곡은 타이틀곡 후보인데, 일단 들어봐. <소원꽃잎>이랑 <그리다> 반응이 좋아서 약간 발라드풍으로 계속 가도 괜찮을 것 같거든? 그래서 준비한 곡이야. 아니면 이사님은 아예 더블 타이틀도 생각하고 계시니까 참고하고.”

재진이 준 가사지를 받아든 수겸 은 가사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잘자요>

밤이 참 길죠 생각은 또 꼬리를 물죠

열심히 살아왔는데 최선을 다해왔는데

왜 오늘 밤도 편치 않은지

억울하죠 차갑죠 세상이란 얼음

이 노래는 당신을 위한 거예요

부족하지만 당신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예요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제일 어둡다고

흔해 빠진 위로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잘잤으면 좋겠어요

잘자요 당신의 긴긴 밤에 건네는 짧은 자장가예요

자장자장 잘자요

캄캄한 밤에 숨어 울고 있나요

못다 한 한숨을 몰래 쉬고 있나요

다정한 당신, 단꿈을 꾸어요 단꿈을 꾸어요

눈을 감아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옳지 잘했어요 긴장을 풀어요

자장 자장 잘자요

밤이 참 춥죠 몸을 웅크려도 온기가 없죠

바쁘게 달려왔는데 숨가쁘게 살아왔는데

왜 오늘 밤도 뒤척거리는지

참 잔인하죠 알아요 당신의 마음

이 노래를 당신을 위해 불러보아요

부족하지만 당신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이에요

버티고 견디면 모두 다 지나갈 거라고

그저 그런 충고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편안하면 좋겠어요

잘자요 당신의 긴긴 밤에 건네는 짧은 자장가예요

자장자장 잘자요

어두운 밤에 혼자 슬퍼하나요

드리운 암흑을 홀로 껴안았나요

고생한 당신 좋은 꿈 꾸어요 좋은 꿈 꾸어요

눈을 감아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옳지 잘했어요 긴장을 풀어요

자장 자장 잘자요

유난히 긴 밤

들려줄래요? 당신의 이야기

오늘이 아니라도 좋아요

내일이 아니라도 좋아요

천천히 들려줘요

매일매일 기다릴게요

당신의 입으로 듣고 싶으니까

우선은 자요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기로 해요

자장자장 잘자요

어두운 밤에 혼자 눈물짓나요

드리운 암흑을 홀로 부딪쳤나요

노력한 당신 좋은 꿈 꾸어요 단꿈을 꾸어요

눈을 감아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옳지 잘했어요 긴장을 풀어요

자장자장 잘자요

위로의 말이 가득 담긴 가사였다. 멜로디 역시 자장가처럼 부드러웠다.

수겸은 가만히 가사를 들여다보았다. 전생에서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유피트가 해체되고 홀로 생활할 때, 수겸은 쉼 없이 살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데뷔를 위해서, 데뷔하고 나서는 성공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현실은 친구도, 가족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견뎌내야만 했다. 힘겹게 하루를 보내고 좁은 원룸에 돌아가면 몸은 피곤한데 좀처럼 잠은 오지 않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피로에 절어 뒤척거리다가 새벽을 맞이하기 일쑤였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형, 울어?”

한솔이 놀라 물었다. 손에는 티슈 한 갑이 들려 있었다. 한솔은 얼른 티슈를 뽑아 수겸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수겸은 민망함에 도리질을 치며 안 운다고 했지만, 코맹맹이 같은 목소리가 나와 역효과를 부를 뿐이었다.

“왜 울고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야. 아무것도.”

이번에는 태원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수겸은 고집스레 고개를 저었다. 비록 전생의 일이었지만 멤버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 노래가 심금을 울렸구나. 크으, 역시 나는 천재야.”

원체 장난기가 많은 재진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수겸은 얼른 그의 노력에 편승하여 고개를 끄덕거리며 애써 웃었다.

“맞아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요. 크, 아주 심금을 울려요. 형은 어떻게 이런 곡을 써요? 천재 인정.”

여전히 멤버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수겸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재진에게 쌍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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